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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r 06. 2017

추울 때 먹어야 맛있는
겨울 바다의 맛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제철 해산물 때문에 목을 길게 빼는 사람들도 있을 것. 양미리, 도루묵, 삼치, 대구, 방어, 꼬막 등은 확실히 날이 추워져야 맛이 한껏 오른다.


동해시

동해 조개생선구이전문점의 도루묵 구이. © 노중훈

도루묵은 차가운 물을 좋아한다. 여름에는 깊은 바다에 살다가 겨울철 산란기가 되면 연안으로 몰려든다. 동해시 묵호항 근처에 가면 도루묵을 비롯한 제철 생선을 정성껏 구워주는 집이 있다. 별다른 치장을 하지 않은 간판에는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 조합으로 조개생선구이전문점(033-533-9289)이라고 쓰여 있다. 1인당 1만 원인 모둠생선구이정식을 주문하면 연탄불에 구운 6가지 생선(철마다 구성이 다르다)이 나온다. 철판에 가지런히 누운 도루묵, 청어, 삼치, 고등어, 꽁치, 양미리의 맵시가 제각각이다. 은근하게 그을린 생선은 간이 세지 않아 젓가락질을 쉬이 멈출 수 없다. ‘삼삼하다’라는 형용사가 더없이 잘 어울린다. 백미는 역시 도루묵 구이. 갓 잡은 생물 도루묵은 냉동에 비해 살이 훨씬 부드럽고, 알에서 묻어나는 점액질도 많다. 후루룩 감기듯 넘어가는 촉감이 다른 생선과는 비교할 수 없다. 겨울철 산란기의 도루묵은 몸의 절반가량을 알이 차지한다. 구워서 한 입 베어 물면 미끌미끌한 알이 연이어 터지며 입안에서 폭죽놀이가 벌어진다. 함께 나온 공깃밥과 낙지젓은 도루묵과 더불어 완벽한 맛의 삼위일체를 형성한다.  


거제시

거제 외포등대횟집의 맑은 대구탕. © 노중훈

거제의 겨울은 대구 때문에 빛이 난다. 특히 외포항은 겨울철 귀한 손님인 대구의 집산지로 유명하다. 엄청나게 큰 대구가 위판장과 좌판에 가득하다. 겨울의 외포항에 대구가 넘쳐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원래 1월은 대구를 잡을 수 없는 기간이다. 산란기가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인 대구의 어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구가 알을 낳기 위해 떼를 지어 돌아오는 곳이 바로 거제 앞바다인 진해만. 외포항은 대구 산란기이자 대구가 가장 맛있는 시기에 고기잡이가 허용된 유일한 곳이다. 외포항과 포구 주변에는 외포등대횟집(055-636-6426)을 비롯해 대구 요리를 내는 식당이 몰려 있다. 생물 대구를 이용한 탕과 찜, 회 등을 먹을 수 있는데, 어느 집에 들러도 대동소이한 맛을 낸다. 생선 1마리가 거의 통째 들어 있는 대구탕은 맛과 양,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 맑은 국물은 시원하기 짝이 없고, 부들부들한 살점은 서울에서 파는 냉동 대구와 차원이 다르다. 대구 이리(생선 정액 덩어리)의 고소함은 생크림을 넘어선다. 이리 때문에 수컷이 암컷보다 비싸다. 음식이 나오면 처음에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하다 이내 그릇에 코를 박고 마시게 된다. 한 번이라도 맛을 본 사람은 생대구탕 없는 겨울나기는 상상할 수 없다.


