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호젓한 여름밤부터, 기장의 릴렉스 타운까지
8월 늦여름의 차분한 휴식.
교토 도심의 서쪽, ‘바람 산’이라는 뜻의 아라시야마(嵐山). 동명의 산맥이 둘러싸고 이름난 고찰이 모인 이곳에서 더없이 호젓한 여름밤을 즐겨보자. 아라시야마 최고의 여름 축제 도로나가시(灯籠流し)가 열리는 저녁이면, 시내를 굽이굽이 관통하는 가쓰라가와(桂川)에서 무수한 참가자가 색색의 등불을 띄우는 몽환적 장관이 펼쳐진다. 소원을 이뤄주고 액운을 쫓는다는 등불을 바라보며 잠시 더위를 잊어도 좋을 듯. 역사가 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다시노넨부쓰지(化野念佛寺)에서는 수천 개의 촛불을 밝히는 천등 공양이 열린다. 경내에는 무려 8,000여 개에 달하는 석탑과 석상이 자리하는데, 하나하나마다 죽은 이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으슥한 전설도 내려온다. 초를 들고 석탑 사이를 걸으며 소원을 빌어보자. 물론 대나무숲길인 치쿠린노미치(竹林の道) 산책도 빼놓을 수 없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즈넉한 덴류지(天龍寺) 앞에서 출발해, 하늘을 가릴 만큼 빽빽하게 우거진 약 1킬로미터 길이의 대나무 숲길을 거닐며 차분한 여름의 풍류를 이어가자.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오사카국제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24만9,000원부터, flyasiana.com) 등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공항에서 교토까지 JR 특급 열차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3,600엔, westjr.co.jp).
②올해 도로나가시는 나가노시마고엔(中之島公園)에서 8월 16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열린다(등불 1,000엔, geocities.jp/butto_renmei). 천등 공양은 8월 23·24일에 열리며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이어진다(참가비 1,000엔, nenbutsuji.jp). 칠석 축제는 8월 16일 교토 시내의 각 사찰과 강변에서 연다(kyoto-tanabata.jp/ko).
③ 에도 시대의 전통 가옥을 개조한 마치야(町屋)에 하룻밤 묵어보자. 기온(祇園)의 겐닌지(建仁寺) 앞에 자리한 앰버 하우스 기온(Amber House Gion)은 인기 있는 마치야로, 다다미 침실 2개와 주방을 갖췄다. 3만7,000엔부터, oldkyoto.com
힙한 레스토랑이나 숍을 쏘다니는 데만 며칠을 지새울 수 있는 방콕에서 하루쯤 친환경 여행을 경험해보자. ‘방콕의 허파’라 불리는 방끄라짜오(Bang Krachao)섬의 방콕 트리하우스(Bangkok Tree House)에서 말이다. BTS 스카이 트레인 역에서 불과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지만, 짜오프라야강(Chao Praya River)과 울창한 니파야자숲에 둘러싸인 덕분에 들어가는 순간 복잡한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기분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 ‘네스트’라 부르는 각기 다른 구조의 객실 5개 중 하나를 취향에 따라 선택해보자. 7미터 상공에 대나무로 지은 트리하우스는 물론, 곤충을 테마로 모던하게 꾸민 렌털 하우스, 강 위에 침대만 달랑 떠 있는 객실도 있다. 게다가 호텔 건물과 부두 등은 업사이클링 자재로 지었고, 자연 폐기물은 퇴비로 사용하며, 투숙객이 하룻밤 묵을 때마다 호텔 측이 강에서 1킬로그램의 쓰레기를 치우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강이 바라보이는 팜 투 테이블 레스토랑은 호텔 부지에서 재배한 유기농 식자재로 조리한 태국 요리를 낸다. 무료로 대여하는 자전거를 타고 방끄라짜오를 누비며 울창한 정글과 수상 시장, 과수원, 사원을 발견해도 좋다.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약 56만 원부터, flyasiana.com)과 타이항공(약 39만 원부터, thaiairways.com)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② 방콕 시내의 레스토랑 심플. 내추럴 키친(Simple. Natural Kitchen)은 지역 농부와 직접 거래하여 현지에서 생산한 제철 유기농 식자재만 사용한다. 인기 메뉴인 가지 샥슈카를 비롯해 파스타, 스튜, 플랫브레드 등을 내고, 최근 신메뉴인 트로피컬 아사이 볼을 출시했다. 메인 요리 280바트(약 9,400원)부터, implenaturalkitchen.com
