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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Aug 24. 2024

네덜란드 여행 - 알크마르 치즈 축제

그 모든 게 치즈였던, 치즈 마을에서의 노오란 기억들

네덜란드에는 유명한 것들이 꽤 많다.


튤립부터 시작해서 하이네켄 맥주, 풍차, 그리고 운하까지.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프랑스, 스위스 치즈에 못지않은 네덜란드의 치즈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다녀왔다. 치즈를 먹으러, 네덜란드의 치즈 마을이라 불리는 알크마르에.




치즈마을 알크마르(Alkmaar) 치즈 축제의 경


치즈마을로 유명한 알크마르(Alkmaar)는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자동차나 기차로 한 시간 이내로 갈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당일치기로 많이 다녀오는 곳이기도 하다.


걸어서 30분이면 시내를 전부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인 알크마르를 1년에 30만 명이나 되는 관광객이 방문한다. 바로 알크마르의 명물인 치즈축제를 보기 위해서다.


우리도 치즈축제를 보기 위해 숙소인 마스트리흐트(Masstricht)에서 열심히 차를 달렸다. 오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다행히 날이 맑아졌다. 마을 어귀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열심히 안내표지판을 따라가 보니, 치즈 축제가 한창이었다.

도착해 보니 이미 치즈 축제가 한창이었다.
어딜 가나 노오란 치즈를 볼 수 있었다.
한 덩이 집에 가져가고 싶은 먹음직스런 색깔의 치즈들이 한가득이었다.

알크마르 치즈 축제는 매년 4월부터 9월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마다 "바흐 광장"에서 열린다. 7-8월에는 저녁 7시부터 저녁 치즈 마켓도 열린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11시쯤 되었는데, 그때도 치즈 축제가 한창이었다.


축제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것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치즈 경매를 많은 관광객들 앞에서 재연하는 것인데, 경매자체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전통 복장을 입은 치즈 운반원들이 치즈의 무게를 재기 위해 목재 수레에 담아 치즈를 으쌰으쌰 옮기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치즈를 목재 수레에 올리고 으쌰으쌰 옮기는 풍경이 재미있다.
그렇게 옮겨온 치즈는 전통적인 방식의 저울로 무게를 재고 기록한다.

노란 치즈 한 덩이의 무게가 14Kg 정도 나간다고 하니, 한 번에 8개씩, 대략 110Kg의 치즈를 옮기는 셈이다. 처음에는 열심히 치즈를 옮기다가, 나중에는 아이들도 옮겨주고 성인 여성들도 옮겨주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미리 알아보고 신청했으면 아이가 참 좋아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바흐 광장의 한 편에는 치즈 박물관이 있다. 어른 6.5유로, 4세 이상 어린이는 3유로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 박물관에는 예전에 치즈를 만들 때 쓰였던 도구들이나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영상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딱히 내용이 풍성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는데, 치즈 박물관에서 바흐 광장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꽤나 볼만했다.

치즈 박물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광장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간단한 요깃거리와 각종 향을 첨가한 치즈를 파는 가판대들이 광장을 에워싸고 관광객들을 유혹했다. 마침 배도 고프고 해서 치즈를 넣은 치즈토스트를 사 먹었는데, 신선한 치즈 맛이 일품이었다.


치즈 가판대에서는 여러 종류의 치즈를 시식하고 구매도 할 수 있었는데,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먹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신선한 고다 치즈의 깊고 진하면서도 부드럽게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게다가 치즈 값도 저렴하고 보관도 용이해서 선물하기에도 좋았다.

광장 주변의 가판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치즈들을 팔고 있었다.
시식은 필수... 온갖 종류의 치즈들을 시식해 볼 수 있었다.

