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더로드 Oct 15. 2015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만난 7가지 경험

7 ways to experience Sentosa

여의도의 2배만 한 크기의 인공 섬 센토사. 그 안에 자리한 리조트 월드 센토사(Resorts World Sentosa)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휴양 명소다. 아찔한 워터 슬라이드와 로봇이 펼치는 환상적 공연, 돌고래 체험, 달콤한 디저트까지. 즐거움이 계속되는 센토사의 매력에 빠져보자.


 표영소 ・ 사진 임학현


1. 파도 타고 상어 관찰하기, Adventure Cove Waterpark

© 임학현


레일 위에 놓인 2인용 튜브 보트의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한다. 아래쪽에선 이 레일의 가파른 경사가 어디쯤에서 끝나는지 가늠할 수 없다. 잠시 뒤 울려 퍼지는 “꺄악” 하는 비명 소리.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마치 춤을 추듯 구불구불 공중을 가르는 파이프라인 끝에서 보트가 튀어나와 물속으로 풍덩 빠진다. 225미터 길이의 파이프를 통과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40초. 자기 부상 워터코스터 립타이드 로켓(Riptide Rocket)은 순식간에 끝난다. 어드벤처 코브 워터파크 내에는 이를 포함해 6개 워터 슬라이드가 있다. 스릴을 즐기고픈 마음이 없다면 최대 2.2미터 높이로 몰아치는 인공 파도에 몸을 맡기거나 한 방향으로 흐르는 620미터 길이의 어드벤처 리버(Adventure River)를 따라 유유자적 떠다녀도 된다. 여기까지는 여느 워터파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을 진짜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가오리 수십 마리가 헤엄치는 레이 베이(Ray Bay)나 색색의 산호초와 물고기 2만여 마리가 어우러진 레인보 리프(Rainbow Reef) 같은 공간이다.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가오리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물고기 떼와 물속을 누비는 스노클링 체험이 가능한 것. 상어 수족관 안에 들어가는 ‘상어와의 만남(Shark Encouter)’은 좀 더 고난도의 수중 액티비티다. 먹이를 낚아채려고 맹렬한 속도로 달려드는 상어를 눈앞에서 마주치면 짜릿함을 넘어 공포가 밀려든다. 하지만 안심하길. 실제 체험자가 몸을 담근 곳은 상어가 서식하는 대형 수족관 안에 설치된 또 하나의 작은 수족관이니. 그럼에도 ‘이 투명 방어벽이 깨지기라도 하면?’ 같은 오싹한 상상이 고개를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1일 패스 36싱가포르달러, 상어와의 만남 74싱가포르달러, 10am~6pm.


2. 돌고래와 입 맞추기, Dolphin Island

© 임학현

“돌고래가 시속 몇 킬로미터로 헤엄칠 수 있는지 아세요?” 돌핀 아일랜드에서 일하는 조련사 제인(Jane)이 갑자기 질문을 던진다.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빠르게 물살을 가르는 칼라만 바라본다. 돌핀 아일랜드에서 사는 칼라는 열살 된 수컷 남방큰돌고래다. 정답은 시속 40킬로미터. 이를 증명하듯 칼라가 물속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자취를 남긴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돌핀 디스커버리(Dolphin Discovery)에 참여하면 돌고래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돌고래는 치아 수가 80~110개라거나, 평균 15분 동안 숨을 참을 수 있고 2시간마다 새살이 돋아난다는 것.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웨트슈트를 입고 가슴 높이의 물속에 들어가야 한다. 코앞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돌고래와 입을 맞추고 춤도 출 수 있다.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멋진 점프 실력과 2종류의 콧소리를 뽐내는 돌고래의 묘기도 감상할 수 있다. 칼라와 흠 잡을 데 없는 호흡을 보여주는 제인은 이 일을 시작한 지 7개월 남짓 되었다. 그녀가 칼라에게 먹이를 던져주며 말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제겐 이 직업만큼 적합한 것도 없죠.”


98싱가포르달러, 10am~6pm.


