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카당스 Aug 15. 2024

동화책 연구노트

동화책 쓰기 프로젝트 - 2

힘들게 만든 첫 페이지가 뭔가 어설프고 마음에 안 들었다. 동화책 페이지라기보단, 만들다 만 회사 발표용 프레젠테이션같다고나 할까?


다행히 우리 집에는 참고할만한 동화책이 무지하게 많았다. 앉은자리에서 스무 권 정도를 읽으면서, 내용보다는, 그림 구성 등에 신경 쓰면서 연구했다.


다음은 간단한 연구노트...


1. 페이지는 그림으로 꽉 차게. 글씨보다는 그림이 확 눈에 들어와야 한다.

“MUM, ME and the MULBERRY TREE"라는 책에서 고른 예시인데, 보다시피 그림이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글씨는 구석에 몰려있다. 그림만 봐도 상관없어! 이런 느낌.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위의 예시는 “Swift"라는 책에서 따온 것이다. 그림이 화면을 가득 채우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특정한 예술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책에는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구도의 페이지들이 반복되었다.


2. 한 페이지에 여러 장면을 넣을 때는 최대한 행동에만 집중해서 간소하게

“FREE"라는 책인데, 위에 보듯, 티타임을 위해 찻잔을 꺼내고, 물을 끓이고, 차를 넣는 장면을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다. 불필요한 배경을 최대한 생략하면서.

앞서 소개한 “Swift"에 나오는 장면이다. 아예 배경 없이 캐릭터만 그려놓으니 역동적이다.


3. 분할을 잘 활용해야 한다.

“FREE"의 다른 장면인데 인상 깊어서 가져왔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게 같은 산 그림을 분할해서 표현했다. 여기서도 텍스트는 구석에 몰려있다.


“The mystery of the Golden Pyramid"라는 책이다. 위에서처럼 위아래로 3개의 섹션으로 분리했는데, 사실상 왼쪽 페이지와 오른쪽 페이지가 내용이 달라서 6개의 섹션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맨 위의 그림을 살펴보면, 시장이 묘사된 왼쪽 섹션에서는 시장에 대해 얘기하고, 항구를 묘사한 오른쪽 섹션에서는 주인공이 배를 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림이 그냥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연결되어 있다. 구성에 있어서도 상당히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첫 페이지를 완전히 재구성해봤다. 또한 두 번째 페이지를 추가했다.


확실히 페이지가 꽉 차니까 동화책 느낌이 들었다. 글씨는 확 줄여서, 그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바꿨다.


2페이지의 반 친구 세 명은 언뜻 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비슷한 스타일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반복작업을 했다. 주요 캐릭터도 아니고 엑스트라인데, 이렇게 많은 공을 들여야 하다니...


사실 캐릭터도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더 작업을 해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