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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ul 03. 2015

4가지 테마로 만나는 인천 최고의 맛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는 맛의 거리는 인천 여행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테마다. 오랜 세월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허름한 식당부터 새롭게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까지, 취향대로 선택해 식도락 기행에 나서자.


고현 ・ 사진 조지영


1. 중구 누들 로드

담백한 맛이 일품인 만다복의 백년 자장. © 조지영

중구 개항장 일대에는 저마다 사연이 담긴 면 요리가 지역마다 하나씩 거리를 이루고 있다. 먼저 차이나타운은 짜장면의 발상지. 최초로 짜장면을 만들기 시작한 공화춘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같은 건물에 들어선 짜장면박물관에서 차이나타운과 공화춘의 흥망성쇠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공화춘의 원조 짜장면 맛이 궁금하다면 차이나타운 북쪽에 있는 만다복으로 향하자. 옛 공화춘의 주방장과 요리 연구가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백년 자장을 선보인다. 최초의 짜장면 맛을 살리기 위해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중국에서 직접 공수한 춘장만으로 요리해 기존 짜장면과 다른 담백한 맛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신포우리만두의 대표 메뉴 쫄면. © 조지영

신포시장 동쪽 끝에 있는 신포우리만두를 평범한 프랜차이즈 분식점으로 여기고 그냥 지나치지 말 것. 이곳은 신포우리만두의 본점이자 우리나라에 쫄면을 대중화시킨 ‘쫄면 성지’다. 1970년대 냉면을 생산하던 광신제면에서 실수로 뽑은 굵고 질긴 면을 각종 채소와 고추장으로 버무린 것이 바로 쫄면의 기원이다. 당시 이 일대에 있던 분식점 맛나당에서 최초의 쫄면을 선보였고, 이후 신포우리만두 본점에서 달달하고 매콤한 쫄면 레시피를 개발하면서 학생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큰우물칼국시의 푸짐한 칼국수. © 조지영

신포동 북쪽에는 용동큰우물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지역이 있다. 과거 이 지역에 자연스레 형성된 커다란 우물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물맛이 뛰어나 수많은 양조장과 술집이 우물 주변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술을 마신 이들의 해장을 위한 칼국숫집이 하나 둘 생기면서 오늘날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칼국수 골목이 탄생한 것.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큰우물 칼국시에서는 직접 반죽한 투박한 면발에 바지락을 넣고 공들여 끓인 옛날식 칼국수를 선보인다. 다진 양념 대신 구수한 간장으로 간을 조절하는 것도 이 집의 오랜 전통.


냉면거리의 명물 세숫대야 냉면. © 조지영

동인천역 너머 화평동 냉면 거리는 1980년대 인천의 공단 근로자에게 저렴하고 양이 푸짐한 냉면을 팔기 시작한 데에서 유래한다. 세숫대야만큼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육수를 담고 진한 고추장 양념과 열무를 올린 단출한 냉면이 큰 인기를 끌면서 수십 곳의 냉면집이 늘어선 거리가 형성됐다.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맛은 덜하지만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은 오늘날 화평동 냉면을 고유명사로 남게 한 비결이다. 초창기부터 같은 자리를 지켜온 원조 할머니 냉면에서 원조 세숫대야 냉면을 즐겨보자. 양이 많아 1그릇으로도 충분하지만 무료로 사리를 추가할 수 있다.

+ 만다복 백년 자장 7,000원, 중구 차이나타운로 36.
+ 신포우리만두 본점 쫄면 5,000원, 중구 제물량로 166번길 29.
+ 큰우물 칼국시 칼국수 6,000원, 중구 우현로 90번길 40.
+ 원조 할머니 냉면 냉면 5,000원, 동구 화평로 26.


