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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pr 12. 2018

김소봉 셰프와
떠난 전북 미식 기행



Travel X Farm Village

김소봉 셰프와 떠난 

전북 미식 기행


산과 들이 포근하게 조화를 이루는 전북 고창과 순창을 돌아보는 자동차 여행. 농촌 마을에 불어온 새로운 미식 문화와 소담한 라이프스타일을 엿보다.


글. 고현     사진. 최남용





Who is 김소봉?

<올리브쇼> <셰프끼리> 등 여러 쿡방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김소봉 셰프. 캐주얼한 일식을 선보이고 하이볼 칵테일 바를 운영한 그는 올해 1월 제주 산방산 부근에 일본 가정식을 내는 소봉식당을 새롭게 열었다. 요리를 통해 삶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 윔플에서 틈틈이 재능 기부도 열심히 한다. 5년 전, 20대의 버킷 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서아시아와 남유럽을 여행했다. 다음 버킷 리스트는? 소봉식당을 내실 있게 꾸려나가는 것이라고. instagram.com/kimsobong85




고창




차나무가 에워싼 사찰


선운사의 차밭 옆에는 산책을 즐기기 좋은 덱 로드가 조성되어 있다. ⓒ최남용

“사찰에 오면 언제나 마음이 놓이곤 해요.” 독실한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종종 사찰을 방문한다는 김소봉 셰프는 자신의 이름이 불명에서 가져온 것이라 말하며 선운사 경내로 들어선다. 사찰 한복판에 자리한 만세루를 1바퀴 휘이 돌아 맞배지붕이 덮인 고색창연한 대웅전에서 가볍게 기도를 올리고 백일홍 아래로 흐르는 약수로 시원하게 목을 축인다.


선운사에서 난 차는 맛과 향이 깊어 추사 김정희가 예찬하기도 했다. ⓒ최남용

대웅전 너머 구릉에는 2,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백제 혹은 신라 때 창건한 사찰로 알려진 선운사 일대에 동백나무를 처음 심은 시기는 5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곳의 동백은 제주나 남해안 일대보다 1달 이상 늦은 4월이 되어야 만개한다고. 아직 이른 봄에 찾은 탓에 입을 다문 꽃봉오리가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동백나무가 차나무과에 속한다는 것. 선운사가 자리한 고창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차나무가 서식할 수 있는 북방 한계선이다. 20여 년 전 사찰에서는 입구 한쪽의 땅 약 15만 제곱미터에 차나무를 식재하기도 했다. 근래에 선운사 곳곳의 야생 차 숲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다문차 박시도 대표의 헌신 덕분이다. 전라북도 곳곳에서 야생 차를 연구하던 그는 지난 몇 년간 선운사의 야생 차 숲과 차밭을 정성스럽게 가꾸며 사찰을 찾은 객에게 다도 문화를 알렸다.


선운사 앞에 조성된 차밭 사이를 느긋하게 거니는 동안 머릿 속을 짓누르던 상념이 말끔하게 사라지는 듯하다. 한파가 유달리 심했던 지난겨울을 통과하며 일부 나무는 냉해를 입었지만, 푸른 이파리를 틔운 싱그러운 찻잎은 봄기운을 완연히 머금었다. 만세루의 문을 개방하고 무료 다도 체험을 진행하는 4월에는 차향 그윽한 선운사의 풍취가 한층 짙어질 것이다.




Tip. 소봉’s think - 차

찻잎의 향을 맡아보는 김소봉 셰프. ⓒ 최남용

“차를 즐겨 마시는 편입니다. 소봉식당에서도 호지차를 기본적으로 내고 있죠. 차는 식전에 속을 따스하게 데우는 효과가 있고,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줍니다. 무엇보다 차의 떫은 맛은 미각을 다스려 음식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해주죠.”








수상한 농촌 공작소


커튼으로 가려진 마켓 레이지 헤븐의 사무실. ⓒ 최남용
정갈한 부엌과 바를 갖춘 사무실과 마켓 레이지 헤븐에서 직접 개발한 들깨가래떡. ⓒ 최남용

 고창읍성 맞은편에 자리한 2층짜리 적빛 벽돌 건물. 큼지막하게 “FARMING BEFORE EATING.”이라 새긴 유리창 안으로 새하얀 커튼이 드리워 있다. 2층에 자리한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세계 각국의 식자재, 과일, 곡물을 가지런히 진열한 선반과 럼, 진, 캄파리 등 술병이 늘어선 바 그리고 널찍한 나무 테이블에 두 사람이 기다린다. 마켓 레이지 헤븐을 운영하는 안리안, 유상진 부부. 


