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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r 20. 2017

6인의 스타트업 여행자를 만나다

더 나은 여가 활동을 골몰하며 여행 비즈니스에 뛰어든 6인의 스타트업 대표와 여행 산업을 전망하는 대담회를 가졌다.

6인의 스타트업 대표가 모여 여행 산업의 전망을 이야기했다. ⓒ 이규열


Q. 여행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성은주 국내 관광사업은 지자체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데, 소비자의 니즈를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아요. 지역 여행을 좀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외면받아온 시골 여행을 좀 더 특색 있게 만들어보고 싶었고요. 시골 민박집에서 아침을 제공하는 ‘시골 B&B’로 운영하면 자연스레 현지인과 가까워지는 진짜 여행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배인호 관광청에서 일을 하면서 해외 여행 사업을 많이 접했어요. 시티패스는 눈여겨본 사례 중 하나였지요. 앞으로 한국에서도 인바운드 시장이 패키지 여행에서 개별 여행(FIT)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상했고, 서울 시티패스를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죠.


임수열 우리나라에서는 여가 활동을 즐길 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 문제점에서 출발했어요. 재미있는 활동이나 즐길 거리를 고민하다가 국내외 아웃도어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연아 15년 전부터 외국 여행을 갈 때마다 직접 발품 팔아 로컬 투어를 찾아다녔어요. 그때마다 외국 친구들은 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오나 궁금했죠. 다수를 위한 패키지 상품이 아닌 개별 여행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로컬 투어를 알리고 싶었어요.


김지환 사실 저는 여행으로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에요. 공간 지리 정보 데이터를 혁신하는 기술을 연구했죠. 처음에는 스트리트 뷰를 동영상으로 바꿔서 외국인 관광객이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어요. 그러다가 이 비디오 맵으로 가상 투어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전 세계 구석구석을 도보로 여행하는 가상 비디오 데이터가 점차 쌓이면서 사업화된 거예요.


박설미 ‘만나서 밥 한 끼 함께 먹자’로 시작했는데, 밥을 먹기 위해 만나면 자연스럽게 모임이 형성되고 또 다른 활동으로 이어지더라고요. 결국 음식과 사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가 함께 실현되는 소셜 플랫폼이 된 것이죠.


Q. 과거에는 항공, 숙박, 일정을 짜주는 여행 서비스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레저, 문화, 음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여행과 연계해 비즈니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행 산업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요?


조연아 여행지에서 먹고 쇼핑하고 사람을 만나는 모든 행위가 관광에 속해요. 여행을 하는 동안 사회적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다채로운 여행 편의 서비스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뿐이에요. 전통 여행 산업의 틀과 경계는 이미 사라졌어요.


배인호 지금까지 여행 산업은 소비자가 정보에 바로 접근할 수 없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여행사만이 정보를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보 수준이 평준화되었고 여행도 세분화되기 시작했어요. 여행이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든 것이죠. 예전에는 밖에서 밥을 먹을 때 외식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맛집 투어를 한다고 말해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 등산을 가는 것은 액티비티 여행이죠.


박설미 강원도에서 커피를 마시면 여행이고, 홍대에서 마시면 아닐까요? 거리상으로 여행을 측정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최근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일상에서 즐기고 싶은 것을 직접 찾아 경험을 쌓죠. 여행과 여가 활동이 맞닿는 부분이 많아진 거예요.


Q. 해외 여행 산업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김지환 지금까지는 유저가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것에서 그쳤어요. 지도 플랫폼은 점차 사용자 기반의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으로 넘어가는 추세예요. 예를 들면, 스트리트 뷰 탐색의 단점은 업데이트가 느리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누구나 접근해서 최신 정보를 새로 올리고, 직접 POI(Point of Interest)를 찍어 실시간 정보를 말해주죠. 온라인상에서 상호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여행 정보는 점점 더 빠르게 전달될 거예요.


배인호 에어비앤비 같은 대규모 스타트업이 성공을 거두면, 거기에서 파생하는 여행 서비스업이 많이 등장해요. OTA(Online Travel Agency) 시장이 대표적인데 항공, 숙박, 투어 등 검색엔진을 관리하는 스타트업이 점점 늘고 있죠.


조연아 작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 우버의 경쟁 업체인 리프트(Lyft)가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더라고요. 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보다 기존의 여행 산업을 벤치마킹해서 발전시키는 스타트업도 많아요. 해외의 경우는 기술력으로 여행 산업에 접근하는 IT 기업도 다양하고요.


Q. 2017년 주목해야 할 여행 트렌드를 꼽아주세요.


성은주 국내 여행의 프리미엄화가 될 거예요. 과거에 국내 여행 하면 1박 2일 펜션에 머물며 먹고 마시는 게 전부였어요(아침은 늘 해장 라면). 하지만 최근에는 아웃도어 체험이나 단기 클래스를 여행과 접목한 경험 여행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어요.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더 이상 쇼핑, 의료 관광이 아닌 로컬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를 찾기 시작했고요. 앞으로는 한번 가본 지방 도시라도 색다른 경험을 따라 다시 찾는 이가 많아질 거예요.