통영시

통영 황토집에서 내는 싱싱한 생굴. © 노중훈

향토집(055-645-4808)은 굴의 메카인 경남 통영에서 굴 코스 요리를 개발한 식당이다. 1인당 2만3,000원을 내면 먹을 수 있는 향토 코스는 굴밥, 굴전, 생굴회, 굴구이, 굴무침, 굴찜으로 구성된다. 새콤달콤한 굴무침은 싱싱한 통영 굴에 각종 채소와 과일을 섞고, 키위를 갈아 넣어 만든 초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버무린 요리다. 간은 점잖은 편이며, 생굴을 껍질에서 분리해 석쇠에 구운 굴구이는 부드럽게 익은 속살이 감동적이다. 깨끗하게 잘 튀겨낸 굴튀김은 맥주 안주로 제격이며, 아귀찜에서 힌트를 얻은 굴찜에서는 익숙한 양념 맛이 난다. 생굴 한두 개가 들어 있는 굴전은 반으로 접은 모양새부터 어여쁘다. 불린 쌀에 완두콩, 표고버섯, 조, 수삼, 굴 등을 넣고 무쇠솥에 지은 굴밥은 간장, 부추와 함께 슥슥 비벼 먹는다. 비리지 않고 구수한 굴숭늉은 입가심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광주광역시

광주 여수왕대포 식당에 따로 부탁해 맛 본 민물새우탕. © 노중훈

서구에 자리한 양동시장은 역사가 오래됐다. 시장 위치와 이름, 외형은 여러 번 변화를 겪었지만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소매와 도매가 모두 가능한 시장은 광주 시민 일상의 많은 부분을 책임졌다. 사람들은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한마디로 ‘백화점’이 따로 없었다.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시장이 사람들로 구름처럼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쇠락을 거듭했다. 양동시장에는 추억을 소환하는 정겨운 대폿집이 두어 곳 있다. 그중 여수왕대포(010-3646-7386)의 벽면에 걸린 차림표에는 삼겹살, 낙지볶음, 생태탕, 옻닭 등이 쓰여 있다. 하지만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은 메뉴판에 없는 것을 주문할 수 있다는 점. 확보가 안 된 식자재는 주인아주머니가 시장에서 바로 사다가 뚝딱 요리를 만들어준다. 식당이 시장 안에 있는 이점을 십분 활용하는 셈이다. 물론 손님이 미리 사 갈 수도 있다.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도 따로 부탁을 드려 꼬막무침과 민물새우탕 등을 먹을 수 있었다. ‘징허게도’ 많은 새우를 남김없이 투입한 탕은 더할 나위 없이 달고 시원했으며, 짭조름한 간장 양념에 무친 꼬막은 입에 착착 붙었다.


서울특별시

리북손만두(02-776-7350)는 서울 무교동의 비좁은 골목 끝에 깃들어 있다. 상호가 말해주듯 이북식 만두를 선보인다. 아침마다 그날 판매할 양의 만두만 빚는데, 만두피는 하룻밤 숙성시킨 반죽을 사용한다. 만두소는 돼지고기, 두부, 달걀, 숙주, 부추 등으로 이뤄지는데, 김치가 들어가지 않는 데다 소금 간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맛이 심심하다. 푹 곤 사골 국물에 삶아내는 만두는 상당히 커서 두세 개만 먹어도 배부르다. 김치말이밥도 황해도와 평안도 주민이 즐겨 먹던 겨울 음식이다. 사골 국물에 김칫국을 섞고 얼음, 오이채, 참깨, 참기름을 넣는다. 조미료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다소 싱거울 테지만 고소하고 시원해서 연신 퍼먹게 된다. 이한치한의 묘가 살아 있는 겨울 별미다. 서울 내수동의 평안도만두집(02-723-6592)도 훌륭하다. 만둣국에는 양지를 우려낸 투명한 육수에 매일 아침 직접 빚은 속이 꽉 찬 만두 5개가 몸을 담그고 있다. 평안도 음식의 특징인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양념한 양지머리가 고명으로 올라 있고, 공깃밥이 함께 나온다. 만두소 재료는 돼지고기, 잘 익은 김치, 숙주, 두부 등이다. 만두전골은 동일한 육수에 소 힘줄, 동태전, 녹두전, 버섯, 떡 등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전골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 또한 웅숭깊은 맛의 육수다. 노릇하게 구워 내는 빈대떡과 열무김치를 곁들인 김치말이국수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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