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0일 - 두 번의 코로나 테스트
영국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도 채 안 되어 나는 코로나 테스트를 두 번이나 받았다.
2020년 3월 말의 한국에서처럼 공항 한편에서 코로나 테스트가 치러질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도착한 날 또는 그다음 날 집에서 스스로 테스트를 해야 했다. 이를 여기서는 Day 2 테스트라 불렀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입국 전에 미리 신청하고 지불을 마쳐두어야 했다. 테스트 키트를 파는 곳이 매우 많았고, 테스트 방식도 두 가지가 되는 듯했는데, 나는 일단 익히 알고 있는 PCR 테스트를 신청했다.
집에 도착하니 테스트 키트는 이미 배송되어 있었다. 첫날은 피곤하여, 다음날 오전, 심혈을 기울여 매뉴얼을 읽고 혼자 테스트를 시도해 보았다. 봉투를 뜯어보니, 면봉(swab)이 하나밖에 없었다. 이 하나로 목도 쑤시고 콧구멍도 쑤셔야 했다. 한국에서는 분명 이렇게 안 했었던 거 같은데. 한국에서는 코에서 검체를 먼저 채취하고 다른 면봉으로 목 안을 휘저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영국에서는 편도선 부분을 먼저 여러 차례 휘젓고, 그 같은 면봉으로 콧구멍 안으로 깊숙이 집어넣어 회전시키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어찌어찌 검체 채취를 마치고 반송용 박스에 넣고 밀봉을 해 버렸다. 이를 우체국이 아니라, 근처의 빨간 우체통에 집어넣으면 끝. 우체통 가운데 '코로나 테스트 검체 수거용(priority box)'이라고 스티커가 붙어 있는 우체통에 넣어야 한다. 영국은 입국자들을 통한 대면 접촉을 가능한 줄이고, 소요되는 인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아, 그런데, 나는 중대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매뉴얼대로 꼭 밀봉을 하고 남아있는 잔해들 속에서 안내문을 다시 읽어 보니, 온라인 상에 이 테스트 키트를 등록해야 했다. 테스트 식별 일련번호를 핸드폰 카메라 등으로 스캔해서 입력하고 그 번호를 집어넣어야 했다. 이 단계를 무시하면 결과를 못 받을 거란 경고문이 대문짝만 하게 패키지에 적혀 있었다. 아니, 이렇게 명확하게 써져 있구먼, 나는 어찌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한 것일까? 밀봉한 걸 다시 뜯어야 하나,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나는 피곤했다. 전날 9시간 너머에서 공간 이동한 나는 시차로 머리가 혼탁했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그냥 빨간 우체통에 검체 샘플을 집어넣어 버렸다.
그 주 토요일 나는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길고 긴 홀로웨이 로드(Holloway Road)를 하릴없이 걷고 있었다. 내가 가끔 가던 세탁소랑 미용실이랑 그대로 있었다. 아스널에서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던 파이 집은 간판은 그대로인데,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모습은 휑뎅그레했다. 식당을 접은 모양이다. 코로나가 거쳐간 이 거리는 예전과 같기도 다르기도 한 모습이었다.
홀로웨이 로드에 있는 쌈(SSAM)이란 한국 식당 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식당 사장님하고 맞닥뜨렸다. 둘 다, 더 희끗해진 머리를 서로 쳐다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런던에 더 이상 아는 한국 사람이 없는 나로서는 이름도 모르는 이 아저씨가 매우 반가웠다. 밥 먹으러 몇 번 식당에 갔을 뿐인데, 아저씨도 내 얼굴을 기억하는 모양이다.
점심 녘이었는데, 식당은 '휴무(Closed)' 사인이 내걸려 있었다. 사정인즉슨, 브렉시트이다 코로나다 해서 직원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해서, 혼자서 주방부터 서빙까지 모두 하다 보니, 요즘은 저녁 장사만 한다고. 길거리에 서서 잠시 수다를 나누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죄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좋은 집들을 찾아 이사들을 가서 집값이 더 올랐다고 한다. 뭐, 이런 이야기들. 외국인들이 많이 빠져나갔을 테니 월세가 더 싸지지 않았을까라고 짐작했었는데, 좀 더 괜찮은 집으로 이사 갈 생각은 아예 접어야겠다.
