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의 트리엔날레부터 켄터키의 버번 축제까지
9월 가을을 색다르게 시작하는 방법.
백제 문화의 정수가 공주와 부여에만 모여 있다고 여기면 곤란하다. 당대 동양 최대의 사찰인 미륵사지의 석탑에서 시작해 거대한 왕궁 터로 유추되는 왕궁리 유적에 이르기까지 백제의 찬란한 문화유산이 익산 곳곳에도 남아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익산의 문화유산은 여전히 발굴되는 중이며, 금마저(익산의 옛 이름)가 사비에 이어 백제의 네 번째 수도였다는 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천도 여부에 대한 진위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익산에 서린 백제의 정취만큼은 올가을 한층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겠다. 먼저 익산 왕궁리 유적지에서 궁궐 담장과 후원을 전면 개방했다. 국보 제11호이자 우리나라의 최고(最古) 석탑인 미륵사지석탑도 장장 17년에 걸친 복원 끝에 첫선을 보인다. 서동의 탄생 설화가 전해지는 마룡지, 무왕과 선화공주가 묻혔다는 쌍릉을 둘러보고 서동이 캐던 익산의 대표 향토 식자재인 마로 만든 음식까지 맛보고 나면 가을날의 찬란한 익산 문화 기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①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익산역까지 KTX로 약 1시간20분 걸린다(3만 원부터, letskorail.com).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호남고속도로의 익산 IC로 나오면 왕궁리와 미륵사지로 향할 수 있다.
②매월 넷째 주 토요일 익산역에서 출발해 쌍릉, 왕궁리 유적지, 보석박물관, 미륵사지를 차례로 들르는 세계유산 코스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익산 문화 기행을 떠나보자. 나바위 성지, 보석박물관, 미륵사지 등을 돌아보는 익산숨은보석찾기 코스 시티투어 버스는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운행한다. 4,000원(선착순 40명 예약 필수), 063 854 4522.
③ 원광대학교 대학병원 삼거리에 자리한 본향은 마로 조리한 한 정갈한 한정식을 선보인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 모티프인 오방색 김밥, 떡갈비, 산약탕, 마약밥 등 최대 스물두 가지 찬을 내는 한정식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한정식 1인 1만 원부터, 063 858 1588.
왼쪽부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Spermini, 1997>,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Green light-Anartistic workshop, 2016>. ⓒKATO KEN
론리플래닛 선정 올해 ‘아시아 최고의 여행지’ 2위에 오른 요코하마. 다채로운 건축물, 마이크로브루어리, 미식 등 팔색조 매력을 지닌 이 도시를 올가을에 찾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3년마다 개최하는 국제현대미술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Yokohama Triennale)가 열리기 때문. 올해의 주제는 ‘섬과 별자리, 갈라파고스’로, 연결과 고립의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주무대인 요코하마 미술관의 파사드에는 구명보트와 구명조끼로 뒤덮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초대형 작품을 설치했는데, 이는 전 세계 난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담은 메시지라고. 요코하마 미술관을 비롯해 메이지 시대 벽돌 창고를 개조한 복합 문화 공간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横浜赤レンガ倉庫), 요코하마시 개항기념회관(横浜市開港記念会館) 등 항구 일대에서 동시대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확인해보자. 설치 예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등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의 재기 발랄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①김포국제공항에서 도쿄하네다국제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32만 원부터, flyasiana.com)과 일본항공(35만7,000원부터, kr.jal.com)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공항에서 요코하마까지 전철로 약 30분 걸린다(450엔, haneda-tokyo-access.com/kr).
