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Lanai Adventures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에 머물며 라나이 섬을 구석구석 탐험하자. 광활한 오프로드를 달려 바람의 언덕을 마주하고 검은 해벽 아래 바닷속을 유영하며 발견한 라나이의 민낯.
하와이 호놀롤루공항에서 이륙한 경비행기가 라나이 (Lanai) 섬을 향해 하강하기 시작하자 육중한 해벽이 먼저 드러난다. 이웃 섬인 몰로카이(Moloka’i)와 더불어 과연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해벽을 지닌 곳답다. 창문에 코를 박고 가파른 능선을 유심히 바라보는 여행객 대 부분은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Four Seasons Resort Lanai)로 향하는 사람들이다. 섬 유일의 특급 리조트로 라나이 주민 약 3,000명 중 50퍼센트 이상이 포시즌스 리조트와 관련한 업무를 하거나 그들의 가족이라고. 섬을 이끄는 경제적 원천인 셈인데, 공항으로 배웅을 나온 리조트 스태프 에밀리(Emily)도 비슷하다.
“남편 고향이 라나이예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이 죠.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곳이라 남편을 따라 이곳으로 이주했어요. 누가 어디에 살고, 새롭게 이사 왔는지 모두 알만큼 작은 도시랍니다.” 그도 그 럴 것이 에밀리는 키 작은 초목이 깔린 광활한 도로를 달 리다가 마주치는 반대편 차량의 모든 운전자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옅은 미소를 보낸다.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물론 그것이 언제나 장점은 아니지만요.” 에밀리가 덧붙인다. 자동차는 굽이진 커브 길을 여러 번 통과해 20여 분 만에 야자수로 둘러싸인 포시즌스 리조트에 다다른다.
“지난 해 대규모 레너베이션을 거쳐 올해 2월 새로운 모습으로 재오픈했죠. 목재로 꾸민 공간과 열린 구조가 특징이고, 호텔 구석구석 폴리네시안 예술 작품도 만날 수 있습니다.” 리조트 홍보를 담당하는 제니(Jenny)가 말한다. 라나이 최남단 마넬레 베이(Manele Bay)에 자리한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는 스위트룸 45개를 포함해 널찍한 공간의 발코니를 갖춘 213개의 일반 객실, 일식 레스토랑 노부(Nobu)와 하와이의 해산물 레스토랑인 원 포티(One Forty), 11개의 트리트먼트 룸을 갖춘 스파와 24시간 운영하는 수영장 그리고 모든 홀에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18홀 잭 니클라우스 시그너처 마넬레 골프 코스(Jack Nicklaus Signature Manele Golf Course) 등의 부대 시설을 갖춘 특급 리조트다. 우리에겐 빌 게이츠가 섬을 통째로 빌려 결혼식을 올린 장소로 더 유명하다. 주변 환경은 몰로카이와 더불어 가장 하 와이 원형에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객실이 해안선을 따라 정원에 둘러싸여 있고, 훌로포에 베이(Hulopo’e Bay)가 초승달 모양으로 리조트를 감싸고 있어 원시 자연이 보호하고 있는 듯하다.
“축복받은 날에는 마넬레 베이에서 하와이의 다른 5개 섬이 모두 보이죠. 푸우페헤(Pu’u Pehe) 바위섬 앞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경이롭기까지 하답니다. 이곳에선 새가 울기 전에 서둘러 나서야 해요.” 조류 사육사 브루노 엠비(Bruno Amby)의 말을 따라 이른 새벽 리조트를 나선다. 리조트와 연결된 훌로포에 베이를 가로질러 10분쯤 걸었을까, 푸우페헤 바위섬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트레일 입구 가 보인다. 가파른 해벽을 따라 이어진 트레일 아래로 파 도가 절벽을 부숴버릴 것처럼 거세게 몰아친다. 길은 또 얼마나 아찔하고 미끄러운지 몸이 굉음을 좇아 절벽으로 굴러 떨어질 듯하다. 크고 작은 구멍이 파인 날카로운 표 면은 화산활동으로 생긴 흔적인데, 훌로포에 베이 주변에 그 구멍으로 자연스레 형성된 천연 수영장이 여럿 보인다. 파도가 네모난 수조 같은 공간에 들이치고 빠져나갈 때마 다 희뿌연 작은 폭포가 생긴다. 리조트에서 불과 10여 분 걸었을 뿐인데, 오랜 세월 사람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야생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맹렬하게 퍼지는 햇빛 사이를 걷다가 바다 위에 외 따로 서 있는 푸우페헤 바위섬과 마주한다. 아랫 부분이 파도에 침식되어 좁아진 형태로 위가 더 튀어나왔다. 하 트를 닮은 외형 때문에 스위트하트스 록(Sweetheart’s Rock)이라 불리지만 동의하진 못하겠다. 이 바위에는 원 주민 사이에서 내려오는 슬픈 전설이 있으니까. 이곳에 아름다운 소녀 페헤(pehe)를 동굴에 감춰놓고 행복하게 사는 한 소년이 있었는데, 어느 날 소년이 산에 간 사이 큰 파도가 몰아쳐 페헤의 생명을 앗아간 것. 소년은 소녀를 아 무도 볼 수 없는 바위 꼭대기에 묻고 자신도 절벽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설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이곳의 파도는 거세다. 서핑을 즐기는 이가 이곳의 굽이치는 깨끗한 너울을 본다면 금방이라도 바다로 뛰어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암벽이 많고 조류의 변화가 잦아 반드시 지역을 잘 아는 전문가와 함께 안전하게 서핑을 즐겨야 한다. 리조트로 다시 돌아가는 길, 마침 중년 서퍼가 훌로포에 해변가에서 파도를 관찰하며 무심 하게 앉아 있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바다로 뛰어든 그는 자신의 머리 위로 차오르는 파도 속으로 미끄러진다.
