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카당스 Sep 02. 2024

완벽과 대충의 중간 어딘가

동화책 쓰기 프로젝트 - 4

갑자기 프로젝트의 진행이 확 느려졌다. 휴가가 끝난 탓도 있고, 지난주 다녀온 에든버러 당일치기 여행에서 무리를 한 모양인지, 일주일 동안 병든 닭처럼 골골댄 탓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분발을 해서 작업을 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Encanto, 2021)를 보고 다시 한번 좌절감과 함께 의욕이 샘솟았다. 엔칸토가 그려낸 풍경이 너무나 환상적이었던 것. 반면, 내 그림책은 상상력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그래도, 미드저니의 새로운 기능(표정과 자세를 레퍼런스로 넣는 기능)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 결과물의 품질이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아진 것이다.


결국 2주 동안 3페이지를 완성하는데 그쳤다.


먼저 6페이지에서는 5페이지에 이어, 주인공이 비 온 날 무언가를 발견하는 장면이다. 완성한 지가 제법 되었지만,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완전히 새로 그려야 했다. (여전히 우산을 들고 서 있는 그림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가면서 조금씩 날씨가 어두워지고, 비가 내리는 풍경을 연출했다.

다음 장면은, 주인공이 길 위에 놓여있는 신비한 생명체를 발견하는 장면이다. 글의 내용은 요즘 애정하는 퍼플렉시티(Perplexity)라는 AI 도구를 활용했다.


아이는 신비한 생명체를 발견하고 묻는다.

"너는 누구니?"

"나는 푸르니야. 너의 상상력을 먹고 자라는 우주 고래지."


원래는 아이와 고래가 서로를 마주 보는 장면을 그리려고 했었다. 그러나 무언가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아 현재의 그림으로 굳어졌다. 아마 다시 바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8페이지에서는 아이와 고래의 대화가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미드저니에서 새로 발견한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보면 알겠지만, 작화의 퀄리티가 급격하게 좋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상상력이 뭐야?"

아이의 물음에 고래는 대답 대신 아이의 품 속에 뛰어들었다.

"한번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해 봐. 뭔가 새롭고 아름다운 것을"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한다.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만들고 나니, 앞의 페이지들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던 것이다.


책의 특성상 완성을 하고 나면 다시 출판하지 않는 이상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완벽과 대충 사이에서 절충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절충하지 않고 완벽만을 추구하다 보면, 프로젝트 하나에 몇 년이 걸려도 모자랄 것이다. 반면 너무 대충 하게 되면 배우는 것도 적고, 결과물도 형편없어진다.


따라서 어느 정도 품질을 추구하되,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균형 잡힌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 장면은, 드디어 아이가 고래와 함께 상상 속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다. 아무래도 첫 여행이다 보니, 미드저니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멋지게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벌써 앞선다. 엔칸토를 본 것도 한 몫했다. 엔칸토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그리고 싶어진 것.


얼마나 많은 그림을 버리고 다시 만들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정말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의욕이 샘솟았다.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자신도 여행하고 싶은, 그런 상상 속의 세계를 그리는 것은 훨씬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상상력이 의미가 없어진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어떻게 상상력의 불을 지펴야 할지 고민이 가득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