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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pr 20. 2017

대구 중구 북성로 골목 여행


북성로를 지나며 쉽게 볼 수 있는 각종 공구. ⓒ 김수지
일제강점기 대구읍성의 성벽을 허물고 그 위로 낸 반듯한 길. 
북쪽 성벽에 낸 길이라 하여 이름 붙은 북성로에
한때 소문난 멋쟁이와 예술가가 모여들었다. 발전과 쇠퇴를 거듭한 길에는
오늘날 오래된 삶과 여행자의 발걸음이 뒤섞인다.



볼 곳



1. 공구박물관


왼쪽은 적산가옥의 원형은 복원한 것이다. 오른쪽은 공구박물관에 진열된 옛 공구. ⓒ 김수지


북성로에 처음 발을 들인다면 반듯한 길 위에 들어선 각종 공구 상점에 먼저 시선이 쏠린다. 그러다가 점차 오랜 이야기가 담긴 건물에 흥미를 품게 될 것이다. 북성로의 화려한 과거, 근대식 건축 안에 공구 상점이 들어선 연유가 궁금하면 북성로 안에 있는 공구박물관으로 향하자. 민간 재단 ‘시간과공간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몇 년간 비어 있던 1930년대 일본식 목조 가옥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각종 옛 공구를 실제 공구 창고처럼 곳곳에 진열했고, 북성로 공구골목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때때로 여는 북성로와 관련된 전시나 워크숍, 원데이 클래스 등의 행사 소식은 페이스북에서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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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 10am~6pm, 점심시간 12pm~1pm, 일요일 휴무,

     facebook.com/toolsmuseum



2. 오오극장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극장'이라는 의미로 1부터 10까지 더한 숫자 55로 이름 붙였다. ⓒ 김수지

북성로에서 벗어나 ‘국채보상로’라는 이름의 대로변으로 나가면 대구의 유일한 독립 영화 전용 극장인 오오극장에 이른다. 2015년 5월 개관한 이곳의 상영관은 단 1개뿐. 하지만 시민이 함께 운영해나가는 의미 깊은 곳이다. 독립 영화와 유명 감독의 예술 영화를 주로 다루는데, 자체에서 운영하는 창작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생의 작품도 종종 상영한다. 상영관 앞에는 DVD를 빼곡히 진열한 ‘삼삼다방’이 있어 쉬어가기 좋고, 영화를 보지 않아도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다. 카페 안에 자리한 자그마한 DVD 상영관은 연회비 3만 원의 프렌드십 회원을 위한 곳. 회원은 매일 1편의 DVD를 관람할 수 있다. 3월 중순엔 위안부 할머니의 생애를 다룬 독립 영화 <어폴로지>를, 4월에는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상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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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7,000원, 삼삼다방 11am~11pm, 55cine.com



3. 더 폴락


더폴락은 대구의 첫 번째 독립 출판물 전용 책방이자 영화, 음악, 미술이 장벽 없이 교류하는 인디 문화 공간이다. 신문 방송과 영상을 전공한 대학 동기 5명이 의기투합해 자신들의 취향으로 공간을 채웠다. 손 글씨로 쓴 잡지, 어른을 위한 동화, 여행 에세이 등 하나하나 개성이 강한 개인 출판물 외에 예술과 관련된 일반 서적과 일러스트 엽서, 달력 등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위탁 판매하는 ‘소셜마켓’이 같이 입점해 독특한 소품도 구입할 수 있다. 가끔 서점에서 인디 밴드의 공연을 열고, 매년 10월 독립 출판물 저자와 독자가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신간 입고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OWNER’S PICK

더폴락의 최성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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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작가의 '내가 30대가 됐다'는 30대가 공감할 만한 내용을 만화로 위트 있게 그려내 인기 있는 독립 출판물입니다. '계간 홀로'는 개인의 가치관과 자유, 다양한 젠더를 옹호하는 계간지입니다. 디자인이 예쁘지는 않지만 내용이 재미있어 팬층이 두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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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홀로> 5,000원, <내가 30대가 됐다> 8,000원,

     12pm~8pm,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thepollack5




먹을 곳



4. 태능집


왼쪽은 국물이 시원한 우동, 오른쪽은 삼겹살과 앞다리살을 두루 섞어 굽는 불고기. ⓒ 김수지


해가 진 북성로엔 적막감이 감돈다. 공구 상점은 모두 문을 닫고, 텅 빈 주차장에 주황빛 포장마차가 하나둘 불을 밝힌다. 바로 ‘북성로 불고기 포차’가 시작되는 풍경이다. 이른바 야간 통금이 있던 시절, 늦은 밤 갈 곳 없던 택시 기사들이 와서 주린 배를 채우던 야간 ‘포차’는 이제 북성로의 명물이 됐다. 여전히 이곳엔 연탄불에 돼지고기를 굽고, 우동을 삶는 포차가 수두룩하다. 그중 태능집은 훈연 향이 짙게 밴 석쇠불고기와 열 가지 재료로 육수를 우려낸 시원한 우동으로 유명하다. 돼지 앞다리와 뒷다리, 삼겹살 부위를 두루 섞어 구워낸 달콤한 석쇠불고기는 최고의 안주.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 덕분에 주머니가 가벼운 지역 대학생에게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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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고기 소 5,000원부터, 우동 3,000원, 5pm~4:30am, 비정기 휴무, 053 252 1817.



