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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골목 여행

서울 충정로 골목 여행

by 온더로드

도심을 가르는 철길을 따라 모든 시대가 교차한다. 고층 빌딩과 한옥, 근대건축이 만나는 충정로 골목은 오래되고 새로운 것이 맛깔 나는 조화를 이룬다.


1. 대안 공간 충정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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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골목 사이로 고개를 내민 근대식 서양 가옥이 이국적 풍취를 뽐낸다. 빨간 벽돌 건물 한쪽에는 9면체의 첨탑 지붕을 얹었고, 정면 현관에는 목조 테라스를 둘렀다. 주위에 우거진 커다란 향나무와 은행나무는 고즈넉한 정취를 더한다. 이곳은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의 전기 설비를 담당하던 한성전기회사의 기사장 미국인 매클렐런(R.A. McLellan)이 거주하던 집이었다. 그가 떠난 후에도 계속 개인 주택으로 사용되다가 2007년 문동수 대표가 ‘충정각’이라는 현판을 달았다. 이탤리언 레스토랑과 갤러리를 겸한 대안 공간으로 활용 중이며, 돌을 쌓아 만든 벽난로, 빈티지 조명, 향나무 기둥을 엮은 박공지붕 등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3월 11일까지 이순난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 전시 무료, 레스토랑 10am~11pm, 갤러리 7pm까지, 일요일 휴무, 02 313 0424.



2. 철길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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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판자를 덧댄 허름한 건물, 장작이 훨훨 타는 구식 난로 등 시간을 거스른 듯한 옛 건물이 43년 된 노포의 역사를 말한다. “입덧할 때 우리 집 떡볶이가 그렇게 생각난대요. 대구로 시집가서 택배로 보내달라며 연락 온 손님도 있어요.” 철길 옆에서 시어머니 뒤를 이어 2대째 가업을 잇는 박미희 씨는 떡볶이 1그릇에 자부심을 함께 담는다. 손수 담근 고추장을 사용하고, 떡은 여러 곡물을 배합해 직접 방앗간에서 뺀다고. 어묵 같은 부재료 없이 오로지 떡만 넣은 단순한 구성인데, 걸쭉한 국물은 매콤하면서도 적당히 달고, 떡은 부드럽고 탱글탱글해 목으로 술술 넘어간다. 10년 이상 이곳을 찾는 단골이 부지기수. 하루 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아 때로 줄을 서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 떡볶이 1인분 2,000원, 꼬마 김밥 1줄 800원, 11am~8pm, 토요일 휴무, 02 364 3440.



3. 뉴욕비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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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부터 충정로에서 57년간 자리를 지킨 경기의원은 동네의 살아 있는 역사였다. 뉴욕비앤씨 경기의원점은 ‘경기의원’이라는 간판 아래 들어선 아담한 빵집. 병원에서 쓰던 오래된 창문을 떼어 벽에 걸고, 옛 사진을 전시해 동네의 추억을 간직한다. 이곳은 40년 전통의 제과점 ABC뉴욕제과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빵을 굽는다.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방부제를 넣지 않고 소량의 빵만 구워내기 때문에 인기 좋은 미니 식빵 종류는 금방 소진된다.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와 브런치도 즐길 수 있다. 금방 구운 뜨끈한 빵에 샐러드와 수프 등 2개의 사이드를 함께 내는 ‘베이커리 백반’은 저렴한 가격에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기특한 메뉴다. 1,500원을 추가하면 커피나 생맥주를 곁들일 수도 있다.

ⓘ 베이커리 백반 5,000원, 8am~11pm, 토요일 8pm까지, 일요일 휴무, facebook.com/newyorkbnc



4. 더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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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정식 카레를 요리하는 더스푼은 화려한 비주얼로 시선을 끌기보다 다정한 분위기와 집밥처럼 편안한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철길 옆 골목 깊숙이 자리한 가게는 외벽을 흰색으로 단정하게 칠했고, 실내의 아기자기한 소품과 일러스트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 카레는 1시간 정도 푹 끓인 양파를 베이스로 감칠맛을 내고, 토핑 재료를 조리할 때 외에는 기름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아 담백하다. 표고버섯ᆞ느타리버섯ᆞ새송이 버섯을 넣어 매콤하게 조리한 버섯 카레, 기름기를 제거한 닭 다릿살과 가슴살을 넣은 치킨 카레가 인기 메뉴. 버섯 카레와 치킨 카레는 매일 각 15접시만 한정 판매해 서둘러야 맛볼 수 있다. 기본 카레와 밥은 리필 가능. 500원을 추가하면 카레 우동을 맛볼 수 있다.

