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필독서 - 프레젠테이션 #10
서점에 가보면 수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만약 사려고 마음먹은 책이 없는 상태에서 그냥 읽을 만한 책을 고르기 위해 서점에 들른 것이라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아마 표지가 눈에 띄는 책부터 고를 것이다.
시장이라면 갖가지 음식 냄새나 호객 행위로 손님들을 끌었겠지만, 냄새도 나지 않고 말도 할 수 없는 책이 서점에서 자신을 뽐내는 방법은 표지 하나뿐이다. 특별한 프로모션이 없는 이상, 온라인 서점도 마찬가지다. 검색해서 나온 결과 중 표지와 제목을 보고 더 내용을 읽어볼지 결정한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프레젠테이션 표지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 때로는 프레젠테이션을 출력해 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표지에 무척 공을 들이는 경우가 있다. 화려한 그림에 수려한 폰트는 물론이고, 전문 디자인 회사를 고용해 표지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움직이는 화려한 표지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프레젠테이션 표지는 실무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제목은 중요할 수 있다. 제목을 통해 청중들은 프레젠테이션의 내용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레젠테이션 표지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청중들은 발표자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기 위해 자리에 앉아있기 때문이다. 서점의 책처럼 표지를 통해 손님을 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표지는 기본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프레젠테이션 표지의 기본 요소들에 대해서 간단히 다뤄보자.
표지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제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해하지 말자. 제목을 잘 짓는 법에 대해서 몇 시간이나 되는 강의를 들을 필요는 없다. 그저 내용이 잘 드러나게 제목을 지으면 된다.
프레젠테이션이 실제로 벌어지는 실무 현장을 상상해 보자. 발표자는 프레젠테이션의 표지를 보통 화면에 띄워놓고, 청중들이 준비되기를 기다린다. 청중들은 발표자가 발표를 시작하기 전에 표지를 들여다보고 제한적인 정보를 얻는다. 발표의 제목이 무언지, 발표자는 누군지 등 말이다.
기본적인 정보만 충족되면 그만이다. 반대로, 표지에 더 많은 내용들을 넣었다고 생각해 보자. 기본 정보 외에 발표의 내용을 요약해서 넣어놨다면? 흥미로운 방법이겠지만, 청중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청중들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많은 정보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발표자가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발표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보를 이해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제목도 기본적인 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한 한 시간짜리 발표자료라면, "기후변화의 위험"이라는 단순한 제목이면 족하다. 액션 타이틀의 기법을 활용해 "기후변화의 위험을 기회로 바꾸기"라던가 "기후변화 위험을 해결해야 미래가 존재한다"와 같이 결론을 조금 섞어 청중의 흥미를 이끄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제목만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뼉 칠 청중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목을 지을 때는, 불릿 포인트와 같이 텍스트로 된 내용을 다룰 때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지만, "Dangling Word(매달려 있는 단어)"를 주의해야 한다. 다음 예시를 보자.
위의 예시에서 제목으로 쓰인 두 문장은 완전히 같은 내용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두 번째 문장에서는 조사 한 글자를 생략해 한 줄에 글이 들어오게 만들었다는 것뿐이다. 위의 문장에서처럼 한두 글자가 매달린 것처럼 다음 줄에 있는 것을 댕글링 워드라고 하며, 가독성을 방해하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만 봤을 때 크게 와닿지 않는다면 다음 예시를 보자.
위의 문장에서 댕글링 워드가 두 번 연속으로 쓰였다. 가독성 점수를 매긴다면 0점짜리다. 특히 큰 화면에 띄운다 생각해 보면, 청중들은 고개를 크게 두 번이나 돌려야 제목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가독성 0점짜리 제목으로 시작하면 나머지 발표가 어떨지는 불 보듯 뻔하다.
물론 모든 글을 한 줄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제목을 수정할 수 없어 무조건 한 두 글자가 넘치게 되는 경우에는 글자 크기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아래)
글자 크기도 변경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중간을 과감하게 끊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소제목이나 다른 정보의 배치가 영향을 받으니 가급적이면 제목을 요약해 한 줄로 바꾸자.
제목의 폰트 사이즈는 눈에 잘 들어오게 너무 크거나 너무 작지만 않으면 된다. 제목의 정렬은 왼쪽 정렬을 해야 한다. 이유인즉슨, 우리는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기 때문이다. 아래 두 슬라이드를 비교해 보자. 첫 번째 슬라이드는 중간 정렬, 두 번째 슬라이드는 왼쪽 정렬이다.
