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3일 - Hey London, I am back!
19개월 만에 런던의 내 작은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예전과 달랐다. 출국 전 72시간 이내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또한, 음성 결과지를 영문으로 준비해서 가야 했다. 한국은 입국하는 사람들에게는 코로나 검사를 공짜로 해 주었지만 출국하는 사람에게는 10만 원 정도를 내게 했다. 그리고 영문 서류 끊어주는데 2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 영국 정부도 예년과 같지 않았다. 입국 전 영국 정부 웹사이트로 가서 미리 도착에 대한 보고를 48시간 내에 해야 했다. 긴긴 서류였다. 코로나 백신을 맞았는지, 뭘로 맞았는지 등을 묻는. 그리고 영국에 도착한 날, 또는 늦어도 다음 날까지는 받아야 하는 코로나 테스트에 대해서 미리 돈도 지불해야 했다. 우편 배송비 포함하여 50파운드 가까이 냈다. 집에 도착해 보니 테스트 키트는 이미 배송된 상태였다.
인천공항은 텅 비어 있었다. 원래도 신속, 청결한 공항이었는데, 더할 나위 없이 수속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비행기 안은 20%의 좌석도 채 차지 않은 듯 보였다. 승무원들은 마스크는 물론이며, 보호 안경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나는 좌석 세 개를 터서 누워서 왔다. 내 건너편에 앞뒤로 앉은 남자분 두 분은 연세도 있어 보이던데, 학자이신지 정부 부처 관계자이신지 알 수는 없지만 내내 바른 자세로 공부를 하고 오셨다.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어 나도 김 모 교수님의 저작권과 관련한 책을 읽기 시작하여 반 정도 읽었다. 그러다 피곤해지면 의자에 길게 누워 잤다. 간식 포함하여 세 차례의 음식이 나왔고, 대한항공 언니들은 중간중간에 신라면 컵라면도 요청이 있으면 나르곤 했다.
히드로 공항도 예상과는 달리 수속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공항에서 코로나 관련한 온갖 서류들을 살펴보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한국 공항에서 확인된 것으로 충분, 이중으로 점검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한국인은 기계 통과로 오케이, 대면 인터뷰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잘한다고 생각했다. 이 코로나 시국에 공항에서 사람들 붙잡고 있으면 원성만 살 터였다.
삼(3) 터미널을 빠르게 빠져나와, 애디슨 리(Addison Lee) 택시를 핸드폰 앱으로 불렀다. 택시 승강장이 아니라 단기 주차장으로 가야 했는데, 택시 운전사가 영 오락가락 어디서 타야 하는지 말을 바꿔 다소 번거로운 마음이 일었다. 그런데, 밝게 맞아 주는 젊은 아저씨. 오늘이 택시 운전사로서 첫날이자 내가 첫 손님이라고 했다. 한국인임을 알게 되자, 축구 좋아하냐며, 자기는 손(손흥민)을 너무 좋아한다고, 혹 응원하는 팀이 있는지 등을 나에게 묻는다. 나도 손이 매우 자랑스럽지만, 부끄럽게도 어느 팀에서 뛰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아스널 경기장이 도보로 20분 지척인데, 축구 경기를 한 번은 꼭 꼭 보고 싶다. 그 함성 속에 한 번은 들어가 보고 싶다.
운전사는 2000년에 영국으로 온 코소보 사람이라고 했다. 자기 차가 아니라서, 차 대여로 1주일에 240 파운드를 회사에 내야 한다고. 얼마나 버시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림잡아 버는 돈의 삼분의 일은 차값으로 물어야 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없는 사람에게는 정말 엄청나게 큰돈이다.
공항에서 찾을 짐을 기다리면서 영국 핸드폰을 켜니 벌써 반가운 문자들이 보인다. 그중에 J가 보낸 문자: 'K, 온라인으로 확인해 보니 네 비행기 한 시간 일찍 도착했더라. 푹 쉬고 낼 보자', 고. 내 비행기 도착시각 확인하고 있었던 거야, J? 홍콩 사람인 집주인 M은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달걀이랑 직접 만든 팥빵이라며 가지고 와서는 보일러며 집을 점검하고 있었다. 집에는 처음 보는, 앞으로 같이 살게 될 두 명의 하우스메이트가 따뜻이 반겨준다. 한 명은 영국인 B, 또 다른 한 명은 이탈리아인 A. 따뜻한 차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회사 동료들이 보내준 환영의 문자들.
나는 이번에 방한 준비를 톡톡히 해 왔다. 종잇장처럼 얇은 전기요를 사 왔고, 전기로 충전하는 핫팩을 사 왔다. 이런 장비들과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로, 나는 올 겨울 어쩜 무사히 잘 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
내 방은 당연하게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19개월 전 그대로였다.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먼지가 굴러 다닌다. 오늘은 일단 이 먼지 속에서 자야겠다. 한국 시각으로는 이미 새벽 3시가 넘은 시각이니. 택시 안에서 두리번두리번, 길거리의 마스크 쓰지 않은 사람들을 보고서도 새삼 믿기지가 않는다. 나는 영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