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러즈 백화점부터 타워 브리지까지
부다페스트에서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던 지인 가족이 놀러 와서 함께 런던 당일치기 여행을 했다. 이미 빅벤 같은 런던 주요 관광지는 다녀간 가족이라, 중심지에 있는 여행지보다는 안 가본 곳 위주로 다녀왔다.
웨스트 필드(Westfield)에 주차를 해놓고 시내로 향한다.
런던 시내 주차요금은 뉴욕과 같이 살인적인데, 웨스트 필드는 하루 종일 주차해도 10파운드 이내로, 나쁘지 않았다.
먼저 해러즈(Harrods) 백화점에 갔다.
1849년에 처음 문을 연 해러즈 백화점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유명한 백화점 중의 하나이다.
지하층 (Lower Ground)부터 6층(한국식으로는 7층)까지, 총 8개의 층에 3,0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있는 고급백화점이다. 리버티, 셀프리지와 함께 런던을 대표하는 백화점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2017년 기준, 20억 파운드, 한화로 약 3조 3천억 원의 매출이라고 하니,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날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도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백화점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지상층(Ground Floor)에는 다른 백화점들처럼 식품관과 명품관처럼 눈길을 끌 수 있는 코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하층(Lower Ground Floor)에는 서점과 와인샵, 기프트 샵이, 1층에는 주얼리와 여성복, 2층에는 남성복, 3층에는 가구, 4층에는 어린이, 5층에는 신발과 전자제품, 6층에는 향수 등이 위치해 있다고 한다.
열심히 명품관을 구경만 하다가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사실 브랜드 문외한이라 무슨 브랜드인지도 모르지만 세계적인 스타인 제니의 모습이 런던을 대표하는 해러즈 백화점에 걸려있는 걸 보니 괜히 마음이 뿌듯하고 반가웠다.
이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아동 코너로 향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들만 쏙 골라놓은 장난감 코너와 아동복 코너도 살짝 구경해 본다. 역시 가격은 사악하기 짝이 없다ㅎㅎ
슬슬 배가 고파져 식당가로 향한다. 조금 헤매다가 직원의 도움으로 지상층의 식당에 도착했다.
엄청 고급스러운 분위기라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 가격을 보고 그냥 나와버렸다. 펍에서 15파운드 이내로 먹을 수 있는 피시 앤 칩스가 최소 40파운드... 손님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해러즈 백화점이 고급 쇼핑문화를 대표한다면, 이번에는 분위기를 확 바꿔 서민들의 쇼핑문화인 시장으로 향한다. 런던에서 제일 유명한 시장인 버로우 마켓(Borough Market)이다.
버로우 마켓은 1014년(혹은 그 이전으로도 거슬러간다고 한다)부터 명맥을 이어온 런던을 대표하는 시장이다. 시장하면 생각나는 각종 먹거리와 신선한 해산물, 채소와 고기는 물론이고, 다양한 특산품들을 구매할 수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시장이기도 하다.
보통 버로우 마켓의 먹거리라고 하면 큼직한 솥에 볶아내는 빠에야를 떠올린다. 시장 중앙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시장 한복판에 있는 빠에야와 홍합 요리를 사려는 줄이다.
빠에야 가게 바로 옆에는 굴과 성게를 파는 해산물 가게가 보인다. 흔히 위치가 좋다 보니 이 가게를 많이 가는데, 진짜배기는 시장 뒷골목에 있다.
리처드 하워드 굴 가게(Richard Haward's Oysters)라는,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굴 맛집 되겠다.
중간 사이즈 굴 8개에 12파운드 정도로, 굴 가격이 비싼 유럽 치고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특히 이 가게가 유명한 이유는 세트 메뉴 때문이다.
10파운드에 굴과 와인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큰 굴은 2개, 중간 굴은 3개, 작은 굴은 5개를 줬던 걸로 기억한다.
서양에서 굴을 먹는 방법은 한국하고 다르다.
우선 굴에 레몬즙을 뿌리고, 다진 샬롯(덜 매운 양파의 일종)을 넣은 식초와 핫소스 등을 곁들여 먹는다. 초고추장과 같이 먹는 한국과는 다른 방식인데 생각해 보면 같은 원리이다. 적당한 산미와 매운맛을 가미해 먹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렇게 굴 잔치(?)를 하고도 배가 고파 근처에 있는 중국식 스낵바로 향했다.