② 제6회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는 요코하마 미술관 일대에서 11월 5일까지 이어진다. 입장권은 공식 홈페이지나 요코하마 미술관,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다. 1일권 1,800엔부터, yokohamatriennale.jp/english/2017
③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 근처에 자리한 호텔 에디트 요코하마(Hotel Edit Yokohama)는 흰색과 파란색 타일로 심플하게 꾸민 객실을 갖췄다.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는 레스토랑과 엄선한 서적을 구비한 라이브러리, 여행 아이템 숍도 들어서 있다. 9,000엔부터, hotel-edit.com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이 소장한 약 800만 개의 작품 중 어느 것을 어떤 순서로 감상해야 좋을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매달 ‘댓뮤즈(THATMuse, Treasure Hunt at the Museum)’가 대영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보물찾기에 참가해보자. 박물관 내의 방대한 컬렉션을 댓뮤즈가 제시한 주제로 탐방하는데, 시간 제한을 두고 다른 팀과 경쟁을 벌여 우승을 가린다. 단서를 알아내고, 관련 전시를 찾고, 추가 미션에 골몰하며 박물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사이 당신이 어느새 우승을 거머쥐게 될지도 모른다. 대영박물관의 놀라운 컬렉션을 알차게 관람하는 것은 물론이고.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런던히스로국제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약 156만 원부터, flyasiana.com)과 영국항공(약 114만 원부터, britishairways.com)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② 대영박물관은 런던 피츠로비아(Fitzrovia) 지역에 자리한다(입장료 무료, britishmuseum.org). 댓뮤즈는 대영박물관에서 매달 둘째 주 금요일 저녁 다른 주제로 보물찾기를 진행한다(1인당 15유로, 5:30pm~7:30pm, thatmuse.com). 최소 3인 이상이 팀을 이뤄 참여할 수 있다. 10월부터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 (Victoria & Albert Museum)에서 여행을 주제로 댓뮤즈를 오픈할 예정이며, 파리 루브르 박물관(1인당 20유로)과 오르셰 미술관(1인당 35유로)에서도 진행한다.
철골 기둥 위에 둥글둥글한 하얀 건물을 올려 마치 구름이 떠 있는 듯한 기묘한 집. 여기저기 불규칙적으로 정사각형 창문을 낸 이곳은 건축가 정의엽의 보금자리다. 전원생활을 꿈꾸던 그는 양평 문호리의 전망 좋은 북한강변에 가족과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집을 지었다. 그후 평화로운 풍경을 보다 많은 이와 나누고 싶어 건물 한편에 게스트하우스 에이엔디 클라우드를 마련했다. 3개의 객실은 오롯이 휴식을 위한 공간. 감각적 인테리어로 꾸민 객실에는 새하얀 침구와 친환경 어메니티를 구비했고, 음악이 흐르는 라운지에선 친환경 식자재로 만든 조식을 제공한다. 석양이 지기 시작하면 루프톱 테라스로 향할 차례다. 와인과 크래프트 맥주를 선보이는 바에 앉아 붉게 타오르는 북한강을 안주 삼아 느긋하게 술잔을 기울이기에 좋다. 호젓한 휴식을 만끽한 다음 날에는 숙소에서 대여해주는 자전거를 타고 북한강 라이딩에 나서자. 문호리 리버마켓이 열리는 주말에는 아기자기한 수공예품과 이색 먹거리를 판매하는 부스를 돌며 풍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① 지하철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에이엔디 클라우드까지 버스로 약 30분 걸린다.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서종 IC에서 양평 방면으로 북한강로를 따라 10분 정도 달리면 닿을 수 있다.