서울에서 패션쇼를 진행하는 프로듀서로 일하던 부부는 3년 전 고창으로 내려와 귀촌 생활을 시작했다. 그들은 틈날 때마다 지역의 농가를 찾아다녔다. “고창은 예부터 작물이 워낙 잘 자라 대농이 많았다고 해요. 이곳의 농부는 조금 깐깐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기르는 작물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죠.” 부부가 농부를 찾아다닌 이유는 지역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고창의 농부가 직접 참여하는 파머스 마켓과 공연, 소셜 다이닝을 결합한 이벤트를 기획한 것.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는 새로운 축제를 만들고 싶었어요.” 쇠락한 성곽으로 남아 있는 무장읍성을 마켓의 주무대로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실제 고창에서 세 차례 진행한 마켓은 지역에서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고. 이후 그들은 고창의 농부와 교류하며 발굴한 작물을 온라인 플랫폼에 유통하고 있다. 



수출용 포장지로 감싼 추황배. ⓒ 최남용

사무실 한쪽의 새하얀 사각 박스에 정성스럽게 포장한 배도 그중 하나다. 지난가을 판매를 시작한 추황배는 시중에 유통되는 신고배 품종과 달리 울퉁불퉁하고 얼룩이 많아 못생겼지만, 아삭아삭한 식감과 단맛이 강하다. 4년 넘게 퇴비를 주지 않고 추황배를 재배하는 한 농부를 만난 뒤,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창 쌀을 좀 더 즐겁게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안리안 씨는 자체 기획 상품도 개발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마켓 레이지 헤븐표 들깨가래떡. 일주일에 한 차례 인스타그램에 홍보 포스팅을 올리면 순식간에 동이 나는 히트 상품이다.


마켓 레이지 헤븐이 고창에서 펼치는 프로젝트는 아직 무궁무진하다. 당장 올해에는 비닐하우스를 임대해 농약과 퇴비를 주지 않는 자연 재배 농법으로 채소를 기르기 시작했다. 뜻이 맞는 이들과 모여 소소한 클래스를 개최하는 마켓 레이지 헤븐 쿤스트도 구상 중이라고. 뚝심 있는 고창 농가의 작물을 신선한 방식으로 알리는 이들의 수상한 기획이 더욱 궁금해진다.




Tip. 소봉’s think - 귀촌

“제주에 식당을 열면서 저 역시 귀촌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도시에 비해 생활이 단순한 편이라 주변을 좀 더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바다와 산, 사람 등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남들에게 보여주는 삶보다 나 스스로 진정 원하는 것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해요.” 





신개념 농장 테마파크


왼쪽부터 건강한 먹거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상하농원. 상하목장에서 기르는 젖소는 유기낙농 방식에 따라 건강하게 관리한다. ⓒ 최남용
상하목장의 시그너처 메뉴인 아이스크림은 카페에서 맛볼 수 있다. ⓒ 최남용

차창 밖으로 바다와 들, 야트막한 언덕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고창의 산야는 자동차 여행자에게 산뜻한 기분을 선사한다. 아직 새순이 돋지 않은 대지의 빛깔은 유난히 진하다. 기름진 황토의 땅이 사방으로 펼쳐지는 22번 국도를 따라 느긋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다 보면 상하면에 다다른다. 유기농 우유로 잘 알려진 상하목장이 있는 곳. 2016년 봄, 매일유업은 이 일대에 고창 농가의 농작물을 판매하는 마켓과 공방, 유기농 목장을 갖춘 상하농원을 열었다. 일본 미에현(三重縣)의 모쿠모쿠농장을 모티프로 세운 이곳은 농장을 전면에 내세운 테마파크다. 방문객은 직접 텃밭에 씨앗을 심고, 목장에서 유기낙농 방식으로 기르는 젖소를 살피고, 공방에서 햄과 빵, 치즈 등을 가공하면서 먹거리에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 농원 안에 자리한 2곳의 레스토랑과 카페는 농원에서 생산한 식자재로 건강한 요리를 낸다. 한식 메뉴를 선보이는 농원식당 2층에는 사계절 내내 채소를 재배하는 실내 온실을 조성해놓았다.


젖소가 한가로이 건초를 뜯고 있는 축사에는 우아한 클래식 음악과 새의 노랫소리가 어우러진다. 유기농 목장을 운영하기 위해선 전문 수의사의 관리가 필요할 뿐 아니라 1등급 청정수, 젖소가 운동할 수 있는 넉넉한 크키의 공간 등 까다로운 조건을 철저하게 갖춰야 한다. 그 덕분에 상하농원의 젖소는 매일 햇살이 가득할 때마다 울타리가 없는 목초지로 나가 방문객과 스스럼 없이 교감을 나눈다. 상반기 중 목장 너머에 42개의 객실을 갖춘 파머스 빌리지가 문을 열 예정이라고. 머지않아 이곳에서 느긋하게 하룻밤 보내며 농가의 일상을 경험하는 여행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Tip. 소봉’s think - 팜 투 테이블


실내 온실에서 재배하는 채소는 상하농원의 식당에서 사용한다. ⓒ 최남용

“신선한 식자재를 직접 재배해 음식을 만드는 팜 투 테이블이 증가하는 추세는 긍정적이라 생각해요. 식자재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뉴스가 자주 오르내리는 요즘, 팜 투 테이블에서는 그런 근심에서 벗어나 유쾌하게 먹거리에 집중할 수 있죠.”











Part 2. 김소봉 셰프와 순창 돌아보기

고창&순창 자동차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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