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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un 23. 2015

Discovery of Korea

하늘에서 본 우리 땅

글, 사진 신병문


나는 ‘하늘에서 본 우리 땅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주제로 우리 국토 구석구석을 하늘과 땅에서 촬영한다. 이 땅의 아름다움과 지리적 특성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색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는 사명감을 품고 있다. 일상의 평범한 풍경도 문자 그대로 시각을 달리하면 전혀 새로운 풍광으로 다가오는 법. 아직 누구도 본 적 없는 낯선 풍경을 발견하는 희열과 감동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최근에는 항공촬영이 유행이다. 무인 촬영 기기의 발전으로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항공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모터 패러글라이더(패러글라이더에 엔진을 장착한 개인 비행 장비)를 타고 직접 비행하며 사진을 촬영하기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하늘을 나는 것이 얼핏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하루하루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현장에서 비행 장비를 직접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이 땅의 모습도 계속 변할 터. 여건이 허락하는 한, 그 풍경을 계속 기록하고 싶다.


© 신병문

평택은 평평할 ‘평(平)’과 늪 ‘택(澤)’을 합친 말이다. 1980년대 시작한 농지 정리 사업은 우리나라 평야 지대의 논과 길을 반듯하게 정리했다. 우연히 평택호 부근을 비행하다 농지 정리 사업을 피한 덕분에 농민의 삽질과 써레질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풍경을 만났다. 야트막한 경사의 다랭이논은 인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최고의 조형 예술인 듯하다.


© 신병문

“주왕산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 그렇게 높지도 크지도 않은 주왕산은 조물주가 정성껏 빚은 솜씨인 듯 봉우리 하나하나와 계곡이 어울려 경이로운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대전사에서 제3폭포에 이르는 4킬로미터쯤의 계곡은 주왕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9> 중에서.


© 신병문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해안.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듯하지만, 좁은 통로를 따라 내려가면 오랜 세월 층층이 쌓인 사암 절벽이 나온다. 180만 년 전 수중 폭발로 형성된 화산력 응회암층으로 수평 절리, 풍화혈, 해식동굴, 수직 절리단애 등의 지형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해산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군데군데 앉아 있어 경치를 즐기며 쉬어갈 수 있다.


© 신병문

이른 아침 바다를 깨우는 햇살이 수많은 섬과 섬이 중첩된 장관을 연출한다. 남해의 백미는 경남 통영 한산도에서 사천, 남해를 거쳐 전남 여수까지 이어지는 연안수로. 거울처럼 잔잔한 물결, 곳곳에 자리한 섬, 고요한 포구, 한가로이 떠 있는 범선의 경관이 아름다워 1968년 이 일대를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섬이 많은 남해의 해안선은 굴곡이 심해 인간이건 짐승이건 물고기건 기댈 곳이 많다.


© 신병문

전남 무안의 녹색 갯벌. 복잡한 해안선과 조류가 다채로운 형태의 갯벌 풍광을 빚어낸다. 방조제 같은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아 자연의 원시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해 지질학적 보존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철마다 지역 어민이 낙지와 소라, 바지락, 숭어, 보리새우를 잡아 소득을 얻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녹색 갯벌에서 잡은 무안 낙지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 신병문

1960년대 개간을 진행한 전북 고창의 학원농장 보리밭. 1992년 초부터 보리와 콩을 대량 재배하고 화훼 농업을 병행하며 관광 농업을 시작했다. 관광객이 늘자 2000년대부터 콩밭을 메밀밭으로 바꾸었다. 보리밭과 메밀밭이 번갈아 그려내는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2004년에는 학원농장 일대를 전국 최초의 경관 농업 특구로 지정했다. 4월 하순이면 이곳에서 고창 청보리밭축제가 열린다.


© 신병문

봄은 해남의 밭농사와 함께 찾아온다. 한반도의 땅끝을 품은 해남에는 구릉이 발달해 밭농사가 활발하다. 낮은 구릉에는 누런 황토 대신 시뻘건 황토가 펼쳐져 시각적 충격을 안겨준다. 해남의 가을배추와 황토고구마는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작물이다. 붉은 땅에서 자란 채소는 푸른색을 띠지만, 그 채소를 먹는 우리의 피는 황톳빛으로 흐를 것이다.


신병문은 하늘과 땅에서 우리 땅을 기록하는 사진가다. 최근 5년간의 국토 대장정 사진 기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진집 <비상 – 하늘에서 본 우리 땅의 새로운 발견> (한국의 발견, 5만 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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