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의 오색 터널부터, 나파 밸리의 와인 로드까지
10월의 컬러풀한 가을 여행지.
세계 곳곳의 숲에 자연 친화적 보행로가 속속 등장하면서 열대우림까지 탐험을 떠날 필요가 줄어들게 됐다. 독일 중부의 하이니히 국립공원(Hainich National Park)의 울창한 수림 상단에 약 530미터 길이로 조성한 캐노피 워크(Canopy Walk)가 그 한 예다. 비록 이곳에서 열대우림은 만날 수 없지만, 가을 무렵이면 캐노피 워크를 둘러싼 수림이 울긋불긋하게 물들어 공중에서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하이니히 국립공원은 독일에서 낙엽수림이 가장 드넓게 군락을 이룬 숲이자, 유럽산 너도밤나무를 보호하는 세계자연유산에 속한다. 캐노피 워크에서 이색 하이킹을 즐긴 뒤에는 튀링겐주의 아이제나흐(Eisenach), 뮐하우젠(Mühlhausen), 슈말칼덴(Schmalkalden) 같은 매력적인 중세 마을을 돌아보고, 튀륑거 발트(Thüringer Wald) 언덕의 울창한 소나무숲을 탐방해보자.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라이프치히(Leipzig)국제공항까지 루프트한자 독일항공이 1회 경유편을 운항한다(약 129만 원부터, lufthansa.com/kr). 라이프치히에서 하이니히 국립공원까지 렌터카로 약 2시간 걸린다(1일 약 60유로부터, rentalcars.com).
②하이니히 국립공원과 캐노피 워크에 관한 상세 정보는 국립공원 웹사이트를 참고하자. 캐노피 워크 9.5유로, nationalpark-hainich.de
③ 아이제나흐의 바르트부르크성(Wartburg Castle) 인근에 자리한 호텔 빌라 안나(Hotel Villa Anna)는 매력적인 부티크 호텔이다. 하이니히 국립공원의 캐노피 워크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90유로부터, hotel-villa-anna.de
모스크바를 출발한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꼬박 6일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인에게는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머나먼 동방의 항구도시인 반면, 우리에게는 비행기로 2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는 유럽으로 통한다. 또한 짙푸른 골든혼 베이(Golden Horn Bay) 너머로 제정러시아와 구소련의 정취가 깃든 건축과 현수교가 어우러져 종종 ‘러시아의 샌프란시스코’라 불리기도 한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음울한 우기가 지나가고, 시베리아의 엄혹한 추위가 찾아오기 전인 가을. 특히 이 무렵에는 킹 크랩 잡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아시아권 나라와 인접하고 수많은 이주민이 뒤섞인 덕분에 블라디보스토크는 고유한 미식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스포르티브나야(Sportivnaya) 항구 북부의 해안가에 늘어선 트렌디한 레스토랑에서 퓨전 요리를 즐기거나 부둣가의 노점에서 꼬치 구이 샤실릭과 맥주를 맛보자. 해가 저문 뒤에는 아르바트(Arbat)거리의 세련된 라운지 바를 순례하며 창의적인 보드카 칵테일을 홀짝이는 도시의 힙스터와 어울릴 수 있다.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국제공항까지 대한항공(약 35만 원부터, kr.koreanair.com)이 매일, 제주항공(약 24만 원부터, jejuair.net)이 주 4회 직항편을 운항한다.
