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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ul 17. 2018

어떤 여름 여행


4 YOUR PRIVATE SUMMER HOLIDAYS

어떤 여름 여행


도시의 골목 쏘다니기, 해변 순례하기, 갓 빚은 술 홀짝거리기…. 

전국 각지에서 여름을 나는 네 가지 시원한 방법.





강원도 속초와 고성의 해변 여행

여름의 상징과도 같은 동해 바다를 향해 차를 달리며 오디오 볼륨을 높인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한 이래 서울에서 속초까지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하지만 연달아 긴 터널을 달리는 드라이빙은 만만치 않은 일. 이럴 땐 뱀파이어 위켄드 (Vampaire Weekend)부터 레드벨벳까지 신나는 선곡 리스트가 필수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뒷골목의 북 스테이 완벽한 날들(1박 3만 원부터, blog.naver.com/perfectdays_sokcho)에 도착해 일단 짐을 푼다. 과거 건재상이던 층고 높은 건물을 개조해 1층은 서점 겸 카페로, 2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한다. 1층에서 체크인하는 김에 서점을 둘러본다. 여행, 식물, 페미니즘 등 주제별로 보기 좋게 정리돼 있다. 속초의 맛집과 볼 곳이 궁금하다면 최윤복·하지민 대표가 친절히 알려줄 것이다.



완벽한 날들 1층의 서점 겸 카페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자.  영순네횟집 물회. ⓒ 임학현

 호젓한 해변 휴가를 즐기려면 방향을 북쪽으로 틀어보자. 속초해수욕장에서 통일전망대 밑 명파해수욕장까지, 완만한 해안선을 따라 그림 같은 해변 수십 곳이 흩뿌린 듯 자리한다. 오늘 코스는 천진해수욕장과 아야진해수욕장을 지나 문암해변 앞 능파대까지. 한때 돌섬이었다는 능파대의 기암괴석 틈에 자리를 잡고 앉아 노을을 바라보노라니 엉덩이를 떼기가 쉽지 않다. 절벽 아래쪽 낚시꾼은 다른 목적으로 한참이나 그 자리를 지킨다. 저녁 식사를 위해 현지인이 즐겨 찾는 영순네횟집(물회 1만5,000원, 033 633 8887)으로 향한다. 봉포항 앞에서 2대째 내려오는 이곳의 간판 메뉴인 물회에는 앞바다에서 잡은 가자미회, 해삼, 성게알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다. 가게 아주머니의 조언에 따라 먼저 해산물 몇 점을 먹은 다음 사리를 넣는다. 갓 잡은 회에 잘 숙성된 초장의 새콤한 맛이 잘 어울린다.


“여리디여린 아침이여, 안녕. 오늘 넌 내 가슴에 무얼 해줄까?” 이튿날 아침, 완벽한 날들의 도미토리 객실 창에 적힌 글귀가 햇살에 밝게 빛난다. 이는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의 동명의 에세이에서 발췌한 것. 하지민 대표에 따르면 완벽한 날들을 찾아오는 손님은 하나같이 조용한 편이라 독서하며 머물기에 괜찮은 환경이다. 객실과 부엌 등 구석구석에는 책이 꽂혀 있다. 햇볕이 담뿍 쏟아지는 부엌에서 라디오를 틀고 시리얼과 토스트를 차려 먹으며 에세이 <완벽한 날들>을 뽑아 든다. 




고성의 대표적 석호인 화진포를 감싸는 둘레길. ⓒ 임학현

둘째 날에는 멀리 화진포까지 달린다. 옛 김일성별장에 들렀다가 화진포해수욕장에 발을 담그며 다소 레트로한 분위기에 젖는다. 백사장이 1.7킬로미터 가량 쭉 뻗어 있는 화진포는 수상 레저를 금지해 호젓한 분위기가 장점. 화진포 둘레길을 여름 한낮에 걷기에는 조금 더우니, 대신 석호 근처 울창한 소나무 숲 길을 산책하면 좋다.



왼쪽부터 테일의 곽용인 대표. 테일의 피크닉 세트와 함께 즐기는 가진해변의 오후. ⓒ 임학현

 화진포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아담한 가진해변 앞, 테일(피크닉 세트 2인 1만6,000원, instagram.com/__tail__/)은 고성 바다가 좋아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곽용인 대표의 카페 겸 도자기 공방이다. 바다 앞 오래된 단층 주택을 개조했는데 대들보에 서프보드가 놓여 있고, 한쪽엔 도자기 제품을 진열해두었다. 드립 커피, 마들렌이 든 바구니와 피크닉 매트로 구성된 피크닉 세트를 빌려 가진해변으로 나선다. 백사장에 매트를 펼치고 예쁜 찻잔에 커피를 따른다.


