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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Feb 14. 2018

영화를 따라 도는
프랑스 소도시 여행


FRANCE ON SILVER SCREEN

프랑스 로케이션 여행 

빛의 도시 파리를 뒤로하고 떠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파리와 사뭇 다른 프랑스 여러 지역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영화인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제각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르망디 바다 위에, 비스케이만(Bay of Biscay)의 구름 위에, 고딕 성당의 종탑 위에 부리고 널어놓고 흩뿌려 주옥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우리는 프랑스 어느 낯선 도시의 이름을 알기도 전에 포말을 안고 부서지는 그곳의 파도를 먼저 본다. 이름 없는 거리와 꽃, 기차역과 공원을 꿈꾸게 된다.








DUNKIRK, 2017

파도가 삼킨 전쟁의 기억 됭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2017년작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로 최근 주목받는 됭케르크의 해변. © 일러스트레이션 조옥경

제2차 세계대전, 독일군에 밀려 북프랑스의 작은 도시 됭케르크에 고립된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구출하는 것이 목표이던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은 됭케르크의 말로 레 뱅(Malo-les-Bains) 해변에서 펼쳐졌다. 벨기에에서 불과 10킬로미터 떨어진 프랑스 최동단의 해안 도시이자,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도시로는 세계 최북단에 위치한 됭케르크. 생존을 위해 두 차례 세계대전을 비롯해 여러 번의 전쟁을 처절하게 겪어낸, 인구 9만 명의 이 작은 도시는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2017)로 77년 만에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를 대고 그은 듯 시원하게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말로 레 뱅 해변의 하늘과 해수면의 경계.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듯 하릴없이 떠 있는 됭케르크 항구의 작은 배. ©
람소리와 물소리만 들리는 평온한 됭케르크. 항구 주변에는 파스텔톤의 키 작은 건물이 늘어서 있다. © 맹지나

이 대작을 보고 나서 됭케르크의 황량한 바다를 보러 가겠다 마음먹은 이가 많을 것이다. 파도가 계속해서 배를 집어삼키는 거친 바다를 예상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완전 딴판이다. 티없이 푸른 하늘이 심심할까 싶어 박혀 있는 듯한 작은 구름 아래 됭케르크의 바다는 미동도 없이 잔잔하다.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오히려 시끌시끌하다. 도시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흥행으로 급작스레 얻은 인기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당황해도 즐기는 듯 들떠 보인다. 원 없이 걸을 수 있는 모래사장은 기억 속 장면의 해변과 꼭 같다.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려 목숨을 걸었던 영화 속 병사들과는 달리, 말로 레 뱅 해변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 얼굴이다. 적군과 대치하며 총격전을 벌이는 긴박한 오프닝의 배경이 된 퓌실레가(Rue des Fusillés)와 벨 라드가(Rue Belle Rade)는 천지를 뒤흔들던 포탄 소리를 모두 잊은 듯 평온하다. 주말을 맞아 해변에 나가 연을 날리고 젤라토를 실컷 먹은 가족이 늦은 오후 하나 둘 돌아가는 아늑한 골목으로 남아 있다.


TIP 
영화 속 구조된 병사들이 허겁지겁 먹던 딸기잼과 버터를 바른 빵과 홍차가 일명 ‘덩케르크 세트’라 불리며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끈다. 바닷바람을 맡으며 일어나 호텔 조식으로 먹어보자. 





I CLOWNS, 1970

서커스와 문학의 유쾌한 도시 아미앵


북프랑스의 아미앵은 화려한 서커스로 유명하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1970년작 광대들. © 일러스트레이션 조옥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3세기 고딕 성당과 잔잔히 흐르는 솜(Somme)강, 북프랑스에서 가장 성대하게 치르는 크리스마스 마켓 등 다양한 매력을 갖춘 아미앵(Amiens). 이곳은 상상력 넘치는 힘찬 필력의 작가 쥘 베른(Jules Verne)이 생의 마지막 36년을 보낸 도시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도시가 베른에게 불어넣은 영감은 수많은 페이지로 쏟아져 나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솜강 변, 벨뤼 부두(Quai Bélu)의 이 거리에는 아미앵 맛집이 모여 있어 언제나 맛있는 냄새가 난다. © 맹지나

많은 이가 이탈리아의 명감독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의 눈을 통해 아미앵에서 가장 재미있고 흥겨운 서커스를 여행한다. 모큐멘터리(Mockumentary) 형식을 펠리니가 처음 시도한 <광대들>(1970)은 아미앵의 쥘 베른 서커스(Cirque Jules-Verne)에서 촬영했다. 광대의 민낯, 그들의 화려한 묘기 그리고 무대 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스크린 안에서도 감독의 존재감을 크게 남긴 수작이다. 펠리니에게 유쾌한 파티의 장이 되어준 이 대형 서커스장은 아미앵이 자랑하는 즐거움의 원천이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광대는 때로는 야단치고 중얼거리며, 때로는 크게 웃고 때로는 숨죽여 말하지만 조용한 날은 절대 없다고. 아미앵 기차역에서도 보일 정도로 크고 빨간 입에서 터져나오는 익살스러운 웃음은 서커스장 밖으로는 새어 나오지 않는다. 낮에는 그저 여행자의 지표가 되어주는 랜드마크이자 심심한 동네 아이들이 나와 공을 차는 곳이다.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의 제자 에밀 리키에(Émile Ricquier)가 파리의 서커스 공연장을 모티프 삼아 철골 구조로 세운 쥘 베른 서커스는 프랑스혁명 100주년 기념 축제 때 개장했다. 당시 이를 주관한 시의원이 바로 작가 쥘 베른이다. 현재 일부 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니 영화에서처럼 두꺼운 분칠을 한 광대는 새로운 시즌이 되어야 만날 수 있다.


TIP
쥘 베른은 아미앵이 낳은 최고의 작가.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그의 생가는 현재 박물관 메종 드 쥘 베른(Maison de Jules Verne)으로 운영하고 있다. 멋진 응접실 너머, 앤티크 가구를 빼곡히 메우고 있는 그의 저서를 구경해보자. 7.5유로, amiens.fr/maisondejulesverne

생 피에르 공원(Parc St. Pierre)과 아미앵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Amiens) 사이의 강변 거리는 아미앵에서 인기 있는 맛집 골목이다.




글. 맹지나





Part 2. 라 로셸에서 앙티브까지

프랑스 로케이션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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