ⓘ 더스푼 카레 5,500원, 치킨 카레 7,000원, 11am~9pm, 쉬는 시간 3~5pm, 토·일요일 휴무, 02 363 6466.



5. 르셰프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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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이 즐비한 좁은 골목 끝,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아늑한 프렌치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셰프로 근무하는 로랭 달레(Laurent Dallet)와 푸드 칼럼니스트 이미령 부부가 운영하는 르셰프블루는 고정 메뉴 없이 그날 그날 각기 다른 프랑스 가정식을 선보인다. 부부는 전국을 순회하며 해산물과 치즈, 농산물 등의 생산지를 직접 찾아 다닐 정도로 신선한 식자재 수급에 공을 들인다고.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시그너처 디시는 마장동에서 공수한 한우 안심을 오븐에 낮은 온도로 오랜 시간 굽는 로티 뒤 뵈프(rôti du boeuf en basse température)다. 런치는 3개 코스가 기본이며, 저녁에는 6인 이상의 1팀만 예약을 받아 6~7개 코스의 정찬을 선보인다.

ⓘ 런치 코스 3만 원, 디너 1인 10만 원부터, 런치 11:30am~2:30pm, 디너 6pm~11pm, 일요일 휴무, 예약 필수, 인스타그램 @lechefbleukorea


LOCAL’S TIP

로랭 달레 셰프와 함께 르셰프블루를 이끄는 이미령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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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은 화려한 음식을 맛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식자재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식자재를 식별하고, 그 맛을 알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을 미식가라고 할 수 있죠. 저희는 최대한 자연 속에서 자란 식자재를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모든 재료는 국내산만 사용하고,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식자재는 프랑스에 계신 시어머님이 보내주십니다.

남편 달레가 주한 프랑스 대사관 셰프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작년 여름 방배동에서 충정로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 고민하던 중 이렇게 예쁜 한옥을 발견했어요. 오래된 집이라 공사하는 게 좀 까다로웠죠. 사실 이 골목은 오래전부터 재개발이 계획돼 있었어요. 하지만 한옥을 보존하고자 하는 지역 주민의 반대로 재개발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충정로는 경희궁 끝자락에 자리해 600년간 조선 시대의 양반이 살던 마을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골목골목 오래된 한옥이 많이 있고, 근대식 건축물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이 동네에서는 충정각과 이명래고약방 건물을 거쳐 충정아파트까지 이어지는 도보 여행 코스를 추천해요. 충정아파트는 일제강점기에 지은 최초의 아파트인데, 구멍이 뻥 뚫린 내부 구조가 굉장히 독특하죠.”



6. 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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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탤리언 요리를 내는 이한규 셰프의 비스트로 펍. 평소 맥주를 좋아하던 그는 양조 교육기관인 수수보리아카데미에서 술 제조법을 배운 것으로 모자라, 철길 옆 골목에 직접 펍을 차렸다. 테이블 3개를 놓은 아담한 매장은 직접 모은 유명 맥주 브랜드 코스터와 그가 좋아하는 스타워즈 포스터로 장식해 아지트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맥주의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생맥주를 중심으로 리스트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고.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로 구성한 런치 메뉴를 합리적 가격대에 판매하기 때문에 낮술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로제 파스타와 고구마 피자가 인기가 좋고, 홉을 많이 넣어 향이 진하고 도수가 높은 하슬라 IPA를 함께 추천한다.

ⓘ 고구마 피자 1만 원, 필스너 맥주 4,000원, 11am~11pm, 토·일요일 휴무, 02 6101 2199.



7. 물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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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뛴다는 ‘물고기가 뛴다’의 줄임말. 물고기가 뛰는 모습을 묘사한 한자어처럼 ‘발랄(潑剌)’하게 우리 술을 즐기기 위한 공간이다. 술을 배우고 가르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설립했으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술을 선별해 소개한다. 전통주가 지닌 고전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느 카페 못지않은 모던한 인테리어로 꾸몄다. 넓은 공간은 떠들썩한 분위기를 피해 대화를 나누며 여유롭게 반주를 즐기기 좋다. 우리나라 전통 탁주와 증류주 외에 수제 맥주와 와인, 사케도 갖추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어울리는 술을 선별해 리스트에 변화를 준다. 추천 안주는 전분을 입혀 튀겨낸 두부에 간장소스를 더한 튀긴 두부김치.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막걸리와 잘 어울린다.

ⓘ 막걸리 7,000원부터, 5pm~12am, 토·일요일 휴무, facebook.com/muldwindakrvv

서울 충정로 맛집 BES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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