점심 무렵, 서핑으로 인기 있는 송지호해수욕장을 지나 막국수 성지로 통하는 백촌막국수(메밀국수7,000원, 033 632 5422)로 향한다. 평일에도 20분 정도 대기하는 건 기본. 메밀국수에 김치 국물과 김치, 오이를 되는 대로 섞어 ‘막’ 먹는다고 해서 막국수라고 이름 붙었다는 설이 전해지는데, 바로 그 본원대로 취향껏 국수를 제조해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삶은 달걀과 채 썬 오이를 얹은 메밀 면이 나오면 따로 나온 동치미 국물을 원하는 만큼 붓고 열무김치와 양념장을 섞어 먹으면 된다. 여기에 숭덩숭덩 썰어 내는 수육을 빼놓으면 아쉽다. 



역사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속초 청초호 앞 칠성조선소. © 임학현

동해안을 떠나기 전, 속초 청초호 앞에서 1953년부터 이어오는 조선소의 카페에 들르자. 칠성조선소(커피 4,500원부터, 인스타그램 chilsungboatyard)는 최윤성 대표에 따르면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오는 조선소를 이어가기 위해 만든 카페다. 옛 조선소에 비치된 어선 모형, 공구, 장비 등의 전시물을 둘러본다. ‘세계 해양 업계 미래를 선도하는 칠성조선소’라 쓰인 거울과 빛 바랜 작업 수칙마저도 벽에 그대로 붙어 있다. 옛 조선소 건물 앞에는 최윤성 대표가 새로 이끄는 레저 선박 브랜드 와이크래프트보츠 작업실이 자리한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조선소에서 앤트러사이트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어쩐지 가슴속까지 파도가 이는 듯하다.





해변에서 읽을 책 

스티븐 킹이 1990년에 펴낸 중편집 <자정 4분 뒤>(스티븐 킹, 엘릭시르,1만6,800원). 대부분의 승객과 승무원이 사라진 비행기의 조종사 이야기를 담은 ‘랭골리어’를 비롯해 초기 미스터리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필립 한든, 김영사, 1만1,500원)에서 소로,뒤샹, 간디 등 41인의 여행자와 구도자, 작품 속 인물이 지닌 소지품 목록을 확인하며 미니멀 라이프를 다시금 다짐해보자. 

















<머리부터 천천히>(박솔뫼, 문학과지성사,1만1,000원) 속 두 주인공과 함께 여름의 부산과 오키나와를 꿈처럼 헤맨다. “여름의 밤은 길었고 우리는 어디로든 끝없이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같은 문장을 마음에 새긴다.

















Tip MAKE IT HAPPEN

V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속초고속버스터미널까지 고속버스로 약 2시간 걸린다(1만3,300원부터, ti21.co.kr). 터미널 근처의 여러 렌터카업체에서 차를 대여해 동해안을 따라 자동차 여행에 나서자. 자가용으로 이동할 경우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양양분기점에서 속초, 강릉 방면으로 빠져나와 동해고속도로와 고성대로를 따라가면 된다.


V 완벽한 날들은 6인실 도미토리와 1인실, 2인실을 갖추고 있다. 체크아웃 시 1층 서점에서 커피 또는 차 1잔을 내준다. 주인 부부가 추천하는 동네 맛집은 88생선구이, 그리운 보리밥, 백수씨심야식당 등이다. 지역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려면 현지 출판사에서 펴낸 <온다 씨의 강원도>(김준연, onda, 1만3,000원), 속초에서 정원 학교를 운영하는 가든 디자이너가 쓴 <정원생활자>(오경아, 궁리, 1만8,000원)를 추천한다. 속초 시내의 동아서점과 문우당서림도 인기 있는 서점.





에디터의 취재 비하인드

 

고성 화진포해수욕장에서. © 이기선

해변에서는 누구나 각자 본연의 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화진포해수욕장에 삼각대를 설치한 사진 속 노 신사는 구두를 벗고 양복바지까지 걷어붙이고 해변가에 앉아 셀프 카메라를 찍었다. 홀로 몇 번이고 미소를 지으며.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것일까.






글. 이기선     글. 문지연    사진. 임학현




Part 2. 서울의 스테이케이션

Partt 3. 동인천 레트로 여행

Part 4. 울산 술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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