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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e Feb 24. 2024

내 안에 사이코패스가 있는 걸까?

어젯밤 꿈에

2024. 2. 6.


  꿈에서 나는 잡지책 같은 걸 보고 있었던 것 같다. 패션잡지나 디자인 잡지? 그러다 뭔가 예쁜 걸 만들었다. 종이에 알록달록한 장식을 붙여서 만들고 있었다. 옛날 종이인형에 옷을 입히듯 나는 그걸 딸에게 입혀주고 싶었다. 현실에선 딸은커녕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꿈속에선 딸이 있었다. 등장은 한 명만 했는데 딸이 셋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예쁜 종이옷을 그중 한 명의 딸에게 입혀주려고 했다. 그런데 몸이 굴곡져서 예쁘게 옷이 붙지 않을 것 같아서 몸을 납작하고 평평하게 만들어서 그 위에 붙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몸의 앞부분 회 뜨듯이 정확히 반으로 잘라서 걷어내면 평평하게 될 것 같았고, 그 위에 예쁘게 붙여주는 상상을 했다. 나는 위에 딸을 올려두고, 다른 손에 가위를 들었다. 나는 손바닥 위에 조용히 누워있는 딸의 왼쪽 팔에서부터 회 뜨듯이 도려냈다. 나는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야 한다는 것에 온신경을 집중하며 한쪽팔부터 시작했다. 마지막은 반대쪽 팔목에서 어깨까지 잘라 올라가면 끝이었다. 정확하게 반을 갈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가위를 밀고 올라가는데 가위가 얇게 들어갔다. 앗! 어떡하지? 밀고 올라가던 가위를 멈췄다. 


  바로 그때 갑자기 딸이 말했다. "엄마, 나 아파." 말투는 나직하고 조용했다. 그리고 평온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딸은 이미 팔이며 가슴이며 배까지 피부가 잘렸다. 딸의 몸을 살펴보는데 양쪽 쇄골을 지나는 가로 칼집과 가운데 부분에 길게 갈린 피부는 양쪽으로 팔랑팔랑 넘겨지려 하면서 피부 아래 내장들이 흘끔흘끔 보였다. 주체할 수 없이 미안했다. 돌이킬 수도 없었다. 딸은 자기 몸이 이렇게 된 걸 아는 걸까? 이불 위로 조심스럽게 딸을 눕혔다. 3일은 걸려야 아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프고 미안했다. "엄마가 너무 미안해. 많이 아프지?" "응. 아파, 엄마. 그런데 괜찮아. 그래도 다음에는 이렇게 하지 마~" 딸의 말투에는 원망이 조금도 섞여있지 않았다. 다른 딸도 있는데 왜 자기한테 이러는지, 엄마가 돼서 도대체 자기한테 왜 이러는지, 그런 생각도 하나 묻지 않은 맑은 말투와 어조였다. 자기 몸이 이렇게 된 걸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가까이 다가가 조심히 안아주었다. 잘린 피부의 경계에 조심히 얼굴을 다가갔다. 뜨거운 눈물과 입김에 나의 온 마음을 담았다. 아플까 봐 조심히 입술을 갖다 댔다. 


  아물 것 같지 않던 피부는 제 자리를 잡고 원래의 자리를 찾아 밀착되는 느낌이 들었다. 바느질을 하지 않았지만 마치 바느질이라도 한 듯 봉제선처럼 가위자국은 있지만 피부는 붙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잠에서 깼다. 꿈이었지만 너무 무섭고 끔찍했다. 딸이 있는 꿈을 꾸는 것도 신기한데, 딸의 몸을 내 손으로 자르면서도 이걸 정확하게 자르겠다는 생각 밖에 하지 않다니. 딸이 나를 부르기 전엔 너무나도 사이코패스였다. 나를 불러준 딸이 너무도 고마웠다. 대체 왜 이런 꿈을 꾼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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