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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Jun 29. 2019

여행의 기술

기왕 떠난 해외여행 알차게 즐기는 세련된 비법 몇 가지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여행도 마찬가지. 세계일주를 한 커플이나 자전거로 대륙을 횡단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고수 축에도 못 끼지만, 20여 개국을 다녔으니, 어느 정도 노하우는 있다고 자부한다. 고수들의 비법도 좋겠지만, 보통 여행객의 니즈에 맞는 팁을 몇 가지 전하고자 한다.


그럼 시작해보자.




맛집은 호텔 직원이나 상점 종업원에게 물어보자


사례 1)

체코 프라하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가이드북에 나온 식당을 찾았다. 분명 현지인에게도 유명한 식당이라고 했는데, 들어가 보니 한국 사람들만 바글거려 그 익숙함에 깜짝 놀라 도망쳐 나왔다.


사례 2)

뉴욕에서 유명하다는 식당을 블로그를 보고 찾아갔다. 4인 이서 600불 넘게 나올 정도로 비싼 스테이크 집이었다. 그러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맛은 형편없었다. 차라리 집에서 직접 구워 먹는 게 더 맛있을 정도였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이드북 저자와 블로그 저자들은 그 지역에 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 지역의 모든 식당을 섭렵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이 갔던 식당을 맛집으로 소개하고 (맛이 없지는 않았으니까!), 그걸 보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고, 그러다 보니 식당이 유명해져 버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게다가 맛집은 늘 변한다.


대한민국에서 맛집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은 다름 아닌 늘 비슷한 생활 반경을 가진 직장인들이다. 일상의 유일한 즐거움인 '점심시간'을 어디에서 보내는 지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웬만하면 맛집 서너 군데 정도는 꿰고 있다.


여행 중 마주치는 호텔 직원이나 상점 종업원들 또한 직장인이다. 맛집을 잘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주저 말고 맛집 추천을 부탁하자. 아마 침을 튀겨가며 알려줄 것이다. 머물고 있는 호텔의 직원이라면 맛집을 다녀와서 따봉을 하나 날려주자. 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액티비티: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무조건 해라


자유여행객들은 늘 고민한다. 예산이 한정되다 보니 보트 투어라던가 스쿠버 다이빙이라던가 하는 돈이 많이 드는 액티비티들은 늘 할까 말까 고민의 대상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경험이 주는 가치를 돈으로 대신할 수는 없다고.


대학교 신입생 시절, 배낭 하나 짊어지고 유럽으로 떠났다.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하루 예산이 숙박 포함 4만 원 안팎이었으니, 식사는 대부분 맥도날드에서 해결하고, 식당에서 잼과 버터를 몰래 가져와 빵만 사서 발라먹고 다녔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


유럽의 거리만 걷고 (걷는 것은 공짜), 성당을 구경하고 (성당도 공짜), 박물관을 다니면 (기부 입장료는 내지 않는다) 좋을까? 이쁜 사진은 많이 찍겠지만 금세 지루해지고 남는 것도 없다. 여행의 깊이도 한없이 얕아 그냥 몸만 다녀온 느낌만 든다. 오죽하면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겠는가.


해외여행의 가치는 한국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데 있다. 비싼 비행기 값 썼으니 다른 데서 아낀다고? 잘못된 생각이다. 비행기 값은 그저 내 몸을 한국에서 외국으로 옮기는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여행은 여행지에 도착한 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리고 경험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이다.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절대 아끼지 말자.


질러라, 그럼 얻을 것이다.




여행, 혼자 가지 말자


혼자 하는 여행, 듣기만 해도 설레고, 뭔가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만 같다.


좋다. 다 좋은데, 여행은 혼자 가면 손해 막심이다. 궁상맞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먼저, 혼자 하는 여행은 비싸다. 1인당 숙박료를 받는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는 모르겠지만, 에어비앤비나 호텔은 방당 숙박료를 받기 때문에 한 명이나 두 명이나 비용이 같다. 즉, 두 명이 여행을 하면 둘로 나눌 수 있다. (부부가 가는 경우는 제외) 또한 렌터카를 빌린다던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밥을 해 먹는다던가 할 경우 한 명보다 여러 명이 훨씬 저렴하다.


다음으로 혼밥은 다양성이 떨어진다. 무슨 말이냐면, 메뉴를 여러 개 주문해 나눠먹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해외여행의 백미 중 하나는 당연 현지에서 먹는 음식이다. 나홀로 여행자가 네 가지 서로 다른 메뉴를 시키기는 어렵다. 게다가 여럿이 먹으면 더 맛있다! 먹으면서 서로에게 '헐 대박~!'을 날려주면 자연스레 식사의 경험이 기억 속에서 업그레이드된다.


또한 혼자 여행하면 인생샷을 건지기 어렵다.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부탁하면 되지 않냐고? 우연히 걸린 사람이 전문 포토그래퍼가 아니라면 퀄리티는 기대하지 말자. 사진이 마음에 안 들어도 다시 찍어달라고 하기 어려운 건 덤.


마지막으로 혼자 여행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둘이라고 덜 위험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훨씬 낫다. 서로 짐이라도 맡아줄 수 있잖은가.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가자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해박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여행을 하지 않는 이상, 현지 문화와 예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하면 여행이 훨씬 풍성해진다.


카프카의 성이나 변신을 읽고 프라하 성 황금소로의 카프카 생가를 찾아가는 것과 다들 가니까 따라가는 것은 차이가 있다.


관련 영화를 보고 가는 것도 좋다. 영화 까미유 끌로델을 보고 로뎅 박물관을 찾아가자. 까미유 끌로델의 조각에서 광기에 가까운 천재성을 엿볼 수 있고, 로뎅의 조각에서 대가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자신이 운 좋은 범재일지도 모른다고 고뇌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다. (내가 로뎅이라면 까미유를 보고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서 드뷔시의 피아노 곡을 들으면 천재를 사랑한 음악가의 낭만도 느껴볼 수 있다. 영화 한 편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조각 박물관의 경험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아직 여행지의 정취가 생생할 때 영화나 책을 보자. 영화와 책의 향기가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즐겨라.


여행은 무엇보다도 즐거워야 된다.


미안한 말이지만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의 여행은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의 여행보다 무언가 하나가 부족하다. 내가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하는 아쉬워서 하는 말이다.


여행지에서 축제를 하면 어설프더라도 사람들이 추는 춤을 따라 해 보자. 눈치 볼 필요 없다. 어차피 다시 만날 사람들도 아닌데 왜 눈치를 보는가?


내 친구 한 명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직관했다. 보통 팀마다 응원가 같은 게 존재하는데, 그 친구는 가사도 모르면서 따라 불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영국인 서포터가 노래 가사를 적어가면서 알려줬다고 한다. 경기가 훨씬 재미있는 건 당연지사. 끝나고 같이 펍까지 갔다. 최고의 추억이 된 것은 물론이다.


여행이란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니 평소 소극적이었다면, 여행에서는 다른 나를 발견하도록 해보자. 절대 후회하지 않는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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