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원작(창비 2017)
사진 한 장에 평생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사람들의 삶을 그린 작품
2021년 11월 21일 매우 분주한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 세종 특공대가 떴다!
오늘은 특별히 이금이 원작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2017)'을 뮤지컬로 초연을 하루 앞둔 날로 드레스 리허설이 있는 날이다. 한국의 공연문화에서 관계자 외에는 제작과정을 직접 관람할 기회가 어려운데, 특히 초연 창작 뮤지컬의 공연 하루 전 리허설을 직관할 수 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나러 갔다.
* 하와이의 인사말. 단순한 인사말처럼 보이시만 실은 '거시기'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단어다. 모든 긍정적인 말이 알로하로 다 통용된다. 만날 때 인사말과 헤어질 때 인사말 모두에 쓰인다. 이것이 제목에 들어간 곡으로 알로하 오에가 있다. 알로하 오에(Aloha ʻOe, '안녕하라 그대여')는 1878년 경 당시 하와이 왕국의 여왕이었던 릴리우오칼라니가 쓴 하와이의 대중가요이다. 그녀의 가장 유명한 노래이며 하와이주의 흔한 문화적 상징이다. (출처: 나무 위키, 위키백과)
조건 없이 사랑하고, 서로 화합하며 환대하면서 상호 간의 존중
대부분 하와이의 단순한 인사말로만 알고 있지만, 이 Aloha는 긍정의 모든 말을 대신할 수 있는, "조건 없이 사랑하고, 서로 화합하며 환대하면서 상호 간의 존중"이라는 보다 복잡한 숨은 의미가 있었다. 이런 의미로 하와이를 "알로하 스테이트(Aloha State)"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각 철자 마다도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친절, 통합, 화합, 경험, 참을성.. 사람과 삶 사이에 긍정을 의미하는 의미들이 모두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다.
A-Akahai (아카 하이): 친절, 부드러움
L-Lokahi (로카히): 통합, 조화로움
O-Olu’olu (올루 올루): 화합, 기쁨
H-Ha’aha’a (하아 하아): 겸허, 겸손
A-Ahonui (아호 누이): 참을성, 인내
일제강점기인 1917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 어떠한 내용을 담고 싶었기에, 제목이 '알로하'로 시작하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원작 소설의 내용과 뮤지컬로 해석된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이해해보았다.
SYNOPSIS
1920년 경상도 김해의 작은 마을, 어진 말.
의병활동으로 아버지를 여읜 가난한 양반집 딸 버들,
혼인하자마자 두 달만에 과부가 되어 집으로 들어온 홍주,
무당 손녀라는 이유로 수많은 돌팔매질을 당해온 송화,
어느 날, 중매쟁이가 가져온 사진 한 장에
열여덟 꽃다운 소녀들이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담아 시집간
운명을 건 포화(하와이)에서의 삶이 시작되는데.
사진신부로 바다 건너 저 멀리 하와이에서
세 소녀의 불꽃같은 삶의 의지와 그 모든 이야기.
각자 꿈꾸는 삶이 있다. 나도 그러하듯.
여기 작품 속 세 주인공인 버들, 홍주 그리고 송화도 일제강점기 암흑시대에 제한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조선시대 '여인'이라는 신분을 벗어나기 위한, 제각각 자신만의 꿈을 찾아 새 세상을 찾아서 떠났다.
버들의 꿈: 의병 아버지를 일제강점기에 잃고 혼자 생계를 일구며 힘들게 살아가는 엄마와 그의 첫째 딸. 학구열이 높지만 남자 형제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학업을 잇지 못했던 한이 있다. 포화(하와이)에 가면 공부도 할 수 있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남편 품에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열여덟 소녀는 중매쟁이가 건넨 사진 한 장에 인생을 걸어본다.