임수열 SIT(Special Interest Travel) 시장이 더욱 성장할 거라고 봐요. 예를 들면, 스킨스쿠버나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핫 스폿을 찾아 떠나죠. 사진을 찍기 위해 오지나 사막도 마다하지 않아요. 취미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전문적으로 즐기려는 여행자가 올해는 더욱 늘어날 거예요.


김지환 버추얼 트립(virtual trip). 사실 가상 투어는 1970년대에 이미 데모로 등장한 적이 있어요. 구글 창업자가 그걸 보고 스트리트 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죠. 당시에는 서버가 비디오 데이터를 감당하기에 버거웠지만, 오늘날에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에요. 게다가 360도 카메라와 VR 기기가 등장하면서 가상 투어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죠. 기술이 뒷받침되고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접목하면 앞으로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도 전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어요.


박설미 싱글 여행자를 타깃으로 한 소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등장할 거예요. 여행지에서 파티나 액티비티를 위한 모임을 만들거나 그들만의 패키지 투어를 구성할 수 있죠. 내가 묵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어떤 파티가 열리는지, 누가 모이는지를 미리 체크하면서요.


Q. 향후 여행 산업은 어떻게 변모할까요?


조연아 지금이 온라인 여행 플랫폼의 과도기라면, 앞으로는 잘 짜인 개별 여행 프로그램이 더욱 시스템화될 거예요. 인적 네트워크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오프라인 여행사는 살아남기 힘들지 모르죠. 이미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로 개별 맞춤 여행 산업을 구축하고 있고요.


김지환 인터넷 세대가 지나고 다음 단계는 가상을 뛰어넘는 일이에요. 현실에서 검색하고 탐색하는 것이죠. ‘현실 탐색 검색’이라는 새로운 경험이 등장하리라고 봐요.


임수열 마음만 먹으면 제주도나 부산은 당일로 다녀올 정도로 이미 여행은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어요. 앞으로 다방면의 여가 활동 사업이 늘어날 거예요.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사람들은 여가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할 테니까요.


배인호 여행 산업의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해외 골프 리조트의 경쟁 상대는 바로 옆 리조트였지만 지금은 아니죠. 비슷한 조건을 갖춘 전 세계 골프 리조트와 경쟁해야 해요. 저의 경우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을 운영하는 해외 스타트업을 눈여겨보죠. 온라인 기술이 발달하고 여행 산업이 발전할수록 전 세계 여행 시장이 다 함께 경쟁할 거예요.


Q. 여행 비즈니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배인호 온라인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결국 여행의 감동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집니다. 인바운드 시장에서는 외국 관광객이 여행하면서 불편해한 점을 찾아내고 해결해야 해요. 최근 일본인 여행객이 마을버스를 타고 지방을 여행하기 시작했는데, 아마 추후 중국, 동남아 여행객도 이 추세를 따라갈 거예요. 교통 문제를 개선해 아웃도어, 캠핑 등 다채로운 국내 여행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지환 온라인에서 세상을 탐험하는 것. 저희는 여행을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사람,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여행지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도가 새로운 플랫폼이 되어 상호 여행 정보가 오갈 수 있도록 만들 거예요. 앞으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에 주력해 골목 비디오 맵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성은주 시골 여행은 40~50대의 아이가 있는 가족을 타깃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20~30대 젊은 세대를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현지인과 가까워지는 시골 여행 노하우를 전하고 싶어요. 나아가 중국과 동남아시아 외국인을 대상으로 로컬 관광도 점차 확대할 거예요.


박설미 사람들을 만나는 따뜻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할 거예요. 지금까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관심사를 나누는 커뮤니티였다면, 앞으로는 아는 사람끼리도 쉽게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합니다.


조연아 한국의 여행 스타트업으로 글로벌 진출을 목표에 두고 도전 중입니다. 여행 산업은 인적 네트워크가 정말 중요해요. 직접 현지와 계약을 맺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야나트립만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이어갈 거예요.


임수열 수도권에서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프로그램을 늘려서 외국 관광객도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현재는 20~30대 여성이 주 타깃이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여가 활동도 점차 늘려갈 생각입니다.

왼쪽부터 임수열, 조연아, 배인호, 김지환, 성은주, 박설미 ⓒ 이규열


<프립> 임수열 서핑, 등산, 스키 등 아웃도어 전문 소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야나트립> 조연아 전 세계 자유 여행자를 위한 현지 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래볼루션> 배인호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내 서울 시티패스를 제작한다.

<앨리스원더랩> 김지환 공간지리정보 데이터를 모아 가상투어를 선보인다. 

<맛조이코리아> 성은주 시골 민박을 부흥시키는 국내 로컬 여행 플랫폼을 운영한다.

<집밥> 박설미 밥을 매개로 사람을 모으는 소셜 다이닝 플랫폼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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