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난 2023년판 <마술피리>
'행복', 그리고 '성장과 승화'
# 프레스콜- 드레스리허설 공연으로 만난 <마술피리>
공연 하루 전, 대공연장은 마지막 점검을 앞두고 매우 분주했다.
세종문화회관의 대학생 기자단에게는 이러한 분주함에도 본공연 보다도 더 리얼한 드레스 리허설을 직관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졌다.
[시놉시스]
큰 뱀에게 쫓기던 이집트 왕자 타미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밤의 여왕의 시녀들에게서 여왕의 딸 파미나가 악마 같은 사제 자라스트로에게 납치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파미나의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한 타미노는 밤의 여왕에게 마술피리를 받아 새 잡이 파파게노와 함께 공주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악당인 줄 알았던 자라스트로가 의로운 사제이고,
여왕이 악인임을 밝혀지는데..(중략)
#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실루엣과 공연의 시작.
무대 조명의 역광으로 인해 지휘자의 손끝의 움직임이 실루엣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공연을 함께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그들의 수장, 이병욱 지휘자가 등장했다.
웅장한 서곡을 시작으로 무대 장면들이 변화한다. 그리고 하나 둘 인물의 등장으로 마술피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여기는 광화문, 서울 공연문화 일번지!
타미노의 등장. 위트 한 스푼으로 행복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대사를 만났다.
그리고 등장한 파파게노.
초록색 의상이 푸른 숲 속을 모두 관장하고 있는 그의 캐릭터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두 인물의 대화 장면에서 이곳이 어디냐 서로 물어보며 경복궁?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이라 주고받는 대화는 국내의 관객들을 배려한 대사로 연출된 세심함이 전달되어, 공연의 시작부터 감동이었다. 모든 게 독일어 원어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국어 대사를 통해, 오페라라는 먼 예술 장르가 조금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찰나로 느껴졌던 것 같다.
# 공연 장면의 기록들!
# 파파게노! 마법의 종을 울려라!
파파게노는 예쁘고 착한 여자를 원해요
파파게노의 목적은 처음부터 예쁘고 착한 자신과 함께할 배우자를 구하는 것에 있었다. 파파게나로 변신 전의 노파를 볼 때마다 기겁하는 파파게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그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었는데, 그의 소원대로 마침내 파파게나를 만난 그는 파파게나와의 희로애락을 곧바로 허락하지 않고 가로막는 자라스트로의 음성은 파파게노에게 자신의 사랑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알게 하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난 오페라 프리뷰 때 소개된 영국 Royal Opera House에서 공연된 국민배우 바리톤 로더릭 윌리암스(Roderick Williams)의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노래로 이 장면이 국내 버전에서는 어떻게 연출될지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파파게노와 파파게티가 주고 받는 멜로디들 속에서 수많은 미니 파파게노와 파파게나가 멜로디만으로도 등장 또 등장해, 다복한 가정이 그려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제작진의 이야기
2023년 관객들에게 선보일 작품의 테마를 '행복'이라고 설정한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의 의도대로 공연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독일어로 된 합창과 아리아 부분을 제외하고 국내 관객들과 교감을 위해 위트 있게 맞춤형 한국어 대사로 설정되어 진행된 공연을 보며, 흐르는 노래에서는 선율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그들의 재치 넘치는 대화에서는 유쾌함과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성장과 승화'로 해석해, 인물들의 서사부터 시각적 표현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애썼다. 이와 같은 수직적 상승은 어둠에서 빛으로 이동하는 움직임과 같아서 선이 악을, 진리가 거짓을 몰아낸다는 작품의 내용과도 맥을 같이하도록 연출한 조수현 감독의 무대와 영상의 세심한 감각이 지난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나는 <마술피리>의 세련된 무대의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완성도 높은 공연의 결과는 아마도 국내외 이미 탄탄한 실력으로 인정받는 연주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번 2023년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오페라 프리뷰 1부에서 공연했던 파미나 역의 소프라노 김순영, 타미노역의 테너 박성근, 그리고 파파게노 역의 바리톤 양준모 외에도 "다시없을 라인업"이라 자부할 만큼 유럽, 미국, 한국을 평정한 화려한 실력파 성악가들이 대거 만날 수 있었다. 이날 프레스콜에서 만난 연주자들은 소프라노 황수미(파미나 역), 테너 김건우(타미노 역), 소프라노 김효영(밤의 여왕 역), 베이스 이준석(자라스트로역), 바리톤 김기훈(파파게노 역), 소프라노 김동연(파파게나 역) 등이었다. 합창에는 서울시 합창단과 마에스타오페라 합창단이 함께 했으며,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원들이 천사의 역할을 맡아 함께 선율을 채워나갔다.
지난 오페라 프리뷰 때 , 천사 역할에는 성인 성악가들 중 무대 경험이 많은 메조소프라노로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무대에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반면, 빈소년소녀 합창단원들이 함께 공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는데, 이번 2023년판 한국에서의 <마술피리>에는 서울시 소년소녀합창단원들이 등장해 그들의 청아한 목소리로 천사역을 소화해 극적인 스토리 전개에서 행복한 길의 안내자 역할로 멋지게 소화해주고 있었다.
# 2023년 오페라 <마술피리> 출연진(더블 캐스팅)
# 대한민국 No. 1 공연장답게. 역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각각의 시트의 뒤쪽에 준비된 프라이빗 스크린을 통해서 독일어 원어로 곡이 연주될 때마다 그 내용을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보통 프로시니엄 극장형태에서 원어로 된 곡이 연주되는 경우 양 측면에 스크린이 설치되어 곡의 이해를 위해 자막을 볼 때면 공연자들의 무대를 함께 볼 수 없는 점들이 매우 아쉬운 점 중 하나였는데, 이곳 대극장의 경우는 각각의 시트 뒤쪽에 설치된 작은 자막을 통해 무대와 자막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오는 점이 매우 감동이었다. 이전에 영국의 ENO(English Opera House)에서는 이탈리어로 된 원곡을 연주할 때, 무대 위쪽(보통 현수막이 달리는 위치)에 스크린이 설치되어 무대 위의 공연자들과 곡의 가사를 함께 볼 수 있었도록 설치된 형식을 처음 보고서, 한국에서도 한국어가 아닌 다른 원어의 곡이나 자막이 필요한 경우 이런 설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 역시, 대한민국이라며 한국의 기술력과 공연 문화(시설)의 성장된 모습에 감동과 찬사의 물개박수를 쳤다.
# 3일간의 짧은 여정, 그리고 다음을 기약.
사실 20여 년 만에 준비한 마술피리가 단 3일 만에 막이 내렸다는 사실이 이번 기회를 놓친 관객들에게는 또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매번 최고의 공연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발전하는 서울시 오페라단이 준비하는 '다음'이라는 그때에도 긴 기다림에 또 충분한 보답을 해줄 거라는 기대가 있기에.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으로 기다려보면 어떨까.
다음 <마술피리> 공연 소식이 업데이트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See You Again.
#Appendix
[1] Insight into Mozart's Magic Flute(The royal opera): https://www.youtube.com/live/IP5_E3Ye2os?feature=share
[2] The Magic Flute 'pa-pa-pa, Papageno' duet(The royal opera): https://youtu.be/9Q0ZDZB-AnM
2023년판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 일정 : https://www.sejongpac.or.kr/portal/performance/performance/view.do?performIdx=33848&menuNo=2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