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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ug 17. 2018

'행복의 호수를 달리다'
핀란드 레이크랜드 자동차여행



The Pursuit of Happiness

행복의 호수를 달리다


원초적인 감각을 깨우는 숲.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호수. 

핀란드 레이크랜드에서 만끽하는 여름의 한 조각은 

일상의 행복을 되새기는 순간의 연속이다.

핀란드 레이크랜드의 정수 페이옌네 국립공원에서 맞이하는 일출. ©김주원

핀란드의 까다로운 속도 규정과 무시무시한 벌금 제도는 낯선 땅에서 운전대를 잡은 여행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헬싱키 공항을 벗어나니 기다렸다는 듯 속도제한 표지판의 숫자가 수시로 뒤바뀐다. 시속 120킬로미터로 신나게 달리던 차들은 2차선 도로로 접어들자, 서서히 속도를 늦추기 시작한다. 그제야 보이는 차창 밖 풍경화는 레이크랜드에 입성한 이방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장대처럼 우뚝 솟은 자작나무와 소나무가 장막을 치고 초록 풀잎이 땅을 가득 메운 울창한 숲. 거기에 마침맞게 들어가있는 동화 같은 목조 주택 1채. 태초의 풍경 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듯 자동차는 호수가 반짝이는 한적한 도로 위를 천천히 미끄러져간다.





헬싱키-라티

섬세하고 따뜻한 호수의 품에서

빽빽한 소나무와 광활한 호수, 푸른 하늘은 레이크랜드 도로 위를 상징하는 그림이다. ©김주원

 헬싱키에서 북동쪽으로 1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라티는 레이크랜드의 첫 관문 도시다. 핀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페이옌네 호수(Lake Päijänne)가 관통하는 이 작은 마을은 헬싱키 근교의 여름 도피처로 꼽힌다. 거대한 호숫가 기슭에 구석구석 들어찬 아담한 별장마다 겨우내 쌓인 먼지를 털고 주인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핀란드에 자리한 호수는 공식적으로 18만8,000개. 이 나라를 지칭하는 ‘천 개의 호수’라는 표현에 한참을 더해야 하는 수치다. 더구나 레이크랜드 지역은 핀란드에서 가장 큰 2개의 호수가 둘러싸고 있어 물로 뒤덮였다는 이야기도 과장은 아닌 듯하다. 페이옌네 호수의 규모만 보더라도 1,000제곱킬로미터가 훌쩍 넘으니, 레이크랜드의 모든 지역은 각각 호수의 일면을 품고 있는 셈. 베시예르비(Vesijärvi) 호수와 벡쉬(Vääksy) 운하를 거쳐 페이옌네 호수로 연결되는 도시 라티도 그중 하나다.




라티에는 19세기에 지은 오래된 저택이 보존돼 있다. 핀란드 목조 디자인을 대표하는 시벨리우스 홀 내부. ©김주원

중세 시대 무역의 중심지, 핀란드 대표 산업 도시로 부흥을 누린 라티의 명성을 오늘날 해안가의 거대한 목조건물 시벨리우스 홀(Sivelius Hall)이 방증한다. 1869년에 지은 제재소 건물을 개조한 콘서트홀은 핀란드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건물 디자인의 원천은 핀란드의 산림입니다. 9만 제곱미터의 부지에 세운 목조건물은 호숫가에 뿌리를 둔 산업의 역사를 기반에 두고 있죠.” 시벨리우스 홀 홍보 담당자가 자부심 깃든 목소리로 설명한다. 건물 로비의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가없는 호수가 넘실댄다. 낡은 증기선이 도열한 호수의 항구 주변은 주말마다 현지인이 가득 들어찬다고. 찬란한 여름빛을 쬐면서 하염없이 호수 곁에 머무는 동안 콘서트홀에서는 어쿠스틱 선율이 울려 퍼지리라. 




여름에는 날씨에 따라 페이옌네 호수를 둘러싼 풍경이 시시각각 바뀐다. ©김주원
파다스요키 항구에 정박해있는 요트. ©김주원

라티의 정수인 페이옌네 호수 가까이 다가가려면 베시예르비 항구에서 자동차를 몰고 약 40분간 오프로드를 넘나들어야 한다. 먼지를 풀풀 내뱉으며 달리는 자동차 옆으로 헬싱키부터 자전거를 몰고 온 라이더가 열심히 페달을 굴리고 있다. 파다스요키(Padasjoki) 항구에서 페이옌네 호수 수로까지 건너갈 수 있는 13킬로미터의 에보(Evo) 하이킹 코스와 도로에 근접한 산등성이 트레일 풀킬란하류(Pulkkilanharju)는 페이옌네 국립공원(Päijänne National Park)의 비경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다. 물론 국립공원에 공식적으로 입장하려면 물에 뛰어들거나 보트로 갈아타는 수밖에는 없지만.


마지막 빙하기를 거쳐 서서히 생성된 페이옌네 호수는 물 위에 암호를 새겨놓은 듯 수십 개의 종단형 섬을 남겼다. 보트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약 60개의 무인도, 암석과 가파른 절벽, 모래 사구가 흩어진 페이옌네 호수 전체를 한눈에 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희귀새가 둥지를 튼 외딴섬, 한적한 사구에 보트를 정박하고 물에 뛰어드는 가족 여행객, 구름이데칼코마니처럼 비추는 영롱한 물결 등. 인간의 시야로 담아낼 수 있는 건 지극히 일부다. “핀란드 사람에게 호수는 여름을 가장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고급 휴양지입니다.” 라티 관광사무소 담당자 티나(Tina)가 잠시 정박한 보트 곁에 서서 호수에 발을 담근다.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그녀의 등 뒤로 먹구름이 서서히 가시기 시작한다.






유미정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사진가 김주원과 일주일 동안 레이크랜드를 여행하며, 인생에 필요한 행복의 질량을 새삼 깨달았다.




ⓘ 취재 협조 핀란드관광청(visitfinland.com)

글. 유미정        사진. 김주원




Part. 2 라티-이위베스퀼레

Part. 3 사본린나-풍카하류

Part. 4포르보-펠링키

핀란드 레이크랜드 자동차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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