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모레 쉰의 런던 출근기 9

2022년 3월 27일 일요일 - 코로나 확진

by 진영순

나는 볼로냐에서 재밌게 놀다 왔다. 그런데 코로나를 달고 왔다.




2022년 3월 24일 목요일 새벽 3시 40분경


3월 21일 월요일 밤 나는 런던으로 무사 귀환했다. 수요일 나는 좀 노곤하고 두통이 있다고 느꼈다. 그냥 두통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목요일 새벽 나는 뭔가 목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새벽 3시 반경 눈을 떴다. 그냥 다시 잘까 뒹글 뒹글 하다가, 볼로냐 호텔방에 있는 동료 B가 생각났다. 그리고 다시 잠이 오지 않아, 피곤하지만 일어나 앉아 자가 검사 키트를 꺼냈다. 이 중국제 검사 키트는 그동안 한 번도 두 줄이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웬걸 시약 두 방울을 떨어뜨리고 몇 초가 지나가 않아 줄이 두 개임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 나. 이 키트는 작동을 하고 있었구나.


나는 회사 노트북을 열어, 인사팀 A에게, 아시아 팀 팀장과 어린이 팀 팀장을 참조로 메일을 썼다. 코로나 양성이 나왔음을 그리고 볼로냐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계속 재택근무였으므로 다른 동료와의 접촉은 없었음을 짧게 알렸다.


그리고 이 집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다. What's App에서 집주인이 포함되어 있는 하우스메이트 그룹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집에는 모두 네 명이 살고 있지만, S는 건강상의 이유로 맨체스터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2년 넘게 머물고 있다. 이탈리아 셰프 출신인 A는 어깨 탈골로 이탈리아에 있는 집에 가 있는 상태. 집에는 B와 나만 있다.


문자를 보낸 후, 나는 공용 장소인 부엌으로 가서 손으로 터치하지 않도록 부엌문을 고무로 괴어 두었다. 그리고 창문도 좀 열어 놓고, 현관 옆에 두었던 손 세정제를 부엌으로 옮겨 두었다. 나는 내 개인 식기 및 도구들을 쓰기 때문에 B와 그다지 겹칠 일이 없지만, 냉장고를 같이 쓴다. 해서, 손으로 냉장고 문을 열고 닫은 후 소독할 수 있도록, B에게는 사과를 구하는 말과 함께 부탁 및 주의의 말을 따로 문자로 남겼다.


고맙게도 B는 목요일부터 퇴근하면서 뭐 필요한 게 없는지 계속 물어 봐 주고 사다 준다. 아직은 괜찮지만 기침이 나올 거고, 최소 2-3일이라도 다른 데 피난 가 있으면 안 되는지 물었지만, 딱히 갈 마음이 없는 거 같다.


아직 목이 좀 평소와 다르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열도 없다. 아직 한창 잠을 잘 새벽이었지만 나는 병아리콩이 들어간 죽을 한 사발 하고, 샤워를 한 후, 업무 메일들을 확인하고, 약속이 잡혀 있던 온라인 미팅을 한 한국 에이전트와 무사히 마쳤다. 그러고 나니 11시 즈음. 그 사이 여기저기 문자를 보냈다. 대만인 동료 J에게 그리고 일요일 저녁 식사를 같은 테이블에서 한 V에게도. 팀장이 이야기를 한 모양인지 볼로냐 호텔에 갇혀 있던 B도 문자를 보내왔다. 혹, 자기 때문에 감염된 거라면 정말 미안한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같이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온 홍콩 출신 R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이 친구는 볼로냐 도착한 토요일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돌아와 한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고. 나는 주말에 잡힌 약속들을 취소하고, 사과하고, 거의 한 달간 주고받을 양의 문자들을 하루 종일 여기저기 보내고 받았다. 목요일은 볼로냐 출장을 떠난 우리 팀원들 대부분이 돌아오는 날이다. 더 이상 볼로냐에 코로나로 발목 잡히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맘 쓰이는 동료들에게 문자들을 날렸다. 수요일 밤 이미 돌아와 있는 동료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난 상태였으므로 팀장에게 이야기하고 낮잠을 잤다. 2시 반경 A가 자기 생일이라며 같이 저녁 하자는 전화를 주어, 그 덕분에 깨어나 점심을 했다. 몸이 더 무거워졌고 어지럽다고 느꼈지만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날 금요일


목 안에 불이 난 거 같다. 기침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은 견딜만해서, 오전에 잡힌 온라인 미팅을 두 개나 강행했다. 미팅 중간에 나는 토를 했다. 스크린 너머로 상대방이 알아차렸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나는 미팅 중간에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향했다. 말을 많이 하고 목이 까끌해지면 그런 모양이다. 두 미팅 모두 한 40분 즈음 지나 화장실로 내달려야 했다. 첫 번째 미팅을 하다가 화장실로 달려가던 중, 나의 입틀막에도 뿜어져 나와 나는 그렇게 바지에 묻힌 상태로 축축하고 냄새나는 상태로 미팅을 마쳤다. 그리고 바지 갈아입을 시간이 미처 못 되어, 그 상태로 두 번째 미팅도 해버렸다. 내가 이렇게 비위가 좋았던가? 두 번째 미팅 중간에도 또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열이 살짝 있다. 37.7도. 온라인 미팅이 새삼 좋은 건, 바이러스가 화면 너머로 전염되지는 않으리란 점. 그리고 이 냄새도 전해지지 않으리란 것.




