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첫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를 펴낸 작가 김연수를 만났다.
Q. 그간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 연재한 글이 1권의 책으로 나왔네요.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을 쓴 글이에요. 여행기의 형식으로는 맞는 듯해요. ‘아, 그때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하면서 떠오른 이야기를 남들에게 들려주니까. 사실 여행하면서 기록을 한 번도 남기지 않았어요. 여행기를 쓸 목적으로 여행을 간 적도 거의 없어요. 대부분 취재를 목적으로 떠났고, 제 여행의 경험은 소설로 남는 것이었으니까요. <언젠가, 아마도>는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제 속에서 끄집어낸 글이어서 저한테도 소중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전부 잊었을 거예요.
Q. 여행지에서도 글을 쓰나요?
일기는 쓰지만, 여행기는 쓰지 않아요. 여행을 가면 사진도 잘 안 찍어요. 사진을 찍으면 (거기에 집중하느라) 다른 게 기억나지 않아서. 마찬가지로 기록하는 데만 집중하면 그 외에 다른 일이 기억나지 않죠.
막상 여행을 떠나면 기대한 것과 많이 다를 텐데요.
대부분 다르죠.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지만 세계관이나 역사관은 완전히 달라요. 취재를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세계를 바라보는 눈과 이 사람들은 정말 다르구나’라는 것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힐 때가 많아요. 여행을 가지 않으면 전혀 모르겠죠. 이 세상에는 나와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어요.
Q. 돌아온 후에 쓰는 글로 현장의 느낌을 되살릴 수 있을까요?
느낌이라는 것은 되게 묘해서, 구체적으로 잡기 어려워요. 후에 그걸 어떻게 재구성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이죠. 사실 저의 글쓰기에서는 취재가 무용하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쓸모가 없는 것도 아니에요. 왜냐하면 여행을 가야지 그런 막연한 느낌이 저한테 저장되는 거고, 나중에 그 막연한 느낌을 글로 뽑아내는 것이니까요. ‘아 그게 그런 의미였구나’ 하면서 당시의 느낌을 뽑아낼 때, 그 느낌이 글에 담기는 것 같아요. 의미가 생기면서 글이 나오죠.
Q. 사적인 여행은 어디로 떠나나요?
해변이나 온천이나… 놀러 갈 때는 그런데 밖에 안 가는 듯한데요. (하하) 일본을 좋아해서 일본 온 동네를 다 가고 싶어요.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마음에 드는 술집을 보면 너무나 기쁜 나머지 생의 보람을 느낄 정도죠. 좋은 술집을 많이 발견한 곳이 일본과 스페인이에요. “아! 이렇게 좋은 술집이 있구나, 너무 좋다!”
Q. 작가님이 생각하는 여행기는?
작가들이 쓴 여행기를 좋아해요. 빌 브라이슨, 폴 서루 등의 작가가 쓴 소설 같은 여행기를 좋아하죠. 서사가 있거나 사람이 나오는 여행기.
Q. 앞으로 글로 쓰고 싶은 여행이 있나요?
배를 한번 타보고 싶어요. 인도에도 한번 가보고 싶고요. 작가로서 인도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와 다르게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가? 원동력이 뭔가?’ 그런 게 궁금합니다. 그런데 여행기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은 재미없을게 분명해요. 한번은 신문사의 의뢰를 받아 여행 작가, 사진가와 함께 팸투어를 갔는데요, 저는 여행 작가는 여행을 다녀온 후에 기사를 쓰는 줄 알았는데, 가서 일을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엄청난 혼란이 왔죠. ‘여행 작가는 여행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일을 하러 가는구나’.
Q. 그렇다면 김연수 작가의 여행기는 어떤 여행기일까요?
다큐멘터리처럼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고, 사람들을 알게 되는 여행기. 관찰이 아니라 뜻하지 않은 발견 같은 것. 누군가를 만났고 이 사람의 인생에 대해 알게 됐고… 그런 것을 서사적으로 쓴 여행기. 쉽지는 않겠죠.
Q. <언젠가, 아마도>를 펴내고 난 후에 아쉬웠던 점은?
이렇게 놓고 보니까 사진이 없어서 아쉽네요. 이율배반적인 이야기 같은데, 그건 검색해보는 것으로 대신하죠. 검색하면 바로 나오니까. (하하)
김연수는 19년을 산 뒤에야 처음으로 서울이란 곳에 가봤고, 한국에서 27년을 산 뒤에야 외국을 처음 나가봤다. 수십 번의 여행으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등의 책을 펴냈다. 첫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 (컬처그라퍼, 1만4,000원)를 선보인 후, 지금은 새 소설을 쓰고 있다.
글. 허태우 사진. 신규철
소설가 김연수의 첫 번째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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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길어 올린 여행의 기억.
곱씹을수록 씁쓸한 단맛과 심심한 재미가 우러나는 여행담. 그리고 언젠가, 아마도 우리를 다시 길 위로 이끌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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