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전주 자동차 여행

by 온더로드


17번 국도를 잇는 전라북도 완주와 전주, 임실을 넘나들며 따스한 봄기운을 좇는다. 고풍스러운 한옥, 문화를 일군 골목 서점과 예술촌, 건강한 식자재를 내세운 카페와 농가 식당은 여행자의 오감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ILLUSTRATIONS : O-OKING




1. 황금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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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황금연못 마당에는 노은하 대표가 손수 담근 수십 종의 장이 있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연잎정식. ⓒ김주원

송광사 앞 약 20만 제곱미터 규모의 연지는 훈풍이 부는 초여름이면 드넓은 못에 각양각색 연꽃이 장관을 이룬다. “사찰 음식에 관심을 갖던 중 한 스님께서 송광사 연지 옆에서 연 요리를 해보라고 권하셨죠.” 포근한 미소의 황금연못 주인장 노은하 씨가 말한다. 그녀는 송광사 연지 옆에 자리한 폐가를 고쳐 연 요리 전문점을 열었다. 평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다부진 철학이 있었기에 고집스러울 정도로 연을 연구했다고. 주재료를 풍족하게 사용하기 위해 연꽃을 직접 키우기 시작했고,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거름을 주지 않고 유기농으로 식용 가능한 백련을 재배한다. 시중에 파는 식자재가 못미더워 인근 마을과 부안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손수 수확한 농작물만 사용하는데, 그마저도 자급이 안 될 경우는 완주에서 나는 현지 식자재를 공급받는다.


메뉴는 연잎정식 단일 메뉴지만, 딸려 나오는 반찬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 찹쌀과 밤, 연근 등을 넣고 찐 연잎밥을 기본으로 연근 된장으로 끓인 구수한 된장찌개, 연잎 향이 은은하게 밴 보쌈, 연잎묵, 연근튀김 등 스무 가지가 넘는 음식이 빈틈없이 상을 채운다. 연의 뿌리부터 꽃까지 다채롭게 활용한 음식은 직접 담근 양념으로 깊은 맛을 더해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주인장의 예사롭지 않은 솜씨는 정갈한 밑반찬만 맛보아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연은 피를 깨끗하게 해서 정신을 맑게 해줍니다. 사찰 음식에서 단골 식자재로 이용하죠.” 노은하 대표가 말한다. 탁월한 효능을 지닌 연은 버릴 것이 없다. 겨울부터 봄까지는 뿌리를 채취하고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과 잎을 따는데, 먹는 시기도 그때마다 다르다고. 당연히 황금연못의 밑반찬도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철 없는 음식은 먹지 않아요. 제철 식자재가 맛과 건강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밑반찬 하나에 들어가는 양념까지 유기농으로 신경 쓰다 보니 때론 피곤하다는 노은하 대표. 하지만 그녀의 고집스러운 철학이 있었기에 믿고 먹을 수 있는 로컬 푸드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황금연못 연잎정식 2만1,000원, 예약 필수, 11:30am~8pm, 휴무일 전화 문의, 063 246 8848,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신지송광로 879-5.



Tip 로컬 푸드의 정석

농가 레스토랑 비비정은 마을 주민 할머니가 모여 현지 식자재로 시골 밥상을 선보인다. 화학조미료를 일체 넣지 않고 육수로 맛을 낸 홍어탕, 불고기주물럭, 버섯전골과 맛깔스러운 11가지 밑반찬이 일품이다. 063 291 8609,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길 26.





2. 삼례문화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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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때가 묻은 녹슨 창고에 정크 아트 작품을 전시해놓았다. 농협 마크가 새겨진 창고의 내부는 소극장으로 개조해 운영한다. ⓒ김주원
편백나무 서까래를 그대로 보존한 모모미술관 내부. ⓒ김주원

완주의 유일한 기차역인 삼례역. 한때 호남 최대의역참지라는 영예가 무색하게 지금은 무궁화호 열차만 드문드문 철로를 달린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2차 봉기의 주무대였던 삼례는 민중운동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인근 삼례봉기역사광장에는 거대한 봉기비까지 만들어놓았지만, 애써 찾아오는 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 삼례역 인근에 지은 양곡 창고를 사용한다. 호남평야에서 생산한 곡식은 당시 교통 요충지인 삼례역을 거쳐 군산항으로 빠져나갔다. 해방 후, 수탈의 흔적을 근대 유산 건축물로 보존했고, 삼례양곡창고처럼 실제 양곡을 보관해두기도 했다. 불행했던 역사의 흔적을 지우고 옛 창고에 예술의 불씨를 지피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삼례문화예술촌은 전주와 익산 등 주변 도시에 뒤처진 삼례를 되살리기 위한 첫 번째 과제였다. 이를 필두로 삼례역 주변 일제강점기의 창고와 관사는 박물관과 게스트하우스, 미술관 등으로 서서히 변모했다.


