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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Mar 30. 2018

눈을 뜨자, 거룩한 금요일이다...

성주간-성금요일

오늘은 성금요일이다. 영어로 Good Friday라고 한다. 왜 Holy(거룩한)대신에 Good(참된)을 사용했을까? 사실 뜻은 비슷하다. 오후 3시 정각에 십자가 경배의 예절이 있다. 사제들은 경배예절 시작으로 침묵으로 제대앞에 부복한다. 제의는 빨간색이다. 아니 '새빨간'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진홍색 피의 색이며 대지의 색이다. 아담의 색이며 생명의 색이다. 그리고 일년 중 딱 하루, 오늘 하루만큼은 미사가 없는 날이다. 자유로운 날인 것같다. 그럴까? 그 분을 외면한 인간의 자유는 제대보를 벗겨 낸 앙상한 제단처럼 볼품없고 쓸쓸하다.


감실(tabernacle)은 오늘 비어있다. 물론 감실등도 꺼져있다. 그래서 그분이 떠나신 텅빈 감실을 바라보아야 하는 공허한 슬픔이 그 공간을 메운다. 돌아가신 모든 분들을 기억해야 할 경건한 시간이다. 성당의 모든 성상과 십자고상은 자주색 천으로 덮여져 있다. 그래서 성모님과 성인들은 어떻게 이 참을 수 없는 공허를 견디는지 알수가 없다. 성당이 성당이 아닌 날이 바로 이 성금요일이다. 모두가 텅 빈 느낌이다. 육체도 정신도... 인류에게 모든 걸 내어 주신 그분의 성심(Sacred Heart)처럼 통째로 비워 낸 것일까? 비워내고 남은 공허는 어찌할 것인가? 성금요일은 그래서 공허이며 어둠이다. 텅 빈 공허와 존재의 어둠을 경험하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1년에 딱 한번있는 날이다.


성금요일에, 배신한 유다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도 이 공허와 어둠을 경험했을까? 배신의 은전 뭉텅이를 유대인 사제들에게 던져주고 '피의 땅'이라 부르는 '아켈다마(Akeldama)'로 내리 달려간 그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했을까? 어둡고 텅빈 성당에서 달려가는 유다를 기억했다. 그도 분명히 이 텅 빈 공허를 경험했으리라 확신이 들었다. 그렇기에 그 공허를 끝내 이기지 못해, 어둠속에 소경이 되어 이성을 놓치고 히놈(Hinnom)의 계곡, 산지옥이라 불리는 곳, '아켈다마'로 달려갔다. 천국이 아닌 지옥이 보이는 그곳으로 말이다. 유다가 당도한 아켈다마의 흙은 피의 색이다. 성금요일 사제의 제의같은 붉은 색이다. 아담(Adam)이 "a"라는 히브루 알파벳 첫글자 하나로 아다마(Adama. 흙)가 되어 흙으로 변하듯이 그는 붉은 흙으로 그렇게 허무하게 되돌아 갔다.


유다는 이 텅 빈 공허속에서 희망을 보지못했다. 공허의 어둠속에 '부활'이 있다는 그 진리를 놓쳤다. 그의 눈은 세상사에 감염되고 중독되어 감겨져 있었다. 그의 영적감각이 마비된 것이다. 최후의 만찬에서 그가 빵을 적셨던 바로 그때, 희망의 불꽃은 영영 꺼져버리고 말았다. 그는 이 어두운 공허의 공간을 믿음대신 불신으로 가득 채웠다. 참을 수 없는 공허에 집착의 불꽃이 튀자 걷잡을 수 없이 공간은 불신으로 채워져 갔다. 공허속에 희망을 보지못한 그는 피의 땅으로 달려간 것이다. 지옥은 다름아닌 한자락 희망의 빛마저 없는 곳이다. 희망을 볼수있는 내면의 눈(the inner eye), 믿음의 눈(the eyes of Faith)이 굳게 감겨있었던 그는 그 지옥자체였는지 모른다.


눈을 뜨자.

가려져있음으로 동시에 벗겨져 있는 이 성금요일에... 이 참을 수없는 성금요일의 공허에도 믿음의 눈을 절대 감지말자. 항상 깨어있자. 그래서 저 텅 빈 감실에서 부활의 기적이 오묘하게 일어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말자. 그러기위해 오늘 하루, 이 성금요일 공허한 날에 사제들처럼 붉은 제의를 걸치고 제단앞에 부복하자.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계시록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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