세 번째 날 토요일


나는 이제 짐승처럼 컹컹 기침을 한다. 볼로냐 도착한 날, 함부르크에서 일하는 독일인 옛 동료 M이 음성으로 남긴 목소리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지 나빠지고 있는지 동료들이 문자들을 보내온다. 그중에 홍콩인 동료 R이 자기 아버지도 코로나에 걸렸다고 알리며, 심하면 약을 먹으라며 이런저런 약 사진을 보내왔다. 나는 하우스메이트 B에게 나갈 일 있으면 Benylin에서 만든 종합감기약을 사달라고 그리고 소고기 스테이크 거리도 사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상하게도 무기력해지지 않는다. 식사를 챙기고, 청소도 하고, 날이 좋아 이불도 빨고, 샤워도 하고, 일기도 쓰고, 그리고 스테이크도 먹었다. 해야 할 숙제가 있긴 하지만, 그건 내일 좀 더 컨디션이 좋아지면 생각해 보자.


19개월간 한국으로 피난 가 있었고, 백신을 세 차례나 맞았고, 이 자유방임 런던에서도 꿋꿋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건만, 볼로냐에서 코로나를 달고 돌아오게 될 줄이야. 내일은 더 심해질까, 아니면 호전될까? 살짝 호흡이 가빠지는 거 같기도 하고, 나는 B가 사다 준 감기약을 한 알 먹었다. 4시간마다 2알씩 먹으라고 되어 있지만, 일단 한 알 먼저 먹어 본다. 약 효과를 좀 보는 거 같기도 해서, 4시간 후 나는 다시 한 알을 털어 넣었다.




네 번째 날 일요일


나는 아직도 짐승 같은 기침을 해대고 여전히 새벽녘에 한차례씩 깬다. 처음으로 램프를 들이대고 목 안을 들여다보았다. 편도선 부분부터 목 안이 한 껍질 벗긴 것처럼 벌겋다. 실핏줄들이 터질 것처럼 두드러져 보인다. 원래 이랬나? 목 구녕 안을 이런 식으로 본 적이 별로 없어 기억이 안 난다. 열은 이제 36점대로 내려갔다. 좋은 사인인가? 어제는 없었던 거 같은데 오늘을 살짝 두통이 돌아온 듯하고, 심장이 조금 더 벌렁거린다. 아니면 숨이 가빠진건가? 모르겠다. 오늘은 조금 늘어져 있다.


내가 주의를 주었건만 하우스메이트 B는 마스크도 안 쓰고 자꾸 부엌으로 온다. 나는 일부러 식사 시간을 피해 부엌을 쓰고 있지만 B는 차를 마시러 오는 거다. 그리고 말을 건다. 불편하게시리.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사과를 아삭아삭 씹던 중이었는데 다시 마스크를 쓰고, 혹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나를 미워하지는 말아라고 말해 버렸다. B는 걸리면 걸리는 거고, 자기는 고런 캐릭터가 아니라며 안심시킨다. 고맙긴 하지만, 내가 부엌에 있을 때는 피해 주면 안 되겠니?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먹던 접시째로 나중에 보자며 3층 내 방으로 돌아왔다.



점심 녘, 동료 B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 상태가 어떤지 묻는. 나는 묻는다. 호텔 감금 8일째인 오늘은 자유의 몸이 된 건지? 드디어 풀려났다는 그래서 볼로냐 시내를 걷고 있다는 그리고 저녁 7시 비행기로 런던으로 돌아온다는 기쁜 소식! 나는 내가 찍은 사진들을 뒤져, 몇 장을 공유, 추천해 주었다. Mercato Di Mezzo에 가면 만든 지 얼마 안 된 파스타로 요리를 해 준다. 여기 말고 여러 군데가 있을 터이지만, 여기 시식을 못해 아쉬웠다. 또한 볼로냐에서 태어나서 한 70년은 사신 듯한 현지인 가이드가 추천해 준 Cremeria la Vecchia Stalla 아이스크림 집. 아쉽게도 이 집도 지나쳐 가야 했다. 나는 대신 Two Towers 바로 옆에 있는 Gelateriagianni에서 젤라또 두 종류를 먹었는데, 둘 다 짭조름 정말 맛났다. 목이 까끌까끌하니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데,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아흑!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머리가 오늘 날씨처럼 좀 뿌옇긴 하지만, 나는 썩 멀쩡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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