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지 않다.

'마음껏 속상해해도 괜찮아..'

by 외로우니까대표다

월요일부터 유난히 마음이 가라앉았다.
지난 목요일, ZOOM으로 참여한 입찰경쟁PT 발표가 언제나 날까 노심초사하며 기다렸만 내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아침이 되서야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에 조심스레 로그인을 했다.

나의 투찰 내역에 투찰 결과를 클릭하는데 손이 떨려옴을 느꼈다.

창업이래 가장 큰 비용을 수주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과 설레임도 컷지만 혹시나 안 되었을 경우 어쩌지?하는 마음에 욱 긴장도 되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상부적격자..라는 다섯 글자.

그 글자가 주는 상실감은 실상 너무나도 컷다.


내 마음에 첫번째로 차오른 감정은 '부정'이었다.

'지난 몇 주 동안 팀원 둘과 함께 공을 들여 준비했는데 왜 입찰에서 떨어진거지? 말도안돼!' 과가 납득이 안가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 다음으로 올라온 감정은 화남과 짜증, 분노,속상함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괴롭혔다.

다행히 화가나고 짜증나는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마음에 진정이 찾아온 후에야 비로소 결과에 대한 수용, 그리고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이 겹겹이 나를 채웠다.

차오른 감정 중에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이 제일 컷다.


사실 결과가 늘 원하는 대로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대표로서 때로는 좋은 결과를, 때로는 고배를 마시는 게 당연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지 않은가?

애써 준비한 만큼 더 애가 타고, 기대가 있었던 만큼 실망도 찾아온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했다.

팀원들에게 "괜찮아, 우리가 기술평가에서 점수미달이라고 하니 뭔가 부족했겠지. 우리가 못한 게 아니라 다른 업체가 더 잘한걸거야"라고 말하며 애써 괜찮은 척했다.


속으로는 "조금만 더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내가 발표를 잘 못한걸까?"

자꾸 내안에서 끊임없는 질문이 올라왔다.

그 마음을 그대로 내보이면 팀원들의 사기에 금이 갈까 봐, 내색하지 않고 꾹꾹 눌러 담았다.


대표는 속상해도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속상해도 '괜찮은 척 해야 하는 사람'인것 같다.

런 자리의 고충은 의외로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표를 단단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큰 그림을 보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늘 여유 있게 판단할 줄 아는 사람.


그러니 대표가 잠깐 흔들리는 모습도, 대표가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 모습도 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일지 모른다.


문득 나도 나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정말로 의연한 걸까, 아니면 그냥 의연한 척하고 있는 걸까?"


대표의 자리에서 살아간다는 건 결국, 이런 물음과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일이다.

내 속마음은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휘청거리는데,

겉모습은 팽팽하게 잘 매만져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런 생각도 든다.

‘괜찮은 척’도 일종의 책임일 수 있겠구나.

팀원들이 나의 표정 하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 내 태도에 따라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하고,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기도 하는 자리.

그렇기에 오늘도 속상한 마음은 내 안에서 조용히 다독이며 걸어간다.


그러나 내가 대표로서 다짐하는 한 가지는 있다.

속상한 마음을 억누른다고 해서 그 마음을 애써 외면하지는 말자고..

혼자 있는 시간만큼은, "참 속상했지”라고 나 스스로를 토닥여주자고..

속상할 수 있는 나 자신에게 속상할 권리를 주자고..

대표는 속상해도 내색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대표도 사람이다. 혼자만의 시간에는
마음껏 속상해해도 괜찮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