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니치 천문대

by 마음은런더너
© 2018. 마음은런더너.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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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회차 감상한 드라마에서의 대사 한 줄이었다.

“영국,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

그 한 줄이 이유가 되어 그리니치 천문대를 찾았다. 여러 주변 사람들이 런던의 더 유명한 곳들을 추천했지만, 그 한 줄을 이길 수 없었다. 지하철 종점까지 가서 버스로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운 여정도 문제되지 않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자전거를 배우는 초등학생들을 지나 그리니치 공원으로 들어왔다. 귀에 꽂은 음악은 이제 막 시작한 연인들의 서로를 향한 탐구심을 천문학도의 학구열에 빗댄 노래. 한곡 반복재생으로 노래를 들으며 걸음을 옮기다보니 천문대가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시작되는 곳. 세계 여러 지역의 시간차를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곳. 영국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곳. 그러나 명성에 비해 외관과 규모는 아담한 연구소에 가까웠다.

본초자오선을 중심으로 양쪽에 발을 하나씩 두고 사진을 찍거나 이편으로 넘어왔다가 다시 저편으로 넘어가는 장난을 하는 몇 안 되는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부로 들어가면 문과는 알 수 없는 천문학과 관련된 설명들, 아직 사용하는지 궁금한 천체망원경 등을 볼 수 있다.

창을 통해 바깥을 보면 왕립해군대학으로 쓰였던 건물이 서있다. 그 웅장함과 당당함이 천문대의 아담함과 대조되었다. 그러나 드라마의 대사로 언급된 맥락은 천문대의 작은 규모가 더 잘 어울린다. 시간이라는 매력적인 상징성까지 품고 있으니 더 그럴 것이다. 그에 더불어 천문대로 가는 길까지 공원은 겨울에도 잔디가 완만한 높낮이 속에 푸르름을 유지해서 걷는 재미를 선사한다.

여행지 자체의 의미가 아니라 여행지가 내게 갖는 의미가 중요하다는 걸 직접 체험한 1박 2일.

다시 갈 이유는 충분하다. 다음에는 왕립해군학교도 직접 둘러보고, 근처에 있다는 시장도 가보면 좋겠다. 천문대를 찾은 이유였던 그 드라마 대사는 쓸쓸하기 짝이 없었지만, 빛 공해를 피하기 위해 높은 곳에 홀로 있는 천문대는 비록 홀로 동떨어져 있어도 외롭지 않다는 걸 주변을 돌아보며 알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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