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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un 20. 2017

춘천 육림고개 골목 여행


춘천에서 또 다른 낭만이 시작된다. 번화했던 옛 고갯길이 오래된 추억을 삼키고,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꾸는 중이다. 40년된 노포와 트렌디한 카페가 뒤섞인
육림고개는 다시 여행자의 시선을 끈다.





볼 곳




1. 죽림동성당

육림고개에 자리한 죽림동성당 앞마당. ⓒ 김수지

육림고개 언덕 위, 오래된 성당이 도심을 굽어본다.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묵묵히 지난 세월을 말하고, 고요한 앞마당에선 신도가 봉헌한 초가 조용히 타고 있다. 너른 잔디밭 앞에 고즈넉한 자태로 선 석조 건물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등록문화재 제54호로 지정된 죽림동성당이다. 1956년 착공했지만, 죽림동성당이 가진 역사는 그보다 더 오래다. 1902년 춘천 동내면 곰실 본당 건립을 시작으로 90년 가까이 육림고개를 지켜온 것. 춘천의 첫 번째 성당으로서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 죽림동성당에서 천천히 골목 여행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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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254 2631, 강원 춘천시 약사고개길 21.




쇼핑




2. 꼬매고

양말에 솜을 넣어 만든 인형. ⓒ 김수지

 꼬매고는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바느질 인형 공방이다. 양말로만 작업하는 삭스 돌(socks doll) 공예를 전문으로 하는데, 양말의 변신은 생각보다 예쁘고 다채롭다. 한 번에 적게는 1짝, 많게는 3짝의 양말까지 사용하며, 발꿈치의 곡선 형태를 이용해 인형의 얼굴 윤곽을 잡고 밑그림 작업을 하는 것이 시작이다. 안쪽으로 천천히 박음질을 하고 솜을 채우면 거의 완성. 부드러운 양말의 특성 덕분에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인형 1개를 뚝딱 만들어낸다. 1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작은 인형을 완성할 수 있고, 조금 까다로운 과정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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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데이 클래스 5,000원부터, 11am~8pm,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kkomaego







3. 세렌디온

 손그림으로 제작한 슈링클스 뱃지와  공간에 은은한 향을 더하는 세렌디온의 디퓨저. ⓒ 김수지


밤이 되면 하얀 빛이 새어 나오는 세렌디온의 수제 캔들과 디퓨저는 육림고개를 향긋하게 물들인다. ‘우연히 찾은 빛’이라는 뜻의 세렌디온은 번화했던 육림고개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추진한 ‘육림고개 청년몰’ 사업에 선정된 청년 상점 10곳 중 하나다. 안으로 들어가면 드라이플라워와 시들지 않도록 약품 처리한 프리저브드 플라워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다. 재스민, 수선화 등 플로럴 계열의 15가지 향기로 소이 캔들 또는 석고 방향제를 만들거나, 특수 소재 종이에 그림을 그린 후 열을 가해 자신만의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슈링클스’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진열된 드라이플라워를 구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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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이 캔들 원데이 클래스 2만 원, 11am~7:30pm,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serendion95




먹을 곳


4. 꼬삔이

오색빛깔의 반죽을 조합해 만든 무지개식빵. ⓒ 김수지

아담한 동네 빵집 꼬삔이는 개량제와 방부제를 넣지 않고 마가린 대신 발효 버터를 사용한 건강한 식빵을 굽는다. 독특하게도 진열된 빵은 모두 제각각 알록달록한 색을 입고 있다. 오징어 먹물, 치자 등의 천연 재료를 이용해 오색 빛깔을 낸 반죽을 적절하게 조합해 이름도 무지개 식빵이다. 플레인 식빵, 밤 식빵, 치즈 식빵, 녹차 고구마 식빵 등 모두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아 오픈한 이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당일 만든 빵을 당일만 판매하는 것이 원칙.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빵이 소진되는 것이 예사이므로 오후 4시 이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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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 식빵 6,000원, 11am~7pm,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kkoppinee






마실 곳




5. 카페 올라

커다란 창으로 내다보이는 카페 올라의 앞마당.  ⓒ 김수지
라테에 딸기크림을 올린 올라라테. ⓒ 김수지

골목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높은 자리에 마당이 넓은 허름한 주택이 나타난다. 건물은 빛이 바랬고, 커다란 흰색 천을 대강 둘러 햇빛을 차단한 마당엔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다. 남의 집을 염탐하듯 들어선 카페 올라 내부에는 커다란 화분과 각종 행잉 플랜트가 우거지고 커다란 창을 통해 마당이 시원하게 내다보인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구와 소품이 실내 곳곳을 채우고 있어 어디서든 셔터만 누르면 그림이 된다. 올라는 오픈한 지 1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SNS에서 이미 유명 인사다. 깊고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블렌딩 원두로 내린 커피와 병맥주 6종, 클라우드 생맥주 탭을 갖추고 있다. 라테 위에 부드럽고 달콤한 딸기 크림을 올린 올라라테가 시그너처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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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라테 5,000원, 11am~10pm, 휴무 미정, 인스타그램 @cafe_allla