그러고 나서, 내 Day 2 테스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 실수로 나는 결과 통보를 못 받을 거라는, 그래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사장님 왈, 곳곳에 코로나 테스트 센터가 있으니, 그곳에 가서 테스트를 받으라는 거다. 그리고 공짜라고.
집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었으나, 그 계획을 변경하고 나는 사장님이 알려주신 가까운 코로나 테스트 센터로 곧장 향했다. 소벨 레저 센터(Sobell Leisure Centre)라는 스포츠 센터의 주차장 한 켠에는 텐트가 처져 있었다. 입구에서 묻는다. 예약을 하고 왔느냐고. 못 했다고 하자, 예약 안 해도 괜찮다고 들어가 보란다.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니, 도와주시는 분 대여섯 분이 계셨고, PCR 테스트 키트를 하나 주신다. 여기 센터에서도 결국은 스스로 검체 채취를 해야 한다. 안내해 준 자리에 앉아 설명을 꼼꼼히 읽고 이미 익숙해진, 나 홀로 검체 채취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핸드폰을 통해 바코드를 제대로 스캔해서 인터넷 등록도 제대로 마쳤다. 중간에 막히면 물어볼 사람이 있어서, 또, 별 문제는 없는지 내가 물어보기 전에 물어 봐 주어서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테스트받으러 온 사람들이 나 말고 몇몇 더 보였지만, 매우 한가로운 분위기였다. 이러한 테스트 센터가 곳곳에 있고, 주말 포함 아무 때나 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증상이 있거나 없거나 테스트를 하고자 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한국에서 19개월 여 있으면서 네 번의 코로나 테스트를 했다. 모두 전문 요원들이 검체를 채취하였다. 입국하자마자 한 번, 출국하기 전 한 번, 그리고 중간에 엄마 어깨 수술로 병원 출입하면서 두 번의 검사를 했다. 답답할 방호복을 입고 일하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일었다. 영국에서는 그러고 보니, 명찰은 달고 있었지만, 그냥 일상복 차림이었다. 검사를 하러 온 사람과 적정한 거리를 취하며 직접 접촉할 일이 없으므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찌 보면 허술해 보일 수도 있었으나, 나는 영국에서의 코로나 검사 과정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이고 전반적으로 잘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집에서 혼자 알아서 테스트하면서 정확하지 않게 내지는 정직하지 않게 진행이 될 수도 있겠으나, 개인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이들의 정책에서 느껴졌다.
PCR 테스트 말고 간이 검사(Lateral Flow Test)도 용인되었다. 검체 채취는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임신 테스트기처럼, 줄이 하나면 음성, 둘이 나오면 양성으로, 검체 채취 후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다. 두 줄이 나오면, 더 정확한 PCR 테스트를 추가로 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간이 검사기는 약국에서 무상으로 배포하였다. 사전에 온라인으로 미리 등록을 하고, 등록한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 또는 우편으로 신청할 수도 있다. 배송 포함 무료다. 일주일에 한 차례 사무실 출근인 J는 목요일마다 회사에 오는데,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이 간이 검사를 한다고 한다. 먼 거리를 전철로 출퇴근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검사기에 혹시라도 두 개의 줄이 나타나면, 바로 회사에 보고하고 집에서 대기할 수 있는 것이다. 티브이에서 보던, 경기장에 운집한 노우 마스크의 영국인들과는 또 다른 영국의 일면을 이제야 보게 된다.
검사 센터로 직접 가서 한 테스트 결과는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 문자로 받았다. 핸드폰 문자로 보내준 일련번호를 NHS (영국 의료 시스템) 앱에 입력하라는 안내문과 함께 음성이란 결과를 알려주었다. 결과 통보를 못 받을 거라고 큰 글자로 으름장을 놓았던 Day 2 검사 결과도 사흘 뒤인 같은 날 일요일 오후 이메일로 받았다. 역시나 음성. 마음이 쓰여, 키트를 구매한 곳과,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곳 두 군데로 이메일을 보내 두었었는데, 놀랍게도 두 군데 모두에서 나중에 회신도 받았다. 영국에서도 이메일 회신을 해 주긴 하는구나 하면서 잠시 감격했다.
오늘 하루도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만에 육박한다. 이런 곳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이제 조금 접어두려 한다. 이제 어떻게 검사를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코로나 검사 입문은 마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