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le Southern Thai Travel
태국 남부의 해안 마을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공존한다. 자연이 곧 삶인 그 안에서 여행하기.
우기가 막 지난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인기척은 거의 없다. 우기에는 안다만(Andaman) 해안 길 대부분이 닫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간혹 경박한 엔진 소리를 내는 스쿠터에 오른 청년이 눈을 부릅뜨고 속도를 줄이며 지나가고, 해변에서는 아이들이 몸을 이리저리 부딪히며 서로를 쫒는다. 나른하게 바위 앞에 앉아 담배를 씹거나 낮잠을 자는 청년도 보인다. 이곳은 푸껫에서도 87킬로미터가량 떨어진 팡응아(Phang Nga) 주. 방콕에서는 남쪽으로 788킬로미터 떨어진 말레이반도의 서쪽 끝이다. 백사 해변과 미사일처럼 솟은 근엄한 석회석 절벽, 맹그로브 밀림이 있고, 다이빙의 성지라 불리는 시밀란 군도(Similan Islands)의 일부를 접한다. 그 사이사이에 어업으로 생계를 잇는 수상 마을이 있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여행지로만 알려진 것과 달리 마을은 다소 무표정하다.
팡응아는 그간 운이 참 없었다. 라마 1세 통치 시절 지금의 미얀마인 버마가 푸껫을 비롯한 주변 지역을 점령했고 사람들은 팡응아로 도망쳤다. 탄압을 피해 숨어 들어간 사람들이 일군 마을인 셈. 1993년에 읍 단위 마을은 주로 확장되었는데, 가장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4년 겨울에 닥친 쓰나미였다.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해안에서 발원한 지진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안다만 해안을 덮친 것. 당시 8,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삶의 터전은 사라졌다. 12년이 흐른 지금, 상흔은 그대로지만, 삶은 여전히 지속된다.
팡응아 수산학 연구 개발 센터(Phang Nga Coastal Fisheries Research and Development Centre)는 해양 생물을 연구하고 증식을 돕는 정부 산하 기관으로, 지역 주민의 생계에 도움을 주는 해양자원도 함께 개발한다. 센터에 들어서자 향신료의 매콤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이곳에서 증식해 성공한 해조(seaweed)를 식자재로 한 쏨땀(som tam)을 요리하는 중이다. “바다 포도라고도 하고 그린 캐비어라고도 부릅니다. 마그네슘과 칼슘, 베타카로틴 등의 함유량이 많아 고혈압과 심장 질환에 특히 효과적이지요. 센터는 마을의 고수익 창출을 돕기 위해 어민에게 해조 양식 기술을 교육하고 있어요. 덕분에 주민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죠.” 녹색의 작은 알갱이가 촘촘하게 달린 해조를 손에 들고 수빠릅 쁘리빠나뽕(Suparp Pripanapong) 센터장이 말한다. 그린파파야와 매콤한 소스에 버무린 해조는 비린내가 적고 알갱이 터지는 느낌이 신선하다. 맞은편 철제 지붕 아래에는 널찍한 수조가 일정한 간격으로 펼쳐져 있다. 수조에는 ‘니모’로 친숙한 흰동가리, 그루퍼, 대하, 샛노란 은행잎을 닮은 나비고기를 비롯해 껍데기 길이가 1미터는 족히 될 듯한 대왕조개가 각각 무리를 이루고 있다. 입을 벌린 대왕조개를 유심히 지켜보자, 순간적으로 껍질을 닫는 힘이 상당하니 조심하라는 주의도 받는다. 심지어 대왕조개의 별명은 ‘식인 조개’라고.
“오늘 바다로 가는 녀석들입니다. 거북이 스스로 자신의 발을 볼 수 있을 만큼 자랐을 때 바다로 돌려보내는데, 최대 2년까지 보호하지요. 약 8개월간 보호 센터에서 자란 거북들로, GPS 칩을 삽입해 방생합니다. 칩은 거북의 생태와 이동 경로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지요.” 센터 직원이 손바닥만 한 등껍질을 실룩거리는 바다거북(green turtle)을 고무 통에 담아 내오며 말한다. 안다만 해안은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서식지로 유명하지만, 불법으로 알을 채취하고 등껍질로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들 탓에 바다거북 개체 수가 급감했다. 짧은 다리를 앞뒤로 버둥거리는 바다거북의 움직임이 씩씩하다. 센터의 인큐베이터에서 태어났지만 바다를 향한 본능은 잊지 않았으리라. 움직임이 가장 소심한 ‘9번’ 거북을 골라 ‘시몬(Simon)’이라 이름 짓고(수컷인지 확인할 순 없지만) GPS 칩을 몸속에 넣었다. 시몬의 옆구리를 움켜잡고 센터 앞 바다로 간다. 시몬이 검은 눈을 연신 끔뻑이며 허공을 향해 날갯짓한다. 바다거북은 제 목을 껍질 안으로 숨기지 못하는데, 그 때문인지 더욱 겁 없는 표정이다. 이윽고 해변에 내려놓자, 순간 우물쭈물하더니 바다를 향해 전력 질주한다. 그처럼 빠르게 달리는 거북을 본 적이 있었나. 파도에 휩싸여 몸통이 뒤집어지기를 여러 번. 수평선에 다다른 시몬이 차분하게 사라진다.