“100년 넘은 옛 창고는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습니다. 예술촌은 4개의 목조 창고와 조적식 건물 2동을 모아 조성한 것이죠.” 올해 삼례문화예술촌 운영을 맡은 이정훈 감독이 공간을 소개한다. 지난해 잠시 문을 닫았다가 3월 초에 다시 개관한 삼례문화예술촌은 예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라북도 지역 작가 중심의 초대전으로 새 출발을 알린 ‘모모미술관’, 미디어 전시와 VR 체험이 가능한 ‘디지털 아트관’, 소극장 ‘씨어터 애니’, 커뮤니티 공간 ‘뭉치’가 창고를 새롭게 채우고 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농협 마크와 슬레이트 지붕, 녹슨 창틀. 6개의 창고는 시간의 간극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관람객은 허름한 창고의 문을 하나씩 열고 들어가 예상을 깬 예술을 만난다. 편백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목조 창고에서 현대 정크 아트를 감상하고, 첨단 기술을 더한 미디어 아트에 눈을 홀린다.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교육과 체험, 여가 프로그램을 늘려갈 예정입니다. K-pop 공연도 열고, 세계 작가 초대전도 기획하고 싶어요.” 이정훈 감독의 다부진 포부를 들으니 예술을 통한 삼례의 부활도 머지않아 보인다.


삼례문화예술촌 입장료 3,000원, 10am~6pm, 월요일 휴관, 070 8915 8121,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3.



Tip 삼례는 책이라오

완주군은 문화를 통한 지역 재생의 일환으로 예술과 책을 택했다. 삼례 책마을에는 고서점과 헌책방을 비롯해 화랑과 북 카페, 예술인의 작업실이 들어서 있다. 최근 삼례문화예술촌에 있던 책 박물관도 이곳으로 옮겨왔다. 구하기 힘든 고서와 근대 인쇄 자료를 빼곡하게 소장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박물관급’ 책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68, 063 291 7820.





3. 아원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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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원고택 별채에 앉아서 바라본 차경. 고택의 노란 불빛이 인공 연못에 비쳐 그림 같은 야경을 완성한다.

한옥의 멋을 살린 아늑한 온돌방. 누룽지와 고구마, 밑반찬을 정갈하게 낸 아침 밥상. ⓒ김주원


운무가 내려앉은 종남산이 서서히 차창을 채우고 오성 한옥마을로 입성하는 길이 점점 좁아진다. 태백산맥 남쪽 끝자락의 종남산은 완주군 소양면의 자연 풍광을 두루 품는다. 초목이 우거진 산길을 따라 위봉폭포, 동상저수지, 대아수목원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봄볕의 기운이 강해지고 꽃이 만개할 때 최고의 풍경을 자랑한다. 더불어 산자락에 사이 좋게 포개진 한옥은 호연한 경치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오성 한옥마을 꼭대기에 자리한 아원고택은 주변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한옥 스테이다. 1층 미술관을 통해 한옥으로 가는 길, 좁은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대나무 숲이 점차 시야를 메운다. 계단 끝에 다다르자 탁 트인 숲과 고즈넉한 휴식처가 가만히 모습을 드러낸다.


아원고택에서는 시선을 어디에 돌려도 자연이 걸린다. 벽 한쪽을 차지한 커다란 유리창으로 소나무 1그루가 산수화처럼 들어오고, 자리를 옮겨 방석 위에 앉으면 폭이 좁고 기다란 창을 통해 기왓장과 장독대, 연못이 요소로 빛난다. “한옥에서는 창을 바깥 풍경을 담는 액자로 봤어요. 차경이라고 부르죠. 그래서 한옥을 설계할 때 주변의 숲과 나무, 산, 연못이 집과 어우러지도록 신중을 기했죠.” 매니저 전하루 씨가 말한다. 건축가 출신의 전해갑 대표는 15년을 동안 고심해 아원고택을 완성했다고 한다. 한옥 뒤편 대나무 숲에 반해 덜컥 땅을 사들였고,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 2채를 산자락에 옮겨온 것이다.


아원고택은 별채를 포함해 총 4채의 한옥을 갖췄다. 어떤 방을 선택해도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종남산의 사계절 풍광은 물론이고 풀벌레 울음소리와 산 그림자가 쉬어 가는 연못, 추녀와 처마선이 어우러진 기와, 대나무 숲에서 부는 바람 소리 등. 만휴당(萬休堂)이라고 써 붙인 객실의 이름처럼, 만사를 제쳐놓고 쉴 수 있을 만큼 서정적인 풍광이 집 안에 드리운다. 이른 아침엔 희뿌연 안개를 걷어낸 종남산이 선명한 굴곡을 드러내고, 밤이면 달빛이 내려앉은 연못이 반짝인다. 자연의 선물이 아니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아원고택 27만 원부터, 063 241 8195,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송광수만로 516-7, awon.kr



Tip 내 집처럼 편안하게

아늑한 별장같은 카페와 모던한 미술관이 나란히 자리한 오스 갤러리는 전해갑 대표의 또 다른 작품이다. 아원고택과 마찬가지로 실내는 커다란 창을 통해 자연 풍경을 담는다. 미술관 앞은 잔잔한 저수지 오성제가 흐르고, 뒤로는 종남산이 에워싸고 있다. 소양면에서 호젓한 시간을 이어가고 싶다면 이곳에 잠시 들르자. osart.co.kr




유미정문지연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사진가 김주원과 전라북도 국도 여행에 동행했고, 인심 좋은 현지인을 만나 매끼 유기농 음식을 맛봤다.





완주·전주 자동차 여행 Part.2

완주·전주 자동차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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