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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an 23. 2018

[강원도 여행 BEST]
평창 · 정선 자동차 여행



강원도 여행 BEST

평창 · 정선 자동차 여행


평창의 시골 분교에 꽃피운 문화의 매력을 느끼고 강원도 산속에서 예술과 역사의 조화를 감상해보자. 동계올림픽의 현장에는 스포츠 경기와 더불어 문화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잠깐의 휴식을 채우는 커피와 베이커리도 빼놓을 수 없다.







1. 감자꽃스튜디오

노산분교를 레너베이션한 감자꽃스튜디오. 건축가 이종호의 작품이다. ⓒ김주원
감자꽃스튜디오의 내부. ⓒ김주원

평창 읍내를 지나 고길천을 따라가는 길. 계곡 초입에 자리한 유리 파사드가 짧은 겨울 해를 받아 반짝인다. ‘리’ 단위의 마을이 첩첩이 엮인 강원도 산골 한복판에서 예사롭지 않은 그 모습이 호기심을 동하게 만든다. ‘감자꽃스튜디오’라는 이름이 파사드 한쪽에 걸려 있다. 운동장처럼 넓은 앞마당을 보아 하니 이력을 짐작할 수 있겠다. 


감자꽃스튜디오는 서울을 탈출한 한 문화 기획자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곳이다. 이선철 대표가 강원도 평창으로 내려온 해는 2002년. 그는 잠시 쉬며 건강을 되찾고자 옛 노산분교 건물을 빌렸다고 한다. 폐교를 자신의 집이자 휴식처로 삼았던 것. 망망한 산골에서도 문화 기획자의 열띤 본성은 재미를 찾고 싶었나 보다. 되도록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면서 말이다. 하여, 2004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건축가 이종호의 설계로 폐교를 재단장했다. 그리고 서서히 평창 한구석을 흥미로운 장소로 바꾸기 시작했다. 동네의 남녀노소와 함께.


평창 지역의 문화 자생을 돕는 이선철 대표. ⓒ김주원

 “1층은 농사짓는 청년이 관리하고 있고요, 2층은 음악 하는 친구가 관리하죠. 저희는 이곳을 24시간 열어놔요. 누구나 언제라도 와서 쓸 수 있죠.”이선철 대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설명한다. 감자꽃스튜디오는 공간 구성도 다채롭다. 면면을 살피면, 제법 꼴을 갖춘 문화 공간답다. 1층에는 주방 겸 휴게실인 이종욱키친, 노산분교의 과거를 전시하는 노산분교박물관, 독서와 모임을 위한 감자꽃책다방, 목공 공방이 있으며, 2층에는 공연장과 레코딩 스튜디오, 숙소와 사무실까지 마련했다. 건물 앞쪽 마을창조센터는 갤러리로 활용하는데, 지역 주민과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창작 활동에 이끌리는 방문객은 여기에서 온종일 놀 수 있을 듯하다. “관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저희가 마을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희 덕분에 이곳에 예술계와 교육계 종사자가 찾아오고, 그분들이 다시 돌아가서 마을의 매력을 알려주죠.”


사실 감자꽃스튜디오의 보석은 이곳을 거쳐간 동네 청년들이다. 10대 시절부터 꿈을 키운 이들이 이제 자리를 잡고 있다. 농부로, 요리사로, 제빵사로 혹은 음악가로. “중 ·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에요. 배짱이농부, 산너머음악공방, 브레드메밀, 평창다반사, 핫플레이스…. 모두 여기에서 시작됐죠.” 이선철 대표가 동네 청년을 묘사한 일러스트를 가리키며 말한다. 몇몇은 벌써 평창의 ‘핫플’로 떠오르는 곳. 스튜디오는 그들에게 꿈을 주었고, 겨울이 지나면 더 많은 감자꽃이 만개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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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스튜디오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고길천로 105, potatoflower.org



Tip 감자꽃스튜디오에서 꽃핀 스타

▪ 브레드메밀은 평창올림픽시장 내에 있는 베이커리 겸 카페다. 메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건강하고 맛난 빵을 맛볼 수 있는데,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올 정도다. 최근 바로 옆에 차와 전시를 위한 작은 공간 평창다반사도 오픈했다. 인스타그램 @bread_memil


▪ 상상초콜릿은 고한읍 전통시장 내에 들어선 디저트 카페. 의외의 장소에서 접하는 수제 디저트는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순도 높은 초콜릿과 곰취, 오미자 등을 사용한 마카롱을 만들며, 디저트 클래스도 운영한다. 인스타그램 @sang_sang_chocolat 






2. 이화에 월백하고

 음악과 미술의 향을 물씬 풍기는 카페 이화에 월백하고. 이재철 씨가 손수 로스팅한 커피를 내린다. ⓒ김주원


길이 끝날 것 같다가도 계속되고, 산골 마을버스의 마지막 정거장까지 지난다. 더 이상 차량이 전진할 수 없는 곳까지 이르자 단출한 목조 가옥 1채가 눈에 들어온다. 카페 이화에 월백하고다. ‘이화에 월백하고’는 고려 후기 문신 이조년(李兆年)이 지은 시의 한 구절로, ‘하얀 배꽃에 달빛이 밝다’는 뜻. “당기고 드러오시오”라고 쓴 문장을 따라 문을 열고 발을 들이면, 빈티지 오디오와 앨범, 각종 커피 도구가 시선을 끌고 클래식 선율과 온기에 몸이 녹는다.


