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하는 런던 여행
런던에서 산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동안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열심히 다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것. 런던에 사는 장점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은 준비해 봤다. 아이와 함께하는 런던 여행이라면 꼭 빠져서는 안 될,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직접 가본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 봤다. (순서는 추천도와 무관합니다)
박물관에 따라 예약을 해야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길!
https://www.britishmuseum.org/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추천도 ★★★★☆
런던에서 박물관을 단 하나만 가야 한다면, 주저 없이 영국박물관을 추천하고자 한다. 대영제국 시절 식민지에서 모아 온 소장품들이 전부 모여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다양한 역사와 문물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한다면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여러 소품(?)들이 들어있는 백팩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 메인 홀의 안내데스크에서 10파운드의 보증금을 내고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데, 백팩 안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은 물론이고, 조금 큰 아이들은 박물관을 더 흥미진진하게 관람할 수 있는 물건들이 들어있다.
https://www.britishmuseum.org/visit/family-visits/backpacks
워낙에 소장품들이 많기 때문에, 전부 다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8백만점의 소장품 중에 단 1%만 공개를 한다는데도, 하루 만에 다 보는 것이 어렵다.
좀 더 박물관의 소장품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한국말 가이드 투어도 추천한다.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설명을 들으면서 박물관 관람을 한다면 훨씬 적은 시간에 더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추천도 ★★★★★
개인적으로 과학박물관과 함께 강력 추천하는 박물관이다. 뉴욕과 워싱턴, 비엔나의 자연사 박물관과 비교해 절대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무료로 훌륭한 소장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지구 홀(Earth Hall)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행성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진을 체험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은 물론 수많은 동식물 표본들도 볼 수 있다. 굳이 가이드 투어를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체험들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https://www.sciencemuseum.org.uk/home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추천도 ★★★★★
과학이 따분하다는 생각은 이곳에 가면 완전히 사라진다. 그만큼 볼거리도, 즐길거리도 많은 과학박물관이다.
특히 과학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아이들의 놀거리가 가득한 원더랩(Wonderlab)이다. 박물관이 무료인 반면 원더랩은 9파운드를 내고 추가예약을 해야 한다. (아래 홈페이지 참고하시길)
https://www.sciencemuseum.org.uk/see-and-do/wonderlab-equinor-gallery
어른도 티켓을 따로 받기 때문에 저렴하지는 않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한다. 원더랩 안으로 들어가면 아이들이 과학을 몸소 체험해볼 수 있는 시설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중간중간 과학 실험 쇼를 하는데,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눈을 보면 잘 왔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아이가 어리다보니, 전시 중심의 영국박물관보다 체험 중심의 과학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훨씬 좋았다. 특히 활동적인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영국 박물관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https://www.tate.org.uk/visit/tate-modern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추천도 ★★★☆☆
이번에는 갤러리로 가보자. 런던을 유럽 현대미술의 본거지로 부상하게 해 준, 런던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산물인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다.
우선 전시물의 수준이 상당하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나 잭슨 폴록의 작품이 무심하게 걸려있고, 현대미술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마르셸 뒤샹의 샘 또한 일반 작품들처럼 전시되어 있다. 루브르의 모나리자처럼 철통 같은 보안과 수많은 줄을 뚫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닌, 세계적인 작품들을 마치 동네 갤러리에 걸려있는 작품들처럼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테이트 모던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또한 테이트 측에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는데, 예술에 대해 아이들의 시점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테이트 키즈(아래 참고)라던가, 그라운드 플로어 (우리나라의 1층은 유럽의 그라운드 플로어에 해당한다)에서 늘 진행하는 워크샵, 터치스크린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도 큰 인기이다.
https://www.tate.org.uk/kids
그러나! 개인적으로 어린 아이와 함께 가기에는 힘든 공간이었다.
우선 전시관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다 보기에는 힘이 든다. 또한 아이들이 보기 민망한 외설적인 작품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전쟁의 참상을 그린 작품들도 걸려있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생각보다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나 공간이 적기 때문에, 워크숍이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소에는 대기시간이 상당하다. 시간이 제한적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애매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와 부모라면, 런던에 왔으면 무조건 가봐야하는 곳이 아닌가 싶다. 카페에서 보이는 밀레니엄 브리지의 풍경도 멋지고, 특히 테이트 모던에서 런던 아이 쪽으로 걸어가는 길은 필자가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선택하도록 하자.
https://www.tate.org.uk/visit/tate-britain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추천도 ★★★★☆
이번에는 테이트 모던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은 테이트 브리튼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 좀 더 걸맞는 미술관이 아닌가 싶다.
