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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ndon After eight Nov 19. 2022

[K-컬쳐 매거진] 연극_등. 장. 인 물

#2. 삶 그 자체가 예술인 당신의  #세상과 무대로 등장

[문화와 예술에 대한 전지적 주관적 관점에서 기록하기]

# 광화문 1번 출구로 일상을 퇴근한 관객들의 등장


#01. 프롤로그.  

연극 <등장인물>을 보기 위해  일상 퇴근 후 '관객'으로 등장 중 (pics by @Bonnie)

헐. 레. 벌. 떡. 현재 시간은 7시 20분.

공연 시작 10분 전이다.

모두에게 분명 24시간이 주어지는데 누구한테는 모자라기도, 누구한테는 여유롭게도 주어지는 게 바로 '시간'이라는 것 같다.

 여기 오늘도 하루를 분주히 마친 일상을 퇴장한 1인이 광화문 1번 출구를 통과해 한 명의 관객으로 공연장에 등장하고 있다.


연극 <등장인물>을 보기 위해  일상 퇴근 후 '관객'으로 등장 중 (pics by @Bonnie)


먼저 등장한 인물들이 소란 소란하다.

최종 리허설이 막 마친 것처럼, 아니면 지금도 진행 중인 듯 한 여러 소리들 속에서 조금 더 크고 특징적인 소리가 나는 곳에 시선이 닿으며 하나, 둘, 셋, 넷,...(인원 세는 중).

블랙박스형 공연장 한가운데에 동그라미 테두리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먼저 등장해있는 오늘의 배우님들이 삼삼오오 약속한 자기 자리에 앉아, 오늘 객석을 채워줄  등장인물들을 맞이 한다.




#02. (무대로) 등장? 등장! 그 과정 속으로의 초대장.

(검은 스크린에 영상과 자막 등장)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신재(오늘 공연의 구성과 연출)와 등장인물 1(승연)의 대화이다.

(버스 안에서 들리는 안내 목소리)
"삑~ 승차입니다, 마스크를 착용해주세요".
"다음은 혜화, 혜화입니다"

승연: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신재: "세종문화회관에 가고 있어요, 여기서 노래도 하고 공연을 연습할 거예요"
승연: "좋다~ 좋다~"


#1. 등장한 배우들과 관객들, 시작을 기다리는 중 (pics by @Bonnie)

오늘을 위해서 미리 등장해있던 '배우'역할의 인물들은 여전히 분주한 가운데,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의자에 한 둘 자리하는 이제 막 등장한 관객 배우들은 이미 눈앞에 등장해있는 인물 중 스크린에 비친 자막과 영상에서의 인물이 누군지 두리번거리며 자리한다.  

나 역시도, 이게 시작인 건가? 하고 갸우뚱하고 있는데, 이미 등장해있는 나를 발견했다.

... <스포 주의, 중략.>




# '삶'이라는 무대에 등장하는 모두들


연극 <등장인물>은 서울시극단이 2022년 '사극단의 시선'의 하반기 작품으로 사회로 등장한 발달장애인들의 고유한 이야기들을 자연스러운 그대로 만나는 공연이자 삶의 장면이다.

등장인물의 이름(pics by 세종문화회관)

이들의 무대는 여느 문화예술공연과는 달랐다. 다름은 거부감이 아닌 설렘이었다.

 

2020년 동아연극상 새개념 연극상을 수상한 '신재'연출(#1. 등장에서 목소리 주인공)의  <등장인물>이라는 이번 작품은, '전통적 의미의 극장에서 서지 못한 장애인을 소재의 도구로서가 아닌 주체로서 풀어내 연극의 실천적 담론을 제시했다'라고 평자는 말한다.    

 이들은 일상에서의 등장, 관객들도 퇴근 후 공연장의 문을 통해 등장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 낯설지도 모를 첫인상을 공통적으로 담아내 그들을 '특이한'이 아닌 '있는 그대로'만나게 되는 지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로에게 낯설 수도 있는 만남이 우리 이야기의 시작 또는 과정이 되기를 희망한 연출가 '신재'의 바람대로, 무대에서 등장인물들의 호흡, 움직임, 소리, 시간의 흐름까지도 모두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지점에서 이번 새로운 도전은 꽤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가에게도 예술은 노동이다'. 예술가들도 무대와 조명이 있는 준비된 공연장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수많은 연습을 통해 '익숙함'을 습관화하고도 막상 공연이 시작하면 무대 위에선 한순간도 실수하지 않은 완벽한 모습으로 막이 내릴 때까지 전력질주를 한다(프로페셔널하게).


이 살벌한 무대 위 공연 문화를 오늘의 특별한 배우들은 과연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무대 위에서 모든 걸 쏟아낸 후에야 막이 내리면 그제야 한숨을 돌리는 그 강도 높은 예술 노동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완화시켰을까. 이곳 등장 배우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을까.