치즈 축제가 진행되는 도중에 전통 복장을 입은 소년과 소녀들이 치즈를 팔았다. 특히, 작은 가방에 담아서 파는 치즈 세트가 가성비가 좋아서, 이미 치즈를 잔뜩 구매했는데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통복장을 입고 치즈를 팔고 있는 소년 소녀들.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네덜란드인들


이쯤 해서 치즈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선사 시대 때부터 먹어왔다고 추정되는 치즈는 서구의 식문화에서 한식의 김치와 같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유럽이지만 나라마다 치즈의 종류도 다르고 치즈를 먹는 방법도 제법 다른데, 유명한 치즈만 해도 영국의 체다 치즈, 프랑스의 카망베르, 스위스의 에멘탈, 그리스의 페타 등 이름과 맛이 전부 다르다.


네덜란드의 유명한 치즈는 역시 에담과 고다 치즈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흰 곰팡이로 둘러싸 치즈를 숙성 보관하는 프랑스 치즈와 달리, 네덜란드의 치즈는 왁스로 겉을 코팅하다 보니 맛이 짜지 않고 훨씬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입맛에도 참 잘 맞았다.


네덜란드는 또한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라이기도하다.

네덜란드의 남자의 평균 신장은 무려 182.5cm... (출처: BBC)

BBC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성인 평균 남자의 키는 182.5cm에 달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175cm라고 하니, 평균적으로 7.5cm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서 그런지 네덜란드를 여행하는 동안 키가 큰 남녀들을 무척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네덜란드 사람들이 이렇게 키가 클까?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키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큰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들이 키가 커진 이유는 다름 아닌 치즈 때문. 지난 200년간 낙농업이 크게 발달하면서, 치즈와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육류 등을 많이 먹다 보니, 평균 신장이 부쩍 커졌다는 것이다. 


여행을 다녀온 후, 우리 아이도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램에 치즈를 계속 줘봤지만, 몇 번 먹더니 치즈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암만 좋대도 본인이 싫다고 하는데 어쩌겠는가. 그래도 볶음밥을 해도 치즈를 넣고 치즈볶음밥을 하는 등, 열심히 노력을 해보는 수밖에.




알크마르 치즈 마을의 치즈 축제가 끝나고...


1시가 조금 지나자 치즈 축제가 슬슬 끝나기 시작했다. 바닥에 놓인 치즈들이 점점 사라지고, 관광객들도 식당으로, 다른 여행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인터넷의 어떤 글에서 관광객이 워낙 많아 무조건 9시 까지는 도착해야 제대로 축제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극성수기였는데도 워낙 행사가 잔잔하게 진행되다 보니, 중간에 도착했어도 축제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축제를 관람하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치즈를 트럭에 싣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치즈들을 보니,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괜히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풍경

알크마르 치즈 시장에서는 하루 평균 무려 30만 kg의 치즈가 거래된다고 한다. 30만 kg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질 않는데, 동그란 큰 덩이 하나가 14kg 정도라고 하니, 대략 2000개에서 2200개의 덩어리가 하루에 거래되는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거의 400년 가까이 이어져온 축제라고 하니, 오랜 기간 동안 전통을 간직해 온 네덜란드인들이 부럽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또한 운하의 나라. 알크마르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운하를 통해 치즈를 나르는 한편, 관광객들도 배를 타고 마을을 구경하고 있었다.

치즈를 실은 보트들도 눈에 띄었다.
자전거와 보트, 치즈. 네덜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알크마르는 사실상 치즈 축제 외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치즈 축제를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풍차로 유명한 잔세스칸스(Zaanse Schans)에 들렀다. 잔세스칸스 또한 작은 마을이라 반나절이면 충분한 일정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알크마르 여행은 무척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다. 먹음직스런 노란 빛깔의 치즈를 실컷 구경한 것도 좋았고, 광장 주변의 가판대를 구경하고 다양한 맛의 치즈를 먹어본 것도 좋았다. 화창한 네덜란드의 날씨도 좋았던 기억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치즈를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알크마르는 네덜란드를 여행하면 반드시 넣어야 하는 관광지로 추천하고 싶다. 물론 금요일에만 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일정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일정이 맞다면, 꼭 알크마르를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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