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흔들리는 열세살 대표
어느덧 기업을 한 지 올해로 열세 살이 되었다.
열세 살이면 한국 나이로는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하는 나이니까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기도 하다. 100세 시대 인생 시계로 따지면 50세가 정오에 해당하니 열세 살은 새벽 3시 7분 정도. 닭이 울기도 전 깜깜한 밤이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5인 이하' 소기업(소상공인)의 평균 수명은 약 3년 내외라고 한다. 내가 종사하는 서비스업의 평균 영업기간은 3.5년, 5년 생존률은 51.9%다.
이 수치로만 보면, 3.5년씩 3번의 사이클을 넘겼으니 앞으로도 살아남을 가능성은 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회사가 쓰러질지 모르는 일이니 늘 불안하다.
주변 지인들은 직원 4-5명을 지금껏 유지하며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요즘 같은 불황에 대단하다는 말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진짜 그런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또 불안함이 엄습한다. 지금까지 잘 유지해온 사업을 앞으로 10년, 20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고민이 참 많다.
13년 전, 나는 어쩌다 대표가 되었다. 내가 너무나 원해서 한 사업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당시 본업과 맞지 않는 사업부를 5년 넘게 계열 회사로부터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던 회사에서 나는 그 사업부의 팀장이었다. 지켜보니 그닥 이익은 안 나고 비용만 축내는 상황을 5년간 참다가, 결국 사업부 청산을 결정한 것이다. 이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느 날 경영기획실 이사님이 나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
"팀장님, 본의 아니게 사업부를 없애려고 결정했습니다. 혹시 이 사업부를 가지고 가서 본인이 사업을 해볼 생각이 없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야말로 '헉'이었다.
이사님은 이어서 말했다. "만약 김팀장님이 사업부를 그대로 가지고 나간다면 6개월 정도는 자립할 수 있게 회사에서 집기며, 사무실 공간이며 지원을 해드릴 수 있어요. 다만 최근에 만든 홈페이지 개발비 600만원은 회사가 되가져가는 걸로 해주세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사업의 'ㅅ' 자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였는데, 갑자기 가지고 나가서 사업을 해보라고? 그때는 뭔가로 한 대 꽝 맞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사님은 내가 엄청 당황한 기색을 느끼셨을 거다.
당시 내가 이사님께 대답한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유추해보면 "네? 제가요? 사업을요?" 이런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몇 일 동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업을 나가서 해보겠다고 했다.
그때 내가 사업을 해보기로 결심한 것은 신랑의 권유도 있었지만,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다가 '회사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나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문장을 발견하고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 이게 내 인생에 찾아온 절체절명의 기회일 수 있어. 이런 기회는 아무에게나 쉽게 오지 않아. 뭐가 되든 일단 한 번 해보자.'
그렇게 시작된 사업이 2025년 열세 살이 되었고, 지난 2023년 1월 창립기념일에는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성장하기까지 물심양면 도와주신 파트너 회사 대표님, 강사님, 지인분들과 함께 10주년 창립기념일 행사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은 일이 없다.
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하다 보니 '나는 대표로서 잘하고 있나?'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경영을 공식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봉사 문꼬리 만지듯 더듬거리며 흔들거리며 어찌저찌 해오고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도 모른 채 여전히 헤매는 중이다.
그렇게 헤매다가 작년 3월에 《외로우니까 대표다 TV》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중소기업 대표님들은 대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실까? 그리고 그 고민들을 어디서 나누고 있는 것일까? 고민 나눔터가 없다면 내가 13년 차 대표로서 총대를 메고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해서 시작한 채널이다. 사실 내가 답답해서 만든 채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기업 대표님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채널을 만들면 나도 배우고, 배운 것들을 함께 나누면 일석이조 아닐까 하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왠걸? 실제로 콘텐츠를 만들면서 여러 자료들, 책들을 꺼내 보며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저절로 해결되는 신기한 일도 발생했다. '아하, 이런 거였구나'라는 스스로의 깨달음이 문제 해결이 되는 순간들 말이다.
아직 구독자 수도 미비하고, 콘텐츠의 질도 그닥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혼자 사부작사부작 영상 찍고, 편집하고, 업로드하는 중이다. 언젠가는 나의 이런 의도와 노력들을 알아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인생 나이로 열세 살이면 어린 티가 벗겨지고 좀 더 영글고 무르익어가는 나이다. 소기업 성장 주기도 그렇게 따지면 이제 좀 뭔가를 알고 더 영글어갈 수 있는 좋은 시기인데, 우리 기업은 어떠한가? 또 대표인 나는 어떤가? 정말 뭔가를 알아가고 계속 영글어가고 있기는 하는 것인가?
1년이 지나고 또 1년이 지나면 대표로서의 나도 좀 영글어가고 무르익어갈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작은 회사라 큰 이슈가 없을 것 같아도, 매년, 매달, 매일 다른 이슈로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시끄럽다.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 보니 작은 회사는 오히려 직원들 한 명 한 명이 다 눈에 보여서 경영하기가 더 쉽지 않다고 했다. 100% 동감하는 말이다. 50명 이상만 되더라도 각 부서의 리더들에게 직원 관리는 어느 정도 위임하고 시스템을 갖추면 크게 어려울 게 없다고 하는데, 소기업 특히 5인 미만의 기업은 직원 한 명 한 명의 그날그날의 표정, 태도, 감정 등을 고스란히 보게 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오늘 표정이 안 좋네. 무슨 안 좋은 일 있니? 어디 아픈 거니?'
이런 질문들은 소기업 대표가 직원들에게 자주 묻는 말일 것이다. 덩치가 작다고 고민이 작은 건 아니더라.
열세 살 기업, 그리고 열세 살 대표.
새벽은 어둡지만 동틀 녘 또한 멀지 않았다고 믿는다. 오늘도 나는 고민으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어제와 같은 고민은 아니다.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영글어 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은 회사의 새벽이 덜 깜깜하도록, 그리고 비슷한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작은 불빛이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