2. 송도 월드 푸드

챕터원의 셰프 송인규 씨가 창의적인 플레이팅을 선보이고 있다. © 조지영

송도국제도시의 핫 플레이스는 트라이볼, 동북아트레이드타워 같은 세련된 건축물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거부하고 도전 정신으로 가득한 로컬 레스토랑이 이 지역에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방문하고 거주하는 국제 업무 단지인 만큼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기본. 주상 복합단지 더샵센트럴파크 2차 B동에 2014년 1월에 문을 연 챕터원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탤리언 요리에 프랑스식 장식을 가미한 레스토랑으로, 셰프가 플레이팅하는 모습을 모니터로 중계해주는 시스템이 흥미롭다. 주말에는 스테이크, 로브스터 등의 메인 요리를 포함한 코스 메뉴를 선보인다. 평일 오후에는 천연 조미료를 활용한 이탤리언 요리 쿠킹 클래스를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베트남 요리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메뉴를 갖춘 파파사이공. © 조지영

같은 단지 C동 끝에 자리한 파파사이공은 고급 베트남 레스토랑을 추구한다. 8년 전 베트남에서 투자 관련 일을 하던 중 동남아시아 요리에 푹 빠진 안희균 씨가 현지에서 직접 요리를 배워 레스토랑을 열었다. 짜조, 쌀국수 같은 베트남 요리를 기본으로 내며, 뿌앤꿍, 팟타이 등 타이 요리까지 맛볼 수 있다.

신선한 식자재로 조리한 아키노 주방의 치라시동. © 조지영

NC큐브 커넬워크는 미식가를 위한 특별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숨어 있는 곳. 가을동 2층에 자리한 아키노 주방은 치라시동(ちらしどん, 생선 자투리로 만든 덮밥) 같은 다채로운 일식 덮밥 메뉴가 인기 있다. 생새우를 약 10일 동안 간장에 숙성시켜 만드는 새우장 덮밥은 이 집의 별미.

아사이베리 전문 디저트 카페 아사이베리쿡. © 조지영

여름동 1층에서는 독특한 브라질식 디저트가 기다린다. 브라질 국기와 트로피컬 장식이 시선을 끄는 아사이베리쿡에선 아마존 지역에서 재배하는 아사이베리 열매를 이용한 메뉴를 선보인다. 아사이베리는 항산화 효과가 탁월하고, 면역력이 뛰어나 최근 미국에서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열매. 대표 메뉴인 아사이볼은 푸짐한 과일에 걸쭉하고 달달한 아사이베리 스무디가 어우러져 맛이 더욱 신선하다.

+ 챕터원 스테이크 3만5,000원부터, 코스 6만 원부터, 연수구 센트럴로 194 센트럴파크 2차 B동 123호.
+ 파파사이공 쌀국수 8,000원부터, 연수구 센트럴로 194 센트럴파크 2차 C동 201-202호.
+ 아키노 주방 치라시동 정식(런치) 2만5,000원, 연수구 아트센터대로 107 커넬워크 301동 206호.
+ 아사이베리쿡 아사이볼 5,500원부터, 연수구 아트센터대로 131 커넬워크 201동 128호.


3. 동인천 노포

갈빗살을 더한 평양옥의 해장국. © 조지영

지역마다 오래된 식당을 수소문하면 30~40년 된 집 정도는 종종 발견할 수 있다. 1차례 대를 이으면 대략 그쯤 유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반면, 그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식당은 손에 꼽을 정도로 찾기 힘들다. 대부분의 식당이 한국전쟁을 겪으며 명맥을 이어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1945년 이래 3대째 한자리를 지켜온 신흥동의 평양옥은 인천에서 찾기 힘든 노포(老鋪, 대물림해 내려온 점포)로 지역 주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처음에는 장터 국밥을 팔았다가 한국전쟁 이후 시작한 해장국이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이 집의 해장국은 평범해 보이지만 오랜 세월만큼 맛의 깊이가 남다르다. 비결은 우거지를 넣고 된장을 푼 설렁탕 육수로, 10시간 정도 끓인 다음 얼갈이배추를 넣어 다시 8시간을 더 끓여 낸 맑은 국물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연한 갈빗살을 더하면 평양옥표 해장국이 완성된다.

