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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희준 Apr 04. 2016

시장 속의 책방

-소설가 노희준의 전국책방순회콘서트(일정 및 펀딩편)



드디어 전국책방순회콘서트의 일정이 나왔습니다.


4월 30일(토) 오후 5:00 괴산 숲속작은책방


5월 2일(월) 오후 7:00 대전 도어북스

5월 3일(화) 오후 7:00 전주 조지오웰의 혜안

5월 4일(수) 오후 7:00 진주 소소책방

5월 5일(목)  (게릴라)  통영 봄날의 책방


5월 7일(토) 오후 3:00 제주 북타임


  스토리펀딩도 시작하였습니다. 부디 제주도까지 갈 수 있게 도와주소서.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4198


  일정은 나왔지만 오늘 소개할 광주의 책방들은 목록에 없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인데 모든 책방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일례로 전주의 <우주계란>은 지구가 싫어 우주로 떠났는지 사라지고 없었죠.


  광주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오월의 방>이 텅 비어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깜짝 놀라 왔다갔다하는 남자분에게 물어보니 친구에게 인수하셨답니다.


  <오월의 방>을 <라이프, 라이프>로 바꾸고 계속 책방을 하되 안쪽에는 독립영화상영을 둘 계획이라지요. 하긴 출판만 어려운 건 아닙니다. 서울에는 독립영화를 걸 영화관이 아예 없지요. 홍대인근의 카페에서 상영하던 것도 요즘에는 사라지다시피한 느낌입니다.



  저 안쪽에 방이 하나 더 있더군요.


  망한 것은 아니라고 하나 뭔가 새로운 모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영업이 녹록치않았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홍대에서도 포기하다시피한 계획을 이곳에서 이어간다니 고무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서울과 비교해 임대료가 현격히 저렴한 지방에서는 단편영화 상영 외에도 수많은 기획들이 가능하겠지요. 제가 지방책방을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월의 방>이 있던 곳과 <파종모종>의 거리는 채 일 킬로미터가 되지 않았습니다. 도보로는 500미터 정도로 데이트를 하며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더구나 걸어가는 곳곳에 작은 카페나 상점들이 심심찮게 나타나서 앞으로 이 일대가 광주의 문화거리가 될 것임을 점칠 수 있었습니다.


  그때가 되면 <Life Life>에서 독립영화를 보고, <파종모종>에 들른 다음 대인시장을 구경할 커플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자, 오늘 제가 그 데이트코스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파종모종>이 있는 건물의 모습입니다. 사실 여러분은 거대로봇의 머리부분을 보고 계십니다. 머지않아 땅을 뚫고나와 우뚝 서서 이 거리를 성큼성큼 걸어다닐 로봇 말이지요.


  1층에는 카페가 있고, 2층에는 페인트가게와 작업실, 그리고 3층에 파종모종이 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파종모종 역시 복합공간입니다. 작가들의 작업공간 및 매장과 서점이 함께 있는 형태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지역의 어떤 어르신이 예술하는 후배들을 위해 내놓은 공간이라고 합니다. 이런 작업실을 공짜로 쓸 수 있다니 무척 부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약간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내놓은 공간이라면 이윤이 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요.


  파종모종의 전경입니다. 예쁘죠?



  개인의 기록을 담은 출판물이 독립출판의 특성 중 하나로 자리잡혔다는 얘기는 지난번에 한 적이 있지요.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가 SNS의 콘텐츠 형식을 종이책에 옮겨놓은 것인데요, 이는 십년전 인터넷콘텐츠 학자들이 개인사 및 구비문학적 특질이 사이버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 일치하는 대목입니다.



  



사실 이 나라는 그 수많은 엄마들 덕택에 잘 살고 있는건데, 우리는 엄마들을 너무 잊고 살지요.