홍주의 꿈: 버들이와 한 동네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 시집간 지 2달 만에 과부가 되어서 돌아왔다. 옥이야 금이야 키운 양반집 딸 홍주 엄마는 그 조선시대에도 매우 열린 사고의 캐릭터이다. 자신의 딸이 평생 과부로 사는 것 보다야 새로운 땅에서 새 삶을 살아갈 기회를 딸 홍주에게 쥐어준다. 홍주는 엄마의 이런 성화에 못 이겨 한 선택인 듯 보이지만, 실은 홍주도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대에 설렌다.
송화의 꿈: 버들, 그리고 송화와 같은 동네 친구. 외할머니가 동네의 무당인지라, 무당의 손녀라는 이유만으로 돌팔매질을 당하고만 살아온 꽃다운 나이가 안타까워 외할머니가 가슴으로 그녀의 삶을 응원하며 새로운 땅으로 보낸다. 송화는 말 수가 많지 않다. 많은 매질로 인해 숨기 바쁘고, 사람들을 무서워한다. 그 와중에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버들과 홍주와의 동행 속에서 점점 스스로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소중한 삶을 위해 긍정적으로 살아가길 희망한다.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인생의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드라이 리허설 관람 전, 이번 총괄 프로듀서를 맞은 김덕희 감독님이 로비에서 맞아주셨다.
드라이 리허설 시작 전, 그 바쁘고 복잡한 과정에서도 세종 특. 공. 대를 위해 서울 뮤지컬단 그리고 짧은 작품 소개로 창작 뮤지컬로 만나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세종 특공대 기자단과 김덕희 감독님(이하 김) 공연 전 인터뷰로 만나본 '알로하, 나의 엄마들' 작품
#0. 서울시 뮤지컬단?
김: 저희가 시립단체, 국공립 단체로 있는 단체이고요, 우리나라 최초의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타이들을 걸고 있는 유일무이한 국공립 예술단입니다. 시립 무용단 또는 극단 이런 단체는 이미 전국에 많이 있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예술장르로 편입된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요. 그중에서도 저희가 가장 오래된 단체입니다.
#1.'알로하, 나의 엄마들' 작품 개요?
김: 우리나라의 어려운 시대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좀 희망을 가지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여배우들의 역할이 보다 비중이 많았는데, 그 시대적 관점에서 바라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드레스 리허설로 창작 초연 뮤지컬을 만난다는 것은?
김: 창작 뮤지컬의 초연은.. 약간 '전쟁터'와 같아요. 첫곡이 올라가기 전에 극장에서 준비하는 시간도 너무 타이트하고, 국정에 들어와서 무대 셋업, 조명, 영상 모두 다 맞춰야 하니까 정신이 없죠. 그래서 초연 공연의 경우는 어제 공연, 오늘 공연, 내일 공연이 다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요. 하루하루 맞춰보는 게 다르다 보니까요.
#3. 창작 뮤지컬로 만나는 이번 작품, 초연을 준비하는 드레스 리허설은?
김: 이제 드레스 리허설이라고 하면 공연과 똑같은 조건으로 드레스(의상)를 하고, 메이크업을 하고 공연을 올리는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쉬운 부분들이 발견될 수 있어요. 그 점을 감안하시고 재미있게 관람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서울시 뮤지컬단, 올해 몇 번째 공연인가요?
김: 저희 올해에만 공연이 벌써 4번째 작품이에요. 그중 이번이 세 번째 창작 뮤지컬이고요(무리했죠..^^;;). 사실 한 해에만 창작 뮤지컬 3편을 만든다는 게 무리이긴 한데, 올해 마지막 준비한 작품이니, 국내 유일한 '뮤지컬' 국공립 예술단이라는 이름에 맞게 앞으로도 좀 열심히 창작 뮤지컬을 준비해 라이선스 뮤지컬이 아닌 저희 이야기로 이루어진 뮤지컬을 만드는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코로나로 한동한 주춤했던 공연계가 이제 다시 발동을 거는 중인데,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희의 이런 과정들을 보다 관심 있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5. 오늘 드라이 리허설, 말 그대로 리허설이다 보니, 본 공연 때와 다르게 관객석 까지고 세팅이 많이 복잡하던데요, 어떤 세팅인가요?
