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더로드 Mar 10. 2017

창간 6주년 기념
여행 잡지의 기상천외한 법칙

여행 잡지 표지는 어떻게 선정할까? 여행 에디터의 여행 노하우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컨트리뷰터의 질문 그리고 독자의 페이스북 댓글을 한데 모아 편집부가 답했다.

토니 휠러와 모린 휠러.

Q1.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는 여행을 통해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하고 싶나요? (독자 문지연)


허태우 상호간 인식의 차이를 줄이고 선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유미정 론리플래닛은 값비싼 신상 아이템을 보여주기보다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는 일에 더욱 충실합니다. 가보고 싶고, 해보고 싶고, 먹어보고 싶은 호기심과 욕망을 책 1권에 모두 담아내지요. 그리고 매달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자,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경험을 소유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인데, 론리플래닛은 일찍이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경험을 전달하고, 특별한 경험을 소유할 수 있도록 공유해왔습니다.


고현 그간 론리플래닛은 전 세계 어디든 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느 곳이든 지속 가능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관심을 두어야 할 때죠. 지역의 환경과 공정한 경제에 도움을 주는 커뮤니티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식으로요.


이기선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에 대해 늘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는 삶의 태도에 대한 얘기기도 하지요. 재미있고, 시선이 올바르며, 그 지역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유익한 정보도요.


김수지 현지의 삶에 가장 근접한 여행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평범하고 익숙한 곳도 색다른 시선으로 그려낼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렇다면 모든 이의 일상이 여행과 맞닿아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ANATOLIY BABIY/SHUTTERSTOCK


Q2. 여행 가방을 많이 싸봤을 것 같은데, 여행 가방 싸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정도인가요? (독자 Eulchae Kong)


허태우 10여 분 만에 마무리한 적도 있고, 짐을 다 추리지 못하고 떠난 적도 있습니다.


유미정 보통 1시간 내로 정해놓고 짐을 싸기 시작합니다. 길게 고민하면 가방이 무거워지고 떠나기 전부터 피곤해지죠. 출장 때마다 가져가는 여행 필수품(여권, 세면도구 등)은 미리 패킹해둬서 짐 싸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편입니다.


고현 보통 출발하기 직전에 짐을 싸는데, 평균 30분 정도 걸리더군요. 한 번은 출국 시간을 잘못 확인하는 바람에 5분 만에 싸야 한 적도 있죠. 보통 막바지에 고민에 빠집니다. 노트북을 챙겨 가야 할지에 대해서요. 참고로 제 노트북은 15인치입니다. 고민할 만하죠. 최근 출장 때는 이걸 넣었다 뺐다가 다시 또 넣느라 평소보다 30분 정도 더 허비하고 말았네요.


이기선 짐 싸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아서 주로 출발 몇 시간 전부터 가방을 펼쳐놓고 이것저것 할 일을 하다가 필요한 게 생각날 때마다 던져 넣곤 해요. 다 합치면 30분은 넘는 것 같아요.


김수지 미루고 미루다 출발하기 전날 자정 즈음 짐을 싸기 시작해 새벽 2~3시쯤 끝내는 것 같습니다. 급할 땐 필요한 것을 무작정 캐리어에 넣기도 하는데, 이때 중요한 건 스피드가 아니라 캐리어의 크기죠.


Q3. 글로벌 여행 전문지로서 전문적인 정보 콘텐츠와 가볍고 트렌디한 흥미성 콘텐츠 사이에서 어떻게 조율하나요? 내부 규정이나 가이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마케팅 부장 양진아)


허태우 균형 잡힌 접근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트렌디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라도 정보의 가치가 부족하고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하면 배제합니다. 여행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이 어려울 경우도요. 전문적인 정보라도 여행자에게 위험을 줄 수 있을 경우 배제합니다. 그 외 내부 가이드라인을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상업적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꽤 엄격합니다. 또 정치적 이슈에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특정 소재를 다룰 때에도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으로서 술 문화를 다루되, 음주를 독려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담배, 성형, 정치, 총기류, 결혼 정보 업체 등의 광고를 게재할 수 없습니다.


유미정취재를 기획할 때 ‘가볍고 트렌디하며 흥미로운 콘텐츠에 전문적인 정보를 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지요. 론리플래닛에는 둘의 경계가 없습니다.


김수지 지면에 넣을 기사와 온라인에 올릴 기사의 콘텐츠를 선별해 조절합니다. 같은 기사를 활용하더라도 웹 상에서는 조금 힘을 빼고 흥미 위주로 서술하죠.



