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모레 쉰의 런던 출근기 6

2022년 1월 6일 목요일 - 재택근무

by 진영순


19개월 여 만에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내 책상이 없어졌다.




코비드 19 그리고 봉쇄



우리 회사는 런던에만 사무실이 두 군데 있었는데, 2020년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3차례의 봉쇄(lockdown)를 치르면서, 회사 소유인 본사 건물을 남기고, 세를 내야 하는 두 번째 사무실을 정리했다. 사무실로 출근하지도 못하면서 임대료를 내야 하니 유연한 처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봉쇄가 끝나도, 공간이 반으로 줄었으니, 전체 인원을 수용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종전의 1주 5일 근무제를 이틀 사무실 출근, 사흘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팀 소통 및 회의를 위해, 팀별로 나눠서 우리 팀은 화요일, 목요일만 사무실로 출근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저작권팀이 쓰는 책상을 월요일, 수요일에는 다른 팀에서 쓴다.



바뀐 건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무실은 식초 공장을 출판사로 개조한 매우 오래된 건물이다. 천창이 있어서 낭만적이라는 인상을 토로하는 방문객들도 있었지만, 환풍이 잘 안 되어 겨울이면 사무실 내에서 감기가 번져 나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사무실 중간에 누군가 감기라도 걸리면 그다음 날 그다음 줄에 앉아 있는 동료가 콜록거리기 시작했고 다시 그다음 라인의 동료도 머지않아 코를 풀어대곤 했다. 두 배의 인원을 코로나 상황에서 수용할 운영상의 개조가 필요했다.




사무실 건물 내 변화



오랜만에 돌아온 사무실은, 우선 부엌과 화장실의 수전이 모두 바뀌었다. 자동 센서로 인식되어 손으로 터치하지 않아도 물이 나왔다. 화장실이 환풍이 안 되어 매우 불편했었는데 환풍기를 드디어 설치했다. 그리고 화장실 큐비클 수를 줄이고, 샤워실을 설치했다. 대중교통을 자제하고 자전거 출퇴근을 장려했으므로, 샤워실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했을 터. 그런데 실제로 샤워를 하는 거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개인 책상들을 모두 없앴다. 이사급들은 자기 방들을 그대로 보존했지만, 팀장 포함 팀원들은 일찍 오는 순으로 대략 아무 데나 앉았다. 과거에는 개별 서랍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가능한 개인 물건을 없애고 개인 사물함 격인 상자에 꼭 필요한 문방구만 담아 개인 키보드와 함께 따로 보관한다. 전 직원 모두 회사 서버에 접근 가능하도록 VPN을 설치한 노트북을 가지고 다닌다. 모든 서버에 모두 접근 가능한 건 아니고 팀별로 업무별로 접근 권한이 서로 다르다.




재택근무제



사무실 정리로 회사는 적잖이 비용 절감을 본 듯했다. 2021년 우리는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받았다. 소액이지만 1년 차, 2년 차, 3년 차 이상으로 차등을 두어 받았다. 이전 사장(영국 CEO) M은 크리스마스 때마다 몇 년째 똑같은 초콜릿을 돌렸는데, 새 사장 P는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를 감내해 준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하사했다. 사무실을 하나 처분하고 현재와 같은 재택근무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후 사장 P는 퇴사해 버렸다. 현재의 사장 D는 2021년 크리스마스에 와인 두 병씩을 전체 직원들 집으로 부쳐 주었다. 우리 동료들이 매우 즐기는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Prosecco)와 술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알콜 샤도네이(Chardonnay) 화이트 와인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현재의 재택근무 시스템은 역병이 물러가도 계속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간이 반으로 줄었으니 200명 가까이 되는 직원들을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그럼에도 우리 일꾼들의 퍼포먼스(매출)는 거의 줄지 않았으니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이 시스템을 고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미크론



오미크론 변이로 전 세계가 심란하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1월 초 일일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는 20만 가까이 된다. 다행히도, 봉쇄 조처까지는 취해지지 않았지만, 보리스 존슨의 플랜 B로 '가능한 재택근무'가 권장되는 바, 우리 회사도 현재,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면 재택근무 중이다. 30여 명의 우리 팀에서는 막 입사한 이탈리아인 팀원(assistant) L만 주 4회 사무실 출근, 1회 재택근무로 출근하고 있고, 나머지는 내내 재택이다.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 괜찮다고 출퇴근할 때만 조심하면 된다고, 3차 부스터 샷까지 맞았다며 잠자리 안경테의 L은 씩씩한 모습이다. 이 친구가 어린이 팀 열두어 명의 온갖 심부름을 다 해낸다.



오미크론 변이가 거세게 휩쓸고 있는 모양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몇 명 안 되는 아시아 팀에서도 2명이나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 오미크론인지 델타인지 알 수는 없으나 N과 A가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소식을 전한다. 젊은 친구들이라 집에서 자가 격리하면서 간이 검사를 매일 해야 한다. 이틀 연속으로 음성 결과가 나오면 자가격리 해제,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간이 검사 결과도 영국 정부 사이트로 가서 보고해야 한다.




재택근무를 해낼 수 있을까 했었는데, 나는 요즘 기계처럼 너무 잘하고 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사무실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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