메이 메이(Mei Mei)라는 중국식 스낵바인데, 간단한 중식류를 팔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파는 카야 토스트를 너무 좋아해서, 올 때마다 카야 토스트를 먹었다.
이번에도 카야 토스트를 먹었다. 역시 핵꿀맛ㅎㅎ 토스트로 요기를 하고 나면 버로우 마켓에서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그 유명한 몬머스 커피(Monmouth Coffee)다.
다시 방문한 몬머스 커피는 역시 최고였다. 지난번 먹었을 때보다 조금 진해진 느낌이었지만, 뒷맛이 깊고 향기롭게 남는 것이 일품이었다.
다만 작년에 비해 많이 상업화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테이크어웨이 잔을 주지 않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5파운드짜리 플라스틱 컵에다 커피를 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카페 안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하는데, 유명 관광지다 보니 자리가 없다. 다행히 몇 자리가 있어서 커피를 마셨지만, 일행 중 두 사람은 서서 마셔야 했다.
관광객들은 눈물을 머금고 5파운드나 되는 플라스틱 컵을 사들고 가게를 나갔다. 그래도 이전에는 없었던 네스프레소 캡슐을 팔고 있던 점은 마음에 들었다. 집에서 내려 먹어봤는데, 네스프레소 정품 캡슐보다 깊이나 향이 비교도 안되게 좋았다. 어찌 되었든 몬머스 커피는 맛있었다.
깊은 커피 향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템즈 강을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퀸즈 워크(Queen's Walk)로 향한다.
런던 시내 템즈 강 남쪽의 걸을 수 있는 길을 퀸즈 워크(Queen's Walk)라고 하는데, 워털루 스테이션 근처 램버스 다리부터 시작해 런던 타워브리지까지 이어진 길을 말한다. 보통 런던 아이부터 템즈 강을 산책하며 테이트 모던 같은 주요 관광지를 들르는데, 우리는 버로우 마켓부터 시작했다.
버로우 마켓 쪽의 퀸즈 워크를 조금 걷다 보면 멋진 군함이 나오는데, HMS 벨파스트라고 하는 퇴역 군함이다. 지금은 안에 들어갈 수 있게 관광지화 되어있다.
군함 가기 직전 오른쪽에 작은 쇼핑센터가 있는데, 딱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쇼핑센터에서 나와 조금 더 걷다 보면 런던 시청을 지나 금세 타워 브리지가 나온다.
퀸즈 워크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역시 타워브리지였다. 흐린 날이었지만, 다시 방문한 타워브리지는 멋졌다.
저 위로 운전해서도 많이 다녔는데, 금문교나 세체니 다리 등 유명한 다리들을 운전해서 지날 때도 느꼈지만, 다리는 위를 달리는 것보다 내려서 보는 것이 훨씬 멋진 것 같다. 이렇게 런던 당일치기 여행이 끝나고, 일행은 예약해 놓은 스카이 가든(Sky Garden) 레스토랑으로 향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웨스트필드 주차장이 너무 넓어서, 차를 찾느라 거의 30분을 헤맸다. 웨스트필드 갈 때는 반드시 주차 위치를 기억해 놓으시길...
참고로 스카이 가든은 런던에서 무료로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무료이다 보니 예약 경쟁이 치열해서 거의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아니면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가는 방법도 있다.
사실 런던은 워낙 볼거리가 많은 관광도시라 당일치기 여행으로 제대로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번 당일치기 여행도 웬만한 주요 관광지는 전부 둘러봤던 일행이었기에 가능했다.
만약 런던을 딱 하루만 볼 수 있다면 역시 빅 밴과 같은 영국을 상징하는 관광지를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한 여행 코스는 3박 4일 이상의 일정일 경우 하루 추가할만한 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러즈 백화점 - 버로우 마켓 - 퀸즈워크 - 타워 브리지로 가는 일정은 4-5시간 정도면 소화가 된다.
그러다 보니 일행이 예약해 놓은 레스토랑 시간이 붕 떠서 2-3시간 정도 펍에서 죽치고 있었다ㅎㅎ 아무래도 쇼핑에 관심이 없는 일행이다 보니 백화점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일정을 따라 한다면 타워 브리지 이후에 런던 타워나 쇼디치 같은 다른 일정을 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