Q4. 표지 사진의 선정 기준 혹은 표지 선정에 얽힌 재미 있는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사진가 김주원)


허태우 여러 스태프의 추천과 투표를 거쳐 제가 (임의로) 선정하는 게 아닐까요?


유미정 표지 후보는 늘 2~3개 정도로 편집부와 디자인팀, 광고팀이 함께 결정합니다. 기억에 남는 B컷 표지 중에는 멕시코시티 프로레슬링 선수의 얼굴을 꽉 차게 담은 사진이 있었는데, 광고팀의 결사 반대로 결국 탈락했지요. 신선했는데….


이기선 지난해 6월호 표지를 고르며 “해변 표지는 앞으로 몇 달간 나올 일 많을 거야!”라고 모두 입을 모아 제외했는데, 재미있게도 연말까지 해변 표지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거예요.


김수지 가끔 따뜻하고 시적인 느낌의 사진과 어메이징한 대자연의 대결 구도가 펼쳐집니다. 대부분 대자연의 승리로 끝나는데, 2016년 8월호 몽골 표지는 전자의 승리였죠.


Q5. 살기 좋은 곳은 여러 군데 들었는데, 그럼 죽기 좋은 곳은 어디인가요? (소설가 김연수)


허태우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자틀랑티크(Pyrénées-Atlantiques) 지역의 도시 포(Pau). 피레네산맥을 보며 골목 산책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생을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추부트(Chubut) 주의 외딴 마을이나 에스탄시아(estancia, 농장)도 괜찮을 것 같더군요. 부치와 선댄스 일당처럼요.


고현 ‘죽은 자의 날(Día de Muertos)’을 축제처럼 벌이는 멕시코는 어떨까요? 기왕이면 카리브 해의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 같은 호젓한 섬이면 좋을 것 같네요.

아르헨티나 에스켈의 기차역. © 최남용

Q6. 취재할 때 받은 여행지의 느낌을 그대로 기사에 반영하나요? (스위스관광청 세일즈 앤드 프로모션 차장 김현주)


허태우 음… 네.


유미정 적극 반영합니다. ‘여행지 금사빠’라서 취재한 곳마다 몇 달씩 살다 오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지요. 기사를 쓰면서 더욱 빠져들 때도 많아요.


고현 취재할 때는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여행을 떠날 때보다 감흥의 폭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한 장소에 머무는 시간도 부족한 데다 다음 일정과 기사거리 등을 고민하느라 감상에 빠질 틈이 별로 없습니다. 그 대신 기사로 정리하면서 당시 기억과 감정도 재구성하게 되죠. 별다른 감흥이 없던 곳도 기사를 쓰며 호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 반대인 경우도 있고요. 그러고 보면 여행을 두 번 떠나는 셈이네요.


이기선 네. 취재할 때는 그곳의 분위기와 공기, 어떤 사람들이 지나갔고 무엇이 보였는지, 어떤 음악이 흘러나왔는지 최대한 보고 느끼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정신 없게 마련이죠. 그래도 원고 쓸 때는 그때 느낀 감성이 실마리를 줄 때가 많습니다.


김수지 좋았던 취재지일수록 그곳에서 받은 느낌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영혼이 빠진 설명 위주의 기사라면 그 반대겠죠.


Q7. 여행지에도 시대적 트렌드라는 게 있는 걸까요? 방송 타서 유명해지는 거 말고요. (독자 Kim Jihyun)


허태우 분명히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가 꽤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봅니다.


유미정 시대적 트렌드는 분명 존재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행자가 원하는 바가 달라지니까요. 여행도 패션처럼 자신에게 맞는 것을 스스로 찾는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여행을 자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행의 트렌드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거든요.


고현 론리플래닛이 매년 발표하는 ‘베스트 인 트래블’이 훌륭한 참고가 될 듯하네요. 올해의 여행 트렌드 중 하나로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꼽은 바 있습니다. 이제는 디지털 노마드가 향하는 곳이 가장 트렌디한 여행지로 떠오를 확률이 높지요.


김수지 같은 유럽 여행이더라도 예전엔 무조건 많이 찍고 돌아오는 것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한 나라,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최근 여행업계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 SAMUELBROWNNG/ GETTY IMAGES

Q8. 에디터의 시선에서 창간호와 6주년 3월호를 비교할 때 크기가 커진 것 외에 달라진 점은? (독자 Weirdthumb Traveller)


허태우 자체 제작하는 기사 비율이 2배 정도 늘어난 것 같네요. 편집팀 인원도 그만큼 늘었습니다.


