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사막의 작은 항구도시는 세계 최고층 빌딩을 뽐내는 메트로폴리스로 진화했다. 상상이 현실로 되는 두바이에서 놀라운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보자.
마질리스(majlis, 손님 등과 앉는 방)에 여러 명의 방문객이 둘러앉자, 전통 커피 가와(gahwa)와 말린 대추야자, 루카이맛(luqaimat, 찹쌀 튀김) 등이 등장한다. 음식을 나르고 커피를 따라주는 이는 조용하고, 가이드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오른손을 위로 들면 커피를 더 달라는 뜻입니다. 흔들면 그만 달라는 것이죠.” 세계 각국에서 온 손님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맛과 분위기를 평가하며 속닥인다. 바닥의 카펫 위로 빛이 내리고 음식을 담은 용기와 주전자가 반짝인다. 중동 지역의 바람 탑(wind tower) 전통 양식 건물에 들어선 셰이크 무하마드 문화체험센터는 아랍에미리트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는 데 가장 첫 번째로 방문해야 할 곳이다.
헤리티지 투어에 참가하면, 문화체험센터의 마질리스에 둘러앉아 환영의 의미로 커피와 디저트를 대접받는다. 그후 아랍에미리트의 역사와 현재를 듣고, 이런저런 궁금증을 해소하며 현지 문화에 다가서기 시작한다. “두바이에는 외국인이 얼마나 사나요?” “이 나라에서 태어나야 에미라티(Emaratis, 아랍에미리트 시민)가 될 수 있나요?” “여성도 정치를 할 수 있나요?” 등 여러 질문이 오간다. 대답을 들으며, 방문객은 자연스레 두바이에 대한 궁금증을 푼다. 현재 두바이 인구 약 140만 명 중 110만 명이 외지 출신인데, 그들도 에미라티 자격을 얻을 수 있다. 2017년에도 300명 넘는 이가 이런 혜택을 받았다고. 단, 이 나라에 눈에 띄는 도움을 준 주요 인물이거나, 오랫동안 거주해 현지인에 준하는 이에 한한다. 남녀 차별이 심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자. 아랍에미리트에는 9명의 여성 장관이 활동 중이다. 게다가 다음 내각에서는 남녀 비율이 동일해질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두바이가 시작된 장소라고 할 수 있는 구시가 알파히디(Al Fahidi) 역사지구로 투어가 이어진다. 1900년대 초 이란 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바스타크(Bastak)의 상인들이 세워 바스타크 마을로 알려진 이곳은 1980년대 철거 위기를 맞았다가 1990년대부터 복원됐다. 50여 개의 건물 안에 두바이 박물관, 공예 상점, 커피 박물관, 레스토랑 등이 자리하고, 옛 성벽의 잔해도 볼 수 있다. 역사지구의 일부인 문화체험센터도 1998년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Sheikh Mohammed bin Al Maktoum)의 후원으로 1998년에 건립된 것이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따라가자 담 너머로 불쑥 솟아오른 미나레트(minaret,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탑)가 보이고, 이내 너른 마당과 디완 모스크(Diwan Mosque)가 나온다. 이슬람교 이외의 종교를 믿는 이와 외지인의 입장을 허용하는 몇 안 되는 모스크 중 하나다. 발과 손을 씻는 공간을 지나 모스크 안으로 입장하니 차분한 긴장이 감돈다.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더라도 이곳에서의 기도는 신성하다. “이마를 바닥에 대는 행위는 신과 가장 가까워지며, 자신을 내놓는 것입니다. 5분 동안이라도 부동산, 주식, 직장 등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절대자에게 의탁해보는 거예요.” 가이드의 말을 따라 잠깐의 묵상에 빠진다. 각자 몸짓과 자세는 달라도, 고요함 속에서 찾는 평화는 동일한 의미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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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이크 무하마드 문화체험센터 헤리티지 투어 1인당 100디르함, cultures.ae
세계 최고의 건축. 탑의 왕. 162층, 828미터 높이의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는 여러모로 두바이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두바이 다운타운의 마천루에서 부르즈 할리파는 유달리 홀로 도도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간혹 안개가 내려앉아 도심을 감싸도 이 건물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가리지는 못한다. 완공하기 2년 전부터 이미 세계 최고층 건축물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사막 위의 기적을 몸소 체현하는 1인자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는다. 높이와 관련한 온갖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야외 전망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이트클럽, 세계에서 가장 높은 레스토랑 등. 이는 아라비아 반도에 또 다른 초고층 빌딩이 등장하기 전까지 몇년은 유지할 듯하다.
앳 더 톱은 부르즈 할리파의 124층을 차지한 전망대다. 높이는 442미터. 148층에도 전망대 앳 더 톱 스카이(At the Top Sky)가 있으나 2배 이상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전망을 위해서라면 앳 더 톱으로도 충분하다. 두바이의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고, 세계 최고층 야외 덱도 갖췄다. 관람객은 건물 1층에서 초속 10미터씩 상승하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앳 더 톱까지 1분 만에 올라간다. 442미터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두바이의 풍경은 기묘하다. 이 토후국은 사막과 바다의 경계에 툭 떨어진 게임 속 거대한 도시처럼 보인다. 저 멀리로 아부다비의 잔상이 나타나고, 지평선 끝까지 사방으로 걸려 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르즈 할리파의 자리에는 사막이 뒤덮고 있었다. 도처에서 진행되는 공사 현장을 내려다보면 두바이의 미래를 섣불리 상상하기 어렵다. 사막 위의 기적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도 아직 두바이는 완성되지 못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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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앳 더 톱 130디르함(프라임 시간대 215디르함, 즉시 입장 315디르함). 앳 더 톱 스카이 입장료 370디르함(프라임 시간대 530디르함), atthetop.ae
구시가 부르 두바이(Bur Dubai)의 수크(souk)에는 아라비아반도의 갖가지 상품이 모여 있다. 작은 무역항으로 연명하던 옛(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지만) 두바이에서 아마 가장 활기찬 곳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부르 두바이 수크의 상인들은 다분히 관광객을 상대로 한 장사에 몰두한다. 부르즈 할리파 모양의 병따개 기념품부터 말린 대추야자, 비단과 캐시미어 등의 텍스타일, 주전자, 향신료, 장신구 등 상점마다 갖가지 제품을 쌓아놓고 호객에 열심이다. 올드 수크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골목을 통해 텍스타일 수크로 이어져 수많은 카펫트, 히잡(hijab)과 칸두라(kandura)를 찾아볼 수 있다.