자세히 둘러볼수록 이화에 월백하고의 매력은 보송보송 드러난다. 생명력 넘치는 손 글씨가 곳곳에 붙어 있고, 화가 김환기와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작품 포스터, 액자 속 여러 예술가의 명언, 직접 깎은 목제 선반, 짤막한 몽당연필 등 대충 넘겨보기 어려운 것이 사방 가득하다. 보는 즐거움이 주는 소소한 감동과 영감은 이런 곳에서 태어나는 것일 게다. 주인장 이재철 씨가 이내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한다. 올여름 정명훈과 조성진이 협연한 연주의 녹음본을 오픈 릴 테크에 걸자, 베토벤의 ‘황제’ 연주가 흘러 나온다. 


“내가 필요한 것은 내가 만들어 쓰자는 주의죠.” 이재철 씨가 말한다. 이화에 월백하고를 채우고 장식하는 가구는 모두 그의 손으로 완성된 것이다. 카페 건물 또한 골조를 제외하고는 직접 지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건 모두 자급자족이다. 20여 년 전 삼척으로 내려가 찻집을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로스팅은 뭐… 프라이팬에 볶는 거죠. 오래하다 보니까 요령이 생겨서 잘되네요.” 정성 들여 내린 핸드 드립 커피가 깊은 향과 맛을 전한다.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모를 손님이 몇 명 들어오자 다시 커피를 준비한다. 알음알음 이곳을 찾아오는 단골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재철 씨가 말한다. “음악을 듣고 싶으면 음악을 크게 듣고, 뚝딱뚝딱 무엇을 만들고 싶으면 바로 만들고…. 저는 이렇게 마을에서 떨어진 곳이 좋아요.” 외딴 마을의 더 외딴 카페에도 삶의 행복은 그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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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에 월백하고 드립 커피 5,000원, 월~수요일 휴무, 12pm부터, 033 334 8642,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고길천로 859.



Tip 오지 숲속에서 발견한 책방 하나

정선의 덕산기계곡에서 차가 더 진입할 수 없는 곳까지 간 후, 1시간을 더 걸어가야 마주치는 곳. 소설가 강기희와 동화 작가 유진아 부부가 운영하는 숲속책방, 나와 나타샤와 책 읽는 고양이를 찾아가는 길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소설 같다.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덕우리 36, gihi307.blog.me 






3. 로미지안가든

23개의 테마로 꾸민 로미지안가든의 전경. ⓒ김주원

 한평생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아온 노부부 로미와 지안. 어느 날, 부부는 지병을 앓아온 아내 로미의 건강을 위해 공기 좋은 곳에서 남은 생을 보내기로 약속한다. 우연히 머문 강원도에서 숙면을 취한 로미가 거짓말처럼 건강이 좋아지고, 이에 삶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 부부는 더 많은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정원을 손수 일구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엘베스트 그룹 손진익 회장 부부. 지안은 손진익 회장의 호이고, 로미는 그가 아내를 부르는 애칭이다. 


예부터 숙면을 취하는 곳으로 알려진 정선의 숙암리. 앞으로는 송천과 골지천, 오대천까지 3개의 물길이 합쳐진 강이 유유히 흐르고, 뒤로는 울창한 원시림을 자랑하는 가리왕산이 병풍처럼 감싸는 이곳에 로미지안가든이 자리한다. 가리왕산에서 뻗어 나온 능선 550미터 고지에 조성한 33만 제곱미터 규모의 치유의 숲은 23개의 테마로 꾸민 장소와 그 주변을 둘러싼 트레일 코스로 이루어졌다.


치유의 숲을 오롯이 즐기기 위해 차는 잠시 초입에 세워두자. 환영의 하이파이브를 건네는 개구리 동상을 지나, 상징적 의미를 담은 오브제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은 3개의 강이 만나며 비경을 펼치는 삼합수전망대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그중 1억5,000만 년 전 바다 아래 있던 바위가 융기된 석회암 무리인 ‘천공의 아우라’와 이곳의 랜드마크 격인 ‘가시버시성’은 필수 코스. 지안이 추천하는 트레일 코스인 아라한 밸리 순례길을 걸으며 순수한 자연 속에서 잠시 성찰의 시간을 가져도 좋다.