 ⓒ 김수지


LOCAL’S TIP

카페 올라의 이원규·이용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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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림고개가 1970~1980년대에는 강원도에서 제일 번화했던 골목이라고 해요. 그러다가 거주민이 점점 분산되면서 슬럼화됐고, 오랫동안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았죠. 어릴 적엔 이 언덕 밑에 극장이 하나 있었어요. 영화 보러 오는 일 말고는 이쪽에 올 일이 거의 없었어요. 젊은 사람들은 강원대 후문이나 애막골에서 주로 놀았죠. 그러다가 구도심 재생 사업으로 춘천시가 지원하는 청년 상회가 하나둘 생기면서 지난 6개월 사이 육림고개에 사람이 많이 늘었어요. 카페를 열기 전 동생이랑 열흘 정도 제주도에서 백패킹 여행을 했어요. 제주도에 있는 카페를 투어하면서 춘천에서 열 카페를 계속 구상했죠. 돌아온 뒤 육림고개에서 도넛을 파는 선배네 가게에 놀러 갔다가 바로 위에서 저희가 찾던 장소를 발견했어요. 마당이 있는 집을 찾고 있었거든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서 거의 폐가 수준이긴 했지만요. 새로운 공간은 감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길과 낡은 건물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잖아요. 춘천은 공기도 맑고 한적해 살기 좋은 도시예요.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봉산에 오르거나, 소양댐에서 자전거를 타고, 명동에서 닭갈비를 먹는 것 외에도 육림고개를 천천히 걸으면서 오래된 골목의 감성을 느껴보세요. 육림도나쓰의 팥 도넛을 먹고, 꽃술래에서 맛있는 안주에 막걸리도 1잔 하면서요.”



6. 카페 처방전

한방 차 외에 커피와 티, 에이드 종류도 갖추고 있다. ⓒ 김수지
카페 처방전의 외관. ⓒ 김수지

중년의 신사와 할머니, 젊은 직장인과 어린 학생이 뒤섞인 독특한 풍경은 언뜻 변화하는 육림고개의 모습과도 중첩된다. 진한 약재 향을 머금은 카페 처방전이 시작된 곳은 신승택 씨가 30여 년간 운영해온 한약방이다. 젊은 손님도 찾아올 수 있는 한약방을 구상하던 그는 한약방을 모던한 카페로 완벽하게 변신시켰다. 덕분에 ‘한방’이라는 이름을 빌려 어설픈 흉내를 내는 여느 카페와 달리 제대로 된 약재로 달인 한방 차를 내며, 커피와 티, 에이드 등도 판매한다.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 메뉴판을 확인하며 건강 상태에 맞는 한방 차를 주문해보자. 한방차는 밀봉해 10개 단위로 포장 판매도 한다. 




십전대보차와 인절미스틱. ⓒ 김수지


OWNER’S PICK

“저희 약방에서는 건강 상태에 알맞게 정확한 처방을 한 뒤 600여 가지 약재를 사용해 차를 달입니다. 십전대보차는 소화 기능이 약하고 몸이 찬 사람에게 좋죠.”

By 카페 처방전의 신승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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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전대보차 6,000원, 한방 차 패키지(10개) 2만5,000원,

     매일 10am~10pm, 033 521 8179.



7. 꽃술래

 아기자기하게 꾸민 꽃술래 외관과 칵테일 막걸리와 리코타치즈샐러드. ⓒ 김수지


빈티지 가구와 식물로 꾸민 아담한 공간은 젊은 커플과 20대 여성 손님으로 가득하다. 카페로 착각하기 쉽지만, 꽃술래는 전국의 막걸리 명인이 양조하는 다양한 전통 막걸리는 물론, 칵테일 자격증과 소믈리에 자격증을 섭렵한 이은주 대표가 제조하는 칵테일 막걸리까지 맛볼 수 있는 모던 막걸리 바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곳에서 직접 담그는 ‘꽃막걸리’. 식용 장미꽃잎을 넣고 장미의 향과 색이 배어들도록 숙성 과정을 거친다. 한 번에 2병만 제조하므로 운이 좋아야 맛볼 수 있다고. 스파이시 크림 오돌뼈, 유자 항정살 구이, 쉬림프 로제 떡볶이 등 맛깔나는 안주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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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막걸리 8,000원, 리코타 치즈 샐러드 1만2,000원, 6pm~1am,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flower_sool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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