공연 시작 시간이 되자 나 또한 한 예술가로서 걱정 앞선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등장인물> 작품 구성 맛보기

 지극히 필자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스포 주의)

#2.  소리를 기록하다. 빨간 피아노에 정열적인 피아니스트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헤테로포니적(?) 흥을 기반한 즉흥 반주음악에 음악 전공인 나는 혼미해졌다. 여러모로.

등장인물(승연)은 그 안에서 음원 녹음을 위해 준비된 좌석에 앉는다.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한번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울퉁불퉁 거칠었던 소리들이 매끄럽게 다듬어져 나온다. 그리고 정열적인 피아니스트(?)의 반주에 살짝 MR을 얹어, 소리와 함께 검은 배경에 악보가 흐른다.

또 다른 등장인물(수진, 임실)들은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정열의 빨간 키보드 반주자의 리듬은 여전히 흥겨운데, 또 다른 SOUND SCAPE가 흐른다. 가사에 담긴 감정이 느껴진다.

#2. 음원 레코딩(pics by 세종문화회관)


#3. 시선이 부르는 곳과 닿는 곳으로 Let's Dance!. 엠마(춤 창작 조력자)가 발구르기와 입으로 내는 다양한 비트와 소리에 저절로 몸이 움직인다. 흥을 깨고 나온 엠마의 목소리, "000 형/누나 춤을 따라 출래!" 화려한 비트 반주에서 한 번,  유창한 한국어 실력 두 번, 놀라게 했던 그의 리드에 맞춰 등장해 있는 배우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다채로운 음악 장르와 소리에 따라 곡이 바뀔 때마다 몸에서 표현되는 지금 그들의 느낌이 관객에게도 그대로 느껴진다. (내게 전해진 느낌=신난다,  즐겁다).


#3. 컨택 즉흥(pics by 세종문화회관)


#4. 커뮤니케이션 서클 춤

무대를 빙글빙글 돌으며 리듬에 맞춰 걸으며 신남, 즐거움이 관객들과도 동화된다.

동그란 테두리 안의 무대를 한참을 뱅글뱅글 돌며 의식의 흐름대로 또는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표현을 이어간다.  혼자든, 둘이든 넷이든 좋다.


#4. 커뮤니케이션 서클 춤(pics by 세종문화회관)
[시선으로 읽은 움직임의 요소들]
뛰기, 걷기, 눈 맞춤, 엉덩이춤, 팔 흔들기, 손잡기, 이끌어주기, 이끌리는 대로 함께 이동해보기, 시선-바라보기, 투스텝, 백스텝, 마카레나 변형버전, 손들기&내리기, 무대 가로질러 뛰어다니기, 양손 위아래로 하며 발구르기, 두 발 뛰기, (파트너와) 양손 마주하기, 양팔 같이 흔들기, 위아래 옆 손가락 찌르기 동작, 고개 숙여 머리 흔들기, 손뼉 치기.....

                                                     

                                                                     

#4. 커뮤니케이션 서클 춤(pics by 세종문화회관)


#5. 각자 세상 속으로 등장하기


(고지선이 유튜브에서 틀어놓은 음악이 흐른다)
"하나, 둘, 셋, 감사합니다!"
인사와 함께 막이 내린다.


즉흥 작품을 보여주던 인물들은 관객이 입장했던 출입문을 통해 세상으로 또다시 등장한다. 세종 S시어터는 B1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들의 오르는 계단 걸음, 세상으로의 새로운 등장이 스크린에 보이고 있다.

#5. (세상으로) 등장


막을 종료하는 자막이 스크린에 띄워졌지만, 세상에 모든 발걸음은 그 누구도 멈추지 안 듯 그들도 매일 어딘가를 향해 걷고 또 등장함을 알려준다. 


여기 오늘 관객으로 등장한 모두가 나간 후에야 진정한 막이 내림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와, 나 또한 세상으로 등장하는 발걸음을 옮겨 오늘 공연을 마친다.  

.

#5. 퇴장 아닌 등장



공연 시작 즈음 매달려있던 생각의 열매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여태까지 생각했던 “공연”이라는 모든 형식의 편견들이 산산이 조각나, 또 다른 질문들이 숙제로 남는다.


누구를 위한 공연인가.
공연의 준비과정 A-Z는 불문율인가.
공연의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어야만 하는가.
공연예술은 이벤트인가.
아니면 삶의 연속성에서 보이는 그저 한 장면인가.


'안녕'이라는 인사는
헤어짐만을 알리기 위함이 아닌
반가운 누구와도 나누는 인사이기에.
무대 위 조명은 꺼졌지만,
어디에든 그들의 등장은
늘. 환영이다.




[공연문의]

서울시극단 02-399-1794


[공연정보]

2022.11.16(수)~11.20(일), 평일 오후 7시 30분 / 주말 오후 3시  (공연시간 : 100 분 / 인터미션 : 0 분)

수~금 오후 7:30, 토~일 오후 3:00 x 구성/연출: 신재


#참여형 연극 #등장인물 #성인발달장애인 #연극 #음악 창작 #춤 창작 #그림 창작


연극<등장인물>의 그림 및 캐스팅 (by @세종문화회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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