가든 안의 메인 건물 로미지안 550에는 문화 예술 공간 지안 아트홀과 부티크 호텔 마운틴 하우스가 들어서 있고, 첨단 농업 기술로 베고니아를 재배하는 화훼 하우스를 비롯해 카페, 기념품 숍 등 편의 시설도 별도로 두었다. 자연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여유를 갖고 가든을 거닐다 보면 어느덧 상쾌해진 몸과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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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미지안가든 입장료 1만5,000원(1월 말 정식 오픈 예정), 10am~5pm, 033 562 3382,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 산115, zianbio.com




스위스 샬레 스타일의 따뜻한 인테리어로 완성한 북 카페 아라미스. ⓒ김주원

Tip 가든에서 제대로 휴식하기

▪ 로미지안가든에서 머물 수 있는 마운틴 하우스에서 안락한 하룻밤을 보내보자. 복층 구조의 일반 객실 4개와 스위트룸, 로열 스위트룸 등 총 6개의 객실을 운영하며, 은은한 아로마 향과 포근한 침구 등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신경을 썼다.


▪ 로미지안가든 초입에 있는 북 카페 아라미스. 아늑하고 고급스럽게 꾸민 카페는 풍미 좋은 커피와 함께 지역 농산물로 만든 샌드위치와 브런치 등을 낸다. 커피 3,500원부터, 10am~6pm, 033 562 3382. 






4. 삼탄아트마인

삼탄아트마인의 레일바이뮤지엄. 인간의 지난한 흔적이 묵직하고 감동적 인상을 풍긴다. ⓒ김주원

한때 전국 석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강원도의 삼척탄전. 수만 명의 광부가 공무원 월급의 두세 배를 받으면서 위험한 노동을 견디던 지역. 1990년대 석탄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탄광 마을에는 황량한 바람이 드세졌고, 지폐가 넘쳐나던 골목의 가로등은 꺼져갔다. 


고한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는 삼척탄전 일대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던 곳이었다. “예전에는 여기에서만 약 3,000명의 광부가 일했다고 해요. 그들은 동네 가게에 자기 이름을 적고 물건을 외상으로 가져가도 괜찮았죠.” 삼탄아트마인의 우기탁 운영팀장이 설명한다. 1964년부터 운영되던 광업소는 2001년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다. 그 후 한동안 사진 동호회의 출사지로나 간간히 이름을 알렸는데, 4년 전 거대한 문화 예술 공간으로 변모하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400명의 광부를 실어 나르던 권양기가 언뜻 보이는 삼탄아트마인의 입구. ⓒ김주원

삼탄아트마인은 폐광된 탄광촌에서 문화 예술 지역으로 부활한 독일 에센주의 촐페라인(Zollverein)를 롤 모델로 삼았다. 근대의 잔재와 현대 예술을 결합해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공간을 꾀한 것. 광업소 부지로 들어서면, 본관 뒤로 불쑥 튀어나온 4층 높이의 권양기가 전성기 탄광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그 권양기를 타고 한 번에 400명의 광부가 지하 600미터 아래로 내려갔다고 한다. 4층짜리 본관에는 삼탄역사박물관, 현대미술관 캠(CAM), 작가 레지던시, 작품 수장고 등이 들어서 있고, 옛 시설을 그대로 살린 샤워실, 세화장, 사무실 등이 남아 있다. 광업소의 둔탁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기 때문에 곳곳에 배치된 설치 · 회화 작품이 공간과 충돌하듯 어우러진다. 이곳의 정점은 석탄을 적재하던 조차장인 레일바이뮤지엄이다. 안에 들어서면 권양기와 조차장을 비롯해 건물 안에 어지러이 놓인 시설들이 거대한 설치 작품처럼 다가온다. 


삼탄아트마인의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10만여 점에 이르는 소장품도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지나간 탄광의 세월만큼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도 떠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기에 충분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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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탄아트마인 입장료 1만3,000원, 9am~6pm(하절기), 9:30am~5:30pm(동절기), 월요일 휴관, 033 591 3001,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samtanartmine.com



Tip 문화를 품은 탄광들

▪ 철암역 인근에 있는 철암탄광역사촌은 탄광 마을의 역사와 현재를 알리는 곳이다. 철암의 몇몇 건물들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한양다방’ ‘페리카나 치킨’ 등의 간판을 내건 채 외부는 보존하고, 내부는 생활사 박물관과 미술 전시 공간으로 레너베이션했다. 작가 레지던시도 운영한다. 강원도 태백시 동태백로 402, cheolamart.com


▪ 한때 6,000여 명의 광부가 근무하던 사북탄광을 활용한 국내 최대 규모의 사북 석탄유물보존관. 보안 장비실, 채탄 장비실, 샤워실 등의 탄광 시설을 보존해놓았다. 관람객은 광산 장비를 살펴보고 광부인차도 직접 타볼 수 있다. 033 592 4333,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하이원길 57-3





. 허태우 · 문지연        사진. 김주원





Part 2. 동해 · 평창올림픽플라자 

평창  · 정선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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