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필독서 - 프레젠테이션 #5
K대리는 열심히 일을 하기로 유명한 열일러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K대리는 밤을 새워서 발표자료를 만들었다. 열심히 준비한 자료로 높은 임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발표가 끝나자 기대와 달리 회의실은 적막에 휩싸였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정답은 바로 "맥락"에 있다. 즉, 발표의 목적이 무엇인지, 청중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디에서 하는지, 언제 하는지 등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것은 마치 적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총을 쏘는 것과도 같다. 보지도 않고 쏘는데 맞을 리 없다.
따라서 발표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발표를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그렇다면 발표의 맥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필자가 제시하는 간단한 4W1H 기법을 통해 맥락을 이해하고 발표를 더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4W1H는 영어의 육하원칙에 해당하는 5W(Who, What, When, Where, Why) 1H(How)에서 무엇(What)만 뺀 것이다. What은 프레젠테이션 내용과 디자인 자체이기 때문에, 먼저 4W1H를 통해 맥락을 파악하고, 그다음에 프레젠테이션 내용(What)으로 넘어간다고 보면 된다.
4W1H는 다음과 같이 질문으로도 표현해 볼 수 있다.
청중은 누구(Who) 인가?
어디에서(Where) 프레젠테이션 하는가?
프레젠테이션의 목적(Why)은 무엇인가?
프레젠테이션은 언제(When) 하는가?
프레젠테이션을 어떻게(How) 전달할 것인가?
각각의 질문에 답을 해보면 발표의 맥락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각 질문을 살펴보면서 어떻게 프레젠테이션을 더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프레젠테이션의 맥락을 이해하는 가장 첫 단계는 청중이 누구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청중이 없는 발표란 없다. 그만큼 청중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청중의 수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청중의 수이다. 불특정 다수인지, 소규모 그룹인지, 아니면 한 사람인지를 알아야 한다. 실무 현장에서는 소규모 그룹 (2-20명)이나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제일 흔하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표할 때는 발표물의 내용이 단순해야 한다. 소규모 그룹에 대한 발표와는 다르게, 발표물을 이해하는지 확인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발표물은 최대한 단순해서 누구나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지난 글에서 다뤘던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가 좋은 예시이다. Ted Talk에서도 자주 보이듯, 사진 한 장, 차트 하나, 영상 하나만 보여줘야 한다. 불릿 포인트를 이용하더라도 3-4개가 넘어가면 벌써부터 복잡해진다. 반드시 불릿 포인트를 써야한다면,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한 번에 하나의 불릿 포인트만 드러나게 해야 한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발표물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발표물이 없으면 청중들은 발표자의 입에만 집중한다. 발표자의 언변과 카리스마가 중요한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어려운 방법이다 보니 Ted Talk에 나오는 강연자들도 대부분 발표물을 활용한다.
2-20명의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발표할 때는 그중에 제일 중요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파악하고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20명 중에 19명이 이해 못 하더라도, 제일 중요한 이해관계자 1명이 이해한다면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발표 자료를 보통 공유하기 때문에, 나머지 19명에게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1명을 대상으로 할 때는 주고받는 인터랙션(Interaction)이 많이 발생할 수 있도록 발표를 구성해야 한다. 1명을 대상으로 하는 발표가 일방적이라면 실패한 발표이다. 발표의 목적이 정보 공유든 설득이든, 최대한 많은 인터랙션을 유도해야 한다.
청중의 인구통계학적 특징
다음으로 알아야 할 것은 청중의 인구통계학적인 특징이다. 쉽게 말하면 나이, 성별, 언어와 같은 기본적인 특성을 말한다. 실무에서는 대부분 발표자와 청중사이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케이스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 보자.
먼저 청중이 너무 어리거나, 나이가 많을 경우에는 발표 구성을 그에 맞춰 다르게 해야 한다. 영국에 사는 필자의 경우 아이 유치원에서 "흥부와 놀부" 동화를 영어로 번역해서 읽어준 적이 있었는데, 그림 한 장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회사에서는 고등학생들을 금융권에 인턴으로 고용하게 하는 Career Ready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등학생에게 발표를 하게 된 경우가 있었는데, 관심사나 지식의 정도가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내용을 완전히 바꿔야만 했다.
다음으로 성별의 경우, 너무 한쪽 성별에 치우쳐져 있는 경우에는 발표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성별에 따라 관심사와 경험의 종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여성이 많은 그룹에서 발표를 하는데 군대나 축구에 대한 얘기를 하거나 비유를 한다면 공감을 많이 얻지 못할 것이다.
언어의 경우 외국계 회사나 외국 바이어들을 상대로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문화가 다르다는 말이기 때문에,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청중이 있다면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해 얘기해서는 안된다. 또한 통역과 번역에 대해서도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한다.