③ 방콕 트리하우스는 태양열과 풍력발전 설비를 갖췄고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다. 레스토랑에서는 비건 메뉴도 제공한다. 숙박 요금은 자전거와 휴대폰 대여, 조식과 아이스크림을 포함한다. 강 위의 침대 객실인 리버 네스트(River Nest)는 현재 레너베이션 중이다. 4,750바트(약 16만 원)부터, bangkoktreehouse.com
왼쪽, 용오름맥주마을 옆에는 청정한 용오름 계곡이 흐른다. 오른쪽, 자메이카 콘셉트의 펜션 겸 캠핑장 우니메이카의 전경. © WOONYMAICA
여름이 정점에 다다르면 폭염을 피하기 좋은 강원도의 깊은 산속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중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이 어우러진 홍천은 매력적인 피서지로 손색없다. 여기에 여름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맥주도 기다리고 있다. 우선 청정한 산야가 드리운 그늘 속에서 휴식을 취한 뒤 별빛이 쏟아지는 홍천강변의 토리숲으로 향하자. 올해 첫선을 보이는 홍천강 별빛음악 맥주축제 기간, 세계 각국의 맥주를 시음하며 뮤지션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으니까. 지하 암반수로 정통 독일 맥주를 고스란히 재현한 브라이트바흐, 국산 보리와 밀로 양조한 홍천맥주는 반드시 맛봐야 할 지역의 대표 맥주다. 진정한 맥주 애호가를 위한 다음 코스는 용오름맥주마을. 맥주의 주원료인 홉 농장을 둔 이곳에서 나만의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어볼 수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자메이카 콘셉트의 펜션 겸 캠핑장 우니메이카에서 하룻밤 머물며 레게 리듬에 몸을 흔들고, 직접 양조한 맥주를 밤새 들이켜보자.
① 동서울터미널에서 홍천터미널까지 시외버스로 약 1시간 걸린다(6,600원, ti21.co.kr). 홍천터미널에서 도시산림공원 토리숲까지 농어촌버스로 약 20분 걸린다.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홍천교를 건너 설악로를 따라 5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한다.
② 제1회 홍천강 별빛음악 맥주축제는 8월 4일부터 6일까지 홍천 도시산림공원 토리숲에서 열린다. 맥주 시음을 중심으로 힙합, DJ, 버스킹 등 공연과 푸드 트럭, 바비큐 존 등 풍성한 먹거리를 준비한다. hccf.or.kr
③ 용오름맥주마을에서는 홉 농장 체험, 수제 맥주 만들기, 계곡 파티 등을 포함한 맥주 투어를 운영한다. 마을 내에 있는 숙소 우니메이카는 자메이카 콘셉트의 독채 객실과 캠핑장, 풀장을 갖춰 이색적인 하룻밤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1박 2일 맥주 투어 11만9,000원, 객실 5만 원부터, woony.co.kr
흔히 캘리포니아의 여름 하면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 아래 파도에서 묘기를 부리는 서퍼를 떠올릴 터. 이는 태평양을 마주한 미 서부 해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캘리포니아 동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시에라네바다산맥(Sierra Nevada Range)으로 향하면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해발 4,000미터의 고봉으로 이루어진 이 일대에는 유수의 스키 리조트가 모여 있다. 스키 비수기 시즌인 여름에는 주로 산악자전거나 하이킹을 즐기려는 아웃도어 여행자가 찾지만, 매머드 마운틴 스키 에어리어(Mammoth Mountain Ski Area)는 예외다. 한여름에도 고운 입자의 파우더 스노가 깔린 슬로프를 활강할 수 있는 것. 