김: 일반적인 드레스 리허설은 일반 관객들에게도 잘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저희가 공연을 만드는 마지막 작업 과정을 실감 나게 보실 수 있는 생소한 경험이 되실 거예요. 본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오퍼레이팅 하는 감독님들의 콘솔이 다 내려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거고요, 왜냐하면 직접 무대를 보면서 서로 인터컴으로 소통을 통해 조율을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센터를 보시면 무대 감독님이 계실 건데요. 무대 감독님은 모든 큐를 담당하시면서(조명, 음향 등) 연출 그다음 모든 공연 디자인 파트, 그다음에 모든 오퍼레이터가 지금 극장에 다 세팅되어있어요.(매우 복잡하겠죠). 또 저희 공연 사진 촬영팀도 준비되어 있어서 센터랑 뒤쪽에 스태프들이 준비하고 있을 거예요. 그 점 감안하시고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드라이 리허설 세팅 모습: Musical 알로하, 나의 엄마들
[작품 줄거리]
작품에는 총 세명의 주인공 외에 펄이라는 딸 역할의 여주인공이 한 명 더 등장한다. 춤을 출 때 무언가 자유로움을 느끼는 듯한 펄은 그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데, 엄마인 버들(?) 은 나무라고, 이모(?)인 홍주는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된 이야기가 가득한 상자 하나를 발견하는데.. (중략)
공연장 입장에 앞서 김덕희 감독님의 일제강점기의 조선시대 여성의 슬픔과 애환보다는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연출하기 위해 보다 노력했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원작 소설에서는 보다 상세한 설명들이 그 시대적 배경과 애환이 좀 더 묻어났지만, 역동적인 춤과 의상, 그리고 조명들이 각각의 캐릭터들로 하여금 '희망'의 밝은 에너지를 보다 뚜렷하게 나타내는 듯한 무대였다.
거기에 각 주인공의 엄마, 외할머니에 젠더 프리 캐스팅 gender free casting*은 마치 영국 크리스마스에 볼 수 있는 판토, 판토마임(pantomime)**을 보는 듯 유쾌한 장면을 연출하는 핵심 카드이기도 했다.
*젠더 프리 캐스팅(gender free casting)이란?
극 중 등장하는 역할에 성별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캐스팅을 말한다.
**영국의 판토, 판토마임(pantomime)문화란?
보통 판토마임(pantomime)은 대사 없이 몸짓으로 하는 유희적인 극으로 '무언극'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영국의 판토마임은 영국의 전통 크리스마스 오락으로, 그리스 말인 Pants(전체) + Mimos(흉내)의 합성어로, 동작과 표정에 의해 표현되는 예능, 기술, 배우, 상연, 대본 등을 일컫는 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 연말에 어린이(또는 가족)들을 상대로 하는 동화나 전설 등을 소재로 하여 만들어지며, 가장 큰 특징은 남녀의 성을 바꾸어서 연기한다는 점! 요즘 한국 뮤지컬 공연계에서의 새로운 바람이라 하는 바로 ‘젠터 크리 캐스팅’을 통해 공연 중 성역할이 바뀐 배우가 어떤 역할이냐에 따라 관객들이 야유를 보내거나 또는 응원하며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영국의 전통공연문화이다.
연말은 공연의 계절이다. 실내에서 마음껏 즐기며 한 해 동안의 노고를 위로하기에 좋은 이야기 가득한 공연을 나를 위해 선물하면 어떨까. 창작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오는 2022년 12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진행된다(더 많은 공연정보는 아래 참고!)
예매 홈페이지 바로가기: 알로하, 나의 엄마들
공연문의: 서울시 뮤지컬단 02-399-1771~
예매: 세종문화티켓 02-399-1000/ 클립서비스 1577-3363
세종문화회관 가을-겨울 시즌 라인업: https://youtu.be/ZtjCYXTrZ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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