수크와 맞닿은 두바이 크리크(Dubai Creek)는 1900년대 초반부터 도시를 탄생하게 한 원천이었다. 부르 두바이 쪽으로 들어온 크리크는 도심을 1바퀴 빙 둘러 다운타운을 지나 두바이 카날(Dubai Canal)에서 다시 페르시아해와 만난다. 전통 돛단배에 모터를 달아 사용하는 해상 이동 수단 아브라(abra)는 크리크를 오가며 건널 때 요긴하게 사용된다. 일단 선착장에서 아브라를 타보자. 두바이 크리크 양옆으로 이어지는 구시가의 낮은 황토색 건물은 첨단의 이미지와 많이 벗어나 있다. 간간이 지나는 목조선과 구시가의 조화는 두바이의 평범한 삶으로 가까이 이끄는 듯하다.
두바이 크리크 건너 알라스(Al Ras) 지구에는 스파이스 수크와 골드 수크가 자리 잡고 있다. 삼베 자루에 담긴 값비싼 카르다몸(cardamom), 사프란(saffron) 등의 향신료가 스파이스 수크의 터줏대감이라면, 반짝이는 모든 것은 골드 수크의 주인공이다. 이 금 시장은 아라비아반도에서 가장 큰 규모다. 300여 개의 상점마다 진열해놓은 금은 매일 변하는 시세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시장 안의 모든 금 무게를 재면 무려 10톤 분량에 이른다고.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의 금반지, 황금 주전자, 황금 신발, 황금 케이스 등 과시욕을 자극하는 장식품을 살펴보다가는 더위에 혼란스러워질지 모르겠다. 잠시 벤치에 앉아 이동 카트에서 파는 탄산음료 1병으로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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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 수크 34th Street.
텍스타일 수크 Ali Bin Abi Talib Street.
스파이스 수크 Sikkat Al Khail Road.
골드 수크 Khalid Bin Waleed Road.
두바이는 세계 최고의 쇼핑 도시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간다. 올드 수크는 비교할 게 못된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사막의 열기를 식혀주는 거대한 쇼핑몰에는 연신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1년에 두 번씩 세일이 시작될 때마다 전 세계의 쇼퍼가 찾아온다. 세계 최고와 최대. 이 두 가지 수식어는 두바이 쇼핑업계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두바이 몰 (Dubai Mall)에는 1,200여 개의 레스토랑과 카페, 실내 아이스링크, 인공 폭포, 멀티플렉스 영화관, 실내 테마파크, 2개의 백화점 그리고 1억5,000만 년 전 공룡 뼈 등이 있다. 쇼핑몰이 어디까지 넓을 수 있나 실험하는 듯하다. 세계 최대 크기의 신발 숍도 그중 한 자리를 차지한다. 순전히 쇼핑을 위한 일종의 실내 도시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도를 지참하지 않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고, 시간대를 잘못 선택하면 인파에 치이기 일쑤다. 부르즈 할리파와 연결되기 때문에 두바이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가 몰려드니 이는 피할 수 없는 일. 그래도 지구상의 거의 모든 패션 브랜드가 한자리에서 경쟁하고 있으니 과감하게 지갑을 열어보자. 아라비아산 실크 카펫과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의 차이를 직접 비교하면서 말이다.
쇼핑몰 탐험은 몰 오브 디 에미리트(Mall of the Emirates)나 두바이 페스티벌 시티 몰(Dubai Festival City Mall) 등으로 이어가보자. 이들은 쇼핑 외에도 독특한 체험으로 손님을 자극한다. 560여 개의 브랜드 숍이 들어선 몰 오브 디 에미리트는 아케이드 스타일의 고전적 디자인으로 꾸몄고,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스키 슬로프를 갖췄다. 영화관, 공연장, 호텔 등 부가 시설도 다채롭다. 현지인이 많이 찾는 페스티벌 시티 몰은 프로젝터를 사용한 세계 최대의 레이저 쇼를 매일 저녁 펼친다. 선선한 저녁에는 야외 쇼핑몰도 괜찮은 선택. 주메이라(Jumeirah) 지역의 시티 워크(City Walk)에서는 모던한 건축에 둘러싸여 실내 〮 외를 넘나들며 쇼핑에 열중할 수 있다. 괜찮은 디저트와 커피를 내는 카페와 게임 센터 등의 어트랙션도 흥미 요소. 특히 여기저기에서 마주치는 벽화와 설치 미술은 더위와 쇼핑에 지친 이에게 즐거운 여유까지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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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바이 몰 thedubaimall.com
몰 오브 디 에미리트 malloftheemirates.com
두바이 페스티벌 시티 몰 festivalcentre.com
글. 허태우 사진. 최남용
두바이 여행 Part 2. 열기구 타기 & 사막 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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