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모레 쉰의 런던 출근기 7

2022년 1월 22일 토요일 - 부스터 샷

by 진영순

런던에서 부스터 샷을 맞았다.




부스터 샷


1, 2차 코로나 백신은 한국에서 접종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온 터였다. 10월에 맞았으니 3개월이 지난 지금, 3차를 맞을 때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모더나로 맞았는데 같은 모더나를 맞을 수 있을까? 맞긴 맞아야 하나? 그냥 맞지 말고 버틸까? 그렇게 잠시 갈팡질팡하다가 오미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으므로 그냥 맞기로 했다.


한국에서 1, 2차 접종한 내용을 119로 전화해서 보고하고 내 의료 기록을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차일피일 아직까지도 안 한 상태였다. 3차를 놔줄까? 일단은 워크인(Walk-In) 백신 접종 센터를 검색해 보았다. 도보거리 이내인 아치웨이 메디컬 센터(Archway Medical Centre)에서 화이자를 놔준다고 한다. 다른 몇몇을 더 검색해 보았지만 부스터 샷은 화이자로 대략 가닥이 잡힌 모양이다. 예약도 안 하고 일단 가보기로 했다.




접종 센터


토요일 점심께였다. 건물 밖까지 줄이 길게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크리스마스 직전에 확진 판정을 받은 동료 N은, 아무래도 부스터 샷 맞으러 가서 그 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전염된 거 같다고 했다. N은 부스터 샷을 맞고 이삼일 후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서,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잔뜩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다. 그런데, 늘어선 줄도 없었고, 병원 대기실에는 나 밖에 없다. 리셉션 유리창 너머에서 앳되어 보이는 친구가 밝은 얼굴로 잠시 기다리란다.


그렇게 잠시 멀뚱멀뚱하고 있었더니, 의사실 방문이 열리고 또 다른 앳된 얼굴이 들어오란다. 하와유 하고 인사하길래, 어젯밤 스도쿠 하나를 끝끝내 다 풀어 푹 잤다, 컨디션 괜찮다고 실없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이 젊은 친구 기침을 한다. 괜찮냐 했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는 매일 코로나 검사한다고. 토요일에도 일하는 거냐 물으니, 자기는 3학년 대학생이라고. 해서, 또 물었다. 그럼, 곧 의사나 간호사 되는 거냐고. 그랬더니, 대답이 자기는 신방과 학생이란다.


신방과 학생이 백신 주사 놓는 거냐고 다소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니, 자기는 적정 훈련을 다 받았다고 한다. 기분 나쁘지 않도록 애써 미소 지으며 또 물었다. 그런데, 주사 잘 놓냐고. 사람들이 나쁘지 않다고 하던데 하며 아무렇지 않게 응답한다.




신방과 알바생


그랬다. 영국은 의료 부문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브렉시트다 코로나다 해서 적잖은 유럽의 일꾼들이 고국으로 돌아간 상태. 그러니, 대학생들이 전공 불문하고 자원하여 소정의 교육을 받고 투입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특히나, 주말에는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이 쉴 수 있도록 대체 인력이 필요할 터.


나는 한국에서 마련해온 영문 서류를 보여주었다. 1, 2차를 모더나로 맞았음을 알리고, 3차로 화이자가 문제없을지 재차 묻고, 용량이 어떻게 되는지도 물었다. 0.3ml라고 했다. 한국과 동일했다. 비로소 왼 어깨를 내주었다. 그런데, 이 젊은 친구, 침착하게 주사를 정말 잘 놓는다. 양 엄지를 세우며, 폭풍 칭찬을 해 주었다.


주사를 맞고 15분 정도 대기해야 하는 거냐 물으니, 안 그래도 된다고, 얼른 집에 가라고. 오늘은 샤워는 못 하는 거냐고 또 물으니, 괜찮다고 샤워해도 된다고. 나는 그렇게 일련의 수다와 함께 순조롭게 부스터 샷을 맞았다. 감사한 하루였다. 내 동료 중에는 아프게 주사를 맞은 이도 있었으므로, 나는 오늘 운이 좋았다. 후유증은 크게 없었다. 맞은 데가 뻐근하고 두통이 있었지만 며칠 후 사그라들었다.


나는 혹시 몰라, 10분 정도 병원에서 대기했다. 그 사이 세 명의 사람들이 더 주사를 맞으러 왔다. 한가한 토요일이었다. 하기야 내 동료들은 거의 대부분 크리스마스 전에 부스터 샷을 맞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차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터였다.




조금 따끔할 겁니다 (This Is Going to Hurt by Adam Kay)


영국 병원들은 쉽지 않다. 더욱이 나 같은 외국인에게는. 내 이름 철자가 잘못되어 있어, 그거 바로잡기 위해 병원을 네 차례나 찾아가야 했다. 이탈리아인 하우스메이트 A도 이름 철자가 틀린 상태인데,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단다. 성수기인 겨울이면 응급 환자들조차 12시간씩 응급실 밖 병원 복도에서 대기해야 한다고 한다. 암 수술을 6개월 여 기다리다 결국은 사망했다는 그런 이야기도 들렸다.


하마터면 의사로 살 뻔한 한 레지던트가 영국 병원에서의 웃픈 이야기를 써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아담 케이의 에세이가 번역이 되었다. 이 책은 BBC 드라마로도 각색되었다. 곧 방영 예정이다. 영국 병원에서의 코미디 아닌 아찔한 진짜 에피소드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영국에서 나는 오늘 운이 좋았다.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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