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여행을 묻고, <론리플래닛매거진 코리아> 편집부는 여행으로 답한다. 2017년 편집부에 도착한 독자 엽서를 꼼꼼히 읽고 또 읽었다. 그동안 독자가 궁금했던 여행을 지금 속 시원히 대답한다.
Q1. 착한 패키지 여행
Q2.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강원도 추천 명소
Q3. 서울 근교 간이역 스마트폰 여행
Q4. 국내 추천 온천 여행지
Q5. 인천의 숨은 섬 여행
Q6. 新 아재 도감(중장년층을 위한 여행)
Q7. 여행자에게 유용한 앱
Q8. 최신 실내 액티비티 소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알차고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싶으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지 알려주세요. 홈쇼핑 패키지 여행도 괜찮은가요? - 독자 나정란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독특하고 재미있는 여행 상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현지 전문가가 운영하는 여행사는 흥미로운 여행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하죠. 주말 동안 목포에서 익스퍼루트의 패키지 여행에 동참했습니다.
1 PM 목포 원도심 워킹 투어
2 PM 목포 근대역사문화관
3 PM 이훈동 정원
4 PM 여행 종료 및 티타임 자율 참여
오래된 여관을 개조한 익스퍼루트의 사무실. 비어 펍과 편집매장, 코워킹 스페이로 활용할 예정인 우진장 내관. ⓒ 김수지
오늘의 가이드인 홍동우 대표를 따라 낡은 계단을 오른다. 목포 원도심 한복판에서 40년간 운영하던 옛 여관 우진장. 누렇게 바랜 타일이 붙은 욕실, 장판이 깔린 아담한 온돌방, 이 빠진 샹들리에. 당연히 엘리베이터는 없다. 옛 흔적을 채 지우지 못한 여관은 어쩐지 으스스하면서도 오래된 건물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가 흐른다. 3층 옥상의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자, 우진장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유달산, 왼쪽에는 바다가 있어요. 유달산 아래로는 원래 다 바다였는데, 간척 사업으로 땅이 됐죠. 목포 원도심은 일제강점기에 ‘코리안 드림’을 안고 찾아온 일본인을 위한 계획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건물이 처마가 어색하게 뚝 끊겨 있는 게 보이죠? 커다란 집 1채를 쪼개서 여러 명이 소유하기 때문인데, 일본인이 거주하기 위해 지은 적산가옥의 흔적이에요.” 스피커가 결합된 은색 마이크의 울림통에서 홍동우 대표의 말이 속사포로 증폭된다. 오랜 시간 객을 맞는 여관이었다가, 지금은 청년들의 터전이 된 우진장. 이곳에 짐을 풀고 목포 원도심 투어를 시작한다.
원도심의 백성식당에서 맛본 해산물 백반. 일본식 목조가옥을 활용한 갤러리 나무숲. ⓒ 김수지
거리는 한산하다. ‘오거리식당’ ‘백성식당’ 등 친근한 이름의 상점 건물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도 안쪽을 뜯어보면 대부분 목재를 사용한 일본식 가옥이다. 민어 횟집이 모여 있는 ‘민어의 거리’를 지나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품점, 일제강점기의 백화점, 우체국, 일본식 사찰이 차례로 등장한다. 지금 걷는 이 거리는 80여 년 전, 일본어로 중심가를 일컫는 ‘혼마치도리(本町通)’다. 옛 화신백화점 건물이 화려한 과거를 잘 보여주는데, 에메랄드색 페인트로 칠한 외벽에 달린 ‘김영자 화실’이라는 간판은 이곳이 얼마 전 타계한 목포 출신 김영자 화백의 작업실로 쓰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리가 버텨온 세월만큼 숨은 이야기도 무궁무진하다. 걸음마다 이야기를 쏟아내는 홍동우 대표를 따라 근대역사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 동양척식회사, 일본영사관 그리고 호남 3대 기업이던 조선내화의 창립자 이훈동의 저택에 딸린 약 4,500제곱미터의 거대한 정원까지 둘러보고 나면 어느덧 원도심 투어가 마무리된다.
역사에 큰 흥미가 없다 해도 취향에 따라 원도심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적산가옥을 개조한 갤러리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어두침침한 골목 안에서 미로처럼 연결된 건물의 이쪽저쪽을 탐험하거나, 커다란 공장 앞에서 감성이 깃든 여행 사진을 남기거나. 아흔이 넘은 할머니가 직접 떡을 짓고 커피를 내리는 떡 카페, 전통 자수로 차 살림을 짓는 찻집, 일본식 저택을 멋스럽게 개조한 카페에서 그저 태평한 시간을 흘려 보내기도 하면서. 우진장의 청년들은 조만간 목포 해산물로 만든 피시 앤드 칩스를 내는 크래프트 맥주 펍과 독립 서적으로 채운 편집매장을 열 예정이다. 원도심의 이런 조용한 변화를 지켜보는 일 또한 목포를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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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 원도심 워킹 투어 매주 토요일, 선착순 20명, 3시간 4만 원(식사 및 숙소 불포함).
