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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Jan 22. 2018

'번즈 나이트'엔 하기스를 먹고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자

스코틀랜드의 문화와 역사

잉글랜드에 윌리엄 세익스피어가 있다면 스코틀랜드엔 로버트 번즈가 있다. 그러나 세익스피어도 번즈만큼 국민 각계각층에서 전폭적인 사랑은 못받을 것이다. 그만큼 번즈는 작은 나라 스코틀랜드에서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국민시인이다. 소설가 월트 스콧 경도, 철학자 데이비드 흄도, 그리고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도 이 국민시인 로버트 번즈를 넘을 수 없다. 그런고로 이 민족시인의 독보적인 위치는 스코틀랜드에서 확고하다.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당시에도 이 국민시인의 이름은 수없이 회자되었다.


이 스코틀랜드의 국민시인 로버트 번즈의 탄생일인 1월 25일을 전후로 '번즈 나이트(Burns Night. Scots: Burns Nicht)'라는 그의 이름을 딴 연중행사가 열린다. 스코틀랜드에서 살았던 외국인들이나 이곳의 대학에서 공부했던 외국학생들이라면 이 날을 스코틀랜드 사람만큼이나 손꼽아 기다린다. 또 '번즈 저녁(Burns Supper)'이라고도 하는 이 번즈 나이트는 스코틀랜드 뿐만아니라 스코틀랜드인이 사는 곳이라면 지구상 어디에나 열린다. 그래서 지금도 흥얼대는 애송시를 통해서뿐 아니라 이 문화적이고도 상징적인 연례행사를 통해서 번즈는 스코틀랜드인들의 가슴속에 해마다 부활한다.


로버트 번즈는 스코틀랜드 에어셔(Ayrshire)지방에서 1759에 태어나 표준영어뿐 아니라 스코틀랜드 고어와 방언으로도 시를 썼다. 보통  '농부의 시인(the Ploughman Poet)'으로 알려진 만큼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스코틀랜드의 자연과 그 속에 살아가는 순박한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노래했다. 그는 영문학사에서 잉글랜드의 워즈워드, 쿨러리지 그리고 셸리등에 영감을 주고 낭만파를 탄생하게 한 장본인으로 보고 있으며 또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원조로 보는 이도 더러있다.  스코틀랜드 문학사에선 물론 그는  빼놓을수 없는 인물이나 그의 시들은 영어에다 스코티시 방언을 많이 썪어 읽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잉글랜드와의 협력과 연합을 중시했던 '월트 스콧' 경과는 다르게 스코틀랜드의 민족적 특성과 잉글랜드와는 다른 독립적인 독특한 스코티시 성향이 이 시인에게 다분히 있었고 또 그의 시에 녹아있어 스코틀랜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되어 왔다.


'번즈 나이트'가 처음으로 행해진 것은 이 시인이 돌아가신 5년 후인 1801년에 그의 친구들이 시인이 탄생한 번즈 코티지(Burns Cottage)에서 그를 기념하며 7월 21일 행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그 후로 이 시인을 기념하는 저녁식사는 해마다 시행되었고 그후 스코틀랜드 전역으로 퍼졌다고 한다.  


번즈 나이트의 저녁식사는 격식을 차려 거창하게 할 수도 있고 또 아무런 격식없이 가까운 사람 여럿이 모여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식사에 꼭 포함시켜야 하는 것은 스코틀랜드의 전통음식인 하기스(해기스. haggis. 양의 내장에다 오트밀을 넣은 요리)와 유명한 스카치 위스키이다(로버트 번즈 위스키도 있다.).


역사적으로 이 저녁식사 전통이 내려오며 재미있는 것도 많이 덧붙여졌고 뒤에 자연히 공식화되었다. 공식적으론 식사 시작전에 스코틀랜드의 전통인, 귀가 찢어질듯 들리는 고성의 멋진 백파이프로 손님들을 환영한다든지 식사중엔 스코틀랜드 전통음악을 배경으로 한다.


번즈 나이트에선 식사전 기도를 꼭 하는데 이를 셀커윽 그레이스(The Selkirk Grace)라고 한다. 이 짧은 기도문은 셀커윽 백작으로부터 초대받은 로버트 번즈가 지은 것이라고 알려졌다. 여기서 그레이스(Grace)는 '은총'이란 뜻뿐 아니라 식사전 하는 기도를 '그레이스'라 부른다.  


Some hae meat and canna eat,

And some wad eat that want it,

But we hae meat and we can eat,

Sae let the Lord be Thanket!


재미있는 것은 또 식사의 하이라이트인 하기스를 주방장이 거룩하게 양손에 들고 테이블로 행진하며 전통의상인 킬트를 입은 백파이프 연주자와 함께 행진하며 들어온다. 그러면 손님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경의를 표한다. 뒤이어 하기스에 대한 연설(Address to a Haggis)을 하고 하기스에 대한 건배(Toast to Haggis)도 하는데 잔을 높이 들고 건배하면서 "하기스를 위해(The haggis!)"라고 답하며 소리친다. 음식에다 건배하는 재미있는 스코틀랜드인들의 익살과 해학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주인은 양의 내장으로 감싼 속을(우리나라 순대와 비슷. 그러나 훨씬 더 크다) 마치 생일날 케익자르듯이 거룩하게 잘라 자리의 손님에게 배분한다. 이때 솜씨있게 잘 잘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속에 들은 오트밀이 튕겨 나와 테이블을 어지럽힐 수도있다. 물론 이 번즈 나이트엔 잘 알려진 007 제임스 본드가 즐겨 마시는 스카치 위스키를 홀짝이며 은근히 취기가 올라 담소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이 번즈나이트의 백미이다. 또 식사중 차례에 따라 로버트 번즈의 시를 낭낭히 낭송하기도 하고 식사준비를 한 여자분들에 대한 코믹한 연설도 재미있게 준비한다. 이 공식 식사의 마지막으론 모두들 손에 손잡고(새해를 맞으며 연말에 연례행사처럼 하듯) 로버트 번즈가 지은 올드 랭 자인(Auld Lang Syne)을 다같이 부른다.  


http://www.brunch.co.kr/@londo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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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runch.co.kr/@london/70

로버트 번즈(Robert Burns. 25 January 1759 – 21 July 1796)

시인이 탄생한 집, 번즈 코티지. 지금은 로버트 번즈 박물관이 되었다.

하기스(Haggis). 눈으로 보기엔 먹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맛은 있다. 스코틀랜드에선 '피시 엔 칩스' 가게에도 하기스를 판다.

스코틀랜드 공식행사엔 자주 킬트를 입는다. 백파이프 연주자는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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