심지어 비키니나 반바지 차림의 스키어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사실 매머드 마운틴의 여름 스키 시즌이 매년 찾아오는 건 아니다. 지난 50년간 여름에 슬로프를 개방한 것은 단 열다섯 차례뿐. 올해는 적설량이 역대 최다량에 가까운 15미터 이상을 기록해 한여름의 스키 여행이 가능해졌다. 스키를 마음껏 즐긴 뒤에는 매머드 레이크스로 내려와 여름 축제 매머드 페스티벌 오브 비어스 앤드 블루사팔루자(Mammoth Festival of Beers & Bluesapalooza)에 동참하자. 오후에는 미국 최고의 마이크로 브루어리에서 양조한 크래프트 맥주를 맛보고, 해가 진 이후에는 낭만적인 블루스 밴드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아프레스키(apres-ski)까지 완벽하게 준비해놓은 셈.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약 103만 원부터, flyasiana.com). 로스앤젤레스에서 매머드 레이크스공항까지 알래스카항공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196.40달러, alaskaair.com), 렌터카로는 약 5시간 걸린다(1일 약 60달러부터, rentalcars.com).
② 매머드 마운틴 스키 에어리어는 올여름 8월까지 스키 슬로프를 운영할 예정이다. 여름 시즌에는 리프트권을 50퍼센트 할인하며, 12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리프트 1일권 69달러, mammothmountain.com
③ 매머드 페스티벌 오브 비어스 앤드 블루사팔루자는 8월 3일부터 6일까지 매머드 레이크스 일대에서 열린다. 블루스 밴드와 R&B, 솔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2개로 나뉜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다. 5·6일에는 미국 내 200여 곳의 브루어리가 선보이는 최상급 크래프트 맥주도 맛볼 수 있다. 1일권 38달러부터, mammothbluesbrewsfest.com
왼쪽부터, 마다와스카 카누 센터에서 운영하는 카누 프로그램, 마다와스카 카누 센터에서 제공하는 카누, 캐나디안 카누 뮤지엄. © ONTARIO TOURISM MARKETING PARTNERSHIP CORPORATION
캐나다 원주민부터 모피 무역상을 거쳐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까지. 캐나다는 늘 카누와 함께해온, 자타 공인 카누의 나라다. 캐나다 동남부의 온타리오에서 그 진가를 확인해보자. 울창한 숲이 펼쳐지고 50만 개에 달하는 강과 호수를 품은 이곳에는 수상 액티비티와 멋진 풍경을 한꺼번에 경험 할 수 있는 장소가 수두룩하다. 그것도 대도시 아주 가까이에서 말이다. 주도 토론토에서 2시간 떨어진 엘름허스트스 리조트(Elmhirst’s Resort)의 오두막은 카와사 레이크스(Kawartha Lakes)의 라이스 레이크(Rice Lake) 가장자리에 자리한다. ‘빛나는 물의 땅’이란 뜻을 지닌 호수 이름대로, 해가 뜰 때면 아름다운 장관을 볼 수 있다. 장엄한 호수에서 카누와 글라스 카약에 올라타거나 과거 모피 무역상이 타던 ‘보야저 카누(Voyaguer Canoe)’를 경험해보자. 수상비행기를 타고 섬이 흩어진 호수와 숲 위를 날아볼 수도 있다. 좀 더 아드레날린이 솟는 경험을 원한다면 캐나디안 카누 뮤지엄(Canadian Canoe Museum)에서 쪽배와 아마존 공예품을 구경한 뒤 마다와스카 카누 센터(Madawaska Kanu Centre)로 향하자. 세계 카누 챔피언이 설립한 이 센터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급류 카약과 카누 학교로, 초보자도 짜릿한 카누 타기를 즐길 수 있다.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기본 기술을 습득한 다음, 소나무와 활엽수 숲을 가로지르는 마다와스카강(Madawaska River)에서 노를 저어보자. 카누 수업에는 숲속 하이킹과 홈메이드 요리 강습 그리고 오두막에서 만끽하는 휴식도 포함되어 있다.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토론토국제공항까지 대한항공(약 212만 원부터, kr.koreanair.com)과 에어캐나다(약 168만 원부터, aircanada.com)가 직항편을 운항한다.