4 PM 노적봉 – 유달산 – 목포 신항
5 PM 목포대교 일몰
6 PM 양을산 야경
7 PM 여행 종료 및 저녁 식사 자율 참여
세월호가 안치된 목포 신항의 노란 리본. 목포 북항에 정박한 수많은 어선. ⓒ 김수지
“저부터 1번입니다. 앞에서 뒤쪽으로 2, 3, 4, 5, 6번 순서대로 자기소개를 할게요. 양쪽 옆에 탄 4번, 6번은 창문을 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해가 지기 전, 두 번째 투어에 참가했다. 검은색 승합차에 올라 새로운 참가자와 간단한 소개를 나눈다. 이번 드라이브 투어에는 인천 출신의 김민수 씨와 서울에서 온 김환태 씨 그리고 우진장의 이웃집 강아지 ‘쌔리’가 동행했다. 소개가 끝나자 운전석에 앉은 홍동우 대표가 음악의 볼륨을 높인다. 오디오에서 익숙한 가요가 흘러나오고, 차는 유달산 초입의 노적봉에서 시작하는 구불구불한 산간 도로를 달린다. “창문을 열어”라는 후렴구가 반복될 때마다 4번, 6번 양쪽의 창이 시원하게 열리고, 유달산에 찾아온 늦은 단풍과 그 아래로 보이는 나지막한 목포 시내, 늦가을의 찬 바람이 가슴에 와락 안긴다.
해가 사라지기 1시간 전 시작되는 저녁 투어의 분위기는 낮과는 확연히 다르다. 오늘 목포의 일몰 예정 시간은 오후 5시 35분. “국내 최초, 세계에서 두 번째인 3중 트러스트 현수교입니다!” 소리치는 홍동우 대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포대교의 거대한 철골과 케이블은 창 바깥에 펼쳐진 캔버스에 기하학적 선을 긋는다. 오후 5시 10분, 다리를 건너는 차 안에서는 콜드플레이의 ‘옐로(Yellow)’가 흘러나온다. 반짝이는 파도를 따라 벌판 위에 자란 갈대와 철망 위에 단단히 묶인 노란 리본 다발이 바람에 나부낀다. 목포 신항에 누워 있는 세월호 뒤로 짙은 노을이 진다.
드라이브 코스와 선곡은 계절과 날씨, 일몰 시간, 참가자에 따라 달라진다. 참가자는 드라이브를 하면서 음악이 끝날 때까지 말없이 풍경에 온전히 집중하고, 때때로 멈춰 서서 마음껏 셔터를 누른다. 해가 지자 급격히 깜깜해진 목포의 밤 아래 어느덧 친밀해진 이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꺼내 보인다. <어바웃 타임> <쇼생크탈출> <레미제라블> 등 각자의 ‘인생 영화’를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린 산 정상에 도착했다. 목포 신도심에 위치한 양을산. 귀에 선 이름처럼, 찾는 이가 없어 길 따라 가로등을 밝힌 유달산보다 더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야경을 좋아해요. 그런데 그 빛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의 모습이더라고요. 일을 하거나, 집에서 밥을 먹는 일상이 아름답게 빛나는 거죠.” 홍동우 대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의 세상을 바라본다. 이 여행이 끝난 후의 일상은 전처럼 평범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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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브 야경 투어 매주 토요일, 선착순 8명, 3시간 4만 원(식사 및 숙소 불포함).
6 AM 위판장
7 AM 보리마당 일출
8 AM 구청호시장
9 AM 여행 종료 및 아침식사 자율 참여
해가 뜨면서 차갑게 식은 공기가 수분을 머금을 때, 해가 지면서 세상이 천천히 식어갈 때. 그 둘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므로 일출과 일몰 사진은 같을 수 없다. 이런 주장을 피력하는 홍동우 대표와 일출을 보러 나선다. 원래 투어 일정대로라면 갓 잡은 수산물을 경매하는 수협 위판장을 먼저 찾아야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 새벽엔 경매가 서지 않는다. 어제가 조금이었던 탓에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 물때는 모처럼 집에 들어온 어부가 아이를 갖는 날이기도 하다. 그렇게 열 달 후 한꺼번에 태어난 아이들을 ‘조금새끼’라고 부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보리마당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어촌 마을 온금동에 얽힌 이야기다. 산자락에 다닥다닥 붙은 소박한 집, 목포 앞바다에 흩어진 섬으로 떠나는 배의 뒷모습, 하늘을 물들인 분홍빛 그러데이션. 아직 코스모스가 꺾이지 않은 보리마당 언덕 위에서 목포의 따스한 풍경을 바라본다. 마지막 투어가 시작되는 이튿날 아침의 모습.