“바람이 모이는 곳이에요! 신들이 대화를 나누는 곳이죠!” “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 가이드의 말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몸을 다급하게 수그려야 했다. 붉은 모래가 머리카락을 사방에서 뒤흔들어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고, 카메라를 든 손이 균형을 잃어 허우적댄다. 붉은 대지에 거대한 용암 바위가 흩어진 모습이 영화 <마션>의 마크 와크니가 탐사하던 화성과 닮아 있다. “여긴 라나이의 북서부 끝 카네푸우(Kanepuu)예요. 라 나이에서 가장 바람의 세기가 강한 곳이죠. 자연이 만든 이 풍경 좀 보세요. 오전에는 바위가 부드러운 오렌지빛을 띤답니다. 늦은 오후가 되면 탄산칼슘 광물이 햇빛을 받아 멀리서도 반짝거리고요.” 가이드는 흔들리는 안경을 붙잡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외치듯 말 한다. 수만 년간 바람에 시달린 바위는 대부분 둥글게 닳아 있는데, 그 사이로 희귀 건조 식물들이 누워 있다. 위태로움 앞에서 삶이 더욱 강인해지듯 척박한 땅에 뿌리 내린 생명은 더욱 소중해 보인다.
기괴하리만큼 생경한 바위 정원은 3킬로미터가 량의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는 카네푸우 자연보호구(Kanepuu Preserve)에 자리 잡고 있어 능숙한 운전자도 주행이 쉽지 않다. 비가 오는 날에는 사방에 깊은 물 웅덩이가 생겨 아예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좁은 고갯길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며 빠져나오는 길조차 시야가 좁아 음산하다. 그러다 갑자기 풀숲에서 커다란 뿔이 불쑥 튀어나온다. 잠시 멈칫하다가 이어지는 거대한 행렬. 사슴 8마리가 순식간에 반대편 풀숲으로 질주한다. “라나이엔 사람보다 사슴이 더 많이 산다고 합니다. 자동차와 사슴이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발생할 만큼 문제기도 하지요. 특히 밤에 운전할 땐 늘 좌우를 잘 살펴야 해요. 간혹 멀리서 총소리가 나도 놀라지 마세요. 과도하게 늘어나는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슴 사냥을 합법화했거든요.” 사슴만큼이나 눈에 띄는 건 칠면조다. 그들은 대부분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졸고 있거나,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쪼아 먹는다. “칠면조는 괜찮습니다. 성탄절이 오면 개체 수가 저절로 줄어드니까요.”
세일링 마넬레 항구에 날렵하게 생긴 요트가 항해 준비로 분주하다. 엔진 동력으로 항해할 수 있는 세일링 요트 트릴로 지는 내부에 폭신한 소파 벤치와 쾌적하고 큼지막한 라운지, 테라스 테이블을 갖췄다. 가벼운 엔진 소리와 함께 항 구를 떠난 트릴로지가 해벽을 따라 섬의 반대편을 향한다. 아래가 뻥 뚫려 바다가 그대로 보이는 네트 위에 삼삼오오 모인 여행자는 대부분 신혼여행을 온 커플이다. 로맨틱한 분위기에 흠뻑 젖은 미국인 부부 옆으로 턱을 괴고 수평선을 바라보는 남자와 분주하게 선크림을 바르는 여성이 나란히 누워 있다. 뱃길은 몇 킬로미터 동안 고요하게 이어진다. 명징하게 푸른 하늘 아래 툭 튀어나온 가파른 해벽이 하늘을 가려 보트에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제야 엔진 소리가 멈추고 트릴로지를 이끄는 수장 브라이언 리처드스(Brain Richards)가 외친다. “여기가 좋겠습니다!”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의 세일링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트릴로지 익스커션(Trilogy Excursion)은 1973년에 마우이(Maui) 섬에서 2명의 형제가 시작한 가족 기업이다. 1920년대부터 알래스카 등지에서 선박업을 하던 형제가 1971년 마우이에 터를 잡고 본격적으로 수상 레저 사업을 시작했다. “길이 16미터, 너비 9미터 의 트롤로지 Ⅵ로 2000년에 나온 녀석입니다. 하와이 섬을 둘러보기에 가장 탁월한 동반자죠. 상어 지느러미를 닮은 샤크핀 록(Sharkfin Rock) 주변에서 스노클링을 할 겁니다.” 과거 마우이에서 프로 서퍼로 활동했다는 캡틴 리처드스가 바위섬을 가리키며 말한다.