② 에이엔디 클라우드는 조식, 웰컴 티, 하우스 와인과 안주를 무료로 주는 해피 아워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식은 천연 발효 빵과 유기농 샐러드, 무항생제 유정란으로 만든 오믈렛, 훈제 연어 등으로 구성된다. 객실 13만 원부터, andcloud.kr
③ 문호리 리버마켓은 매월 셋째 주 주말 양평 서종면 북한강변에서 열린다. 도자기, 액세서리 등 수공예품, 체험 부스, 전시회 등 다양한 즐길 거리와 유기농 빵, 컵 스테이크 덮밥, 지역 특산 농산물 등 맛깔나는 먹거리를 준비한다. 10am~7pm, 인스타그램 @river_market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란 별칭과 함께 세계 각국의 트레킹 고수들이 버킷 리스트 최상단에 올려놓는 키르기스스탄. 전 국토의 92퍼센트가 산지로 뒤덮여 있고 평균 해발고도가 2,750미터에 이르며, 과거 실크로드의 대상이 통과하던 톈산산맥(Tian Shan Mountains)과 파미르(Pamir)고원 등 험준한 산봉우리가 동서를 가로지른다. 그중 키르기스스탄 동쪽에 자리한 이식쿨(Issyk Kul) 지역은 빼어난 풍광으로 숱한 트레커를 유혹한다. 카스피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염호인 이식쿨 호수 일대에는 만년설이 뒤덮인 고봉 아래로 트레일이 이어진다. 마침 올여름에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원조를 받아 코치코르(Kochkor)에서 카라콜(Karakol) 사이를 잇는 약 300킬로미터의 트레일이 정비를 마쳤다. 매년 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야생화와 전통 텐트 유르트가 어우러진 키르기스스탄의 초원 지대 야일루(jailoo)를 만끽하기에 이상적인 시기다. 트레킹 초심자라면 수도 비슈케크(Bishkek)에서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알라아르차협곡(Ala-Archa Canyon)을 누비며 키르기스스탄의 비경에 감탄해봐도 좋을 듯.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비슈케크국제공항까지 에어아스타나가 카자흐스탄 경유편을 운항한다(약 93만 원부터, airastana.com). 비슈케크에서 이식쿨 호수나 알라아르차협곡까지 버스로 이동 가능하지만, 교통편이 포함된 여행사의 트레킹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수월하다.
② 키르기스스탄의 지역 발전 관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주요 도시에서 운영하는 CBT(Community Based Tourism)에 방문해보자. 지역별 트레킹 투어와 홈스테이 프로그램 등을 연결해준다. cbtkyrgyzstan.kg
③ 이식쿨 호수 일대에서 트레킹을 떠나기 전, 비슈케크 주택을 아늑한 호텔로 개조한 아시아 마운틴스(Asia Mountains)에서 휴식을 취하자. 정원으로 둘러싸인 호텔은 내부에 야외 수영장과 뷔페 식당, 캠프 파이어 존 등을 갖추고 있다. 주기적으로 비슈케크 인근으로 떠나는 트레킹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더블 룸 80달러부터, asiamountains-hotels.com/am1/en
옥수수를 51퍼센트 이상 포함한 버번위스키는 켄터키주에 기원을 둔 미국의 대표 증류주다. 켄터키 한복판의 아담한 마을 바드스타운(Bardstown)의 버번 양조 역사는 무려 17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번의 수도’라 일컫는 이곳을 둘러싼 넬슨 카운티(Nelson County)는 오늘날 전 세계 버번위스키 생산량의 약 70퍼센트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 버번이 숙성을 마친 가을이 찾아오면 바드스타운에서 개최하는 켄터키 버번 페스티벌(Kenturky Bourbon Festival)이 버번 애호가를 설레게 한다. 바턴(Barton), 블랑턴스(Blanton’s) 등 켄터키주에서 양조한 최상급 버번위스키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오크통 굴리기 대회, 클래식 모터쇼, 빈티지 위스키 경매 등 흥미진진한 이벤트가 일주일 내내 이어진다. 버번 잔을 돌리고, 시가를 태우고, 재즈 연주를 감상하며 미국 중부 특유의 노스탤지어에 흠뻑 취해보자.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루이빌(Louisville)국제공항까지 델타항공이 애틀랜타 경유편을 운항한다(약 96만 원부터, ko.delta.com). 루이빌에서 바드스타운까지 렌터카로 약 40분 걸린다(1일 약 65달러부터, rentalcars.com).
② 켄터키 버번 페스티벌은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바드스타운 일대에서 열린다. 버번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VIP 티켓을 구매하면 최상급 버번과 음식을 제공하는 프라이빗 바를 하루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VIP 티켓 1일 125달러, kybourbonfestival.com
③ 바드스타운 중심가의 유서 깊은 저택에 들어선 버번 매너 B&B(Bourbon Manor Bed & Breakfast)는 버번을 테마로 꾸민 숙소다. 버번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를 비롯해 스파 시설을 갖췄다. 189달러부터, bourbonma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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