경매가 열리는 날이면 조기, 갈치, 가자미 등 계절에 따라 다른 종류의 생선이 목포항 근처의 건물 바닥을 꽉 채운다. 지금은 텅 빈 위판장에서 홍동우 대표는 경매가 진행될 때의 모습을 생생히 들려준다. 그에 비해 구 청호시장은 한층 활기를 띤다. 목포에
서 가장 붐비는 시장인 데다가, 주말을 맞아 찾아온 이가 더 많다. 커다란 횟감용 삼치나 민어부터 상어까지. 가판대에는 목포 앞바다에서 나고 대부분 이곳에서 소비되는 싱싱한 해산물이 주인을 기다린다. 즉석 어묵 집 앞에는 기다란 줄이 입맛을 다신다. 좋은 물건은 조금만 늦어도 놓치기 십상. 부지런한 이들은 이미 작은 수레에 짐을 가득 싣고 시장을 빠져나갈 채비를 한다.
모든 투어가 끝났다. 기차에 오르기 전, 원도심의 별미식당에서 마지막 식사를 함께 한다. 어젯밤 우진장에서 나눠 마신 막걸리를 해장하기 위해 모두 뜨끈한 장어탕을 주문한다. 주인은 밑반찬으로 큼직한 꼬막 무침과 짭짤한 젓갈을 내어주고, 실파를 송송 썰어 넣은 얼큰한 탕이 곧 도착한다. 부드러운 장어 살점이 배 속을 뜨뜻하게 데운다. 핫 플레이스와는 거리가 먼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고, 허름한 여관에서 잠자기. 익스퍼루트의 여행은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화려하고 반듯한, 떠들썩한 것에 익숙한 요즘 청년들에게 이런 경험은 오히려 색다르게 다가올 터. 조용한 목포 원도심에서 보낸 1박 2일의 여행이 유독 짙은 여운을 남기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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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위판장 투어 매주 토 · 일요일, 선착순 8명, 3시간 4만 원(식사 및 숙소 불포함).
‘인생 샷을 찍는다. 예쁜 노을을 본다. 음악을 듣고 함께 드라이브한다. 새벽 위판장의 활기를 느낀다’라는 주제 아래 청춘을 위해 준비한 세 가지 패키지 여행. 각 패키지 상품을 통해 목포 원도심 여행을 도울 뿐 아니라, 함께 동행하며 추억을 쌓게 해주고, 여행 내내 감성 충만한 스냅 사진을 촬영해준다. experoute.com
1. 옆동네김사장 투어 in JEJU
제주 현지인과 함께 하는 도보 여행 상품. 12월에는 성이시돌목장, 곶자왈, 카멜리아힐, 방주교회, 새별오름 등을 지나는 서부 A 코스, 사려니숲길, 남원 해안경승지, 신천목장, 백약이오름 등을 지나는 동부 B 코스가 있다. 반일 코스 2만 원, 종일 코스 3만5,000원(최대 8인), blog.naver.com/tjsflal
2. 평창 하이디스토리 투어
오대산국립공원에서 태어나 쭉 대관령에서 거주하는 박윤희 문화해설사가 이끄는 여행. 월정사 천년 전나무숲길 산책, 산채 요리 점심 식사, 대관령양떼목장 투어, 스키 점프대로 이어지는 스토리 투어를 제공한다. 당일 1인 10만 원, 2~5인 1인 7만 원, myrealtrip.com
3. 디스커버 제주
현지인이 직접 기획하는 체험 여행 전문 플랫폼이다. 선장과 함께 하는 야생 돌고래 탐사, 현지 어민과 함께 하는 위미 밤바다 한치 배 낚시, 오름이나 잔디밭에서 드럼 교습 등의 체험 등을 제공한다. 제주 야생 돌고래 탐사(50분) 3만8,000원, discover-jeju.com
4. 서촌공정여행
<서촌방향>의 저자 설재우와 함께 하는 당일치기 서촌 여행. 창성동 갤러리 골목, 통인동 이상의 집, 통인시장, 박노수 가옥 등을 여행하며 서촌의 가치를 경험하고 지키고자 한다. 3시간 3만 원(식사 불포함), myrealtrip.com
5. 오붓이강릉, 너에게만 알려주는 강릉 비밀 여행
강릉을 현지인처럼 깊숙이 체험하는 여행 상품. 서부시장, 중앙시장, 대관령양떼목장, 주문진 방파제, 허난설헌기념공원, 기찻길 앞 작은 카페 등을 들르며, 게스트하우스에 머문다. 1박2일 9만8,000원(숙소 및 식사 포함), matjoy.kr
글. 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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