  여행다니면서 친구들에게 보냈던 엽서를 모아둔다거나, 유럽의 여행지에서 엄마에게 쓴 편지를 공개하는 등의 기획입니다. 얼마전 SNS에서 홍승희 씨가 엄마는 여러 방면의 천재였지만 그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긴 글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홍승희 씨 어머니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홍승희 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습니다.)


  사실 이 나라는 그 수많은 엄마들 덕택에 잘 살고 있는건데, 우리는 엄마들을 너무 잊고 살지요.  출판형식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존의 매체로는 담을 수 없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수많은 개인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독립출판물의 이러한 특성은 독립잡지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존의 메이저잡지들이 속속 폐간하고 있는 가운데 튀는 개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독립잡지들이 히트를 치고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앞으로는 이러한 경향의 잡지가 대세가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심지어 이 잡지들은 광고의존율이 낮아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답니다.




개성적인 트렌드로 무장한 독립잡지가 잡지시장의 레드오션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실컷 구경하고 나오다보니 이런 이게 뭐죠?




바로 이것이 파죵?


(쑥스러우니 얼릉 넘어가겠습니다. 심지어 이것은 파가 아니랍니다. 대체 저게 뭘까요?)


장소가 협소하여 공연은 할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밖에는 새로운 발견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걷다가 우연히 예쁜 카페를 보았고, 가까운 곳(100여미터)에 있는 시장의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일행중 한명이 저기 가볼까? 했고, 시장구경 나쁘지 않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습니다.



걷는 모습 좀 보세요. 시장이 다 시장이지 뭐, 하는 태도 아닙니까?


하지만 광주의 대인시장은 그냥 평범한 시장만은 아니었습니다.



광주의 대인시장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 때로는 견고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포석처럼 깔려 있었습니다. 저런 공방이라니, 정말 훌륭하지 않나요? 실용적인 공간이면서 지속가능하고 심지어 예쁘기까지 합니다.




치열한 경쟁의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모두들 이렇게 사는 세상이 돼야는데 말이죠.


시장의 안쪽으로 더 걷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공간을 보게 됩니다.



바로 오늘의 주제인 시장 속의 책방!


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사실은 수공예품 및 예술작품 편집샵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이런 공간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는 기대치 않았습니다.



  물어보니 시에서 전략적으로 만든 가게라고 합니다. 지역의 이름있는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아직 이름을 얻지 않았더라도 예술적 가치가 높은 예술가들을 공모를 통해 발굴하여 이와 같은 방식으로 판로를 개척했다고 합니다. 이건 정말 박수쳐주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가 소싯적에 지방문화거리조성사업에 한번 참여한 적이 있어서 잘 압니다만, 


  문화거리를 조성하기 힘든 지방에서 시장이라는 기존의 인프라를 이용하여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을 구축했다는 건 참으로 고무적인 발상입니다.


  그러니 생각해볼 밖에요, 이 시장에 책방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이죠.


  책방이 왜 시장에 있냐고요? 책은 시장과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소설은 시장의 산물입니다. 귀족들이 가문의 무용담을 허구로 만들어서 지들끼리 즐기던 문학을 Litera Romana라고 합니다. 이것은 막대한 권력을 가진 후원자가 작가를 고용해서 창작한 것이므로 내용과 형식의 자유란 사실상 없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중심으로 대중들에게 팔려나간 소설 Litera Novella 은 달랐습니다. 재미있고, 현실적이었으며, 때로는 풍자적이고, 현실비판적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근대소설의 탄생이며 그 중심에는 시장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시장에는 문화가 필요하고, 예술에는 시장이 필요합니다.



시장에는 문화가 필요하고 예술가에게는 시장이 필요합니다. 이 두가지 문제를 훌륭하게 복합한 가능성을 광주에서 보고 왔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대인시장 안에 책방이 생기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래도록 생기지 않는다면, 제가 한번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저는 이곳저곳 골목에 관심이 많아요~~




그럼 다음에는 진주로 장소를 옮겨 지역출판의 저력을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콘서트 일정의 업그레이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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