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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r 28. 2018

현지인이 추천하는 부산 비밀 스폿 7




Let me introduce My Busan Trip

7가지 부산 여행


부산에서 자랐거나,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 7인이 자신만의 부산 여행 노하우를 알려준다. 

부산 사람이 바라보는 부산 그리고 고향의 비밀 스폿 여행.





Arts Town

깡깡이예술마을


 


ⓒ 정수임
<안녕광안리> 발행인,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상임이사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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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우리나라 근대사와 함께 발전한 도시다. 개항 후 일자리를 찾아온 이, 광복 이후에 돌아온 재외 동포, 한국전쟁 당시 이주한 피란민이 뒤섞여 있다. 그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형성된 부산의 문화는 혼종성과 개방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런 ‘부산다운’ 모습을 간직한 장소에 애정이 간다. 반듯한 도시 같은 해운대보다 시끌벅적한 광안리가 더 ‘부산답다’고 생각해  잡지 이름도 <안녕광안리>다. 깡통시장이나 보수동 책방 골목 같은 곳은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영도의 깡깡이예술마을도 마찬가지다.” 



국내 스트리스 아티스트 정크 하우스의 페인팅 작업. ⓒ 정수임

예전 같았으면 섬 맨 끄트머리에 있는 태종대로 직진 했겠지만, 요즘 영도를 찾는 여행자는 해안 절벽에 자리한 흰여울문화마을이나 탁 트인 전망의 모던한 카페로 방향을 튼다. 이번에는 부산 사람에게 ‘영도다리’로 더 익숙한 영도대교를 건너, 섬 초입의 마을로 향한다. 이름도 독특한 깡깡이예술마을. 이곳에서 요즘 재미난 일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고 해서다.


2011년부터 발행한 부산의 지역 문화 잡지 <안녕광안리>가 2017년 돌연 ‘다시 안녕’이라는 인사를 남긴 채 사라졌다. 잡지가 잠정적으로 휴간된 지 1년. 광안리에서 잡지를 만들던 그들은 영도에 새로 아지트를 틀었다. 섬 길목에 자리한 깡깡이예술마을에서 건너편 자갈치시장을 내다본다. 쇳내 실린 공기는 아직 서늘하고, 골목 사이로 비치는 바다는 맑은 햇살 아래 투명하게 빛난다. 선박 사이를 오가는 통선이 바다 위에서 평온히 쉬고 있다. “해변보다 항구가 부산의 역사를 더 잘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영도의 깡깡이예술마을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인 다나카 조선소가 들어선 곳이죠.” 마을 경로당 한쪽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이승욱 대표가 말한다. “‘깡깡이’라는 말은 이 일대가 도색 작업을 위해 녹슨 배의 표면을 걷어내는 망치질 소리로 가득했던 걸 의미해요.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모태가 된 곳이지만, 대형 조선소가 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사람들도 모두 빠져나갔죠. 깡깡이예술마을이 ‘부산다운’ 모습을 지켜가는 것을 돕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헨드리크 바이키르히가 대동대교맨션 외벽에 작업한 <우리 모두의 어머니 (Mother of Everyone)>. 수리 조선소에서 도색 작업을 기다리는 선박. ⓒ정수임

<안녕광안리>를 만들던 이들은 ‘플랜비문화예술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깡깡이예술마을 안에 예술과 문화를 들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텅 빈 거리에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곳곳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 80여 점을 설치했고, 문화 행사도 연다. 독일 출신의 작가 헨드리크 바이키르히(Hendrik Beikirch)는 아파트에 ‘깡깡이 아지매’의 얼굴을 형상화한 초대형 그라피티 작품을 그려 넣었고, 스트리트 아티스트 정크하우스(Junkhouse)는 창고 외벽에 선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색과 주황색을 바탕으로 컬러풀한 페인팅 작업을 진행했다. 네온사인 설치 작가 이광기는 “그때 왜 그랬어요”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해안가에 내걸었는데, 자갈치시장에서 이것을 보고 한때 ‘부산 미스터리’라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고.