3. 바닷속 드라마에 넋을 잃기, S.E.A. Aquarium

© 임학현

타이푼 극장(Typhoon Theatre)을 나서니 정면에 자리 잡은 대형 수족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안에 방금 전 스크린에서 본 난파선이 침몰해 있기 때문이다. 360도 회전하는 멀티미디어 극장에서 9세기 중국 선박의 긴박한 항해 현장을 체험하고 나온 참이라 눈앞의 풍경이 한층 생생하게 느껴진다. 해양 체험 박물관(Maritime Experiental Museum)으로 입장해 타이푼 극장 관람을 마치면 동선은 자연스레 S.E.A. 아쿠아리움으로 이어진다. 보물을 가득 실은 난파선과 함께 시작하는 바닷 속 여행이라. 일단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이다.

과거와 현재,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아쿠아리움의 도입부를 지나면 10개의 테마 존이 차례로 펼쳐진다. 이곳에 800종 이상의 해양동물 10만여 마리가 모여 산다. 그중에서도 가로 36미터, 세로 8.3미터에 이르는 오픈 오션(Open Ocean)은 S.E.A. 아쿠아리움의 백미. 800만 리터의 수중에서 망치상어부터 쥐가오리까지 다양한 해양생물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 거대한 어항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오픈 오션에서 도저히 눈을 떼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팁 두 가지. 오션 레스토랑 바이 캣 코라(Ocean Restaurant by Cat Cora)에서 식사를 하고 오션 스위트(Ocean Suites)에 머물 것. 가오리의 수중 공연을 감상하며 넙치구이를 맛본 뒤 침실 한쪽 벽면을 차지한 수족관을 바라보다 잠들 수 있다.


S.E.A. 아쿠아리움 32싱가포르달러, 10am~7pm.

오션 레스토랑 바이 캣 코라 11am~10:30pm.

오션 스위트 1,200싱가포르달러부터.


4. 슈렉 혹은 트랜스포머 되기, Universal Studios Singapore™ 

© 임학현

화면 속 슈렉이 탄 마차가 무서운 속도로 달린다. “따그닥따그닥”. 어두운 숲길을 달리는 마차의 진동이 내가 앉은 의자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동키가 재채기를 한다. “에취!” 차가운 액체가 내 무릎에 튄다. 겁나먼 왕국(Far Far Away) 안에 있는 극장 안. 4D 안경을 쓰고 스크린을 마주한 관객이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비명을 지른다. 슈렉과 피오나의 성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겁나먼 왕국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 안에 있는 7개 테마 존 중 하나다.

할리우드와 뉴욕을 시작으로, 미래 도시를 형상화한 공상과학 도시(Sci-Fi City™), 거대한 신전이 들어선 에이션트 이집트(Ancient Egypt), 쥬라기 공원과 워터월드를 품은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 열대 정글과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는 마다가스카(Madagascar)까지.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 지하철역에 있는 것과 똑같은 개찰구 하나를 통과했을 뿐인데, 빙글빙글 돌아가는 커다란 지구본 너머는 바깥세상과 완전히 다른 딴 세상이다.

현재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어트랙션은 두 가지 스타일로 즐길 수 있는 듀얼 롤러코스터 배틀스타 캘럭티카(Battlestar Galactica: HUMAN vs CYLON™)와 직접 로봇이 되어 실감 나는 전투를 벌이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S The Ride: The Ultimate 3D battle™). 곳곳에서 펼쳐지는 쇼와 퍼레이드,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미니온, 슈렉, 마다가스카 펭귄 등 다양한 캐릭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1바퀴 둘러보고 나가려는 길, 할리우드 거리에서 1950년대 로큰롤 뮤직이 울려 퍼진다. 깜짝 공연의 주인공은 푸른색 반팔 셔츠에 정갈하게 빗질해 넘긴 헤어스타일과 선글라스로 무장한 청년 넷. 흥겨운 리듬에 유모차를 끌던 아기 엄마도, 풍채 좋은 아저씨도 어깨를 들썩인다. 놀이 기구에 시큰둥한 이라도, 동심의 판타지에 코웃음 치는 이라도 어느 순간 설렐 수밖에 없는 곳. 그게 바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마법이다.


1일 패스 74싱가포르달러, 일~금요일 10am~7pm, 토요일 10am~8pm.