② 스포르티브나야 항구 북쪽에 자리한 주마(Juma)는 블라디보스크의 미식 트렌드를 확인하기 좋은 레스토랑 겸 바다. 해산물 볶음, 양갈비 스테이크 등 아시아에서 영감을 얻은 퓨전 요리와 싱싱한 킹 크랩을 맛볼 수 있으며, 보드카 베이스의 참신한 칵테일 메뉴를 구비했다. 킹 크랩 1킬로그램 2,000루블(약 4만 원), zumavl.ru/en
③ 도심 북쪽에 자리한 빌라 아르테(Villa Arte) 호텔은 르네상스풍 외관이 돋보이는 곳이다. 고풍스러운 앤티크 가구로 객실을 꾸몄으며, 풍성한 뷔페 조식을 제공한다. 피로를 풀기 좋은 깔끔한 사우나 시설도 갖췄다. 6,500루블(약 13만 원)부터, villa-arte.ru/eng
소백산 끝자락에서 시작해 사방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과 산야를 휘감아 흐르는 남한강의 쪽빛 물결이 어우러진 단양의 가을은 더없이 화려하다. 단연 단풍놀이가 제격이겠지만, 최근 이색 여행지로 떠오른 곳을 찾으면 한층 컬러풀한 가을 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 먼저 적성면에 자리한 수양개 빛터널로 향하자. 일제강점기 때 만든 이 터널은 수십 년간 방치됐다가 최근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복합 멀티미디어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터널 전체에 조명과 레이저, 음향 시설을 갖추고, 미디어 파사드, 프로젝트 매핑 등 첨단 기술을 접목했다. 환상적인 빛과 영상으로 채워진 이 신비로운 터널은 방문객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역동적인 아웃도어를 경험하고 싶다면 수양개 역사문화길을 따라 트레킹에 나서자. 남한강변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덱 길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하고 사방에는 걸음을 자꾸 지체하게 만드는 만추의 절경이 연달아 펼쳐진다.
① 청량리역에서 단양역까지 무궁화호로 약 2시간 걸린다(1만700원부터, letskorail.com).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북단양IC로 나오면 수양개 빛터널에 닿을 수 있다. 수양개 빛터널에서 자동차로 약 4분 거리에 수양개 역사문화길이 있다.
② 수양개 빛터널은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 비밀의 정원과 함께 하나의 단지를 이룬다. 전시관에 들러 수양개 지역에서 발굴한 선사시대 유물을 관람하거나 5만 송이의 LED 장미와 조형물로 꾸민 정원의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하자. 입장권을 구매하면 3곳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입장료 성인 9,000원, 1pm~10pm, 주말 11pm까지, 월요일 휴무, ledtunnel.com
③ 단양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자리한 구경시장에서 길거리 음식과 향토 음식 등 단양의 다양한 먹거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단양의 대표 특산물인 마늘과 아로니아로 만든 마늘 만두, 흑마늘 닭강정,아로니아 아이스크림 등을 맛보자. 충청북도 단양군 단양읍 도전5길 31.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올초 오픈한 더 미스트 동커이의 외관. 호찌민의 전통을 살려 꾸민 객실. 바 블뢰를 찾아 호찌민에서 영감받은 칵테일을 마시자. 24미터 길이의 루프톱 인피니티 풀. ⓒ THE MYST DONG KHOI
호찌민의 최신 트렌드를 확인하려면 동커이(Đồng Khởi)로 가라는 말이 있다. 오페라 극장과 노트르담 성당 사이로 세련된 레스토랑과 부티크, 바가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최근 입주한 더 미스트 동커이(The Myst Dong Khoi)는 호찌민의 반전 매력을 제대로 선사하는 디자인 호텔이다. 불규칙하게 낸 창밖으로 무성한 식물이 자라는 모던한 건물 외관부터 범상치 않다. 호텔이 추구하는 콘셉트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 구불구불한 복도나 도처에 숨은 휴식 공간은 햄(hẻm)이라 불리는 호찌민의 미로 같은 전통 골목에서 착안했는데, 여기에 콘크리트, 노출 파이프 등의 현대적 건축 소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객실은 티크나무 조각과 도자기 북, LP 앨범, 주판 등으로 스타일리시하게 꾸몄다. 