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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Feb 29. 2024

햄리스(Hamleys) 장난감 백화점

런던의 장난감 천국

어렸을 때 유독 좋아했던 명작 영화 빅(Big)에는 뉴욕의 유서 깊은 장난감 가게인 FAO 슈와츠가 등장한다. 몸만 어른인 주인공 톰 행크스가 장난감 회사 사장과 피아노 타일 위에서 연주를 하는 명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선지 몰라도 언제나 커다란 장난감 가게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FAO 슈와츠는 재개장하면서 예전의 모습을 잃었지만, 런던에서 방문한 햄리스는 커다란 장난감 가게라는 환상을 충족하기에 충분했다.

햄리스 장난감 가게의 역사는 1760년으로 거슬러간다. 창업자인 윌리엄 햄리(William Hamley)는 런던에 노아의 방주(Noahs Ark)라는 이름의 장난감 가게를 오픈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장난감 가게가 유럽 최대 규모의 장난감 가게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초라한 시작에도 불구하고 장난감 가게의 인기는 선풍적이었다. 이미 1837년에는 런던 최고의 명물이 되었고, 1881년에는 지금 있는 리젠트 거리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다고 늘 성공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1920년대 말부터 시작된 대공황 덕분에 햄리스는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나 새 주인이 된 월터 라인스(Walter Lines)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가게는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고, 1938년에는 왕실 조달 허가증(Royal Warrant)을 받기에 이른다.

2차 대전 당시에는 다섯 번이나 폭격을 맞았지만, 직원들은 주석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영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와 같은 직원들의 헌신에 힘입어, 햄리스는 25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유럽 최고의 장난감 가게의 자리를 이어올 수 있었다.




런던의 명품 거리로 유명한 리젠트 거리에 위치한 햄리스는 지하 1층부터 지상층, 지상 1층부터 5층까지, 총 7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밝은 표정의 직원이 비눗방울을 쏘며 손님들을 맞이한다.

비눗방울을 쏘며 손님을 현혹(?)하고 있는 직원

햄리스의 각 층은 각각 다른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광객의 유입이 많은 지상층은 런던의 상징과도 같은 패딩턴 곰과 런던 근위병 복장의 곰이 자리 잡았다. 아무래도 인기 많은 기념품이라 그런 것 같았다.

깜찍한 근위병 곰인형
패딩턴 인형도 인기가 많다.

1층과 2층에는 퍼패트롤, LOL이나 겨울왕국, 디즈니 같은 인기 브랜드의 장난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겨울왕국이 나온 지 벌써 10년이 되었는데도 인기는 여전했다.

커다란 엘사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3층에는 각종 보드게임을 비롯한 과학 장난감들이, 4층과 5층에는 레고나 마블, 포켓몬 같은 고학년을 위한 장난감들이 마련되어 있다. 지하 1층에는 영국 최고의 문화상품인 해리포터 관련 장난감들이 있었다.

영국을 대표하는 또 다른 얼굴인 페파피그 코너도 있다.
조금은 무섭게 생긴 토마스와 친구들.

볼거리도 많고 햄리스에서만 파는 특별한 장난감도 있는 데다 유명 관광지인 리젠트 거리에 위치하다 보니, 가게는 항상 손님들로 붐빈다. 스낵이나 간단한 음식료를 파는 곳도 있는데 별로 특별할 것이 없었다.


비록 대부분의 장난감들이 다른 데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장난감으로 가득한 커다란 가게라는 로망을 충족시키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어른들도 충분히 동심으로 돌아가 즐길 수 있을 만큼 볼거리 즐길거리도 충분했다.



추가로 몇 가지 느낀 점을 적어본다.


1. 장난감 가격이 싸지 않다.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가게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지만,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동일한 물건을 온라인에서는 더 저렴하게 팔기도 한다. 런던에는 장난감 말고도 살 거리가 너무 많기 때문에 현명한 구매가 필요할 것이다.

2.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햄리스 장난감 가게의 특징이라면 역시 다양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이스터 시즌인 요즘은 부활절 달걀 찾기 이벤트를 비롯한 몇 가지 이벤트를 하고 있다. 방문 전에 어떤 이벤트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벤트 확인은 아래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https://www.hamleys.com/what-s-on-at-hamleys


3. 크리스마스 전후가 가장 좋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런던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닌가 싶다. 12월이 되면 리젠트 거리 전체가 화려하게 단장을 하는데, 햄리스 또한 화려한 장식을 뽐낸다. 특히 크리스마스가 지난 다음날을 박싱데이(Boxing Day)라고 하는데, 미국에 블랙 프라이데이가 있다면 영국에는 박싱데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할인행사를 많이 한다. 단, 크리스마스 당일과 이스터가 있는 주 일요일에는 문을 닫으므로 일정에 참고하자.



장난감들이 가득 들어찬 커다란 장난감 가게는 어린이들의 꿈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장난감 가게인 토이저러스나 FAO 슈와츠의 파산 등을 보면 썩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온라인으로 같은 물건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의 인기가 점점 식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햄리스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런던의 대표 명물의 자리를 유지해 오는 것은, 커다란 장난감 가게라는 꿈이 가진 매력과 그 꿈을 지키려는 사람들 덕분일 것이다. 비록 햄리스 장난감 가게를 배경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꿈에 대한 이야기인 영화 빅(Big)을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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