팡응아 수산학 연구 개발 센터 8am~4:30pm, +66 76 432 212, 164 Moo 9 Thai Muang, Phang Nga.
방빳 수상 마을(Bang Pat Fishing Village)로 들어가는 길은 폭 1미터 남짓한 좁은 도로가 전부다. 바다와 마을을 잇는 교각 위를 이륜차에 아이와 아내를 태운 남자가 익숙하게 통과한다. 두 손 가득 한 짐을 들고 있던 여인이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까지 멈칫하다가 이어 느릿느릿 걷는다. 불투명한 바다에는 고기를 실은 롱테일 보트가 잔잔한 너울을 만들며 맹그로브 숲으로 미끄러져 간다. 풍경은 아름답지만 고립된 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방빳 마을은 바다 위 나무 기둥을 세워 만든 수상 마을. 나무를 듬성듬성 이어 만든 바닥 틈 사이로 갯벌이 그대로 보이고, 복도를 중심으로 가옥이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협소해 보이는 집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안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파스텔 톤으로 깔끔하게 꾸민 방 안은 아늑하고 쾌적해 보인다. 집 앞 너른 평상에 앉아 바늘로 그물을 꿰고 있는 여인과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린 해산물을 내보인다. 방빳 마을에서 남성은 주로 어업에 종사하고 여인은 가족을 돌보며 남편이 잡아 온 새우와 작은 물고기 등을 말려 관광객에게 판매한다. 한데, 여인의 외모가 사뭇 눈에 띈다. 구릿빛 피부에 머리에는 모두 타키야(taqiyah, 모슬렘 모자)를 착용하고,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시원하다.
“주민의 99퍼센트가 모슬렘입니다. 심지어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죠. 방빳 마을은 바다에 바로 접한 까닭에 수많은 자연재해와 자본주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그들은 삶의 터전인 자연을 함께 보호하고 친환경 어업을 추구하는 조합을 만들어 함께 이겨냈고, 마을은 에코 투어리즘의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답니다. 이곳에서 맹그로브 숲을 살리고 해양자원을 보존하는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볼까요?” 방빳 마을의 지역 가이드 마유리 꽌깨오(Mayuree Kwankaew)의 말에 따르면 2004년 쓰나미가 안다만 해안을 덮쳤을 때 방빳 마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을 주변의 맹그로브 숲이 방패 역할을 하면서 피해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마을에서 5분 남짓 걸어 맹그로브 군락으로 간다. 이른 오전부터 내린 부슬비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와 우비로 채비를 단단히 한다. 한쪽에선 쓰나미로 무너진 숲의 일부가 민낯을 드러낸다. 굳건하게 뿌리내린 나무 기둥이 그대로 뽑혀 하늘을 향해 거꾸로 박혀 있다. 그 옆에서 뿌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묘목을 옮겨 대나무가 꽂혀 있는 구멍에 심는다. 지지대 역할을 하는 대나무에 묘목을 함께 고정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질퍽한 흙에 심은 묘목이 중심을 잃기 여러 번, 주민의 도움을 받아 제법 모양새가 나게 자리를 잡는다. 마을 주민 1명이 작년에 직접 심은 맹그로브나무를 가리키며 수줍게 웃는다. 잘 뿌리내린 맹그로브나무를 보니 방빳 마을 주민이 품은 희망은 이미 숲을 이룬 듯하다. 2011년 마을을 방문한 태국 시리낏(Sirikit) 여왕이 조합원의 활동에 감동받아 맹그로브 숲 트레일을 조성하고 마을 펀딩을 만들기도 했다. 맹그로브나무 심기와 더불어 방빳 마을은 ‘크랩 뱅크(Crab Bank)’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알이 꽉 들어찬 크랩을 수확하면 산란을 마칠 때까지 뱅크에 보호하는 것. 이는 생존률 5퍼센트에 불과한 크랩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자 장기적으로는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방빳 마을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아이디어다.