유미정 각 칼럼의 디자인과 구성이 좀 더 정돈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책 사이즈가 커지면서 여행지 사진을 더 멋지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물론 내용도 더 충실히 담아낼 수 있고요.


고현 자체 제작 콘텐츠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아진 점을 꼽고 싶어요. ‘히든 앨리 트립’ ‘트래블 기어’ 같은 국내 독자를 위한 맞춤형 코너도 늘어났죠.


Q9. 전 세계에서 <론리플래닛 매거진>을 발행하는 나라 수는? 각국 에디터와는 얼마나 많이 교류하나요? (독자 Jun Sung Park)


허태우 현재 14개국에서 서로 다른 에디션을 발행합니다. 저희는 중국판과 기사 교환 등의 교류를 자주 합니다. 공동 마케팅 활동도 펼치죠. 아, 2년마다 한 번씩 글로벌 콘퍼런스를 여는데 최근에는 2월 23일 런던에서 진행했습니다.


고현 지난해 인도 뭄바이 취재 때 <론리플래닛 매거진 인도> 에디터의 집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카메라 애호가인 그녀의 아버지에게 호되게 사진 촬영 특훈을 받았지요


Q10.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면 어디로? (독자 Weirdthumb Traveller)


허태우 배산임수 지역.


유미정 가장 멀고 말이 안 통하며,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할 정도로 기이한 곳. 모든 것을 난생처음 보고 듣고 먹고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생존 여행을 하다 보면 이 여행이 마지막이란 것에 감사할 듯해요. 마지막이라면 여행을 그리워해선 안 되니까….


고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곳을 다시 찾을 듯해요. 현재까지 1순위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입니다.

이기선 이제까지 가본 장소 중에서 정답고 따뜻한 곳. 지금이라면 스페인 안달루시아에 갈 것 같아요. 춥긴 하겠지만.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SERGIO PESSOLANO/GETTY IMAGES/FLICKR RF

Q11. 여행 에디터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독자 문지연)


허태우 영감과 경험을 주느냐 마느냐.


유미정 에디터마다 취향이 다른 만큼 그에 맞게 여행지를 택하는 것 같습니다. 아웃도어, 시티 라이프, 미식 등 취향에 따라 눈에 띄는 여행지도 제각각이죠. 사회적 이슈와 트렌드를 감안해서 대륙별로 선별해 취재를 떠나기도 하고요.


고현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보다 ‘왜’ 지금 그곳으로 떠나야 하는지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장소를 찾습니다. 아무리 멋지고 훌륭한 장소일지라도 지금 그곳으로 가야 할 이유를 모른다면, 결국 취재를 가서도 헤매게 될 테니까요.


이기선 최신 이슈가 있는 곳, 신선한 소재가 있는 곳. 무엇보다 ‘아, 여기 가고 싶다!’ 싶은 곳이요.


김수지 맨 먼저 뉴스거리, 그다음은 스토리입니다. 우선 새로운 이슈가 있는 곳을 물망에 넣고, 그 안에서 예쁜 그림이나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찾죠. 두 가지를 충족하면 괜찮은 여행(기사)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Q12.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에디터는 누구보다도 여행에 관해 전문가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여행할 때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주로 사용하나요? (JW 메리어트 서울 홍보팀 이소연)


허태우 최근 구글 트립스(Google Trips)를 사용하는데 되도록 구글 트립스에서 추천한 장소를 피해 다닙니다.


유미정 개인적으로 여행 갈 때는 앱을 쓰지 않습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한없이 느리게 다닙니다.


고현 최근 구글 트립스를 이용해봤는데, 놀라웠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추천해주는 플랜을 확인하며 해당 지역을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었죠. 게다가 가보고 싶은 장소를 저장하면 나만의 루트도 만들어줍니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장소를 모아놓은 ‘Local Favorites’를 통해 숨은 명소도 찾을 수 있고요.


이기선 개인 여행에선 준비성이 부족합니다. 구글 지도 외에는 없군요.


김수지 환전 앱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앱으로 미리 환전을 요청하면 공항 환전 부스에서 바로 돈을 찾을 수 있어요. 따로 은행에 들르거나 부스 앞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 편리합니다.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와 함께 최고의 여행을 만나보세요.

▶ 론리플래닛 코리아 웹사이트

▶ 론리플래닛 코리아 페이스북

작가의 이전글 추울 때 먹어야 맛있는 겨울 바다의 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