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여행을 좋아하는 3인이 말하는 잊지 못할 드라이빙의 추억
작년 가을, ‘스위스 그랜드 투어’ 여행 캠페인 론칭을 앞두고 사전 답사차 직접 자동차를 몰고 스위스 구석구석을 다녔더랬다. 그때 푸르카 패스(Furka Pass)를 넘게 되었다. 이 도로는 해발 2,500미터의 알프스 산자락을 넘는 고갯길로, 스위스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을 자랑하는 드라이빙 구간이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압도하는 풍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세우고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그러고 다시 출발. 그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절경에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기를 수차례. 결국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려 알프스의 재를 넘었다. 아마도 자동차 여행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여행의 묘미리라.
김지인은 2002년부터 스위스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현재 취리히와 루체른을 오가며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EBS 세계테마기행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지난해 러시아 캄차카(Kamchatka)를 취재할 때다. 홍연어와 불곰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쿠릴 호수까지 가려면, 거대한 바퀴를 장착한 특수 개조 차량을 타야 했다. 그런 차는 처음이었다. 2박 3일 동안 비포장길을 달렸는데, 엄청나게 흔들려서 정신을 못 차렸다. 그래도 지체할 수는 없었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가 도선하는 배를 놓치면 거의 반나절이나 하루 남짓 대기해야 했고, 차를 얻어 타는 데 하루에 200만 원이라는 거금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막상 쿠릴 호수에 도착해서는 좀 당황스러웠다. 연어와 불곰을 너무 흔하게 마주쳤으니까.
신동신 PD는 1년에 6개월은 해외 구석구석을 뒤지며 차를 타고 돌아다닌다. 그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KBS와 EBS를 통해 종종 볼 수 있다.
자동차 전문지 <모터 트렌드> 사진가로 일하던 시절, 매달 화보 촬영을 하느라 차를 끌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곤 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은 곳은 새로 나온 SUV 촬영을 위해 떠난 경상남도 창녕의 우포늪. 밤새 달려 새벽에 도착한 우포늪은 짙은 안개 때문에 본모습을 짐작하기 힘들었다. 좀 으스스했지만, 천천히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안개 속을 헤치며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여명이 밝아오려는 찰나, 마침내 물안개가 걷히면서 차창 밖으로 거무스름한 늪지의 맨얼굴이 펼쳐졌다. 그저 가만히 시선을 멈추게 하는 서정적인 풍경이 온 사위를 압도했다.
이창주는 아웃도어 활동에 애정을 지닌 사진가다. 이번 여름 흑백 사진 촬영 전문 ‘등대 사진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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