스피드보트에 몸을 실어 푸껫에서 꼬야오노이(Ko Yao Noi) 섬으로 간다. 팡응아 만에 접한 수상 마을로 가는 뱃길에 검은 구름이 앞지른다. 순식간에 엄청난 비바람이 보트 안에 몰아치고, 보트가 부서질 듯 굉음을 내며 파도와 충돌하지만 운전자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능숙하게 방향을 조종한다. 그들에게 거친 파도는 늘 마주하는 일상처럼 보인다. 운무를 가로지르자 해안을 따라 줄지어 있는 방갈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세상에 발견되지 않은 비밀의 섬으로 입성하는 느낌이다.
“꼬야오노이는 정말 특별한 마을이에요. 여전히 전통적인 어업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모슬렘 신앙을 존중하며 품앗이하듯 살아가죠. 여행자는 홈스테이를 통해 그들의 삶 깊숙이 경험하고 교류할 수 있어요. 함께 롱테일 보트를 타고 고기잡이에 참여할 수도 있죠.” 홈스테이 1호를 운영하는 어부의 집으로 들어서며 꽌깨오가 말한다. 목조 방갈로에 슬레이트 지붕을 올렸고, 널찍한 테라스에는 고양이 여러 마리가 몸을 비비 꼬며 돌아다닌다. 입구에 가지런히 정렬한 꽃 화분과 단정하게 꾸민 거실 테이블 장식이 주인의 취향을 넌지시 알려준다. 바닥에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거실을 지나치면 양쪽으로 침실과 부엌이 있고, 그 끝에 바다와 마주한 식당 공간이 나온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홈스테이 1호의 주인이자 주민 자치 조합인 에코투어리즘 클럽의 대표 삼릉 라켓(Samroeng Rakhet) 어부가 준비한 것. “크랩이 빠졌어” “새우를 더 올려야 해” “밥은 다 됐어?” 부엌에는 마을 아낙네들이 합심해 손님상을 준비하는 소리로 분주하다. 팡응아 해안에서 잡아 올린 크랩과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새우, 각종 채소와 과일을 정성스레 올린 ‘어부의 집밥’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이방인을 향한 환대와 다정한 마음이 식탁을 충만하게 채운다.
“꼬야오노이 섬에만 25개의 홈스테이가 있어요. 손님이 홈스테이를 신청하면 조합에서 균형을 맞춰 각 가정에 분배합니다. 머무는 집에 따라 참여 액티비티가 달라요. 여행자는 코코넛 열매를 함께 수확하거나, 양식업을 돕기도 하죠.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 새벽에 함께 보트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나가야 합니다. 준비됐나요?” 라켓이 자신의 롱테일 보트를 가리키며 말한다. 마을 남자가 어업과 홈스테이를 담당한다면, 여자는 수공예로 일손을 돕는다. 사(Sa)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한 여인은 자녀 없이 남편과 단둘이 산다. 남편이 고기잡이를 나가면 그녀는 마을 여인들과 함께 여행자를 위한 바띡(Batik)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생계에 도움이 될까 해서 시작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전통을 알리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그녀가 뜨겁게 달군 인두로 패브릭에 드로잉하고 채색하는 시범을 보인다. 손가락으로 패브릭을 비비고 누르며 배색과 균형을 맞추는 모습이 진지하다. 방갈로 건물들 사이로 바다의 수평선이 보이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채색에 몰두하노라니 이 순간 꼬야오노이 여인이 된 듯하다.
꼬야오노이 홈스테이 1박 9,500바트부터(2인 기준), +66 9168 0877, kohyaotravel.com/homestay
"푸껫의 하루는 시장에서 시작됩니다. 이른 아침부터 노점에 앉아 아침을 먹는 맞벌이 부부의 모습이 일상의 풍경이죠. 오전 5시부터 11시까지 열리는 시장은 저녁에 식당만 다시 문을 엽니다. 그때는 퇴근길에 들러 저녁을 먹는 이들로 북적이고요.” 푸껫 타이 쿠커리 스쿨(Phuket Thai Cookery School)의 강사 스(Sue)가 시장에 들어서며 말한다. 푸껫 구시가지 남부에서 위치한 따랏까셋(Talad Kaset)은 푸껫에서 가장 큰 식료품 시장. 생경한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자, 상인이 잎사귀 하나를 찢어 건넨다. 고수로 알려진 향신료, 코리앤더(coriander)다. 생강과 꼭 닮은 갈랑갈(galangal)과 샬롯(shallot), 버드 아이 칠리(bird’s eye chilly) 등 태국 음식 대부분에 들어가는 필수 식자재도 즐비하다. 태국 음식이야 많이 접해왔지만, 맛의 핵심인 채소와 향신료를 하나씩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코넛 크림 상점 한쪽에는 빈 코코넛 껍질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요리용 코코넛 크림을 고를 때 주의하세요. 걸쭉하게 농익은 크림을 골라야 하고, 그린 코코넛은 주스처럼 먹습니다.”