육수의 깊이가 남다른 삼강설렁탕. © 조지영

동인천역 부근에 자리한 삼강설렁탕 역시 1954년 삼강옥으로 문을 연 인천 대표 노포다. 인천 지역의 야구 역사를 총망라한 <인천 야구 한 세기>에 등장할 정도. 인천고등학교 야구부가 지금은 사라진 인천 야구장에서 시합을 하기 전 이 집의 설렁탕을 먹고 기운을 냈다는 이야기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진한 국물 맛은 단골손님의 발길을 붙드는 일등 공신이다.


동인천 주당의 입맛을 사로잡은 다복집. © 조지영

신포동에는 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술집이 남아 있다. 다복집이라고 쓰인 간판 아래에 걸린 시인 최승렬의 석고상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 집의 대표 안주 메뉴는 소 힘줄(스지)과 삶은 감자를 넣어 끓인 스지탕.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요리지만 쫀득쫀득한 스지의 맛을 아는 애주가라면 주저하지 않고 주문하는 메뉴다. 이 외에도 족발, 함박스테이크, 고추전, 홍어찜 등 안주 메뉴가 다양하다.

+ 평양옥 해장국 9,000원, 중구 도원로 8번길 68.
+ 삼강설렁탕 설렁탕 7,000원, 중구 참외전로 158번길 1.
+ 다복집 스지탕 2만 원, 중구 우현로 39번길 8-2.


4. 홍예문 카페 거리

히스토리의 달콤한 카페 사이공 커피. © 조지영

최근 전국 각지에 유행처럼 카페 거리 가 생기고 있다. 보통 카페 거리라 하면 노천카페 가 줄지어 있는 이국적 풍경을 떠올리기 쉬운데, 홍예문 앞에 들어선 카페 거리에선 좀 색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우선 근대 문화유산인 홍예문과 자유공원으로 향하는 한적한 골목이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성이 각기 다른 카페가 듬성듬성 숨어 있어 이곳이 카페 거리라는 사실을 크게 내세우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홍예문 남쪽 언덕 모퉁이에 문을 연 지 6년 된 히스토리는 이 거리의 터줏대감 같은 곳. 80여 년 된 적산가옥을 개조한 건물 1층은 주인이 머무는 집이고, 나무 골조를 그대로 드러낸 2층에 카페가 있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을 여러 차례 진행한 카페 실내는 내 집처럼 정감이 느껴진다. 이곳 커피는 모두 동티모르산 공정무역 원두로 내리며, 1층 정원에선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벼룩시장이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적산가옥을 레너베이션한 카페 아미가. © 조지영

히스토리와 나란히 자리한 카페 아미가는 홍예문 카페 거리의 후발 주자. 본래 히스토리와 같은 건물이던 것을 분리한 곳으로, 목조 가옥 형태를 살려 3년 전 카페로 개조했다. 1층은 모던한 분위기를,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2층은 아늑한 기운을 풍긴다. 별도로 마련한 좌식 테이블 방은 오랜 시간 머물기에 좋다.


홍예문 커피집의 특별 메뉴 사이펀 커피. © 조지영

홍예문로를 건너면 4년 전 문을 연 홍예문 커피집이 나온다. 적산가옥을 개조한 다른 두 카페보다 커피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곳. 테이블 2개와 좁은 바에 놓인 낮은 스툴이 실내 좌석의 전부일 정도로 규모는 아담하지만 주인장 부부가 정성스레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특별 메뉴 사이펀 커피를 주문하면 실험 도구처럼 생긴 투명 플라스크를 사용해 증류 방식으로 내려주는데, 일반 드립 커피에 비해 맛이 한층 더 깔끔하다.

+ 히스토리 에스프레소 5,000원, 중구 송학로 13-1.
+ 카페 아미가 드립 커피 6,000원부터, 중구 송학로 11-1.
+ 홍예문 커피집 사이펀 커피 7,000원, 중구 송학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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