작품인지, 원래 있던 건지 모를 것들이 어우러져 있는 깡깡이예술마을에서는 페인팅, 설치, 웹툰 등 재치 있는 퍼블릭 아트를 숨바꼭질하듯 찾아보자. 정말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예술 뒤편에 있는 바닷가의 삶이다. 기계화된 공정 탓에 이제 깡깡이 아지매는 사라졌지만 골목 어귀에선 여전히 부품을 수리하는 소리가 ‘깡깡’ 들려오고, 모퉁이만 돌면 보석 같은 바다가 반짝인다. 마을 주민의 아지트로 통하는 40년 된 양다방에선 정겨운 분위기를 느끼며 고소한 쌍화차를 맛볼 수 있다. 부산이 초행길이라 하더라도 이곳을 돌아본다면, ‘부산다운’ 풍경이라는 게 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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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깡이예술마을 051 418 1863, 부산시 영도구 대평로27번길 8-8 생활문화센터 201호, kangkangee.com




Restaurant

동래할매파전



 

ⓒ HUH MI-RI
여행작가 우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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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온 가족이 허심청으로 목욕하러 가던 추억이 있다. 허심청에 처음 갔을 때의 느낌은 단관 극장만 다니다 멀티플렉스에 첫발을 들여놨을  때와 비슷했다. 동네 목욕탕과 비교되지 않는 초대형 온천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 탕 저 탕 돌아다녔다. 목욕 후 아버지가 좋아하던 동래파전을 먹곤 했는데, 지금도 두툼한 동래파전의 맛과 향이 가끔 떠오른다. 봄날 오후처럼 야들야들한 동래파전을 먹고 근처의 온천천 꽃길을 걸어보면 좋겠다. 부산은 봄이 조금 일찍 찾아오니, 3월에도 벚꽃과 유채꽃 사이를 거닐 수 있을 거다. 팔랑팔랑 내리는 꽃비를 맞을 수도 있고.” 




초장에 콕 찍어 먹어야 제맛인 동래파전. ⓒ 정수임

부산 사람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어릴 적 가족과 온천장에서 목욕한 뒤 동래파전을 먹은 기억이 있다. 특히 1991년 동래에 부산 최초의 초대형 온천 허심청이 들어선 후엔 이 코스가 하나의 공식이 됐다. 또 그 기억은 봄이라는 계절에 머무를 확률이 높다. 봄은 동래역 인근의 온천천시민공원에 벚꽃이 만개하는 계절이자, 겨우내 얼었던 쪽파가 녹으면서 연해지고 단맛이 들어 파전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때이니까. 돼지국밥, 밀면, 먹장어 등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은 여럿이지만, 봄을 목전에 둔 지금 부산으로 향할 예정이라면 달큰한 쪽파에 신선한 해산물을 더한 동래파전을 먼저 맛보길 권한다.


파전이 뭐가 그리 다를까 싶지만, 현지인도 동래파전의 원조 격이라 여기는 동래할매파전으로 가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동래구청 뒤쪽에 자리한 동래할매파전은 같은 자리에서 영업한 햇수만 40여 년. 동래 지역에서 70년을 있었으니, 조선 시대 동래부사가 임금에게 진상했다던 동래파전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늦은 저녁이면 가게 안에는 3대가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가족, 회식을 하는 듯한 직장인 무리, 앳된 모습의 커플 등 여러 단위의 손님이 몰려온다. 최근 레너베이션을 거쳐 예전의 허름한 모습은 지워냈지만, 부산 사람의 추억이 켜켜이 쌓인 파전의 향긋함은 그대로다.



오픈 주방이라서 파전 부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 정수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정희 대표는 통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조리대의 커다란 원형 솥 앞에서 손수 파전을 부친다. 그녀가 파전을 만드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기존에 알던 대로라면 파전은 걸쭉한 반죽을 동그랗게 편 뒤 파를 올리고 다시 반죽을 부어가며 단단하게 모양을 갖춰가지만, 동래파전은 쪽파를 나란히 길게 늘어놓았다가 쌓았다가를 반복해 유연한 자태를 자랑한다.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굴과 새우, 대합, 홍합 등의 해산물을 듬뿍 넣는 것 또한 동래파전의 특징. 어느 정도 모양을 갖췄다 싶으면, 날달걀 1개를 톡 까서 파전 위에 올리고 뚜껑을 덮는다. 이렇게 잠시 뜸을 들이는 이유는, 김정희 대표에 따르면 해산물을 속까지 익히기 위함이자 파의 향기를 한곳에 모으는 주술적 의식이다.


보통 파전이라 하면 바삭바삭한 식감을 기대하게 마련이지만, 동래파전에는 그런 기대를 버리는 게 좋다. 반죽이 채 익지 않은 듯한 촉촉함이 동래파전의 매력이니까. 보들보들한 반죽이 파의 향긋함과 신선한 해산물의 식감을 배가하고, 기름지지 않아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명심할 점은 간장이 아니라 초장에 찍어 먹어야 한다는 것. 거기에 막걸리 한 사발까지 곁들여야 제대로 된 동래파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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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할매파전 동래파전 2만 원부터, 12pm~10pm, 월요일 휴무, 051 552 0791, 부산시 동래구 명륜로94번길 43-10.