발코니의 석조 욕조에서는 몸을 담근 채 사이공강(Sông Sài Gòn)을 조망하며 차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루프톱 인피니티 풀에 뛰어들거나 바 블뢰(Bar Bleu)에서 칵테일을 홀짝이며 낭만에 젖어봐도 좋겠다.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찌민국제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39만 원부터, flyasiana.com)과 비엣젯항공(34만 원부터, vietjetair.com)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② 동커이의 오래된 상가 건물 3층에 숨듯 자리한 더 워크숍 커피(The Workshop Coffee)는 베트남 최초의 스페셜티 카페. 에스프레소와 드립 커피, 베트남 전통 커피와 간단한 디저트류를 선보이는데 메뉴판에는 각 원두의 원산지와 고도,수확 시기까지 적혀 있다. 커피 400베트남동(약 2,000원)부터, facebook.com/the.workshop.coffee
③ 더 미스트 동커이는 108개 객실과 루프톱 바, 카페, 수영장, 스파 등을 갖췄다. 레스토랑에서 생선과 해산물을 이용한 베트남 전통 요리를 낸다. 292만 베트남동(약 15만6,000원)부터, themystdongkhoihotel.com
4,000여 개의 와이너리가 흩어져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도 나파 밸리는 손꼽히는 와인 산지다.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나파 밸리산 샤도네이가 전 세계의 쟁쟁한 와인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 유명세의 시발점이었다. 포도 수확기를 맞은 나파 밸리로 낭만적인 로
드 트립을 떠나보자. 1852년 건설한 나파 밸리 최초의 도로인 실버라도 트레일(Silverado Trail)은 나파와 캘리스토가(Calistoga)를 잇는 약 48킬로미터의 길이다. 그림 같은 포도밭 사이로 뻗은 2차선 도로를 느긋이 누비며 조지프 펠프스 빈야드(Joseph Phelps Vineyards), 시뇨렐로 에스테이트
(Signorello Estate) 등 현지 유명 와이너리에 들러보자. 여정의 마무리는 올여름 오픈한 칼리스토가 모터 로지 앤드 스파(Calistoga Motor Lodge & Spa)를 추천한다. 1940년대 도로변 모텔을 개조한 곳으로, 칼리스토가의 명물인 지열 온수 수영장에 뛰어들고, 기타와 훌라후프, 줄넘기까지 갖춘 레트로풍 객실에서 잠들며 비트 제너레이션이 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직항편(70만 원부터, flyasiana.com)을, 델타항공이 시애틀 경유 항공편(87만5,000원부터, ko.delta.com)을 운항한다. 공항에서 나파 밸리까지 차로 1시간 정도 걸린다.
② 조지프 펠프스 빈야드는 1970년대에 나파 밸리에서 시작했다. 보르도식 레드 와인 인시니아(Insignia)가 이곳의 시그너처 와인. 레스토랑에서는 와인과 페어링하기 좋은 요리를 선보인다. 다양한 와인 시음을 진행하는데 전화나 이메일로 예약해야 한다. 시음 프로그램 75달러부터, josephphelps.com
③ 칼리스토가 모터 로지 앤드 스파의 객실은 레트로 가구와 추억의 스낵이 들어찬 미니바로 꾸몄다. 호텔 내에 스파와 수영장이 있고 열기구 탑승을 포함한 지역 와이너리 투어를 운영한다. 주중 투숙객에게는 인근 와이너리의 무료 와인 시음(2인)을 제공한다. 194달러부터, alistogamotorlodgeandspa.com
일본에서 인구가 네 번째로 많은 나고야는 그간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여타 도시에 비해 여행자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이는 지루한 산업도시일거란 선입견이 한몫했을 터. 그러나 나고야를 한 번 방문하고 나면 다채로운 매력에 놀랄 것이다. 우선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원형 돔을 덮은 입체 공원 오아시스 21(Oasis 21)로 향해보자. 지하의 널찍한 쇼핑몰과 지상의 푸르른 녹지를 돌아본 뒤, 14미터 높이의 ‘물의 우주선(水の宇宙船)’ 전망대에 오르면 나고야의 환상적인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올봄 나고야 남부에 개장한 레고랜드 저팬(LEGOLAND® Japan)도 빼놓을 수 없다. 