청중의 배경
인구통계학적 특성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청중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청중의 배경 중에서도 전문성과 기대치, 그리고 청중 간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청중의 전문성을 보자. 전문가에게 하는 발표는 전문용어나 약자 등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발표를 수월하게 해 준다. 반면, 비전문가에게 전문적인 내용을 발표하는 경우에는 내용을 이해하기 수월하게 만들어야 하고, 발표 시에도 상대를 이해시키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 필자의 경우, 상대가 비전문가인 경우에는 유치원생 딸에게 설명한다는 마음으로 청중을 이해시키려 노력한다.
다음으로 청중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청중의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의미가 있는 질문이다. 청중의 기대치에 무조건 부응하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청중이 기대하는 것과 발표의 내용이 상충하는지, 일치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발표가 수월해진다. 상사에게 발표한다고 할 때, 상사는 중간보고 정도의 내용을 기대하는데 결과와 제안까지 발표한다면 상사의 얼굴에 물음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청중의 기대치보다 약 반 발짝만 앞서가는 것을 추천한다. 하고 싶은 말이 천지라도, 그 이상 앞서 가버리면 청중들은 발표자와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발짝 이상 기대치를 앞서가거나 뒤처지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청중들 간의 관계에 대해 알아야 한다. 누가 실권자인지, 누가 의견을 주도하는지를 파악하면 그에 맞춰 발표를 구성할 수 있다. 청중들을 잘 모른다면, 귀찮더라도 미리 조사를 해볼 필요도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어디에서 하는가 또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다. 팬데믹을 거치며 화상 채팅과 화면 공유를 통한 프레젠테이션이 이제는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이번에는 원격 프레젠테이션을 포함해 프레젠테이션의 공간에 따라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보자.
먼저, 대강당 같은 다수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면 반드시 리허설을 통해 장비를 점검해야 한다. 회의실에 비해 사용 빈도가 적기 때문에, 장비가 제대로 준비되어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장비 자체가 평소 쓰던 것과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해야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측면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을 띄우는 화면의 크기를 감안해야 한다. 작업하고 있는 컴퓨터 화면에서는 예쁘게 보이는 프레젠테이션이, 커다란 화면에 띄워놓으면 글자가 너무 크거나 그림이 너무 커서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보통 화면이 커질수록 화질이 떨어지고, 회의실 등과 다르게 조명이나 화면에 나오는 색감도 다르기 때문에, 연한 색보다는 진한 색을 위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연한 색을 사용하면 가독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
구성 측면에서도 많은 글보다는 차트나 그림, 키워드를 중심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청중의 수가 많아져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컴퓨터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글자가 훨씬 크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고개를 돌려가며 글을 읽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다음으로 회의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면, 자리배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 회의실에서 발표할 때 가장 최악의 자리배치는 스크린 반대쪽에 앉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청중들이 프레젠테이션에 집중을 하다가도, 발표자가 강조를 위해 목소리를 키우거나 조금이라도 발표와 무관한 얘기를 하면 발표자를 바라보게 되어 집중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인원이 많지 않다면, 회의자료를 출력해서 돌리는 것도 고려해야 봐야 한다. 회의자료를 출력했을 때의 장점은 청중들이 필요할 때마다 자료를 앞뒤로 들춰가며 볼 수 있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화면에서 보이는 것과 출력물의 색감 차이가 있고, 반투명 색의 경우에도 제대로 표현이 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색감에 신경 써야 한다.
사족이지만, 최고의 프레젠테이션 도구는 역시 칠판이다. 칠판에 글을 쓰기 전까지는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집중도를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 된다. 가능하다면 회의자료 대신, 빈 칠판에 글씨를 쓰면서 프레젠테이션 한다면 더 효율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화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경우가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다. 줌과 같은 화상채팅이 대중화되기 전만 해도, 이런 종류의 프레젠테이션이 종종 있었다. 보통 발표자료를 미리 청중들에게 송부하거나, 아니면 발표자료 없이 말로만 발표를 이어가는데, 청중들의 반응도 알 수 없고 발표 자료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으니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가능하면 이런 상황을 피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불가능하다면 가장 중요한 메시지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중요한 내용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질의응답시간을 가져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줌과 같은 화상채팅을 통해 발표를 하는 경우에는 발표 자료의 가독성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화상채팅을 통한 발표에서 청중은 발표자보다는 발표 자료만 보게 된다. 따라서 발표 자료의 가독성이 조금만 떨어져도 발표의 효과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마우스 커서를 활용해 레이저 포인터처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마우스 커서도 발표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정신없게 움직인다던가 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