② 온타리오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ontariotravel.net에서 확인하자. 캐나디안 카누 뮤지엄의 입장료는 12캐나다달러다(canoemuseum.ca).
③ 엘름허스트스 리조트의 셀프케이터링 오두막 숙소는 월풀 욕조와 바비큐 시설, 덱, 부두를 갖췄다(220캐나다달러부터, elmhirst.ca). 리조트 내에는 스파와 농장에서 생산한 식자재로 조리하는 레스토랑, 캐나다산 와인 셀러도 있다. 카누와 카약 클래스는 무료. 수상비행기 탑승 요금은 60캐나다달러부터다. 마다와스카 카누 센터의 카누와 카약 프로그램은 주말과 5일 일정으로 운영하며 사우나와 요가 시설도 제공한다(주말 패키지 460캐나다달러부터(클래스, 식사, 로지 또는 숲속의 오두막 숙소 포함), owl-mkc.ca/mkc).
기장의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오픈한 아난티 코브에서는 도심 속 휴양과 색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 EMERSON PACIFIC
짙푸른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진 풍광이 펼쳐지는 인피니티 풀, 유서 깊은 로마의 카페에서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 한잔, 1만 권의 책을 비치한 클래식한 라이브러리 등. ‘욜로’ 혹은 ‘휘게’로 대변하는 요즘 트렌드에 딱 부합하는 공간이 최근 부산에 들어섰다. 기장의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문을 연 아난티 코브다. 호텔 힐튼 부산과 회원제로 운영하는 아난티 펜트하우스를 비롯해 엄선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모여 있는 아난티 타운, 매일 지하 암반수를 끌어올리는 온천, 초대형 서점, 야외 공연장, 해변 산책로를 총망라한 이곳은 복합 휴양 리조트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는 듯하다. 민성진 건축가의 설계에 따라 호텔과 펜트하우스 객실은 물론, 레스토랑과 라운지 피트니스센터 등 어느 곳에서도 바다가 펼쳐지는 빼어난 전망은 진정한 도심 속 휴양을 선사한다. 캐주얼한 비스트로 오버랩, 반려동물 디자인 소품을 판매하는 하울팟, 레고 마니아를 위한 브릭라이브 인 등 아난티 타운에 입점한 레스토랑과 숍까지 제대로 둘러 보려면 단 하룻밤만으로는 부족할 듯.
①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KTX로 약 2시간 40분 걸린다(5만9,800원부터, letskorail.com). 부산역에서 오시리아역까지 전철로 이동한 후, 시내버스 혹은 택시로 갈아타면 아난티 코브까지 갈 수 있다.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동부산IC로 나가자.
② 아난티 타운에는 로마에서 80여 년간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카페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Sant' Eustachio Il Caffe)가 입점해 있다. 장작불로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이곳에서 진한 크레마의 풍미를 확인해보자. 커피 6,000원부터, 051 605 7262.
③ 아난티 코브 내에 자리한 힐튼 부산은 310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기본 객실 사이즈가 60제곱미터에 이를 만큼 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며, 전용 발코니도 딸려 있다. 9월 30일까지 객실과 10만 원 상당의 호텔 식음료 이용, 사우나 2인 이용권 등을 제공하는 오프닝 패키지를 선보인다. 35만5,000원부터, hiltonbusan.co.kr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와 함께 최고의 여행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