사실 둘 다 괜찮지만, 중간 정렬 표지의 문제는 대부분 왼쪽 정렬로 되어있는 프레젠테이션 본 내용과 일관성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프레젠테이션 전체의 일관성과 청중들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습관을 감안하면 왼쪽 정렬이 훨씬 낫다.
이번에는 소제목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먼저 소제목은 무조건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답변부터 해보자면, 소제목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소제목은 보통 프레젠테이션 내용에 대해 추가 정보를 줄 때 사용한다. 아래 예시에서는 소제목을 통해 프레젠테이션에서 무슨 내용을 다룰지 주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 소제목이 빠지더라도, 프레젠테이션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만 소제목을 통해 청중들이 무슨 내용이 나올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소제목에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하는지 정해진 규칙 같은 것은 없다. 때로 소제목에 "초안"과 같이 프레젠테이션이 완성된 것이 아님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다. 소제목 대신에 아래와 같이 표지 귀퉁이에 표시해 주는 것이 훨씬 낫다.
소제목은 제목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제목이 더 돋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길이 또한 가능하면 제목보다 짧은 것이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소제목의 색을 제목과 다르게 하는 것은 청중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니 피하도록 하자.
다음으로 표지에 주로 넣는 정보는 날짜와 발표자에 대한 정보다. 날짜는 "2024년 3월"과 같이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 낫다. "2024년 3월 25일"과 같이 길게 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만. "2024.3"이나 "3/2024"와 같이 기호로 표시하는 것은 청중에 따라 다르게 이해할 수 있으니 피하자.
발표자에 대한 정보는 정확도가 중요하다. 발표자가 여럿인 경우, 가능하다면 발표 순서에 맞춰 전부 표기해 주는 것이 좋다. 그룹이나 팀, 회사인 경우에는 약자보다는 풀어서 쓰는 것이 낫고, 로고가 있는 경우에는 로고를 쓰는 것도 괜찮다.
이런 요소들은 중요하기는 하지만 제목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따라서 크기는 확실히 작게 해야 한다. 아래 예시에서는 소제목과 크기를 통일했다.
흰색만 있는 표지가 밋밋해 보인다면 조금 디자인 요소를 추가해도 좋다. 물론 회사에서 사용하는 프레젠테이션 템플릿이 있는 경우, 앞서도 얘기했지만 마음에 안 들어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미 사람들이 그 템플릿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표지에 그림이나 사진을 넣는 것을 한 번 보자. 우선 아래와 같은 표지 디자인은 꽤 흔히들 봤을 것이다.
이런 슬라이드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그림이나 사진을 붙여 넣고 맨 뒤로 보낸다. 그 후에 파워포인트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효과를 이용해 밝기와 대비를 조정하면 된다. 그 후에 글자색을 흰색으로 바꿔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다. (아래 참고)
아래와 같이 반투명한 검은색의 박스를 만들어 제목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만드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검은색 박스 도형을 추가해 제목과 배경 사이에 놓는다.
2) 다른 채우기 색 선택 (영문판에서는 More Fill Colors...)
3) 투명도를 30%로 올린다 (영문판에서는 Transparancy)
4) 비슷하게 날짜와 발표자에도 반투명한 검은 박스를 만들어주면 완성.
이렇게 반투명한 검은 박스를 이용한 표지도 아마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실무 프레젠테이션에는 무조건 피해야 하는 표지 디자인이다. (피해야 하는데 표지 디자인을 왜 굳이 보여줬냐고 묻지 마라. 알아야 자제도 하는 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파워포인트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효과에 비해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고, 출력물이나 발표 환경에 따라 제대로 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멋있는 그림을 넣는다 하더라도 청중들이 프레젠테이션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건 표지에서도 마찬가지.
그중 그냥 허전해서 넣는 그림이나 사진이야말로 제일 최악이다. 지난 시간에도 다뤘지만, 그런 그림이나 사진은 아무리 관련성이 있다 하더라도 주의를 분산시키며, 프레젠테이션을 이해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멋진 그림을 찾고 배치와 디자인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프레젠테이션을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들지 고민하는 게 훨씬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흰색 배경에 글자만 덜렁 있는 프레젠테이션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주 쉽게 표지를 멋지게 바꾸는 방법이 있다. 바로 제목 앞에 선 하나 추가하는 것이다.
선 하나만 추가했을 뿐인데, 프레젠테이션 표지가 훨씬 깔끔해 보이고 프로페셔널해 보인다. 필자는 여기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분명 다른 디자인 요소를 추가해 표지를 멋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표지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표지를 멋지게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멋진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이 성공을 가져온다면, 기업의 CEO들은 전부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이 차지했을 것이다.
잡다한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기술을 익히기보다 기본에 충실하자. 그것이 필자가 지난 회사 생활에서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알아낸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