지역 시장을 둘러보고 직접 태국 음식을 요리하는 쿠킹 스쿨은 이미 유명하다. 푸껫 타이 쿠커리 스쿨 역시 수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다른 메뉴의 태국 요리를 여행자 대상으로 교육한다. “같은 팟타이(phad thai)라도 지역마다 사용하는 식자재와 맛이 다릅니다. 남부 사람들은 해산물을 많이 넣고 매콤하게 양념하는 편이죠. 그래도 태국 고추를 너무 많이 사용하진 마세요. 복부에 가스가 가득 차서 고생할지도 모르니까요.” 어릴 적부터 태국 고추를 많이 먹어 위벽이 얇아졌다고 농을 던지는 와신 부나까논(Wasin Bunakanon)은 푸껫에서 태국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베테랑 요리사로 4년째 쿠킹 스쿨 강사도 겸한다. 쿠킹 스쿨은 체험을 목적으로 한 이벤트에 가깝지만, 꼭 필요한 사항만 적은 간편 레시피와 친절한 설명은 부담 없이 태국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식자재를 직접 썰고 다지고 볶으며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팟타이와 똠양꿍 맛이 제법 그럴싸하다. “한국에서 태국 레스토랑을 차려도 되겠어요.” 부나까논 셰프의 칭찬에 꼭 스승님을 초대하겠다고 답한다.
푸껫 타이 쿠커리 스쿨 2,900바트부터, 8am~3pm, 수요일 휴무, +66 7625 2355, phuketthaicookery.com
푸껫의 구시가지는 아름답다. 이곳에는 은행과 박물관, 우체국 건물 등으로 쓰임새가 달라졌을 뿐 중국과 유럽 양식이 교차한 건축물이 옛 모습 그대로 화려하게 자리한다. 시노 콜로니얼(Sino-Colonial)이라는 건축양식인데, 푸껫이 단 한 번도 외세의 침입을 받은 적 없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반친쁘라차(Baan Chinpracha)는 푸껫의 첫 번째 시노 콜로니얼 건축물로, 1903년 당시 무역상인 프라 삐딱 친쁘라차(Phra Pitak Chinpracha)가 지었다. 붉은 목재 대문은 전형적인 중국 건축과 닮았지만 안으로 들인 작은 연못과 정원, 아치형 구조의 천장과 이국적 형태의 타일 등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중첩된다. “100년 전의 모습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집 안의 가구와 장식은 대부분 말레이시아 페낭과 중국에서 온 것이죠. 과거 물류 선박이 페낭을 거쳐 푸껫으로 들어왔거든요. 바닥의 타일은 이탈리아에서 수입했고요.”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입고 건축물에 대해 설명하는 짜룬랏 딴다바닛(Jaroonrat Tandavanitj)은 반 친쁘라차의 4대 후손이며, 건물 2층에서 여전히 생활한다. 외부에 공개하는 1층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부엌이다. 과거에 사용하던 요리 기구와 식기도 흥미롭지만 이곳은 건물의 바람골. 한여름에는 38도까지 상승하는 푸껫의 무더위에 대비해 통기를 위한 큼지막한 창문을 사방에 두었고, 외부열이 쉽게 들어오지 않도록 두껍고 밀도 있는 벽으로 마감했다. 거실 한편에 빼곡하게 걸어놓은 흑백사진에서 한 세기를 고군분투하며 지켜온 가족의 역사가 오롯이 드러난다. 건물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연신 셔터를 누르는 여행자의 풍경이 낯설지만서도.
반친쁘라차 9am~4:30pm +66 76 211 281, 83000 Amphoe Muang Phuket 98 Krabi Road.
신진주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GPS 칩을 삽입해 안다만 해에 직접 방생한 바다거북 시몬의 소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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