바위 너머로 가파른 해벽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하늘에선 새가 상승 기류를 타며 지나간다. 이 해식 절벽 팔리 카홀로(Pali Kaholo)는 몰로카이 섬의 칼라우파파 (Kalaupapa)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해수면으로부터 100미터 이상 솟아 있다. 이곳은 스노클링과 다이빙 사이트로 유명한 장소기도 하다. 손바닥만 한 보조 세이프 장치를 허리에 두르고, 장비를 챙겨 짙푸른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따뜻한 물결이 고요하면서도 힘차게 너울대고, 물속에선 물고기가 나른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운이 좋으면 하와이안 바다거북 호누를 만날 수도 있다고. 절벽 바로 옆으로는 약 20미터 높이의 카헤킬리 점프대(Kahekili’s Leap)가 보인다. 마우이 추장이던 카헤킬리가 해벽 다이빙을 즐기던 곳으로, 부족 의 강인함을 시험하던 공포의 장소였다. 네트에 앉아 리조트에서 챙겨준 도시락과 라나이 타이를 먹으며 따뜻한 바람에 취하고, 해벽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것만으로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거우리라 생각하는 순간, 캡틴은 서둘러 돌아갈 채비를 한다.
하와이 원주민이 처음 라나이에 도착해 살기 시작한 수백 년 전에는 그저 붉은 사막에 불과했다. 그들은 물을 찾아 라나이 북동부 연안에서 카우말라파우(Kaumalapau), 카우놀루(Kaunolu) 협곡을 따라 땅을 파내기 시작했고, 섬 중심부에 흐르는 작은 시내 등을 발견하면서 ‘하와이 의 쌀’이라 불리는 타로(Taro)를 본격적으로 재배했다. 척박한 땅에서 작은 샘물을 발견하기까지 그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 염원하며 기다렸을까. 다목적 사륜구동 자동 차를 통칭하는 UTV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프로그램 은 그런 라나이의 시간을 좇는 모험이다. 포시즌스 리조 트 라나이의 라나이 앰버서더(컨시어지)를 통해 UTV 투어를 예약하고 오프로드로 향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라나이가 풍요로운 땅이라는 거예요. 사람들은 황량하고 별 볼일 없는 척박한 땅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하며 꾸려온 먹거리가 자라고 있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산으로 들어가면 물을 머금고 있는 무성한 숲이 등장하죠.” UTV 운전을 맡은 생태 가이드 앨런(Allen)이 말한다. 라나이에서 태어난 그는 하와이 호놀룰루 대학교에서 관광학을 전공한 뒤 가족과 함께 UTV 투어를 운영한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440번 국도를 타고 높이 솟은 쿡 소나무를 지나 팔라와이 분지(Palawai Basin)가 내 려다보이는 힐룩아웃(Hi’l Lookout)까지 약 반나절 동안 달린다. 자동차는 철목이 울창한 숲으로도 진입한다. 라나이를 재생 가능한 생태 섬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작물을 심어놓은 텃밭들을 울타리로 둘러싸 보호하고 있는 곳도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길 위로 흩날리는 검은 비닐 의 정체. 어디든지 작고 검은 비닐조각이 깊숙이 박혀 있는데, 아무리 애를 쓰며 거두려 해도 비닐 일부만 찢어질 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는 1990년대 초 라나이에서 붐을 이루던 파인애플 산업의 잔재라고. 우리에게도 친숙한 돌(Dole) 컴퍼니가 1922년 라나이 섬의 98퍼센트를 매입해 파인애플 농장을 운영한 것. 이제는 환경 훼손의 주범으로 잔존하는 역사가 되었지만, 한때 전 세계 파인애플의 75퍼센트를 라나이에서 수확할 만큼 ‘파인애플의 섬’으로 유명했다. 검은 비닐조각만큼 눈에 띄는 것은 바위에 새긴 암각화다. 사냥꾼, 물고기, 사슴, 새 등을 새긴 30여 개의 검은 바위가 듬성듬성 떨어져 있어도 관리하 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라나이 고대 역사의 흔적이니 박물관에 고이 모셔두고 연구를 할 법한데, 그저 아무렇지 않게 놓여 있다. 거친 잡목과 흙구덩이를 오르락내리락한 덕분에 귓속까지 붉은 흙이 가득 차 있다. “악” “큭!” 짧은 비명을 지르다가 금세 협곡의 웅장함 앞에 연신 카메라를 든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절벽을 따라 달리며 날 선 바람을 마주할 때마다 라나이가 이겨낸 험난한 세월이 중첩 된다. 우선 마스크와 고글 착용은 필수고.
신진주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에디터다. 해벽 아래 스노클링을 그리워하며 프리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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