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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Oct 27. 2017

운명을 왜 잔인하다고 할까?

티치아노 명화-다이애나와 악테온

모로코의 볼루빌리스에서 본 모자이크 중 이 ‘다이애나와 악테온’은 상당히 에로틱한 모자이크였다. 고대 그리스는 물론이고 그리스도교 이전의 로마제국 미술이 인간육체를 개방적이고 과감히 표현했던 것처럼 이 로마시대 모자이크도 마찬가지였다. 하긴, 지금에야 조금도 과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모자이크가 엄격한 이슬람 지배의 나라에서 파괴되지 않고 보존되고 있음에 고마웠다. 갑자기 아프간의 탈레반이, 또 시리아와  이라크 IS의 무차별 고대유적파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탈레반이나 IS는 이슬람의 탈을 쓴 것이지 이슬람과는 반드시 구별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종교의 이름으로 인류역사상 수많은 미술과 건축이 창조되었지만(사실 거의 다) 또 종교의 이름으로 그 유산이 파괴된 경우도 허다하고 부인할 수도 없다.



이 모자이크는 기원전 43년에 태어난 로마의 시인인 오비드(Ovid)의 ‘변신(Metamorphoses)’에 나오는 ‘다이애나와 악테온’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여기서 다이애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테미스의 로마 버전이다. 신화 내용은 사냥꾼 악테온(Actaeon)이 친구들과 숲속에서 사냥을 하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그만 길을 잃어 버렸다. 그래서 숲속을 이리 저리 헤매다 사냥의 여신인 다이애나가 시녀(요정)들과 목욕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장면을 훔쳐본다(왜 하필이면…?). 이에 화가 난 다이애나가 악테온을 수사슴(Stag)으로 만들어 버리고, 수사슴이 된 불쌍한 악테온이 숲에서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자신의 사냥개에 쫒기다 결국 죽음을 맞이 한다는 비극적 결말이다. 볼루빌리스의 이 모자이크 장면은 악테온이 문제의  다이애나 목욕신을 훔쳐보는 '운명적' 장면이며 거기에다 변신하는 악테온의 머리에 뿔이 자라고 있는 모습도 같이 표현한 것같다. 거의 온전하게 남은 모자이크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만 그 신화의 캐릭터와 내용을 어레 얼핏 짐작할 수있다. 이 모자이크를 보면서 당시 모로코 주둔 로마 사람들은 잘 알려진 신화내용에다 자주 마주치는 이 모자이크 장면을 면서(사실, 훔쳐보면서)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했다. 목욕신 훔쳐봤다고, 그것도 우연하게 일어난 일로, 악테온을 죽음으로 내몬 다이애나의 불같은 성격을 무서워 했을까? 또는 우연히 찾아 온 치명적 매력땜에 자신의 사냥개에 목숨을 잃은 불운의 악테온을 되새기며 같은 운명을 맞지 않기 위해 ‘몸조심 하자’를 볼때마다 다짐 했을까? 그것도 그렇고 이런 모자이크를 집안 바닥에 만들고 밟고 다녔던 당시의 그들도 대단(?)하다.



이 그리스-로마 신화의 내용을 소재로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는 이 신화와  관계된 르네상스 화가 티치아노(Titian. 영어론 ‘티시안’이라 한다)가 그린 두 그림이 걸려 있다. 그는 당시 막강한 스페인 왕 필립 2세(Philip II)의 주문에 의해 서양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을 연작처럼 그렸다.



먼저, ‘다이애나와 악테온(Diana and Actaeon)’이라 이름붙은 티치아노의 그림은 많은 그의 걸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작이라 평가받는다. 이 그림은 앞서 설명한 ‘다이애나와 악테온’ 신화를 중심으로 사냥꾼 악테온이 다이애나와 요정(nymphs)들의 목욕신을 막 훔쳐보는 그 운명적 장면이다. 모로코의 로만 모자이크와 같은 장면이지만 훨씬 관능적으로 표현했다. 물론 오일 페인팅과 모자이크의 재질이 다르고 그래서 디테일한 표현력 자체를 서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 뒤 다이애나는 노발대발하고 악테온을 수사슴으로 만들어 버렸고 끝내 악테온은 자신의 사냥개에 물려 비명횡사 함을 무너진 폐허의 돌탑(또는 벽)위에 올려진 사슴해골로 암시한다. 그 암시에 따라 티치아노는 ‘악테온의 죽음(The Death of Actaeon)’이란 또다른 그림 남겼고 똑같은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 걸려있다. 이 ‘악테온의 죽음’은 1559년부터 그가 죽은 1576년 사이에 그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많은 미술사가들은 티치아노는 이 그림에 만족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그가 죽을 때까지 이 그림이 그의 화실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왜 주문자의 손에 도착하지 못했을까?그래서 이 그림이 과연 완성품인지 아님 티치아노가 예술적으로 만족못해 손질이 더 필요했을 작품었는 의견이 분분하다. 마치 다이애나가 내몬 악테온의 죽음에 대한 각자의 의견이 분분한 것처럼...



하여튼 이 신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모로코의 모자이크와 티치아노의 그림 모두 치명적 매력(Fatal Attraction)은 동시에 치명적 위험이 함께 도사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티치아노는 이 신화그림을 시(Poesie. Poem)라고 불렀다. 즉, 청각으로 듣는 ''가 아닌 시각으로 보는 시(a visual poem)로 여긴 것이다. 티치아노는 이 시각적 시를 통해 관람자에게 뭘 보여주려 했을까? 문자그대로 이 그림에선 여신의 벗은 몸을 보여준다. 육체의 아름다움만을? 누구나가 쉽게  빠져들 유혹은 그 아름다움 , 바로 거기에, 내재해 있다. 이 눈에 보이는 가시적 육체의 치명적 매력과 유혹은 치명적 위험이 반드시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시’에는 ‘행과 불행’이 동시상존하며 이 둘은 인간 손에 결코  좌우되지 않고 ‘운명’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 마치 영어에서 운명(Fate)이란 단어에서 치명적(Fatal)이란 뜻으로 변신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잔인한 운명(a cruel fate)을 짊어진 불행한 사냥꾼 악테온은 시인 오비드에 의하면 순수하고 맑은 청년이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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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 and Actaeon’ by Titian. 1556–1559. Oil on canvas. 185 cm × 202 cm (73 in × 80 in), National Gallery, London

*‘The Death of Actaeon’ by Titian. c. 1559–1575. Oil on canvas. 178.4 cm × 198.1 cm (70.2 in × 78.0 in), National Galle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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