5. 이모식당


대창에 고기를 넣은 이북식 대창순대


작은 창자에 비해 양이 적어 귀했던 대창으로 만든 순대는 돼지를 잡던 날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1970년에 시작해 2대째 운영 중인 이모식당은 이북식 대창순대를 맛볼 수 있는 곳. 점포를 확장하거나 늘리지 않고 47년째 고집스럽게 한자리를 지켜왔다. 순대를 수제로 소량만 만들기 위해서다. 덕분에 이곳 순대는 신선하고, 획일적이지 않은 손맛이 특징이다. 작은 창자에 당면으로 속을 채우는 다른 지역 순대와 달리 이북식 순대는 대창 안에 볶은 돼지고기와 찹쌀을 넣는다. 거기에 무말랭이, 부추, 버섯, 청양고추 등 국내산 야채를 듬뿍 넣고 쪄낸 후, 참기름을 덧칠해 상에 낸다. 냄새 없이 부드럽게 삶은 수육도 맛이 좋고, 덤으로 내주는 뜨끈한 순댓국 육수는 마음까지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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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 수육 소 2만 원, 순댓국밥 7,000원, 10am~10:30pm, 명절 휴무, 053 255 6971.




마실 곳



6. 꽃자리다방


큰 창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꽃자리다방 내부. ⓒ 김수지
음료에 식용 꽃을 띄워준다. ⓒ 김수지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문을 열면 시인 구상의 ‘꽃자리’ 시 한 구절을 적은 벽면이 들어서는 이를 반긴다. 이곳은 프랑스 문인협회가 선정한 세계 200대 문인, 구상이 한국전쟁 당시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를 연 꽃자리다방이 있던 자리. 올해 초 문을 연 새로운 꽃자리다방은 옛 건물의 빈티지한 분위기에 모던함을 더한 멋스러운 카페다. 오래된 건물 내벽을 드러낸 내부는 천장이 높아 탁 트인 느낌을 주고, 동시에 커다란 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와 밝고 따뜻한 분위기다. 빈티지 스피커와 샹들리에, 곳곳에 둔 드라이플라워, 음료 위에 동동 띄운 꽃잎은 로맨틱하다. 조만간 루프톱도 개방할 예정. 볕 좋은 날에 찾아 1950년대 예술가가 모여 문화를 꽃피우던 다방의 낭만을 상상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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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커피 5,000원, 11am~10pm,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industrial_music_cafe



7. 믹스카페 북성로


믹스카페 북성로 내부. ⓒ 김수지

‘믹스(mix)카페’는 단어 그대로 여러 시대의 문화가 중첩된 공간이다. 1950년대에 지은 3층 건물과 1910년대의 목조식 적산 가옥 2채가 ‘ㄷ’ 자로 연결되고, 그 가운데 정원을 둔 건물 구조가 독특하다. 옛 건물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고가구와 앤티크 소품을 배치한 덕분에 이곳저곳 둘러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다. 전쟁 중 몸을 피하기 위해 만든 지하 벙커, 삐그덕 소리가 나는 좌식 다다미, 다락방, 야외의 중정 테라스까지 다양한 공간이 어우러져 있다. 김헌동 화백의 작업실이자 갤러리로 이용되는 카페 3층에서도 음료를 즐기며 마음껏 둘러볼 수 있다. 


LOCAL’S TIP 

믹스카페 북성로의 김헌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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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동성로가 대구 상권의 중심이지만, 예전엔 북성로가 가장 번화한 거리였습니다. 일제강점기 대구에 들어온 일본인은 자신의 상권을 만들기 위해 대구읍성의 북쪽 성벽을 제일 먼저 허물고 신작로를 냈어요. 북성로의 건물 대부분을 당시 일본인이 지었죠. 건물 안에는 백화점, 양조장, 전기소, 소금 창고 등이 들어섰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그랜드피아노가 들어온 ‘백조다방’과 이중섭이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꽃자리다방’도 이 거리에 있었습니다. 해방이 되자 일본인이 떠나고 남은 거리에 산업의 기초가 되는 공구 상점이 들어서면서 북성로는 공구 거리가 됐지요. 대구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랜 시간 외국에서 생활했습니다. 어릴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고 다시 이곳에 오니 북성로의 근대건축물이 가치 있게 느껴졌어요.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 대구 중구청에서 근대건축물 복원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 근대 가옥을 개조한 문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북성로는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옛길과 옛 건물을 살린 이런 변화가 반가워요. 여행이 주는 기쁨은 단순한 감각의 만족이 아니라 느끼는 것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북성로에 온다면 근처의 향촌문학관과 대구문학관 등을 먼저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구는 골목마다 근대사의 흔적을 간직한 문학과 예술의 도시이기 때문이죠. 100년의 시간이 쌓인 이 거리를 하루아침에 느끼기는 힘들지만 한 발짝 다가가서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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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am~10:30pm, 금〮토요일 11pm까지, 명절 당일 휴무, 인스타그램 @booksungro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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