먼저, 규모가 작다. 규모가 작은게 왜 장점이냐고 하겠지만,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에 비해 시간 소모가 적으면서도, 수준 높은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현대미술보다는 근대미술에 좀 더 중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테이트 모던과는 이름만 공유할 뿐,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관람객의 수가 테이트 모던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대기시간도 길지 않다.
그.러.나. 굳이 런던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갈만한 정도의 미술관이냐고 한다면 대답하기 어렵다. 런던에 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미술관이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 우선순위에 놓을만한 미술관은 아닌 것 같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추천도 ★★★☆☆
이번엔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는 V&A 박물관이다. V&A 박물관은 온갖 다양한 디자인과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그야말로 "박물관"에 어울리는 장소이다. 일단 너무 넓고 소장품이 많아서, 아이와 함께 하기에는 힘든 공간이다.
아이와 함께 가야 하는 이유가 꼭 하나 있는데, 바로 박물관 중간에 있는 가든 때문이다. 영국의 여름은 정말 동화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예쁜데, 그 예쁜 여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든 중간에는 아이들이 물장난을 칠 수 있다. 여름에 가면 정말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V&A의 카페 또한 예쁘기로 유명하다. 커피가 특별히 맛있거나 하진 않지만, 고급스러운 궁전 안에서 차를 마시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만큼 예쁜 공간이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추천도 ★★★☆☆
이번에는 새로 개장한 어린이 박물관, 영 V&A이다. 거의 1년 이상 리모델링을 한 후, 작년 여름에 다시 개장을 했다.
어린이 박물관인만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 메인 홀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커다란 블록들이 있고, 인형의 집 모음집이나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체험 공간도 제법 있었다. 특히, 다 큰 어른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전시물들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이와 함께 하기를 크게 추천하는 박물관은 아니다.
먼저 위치가 제법 동떨어져있어,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다. 전시품들의 수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이들이 무척 많아서 체험 공간을 다 활용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는, 주변 지역이다. 영 V&A는 잭더리퍼로 유명한 화이트채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주차를 하고 걸어가는 내내 치안이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상한 사람이 따라붙어서, 따돌리기 위해 걸음을 빨리해야만 했다.
다른 여행지와 가까운 박물관과 미술관도 많은데 굳이 찾아가야할 곳은 아닌 것 같았다.
https://www.nationalgallery.org.uk/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추천도 ★★★★☆
영국의 전통을 대변하는 미술관이라면 역시 내셔널 갤러리일 것이다. 트라팔가 광장과 인접한 내셔널 갤러리는 입장하려는 관람객들의 긴 줄을 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근대와 중세의 그림들 때문에 아이와 함께 가기에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많아서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나 건물 자체가 무척 아름답고 고급스럽기 때문에, 건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미가 있었다.
다만 사람이 무척 많이 때문에,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시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https://www.rmg.co.uk/national-maritime-museum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추천도 ★★★★★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박물관은 다름아닌 국립해양박물관이다. 강성한 해양대국이었던 영국 답게, 해양박물관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데, 단순히 전시물들을 가져놓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공간까지 있어 정말 의외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박물관과 마찬가지로 백팩도 대여를 해준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이런 조치들을 보면, 과연 선진국임을 느낄 수 있었다.
런던 시내를 주로 보는 일정이라면 추천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여유로운 여행자들에게는 피크닉 장소로 최고인 그리니치 파크와 묶어서 가볼 만한 장소로 추천한다. 우리 가족에게는 많은 추억이 있는 공간이라, 개인적으로 별점 다섯 개를 주었다.
이렇게 런던의 박물관과 미술관 아홉 군데를 정리해봤다.
역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나라답게, 박물관과 미술관의 수준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가이드 투어를 하든, 자유관람을 하든, 특별 전시를 관람하든, 충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으로도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