Tea Room

문화공감 수정


 


ⓒ KIM KIIL
모모스커피 바리스타, 2018년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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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지만 서울과 달리 언제나 ‘로컬 브랜드’ ‘로컬 푸드’ ‘부산 사람’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그래서인지 부산에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이가 많다. 커피 산업에 종사하는 나 역시 ‘부산인으로서’ ‘부산의 커피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다. 부산은 나에게 더 강한 의지와 책임감을 갖게 한다. 자주 가는 것은 아니지만, 부산을 여행하는 친구가 있으면 항상 데려가는 곳이 있다. 일제강점기의 적산 가옥을 찻집으로 활용하는 문화공감 수정이다. 아픈 역사 앞에 숙연해지기도 하지만 마음에 따뜻함을 채워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맞배지붕의 대문을 갖춘 정란각 외관. ⓒ 정수임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병원이던 백제병원을 개조한 브라운핸즈백제, 1941년에 지은 적산 가옥이 멋스러운 우유 카페로 탈바꿈한 초량1941 등 부산역 인근 구도심 일대에 근대 건축물을 활용한 문화 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가수 아이유 ‘밤편지’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화제가 된 일본식 목조 가옥 정란각도 마찬가지다. 정·재계 거물이 드나들던 고급 요정으로 사용되며 줄곧 베일에 가려 있다가,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330호로 지정돼 2016년부터 ‘문화공감 수정’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고즈넉한 다다미방에 앉아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고, 촬영을 위한 대관도 한다.

“부산 동구는 항구와 기차역이 바로 앞이라 일제 강점기에 왜관이 있던 자리예요. 일대에 적산 가옥이 많이 남아 있는 이유도 그래서죠. 이 건물은 1943년 일본인 사업가가 지었는데, 모든 자재를 일본에서 직접 공수하고, 일본인 목공까지 데려왔다고 합니다. 천장이 높고 규모가 웅장한 걸로 봐서 생활 공간이 아니라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용도였던 것 같아요.” 문화공감 수정의 운영을 맡고 있는 이미경 관장이 말한다. 수정동에서 자란 그녀는 어린 시절 정란각에 대한 기억도 들려준다. “이곳이 요정이라는 걸 모르던 어릴 적엔 그저 예쁜 언니들이 모여 사는 집이라고 생각했어요. 명절 때면 한복을 입은 채 악기를 하나씩 들고 올라가는 언니들의 모습이 너무너무 예뻤죠.”



다다미방에서 맛보는 대추차와 커피 1잔. 수정동에 남겨진 적산 가옥을 찻집으로 이용 중인 문화공감 수정. ⓒ 정수임

아픈 기억을 간직했지만, 정란각은 일본 가옥의 아름다움 또한 잘 보여준다. 일렁이는 유리창, 유리 사이에 가림막을 넣어 햇볕을 가리게 한 정교한 창문 장식, 태풍이 불 때 유리를 보호하는 나무 덧문 등 오래된 건물의 자태는 들여다볼수록 섬세하다. 앞마당의 커다란 만리향은 가을이면 잔잔한 노란 꽃잎을 마당에 비처럼 떨어뜨린다고. 고즈넉한 분위기와 이국적인 풍경 덕분에 젊은 층에게 출사 장소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볕이 잘 드는 마루는 가장 인기 있는 포토 스폿이다.


“문화재청이 이곳을 사들인 후 보수 공사만 3년이 걸렸어요. 못질 하나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기에 건축 당시의 원형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애를 먹었죠.” 이곳에서 판매하는 음료의 수익금은 건물 관리를 위해 필요한 일종의 입장료다. 또한 문화공감 수정은 노인 복지의 일환으로 동구의 어르신을 고용했다. 차를 준비하고 서빙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조금 서툴지 몰라도 마음만은 어느 곳보다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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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공감 수정 아메리카노 4,000원, 9am~6pm, 명절 휴무, 051 467 7887, 부산시 동구 홍곡로 75.



김수지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에디터다. 부산 출신의 사진가 정수임이 취재에 동행했다. 둘은 늘 보던 풍경 속에서 부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난 후 지금까지 ‘부산 앓이’ 중이다.






글. 김수지        사진. 정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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