약 1,700만 개의 레고 블록으로 만든 이 거대한 테마파크에는 롤러코스터와 자동차 트랙 등 동심을 자극하는 어트랙션이 즐비하다. 달고 매운 나고야 전통 요리를 일컫는 나고야메시(名古屋めし)는 일본의 여느 지방에서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민물장어 구이를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눠 먹는 히쓰마부시부터 붉은 된장 소스를 얹은 미소카쓰, 탄력 있는 육질의 토종닭을 구운 나고야코친, 평평한 면발에 생선 육수를 곁들인 기시멘까지 나고야메시를 두루 섭렵하려면 단 며칠로는 부족할 듯.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나고야국제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약 25만 원부터, flyasiana.com
② 10월 1일부터 11월 19일까지 진행하는 나고야메시 박람회(Nagoyameshi Expo) 기간에는 좀 더 풍성하게 나고야의 미식을 즐길 수 있다. 박람회에 참가하는 식당들이 메뉴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데, 박람회 티켓은 오아시스 21의 방문자 센터와 시내 주요 관광안내소에서 판매한다. 2회권 1,240엔부터, nagoyameshi-expo.com
③ 전 객실에서 나고야의 도심 경관이 펼쳐지는 프린스 호텔 나고야 스카이 타워(Prince Hotel Nagoya Sky Tower)가 10월 2일 오픈한다. 31층의 메인 레스토랑에서는 현지 식자재로 만든 나고야메시와 건강한 지중해식 요리를 선보인다.오픈을 기념해 2박 이상 투숙객에게 20퍼센트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1만8,000엔부터, princehotels.com/en/nagoya
왼쪽부터 1910년에 지은 나주잠사의 메인 건물과 굴뚝 등 옛 흔적을 살려 레너베이션한 나빌레라 문화센터. 나주영상테마파크는 <바람의나라> <주몽> <도깨비> 등 여러 드라마의 주무대로 등장했다. ⓒ NAJU CITY
영산강 유역, 기름진 평야가 너르게 펼쳐진 나주. 그 덕분에 이곳은 오래전부터 풍요를 누려왔지만, 때로는 수탈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는 신작로를 낸다는 구실로 나주읍성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수탈을 위한 건물을 새로 지었다. 지금도 당시의 흔적이 몇몇 남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돌다리인 금성교 근처에 터를 잡은 나주잠사도 그중 하나다. 일제강점기 이래 명주실을 뽑는 공장이던 이곳은 1970년대 후반 나일론이 도입된 이후 완전히 가동을 멈췄다. 폐공장으로 방치하던 나주잠사는 최근 레너베이션을 거쳐 나주의 이색 업사이클링 공간 나빌레라 문화센터로 변모했다. 건조실과 누에고치 보관소, 창고 등의 건물을 전시관과 공연장, 스튜디오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업사이클링 근대 건축을 방문한 뒤엔 나주 원도심으로 향하자. 11·3 학생독립운동 진원지인 나주 역사와 식민 통치의 상징인 구 나주경찰서 등을 돌아보며 서글픈 근대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영산강에서 황포돛배에 오르거나 나주영상테마파크에 방문하고, 적산가옥을 개조한 고즈넉한 카페에서 차분한 휴식을 즐기자.
①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나주역까지 KTX로 약 2시간 걸린다. 4만7,200원부터, letskorail.com
② 10월 18일 개관하는 나빌레라 문화센터는 일제강점기 때 수탈을 위해 세운 나주잠사를 업사이클링한 문화예술공간이다. 6개동으로 나뉜 건물에서는 지역의 문화예술과 나주 원도심 재생을 위한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다. 061 339 8263.
③ 영산강변에 자리한 영산나루마을에는 1910년 동양척식회사 문서고 건물을 포함해 일제강점기의 적산가옥을 개조한 카페, 전통찻집, 펜션 등이 들어서 있다. 앤티크 가구로 고풍스럽게 꾸민 카페에서는 커피와 차 외에도 맛 좋은 이탤리언 요리를 선보인다. 영산나루 아메리카노 5,000원, 061 33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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