5. 로맨틱한 저녁 식사하기, Osia

© 임학현

검정색 사각 플레이트에 얹은 납작한 빵 1덩어리가 테이블 위에 놓인다. 모양 그대로 ‘플랫브레드(flatbread)’라 부르는 이 빵은 오시아의 시그너처 디시 중 하나다. 다양한 토핑을 얹어 화덕에서 갓 구워낸 빵은 바삭하면서도 폭신한 식감에 오시아에서 개발한 특제 소스가 어우러져 전채 요리를 맛보기 전부터 입맛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오시아는 호주 출신의 유명 셰프 스콧 웹스터(Scott Webster)가 이끄는 다이닝 브랜드로, 호주 요리에 아시아의 풍미를 가미한 독창적 메뉴를 선보이는 바 겸 레스토랑이다. 센토사에서 로맨틱한 저녁을 보내고 싶을 때 1순위로 꼽을 만한 곳.

오픈 키친에서 이곳의 수장 더글러스 테이(Douglas Tay)를 비롯해 여러 명의 요리사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식사는 타르타르소스와 아보카도 무스를 곁들인 연어요리와 푹 익힌 채소를 곁들인 쇠고기 정강이 스테이크로 이어진다. 메인 요리까지 말끔히 비웠다고 해서 입을 닦긴 이르다. 오시아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디저트니까. 발로나(Valrhona) 초콜릿으로 만든 퐁당 오 쇼콜라, 후추를 넣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리고 참깨 스틱. 녹진한 단맛으로 시작해 똑 쏘는 시원함과 고소함으로 마무리되는 이 삼총사를 맛보기 전까진 자리를 뜰 수 없다.


점심 식사 12pm~3pm, 저녁 식사 6pm~10:30pm, 수요일 휴무, +65 6577 6688, Festive Walk에 위치.


6. 마사지 받다 잠들기, ESPA

© 임학현

세러피스트가 손등에 오일 2종류를 차례로 발라준다. 향을 맡아보고 원하는 오일을 고른다. 내가 선택한 것은 상큼한 향이 기분 좋은 피트니스(Fitness) 보디 오일. 근육 이완과 통증 완화 효과가 있는 ‘따뜻한 오일’이라는 세러피스트의 설명이 뒤따른다. 스파 베드에 엎드리니 바닥에 놓인 대야에서 오일 향을 머금은 따뜻한 수증기가 얼굴을 은은하게 적신다. 온몸이 나른해지고 눈이 스르르 감긴다.

열대우림과 연못, 잘 가꾼 정원이 어우러진 1만 제곱미터 대지에 자리 잡은 이스파는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럭셔리 스파 시설이다. 야트막한 건물이 자연과 어우러져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휴식을 위한 여정’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메인 건물과 프라이빗 빌라에 나뉘어 있는 24개의 트리트먼트 룸을 비롯해 싱가포르 최초의 전통 하맘, 숲 속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일본식 노천탕, 크리스털 스팀 사우나와 얼음 분수까지, 취향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다.

좀 더 동적인 여가를 원하는 이에겐 각종 피트니스 설비와 퍼스널 트레이너를 갖춘 짐(Gym)이나 요가와 필라테스, 명상을 위한 스튜디오 젠(Zen), 온수와 냉수로 나뉜 2개의 수영장을 추천한다. 트리트먼트로 한껏 노곤해진 상태라면? 조도와 온도, 음악까지 잠을 부르는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수면실보다 더 매력적인 장소는 없을 것이다.


1시간 코스 맞춤 마사지 200싱가포르달러부터, 트리트먼트 10am~10pm, 스파 시설 9am~10pm, 짐 8am~10pm.


7. 로봇의 세레나데 감상하기, Crane Dance

© 임학현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 쇼.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이 단어만으로는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뜻을 풀이하면 로봇을 원격 조작해 선보이는 공연인데, 과연 기계가 펼쳐내는 무대가 얼마나 큰 감흥을 줄 수 있을지. 공연 시각이 가까워질수록 리조트 월드 센토사 내에 있는 워터프런트 일대에 꽤 많은 인파가 모여 든다. 계단식 야외 좌석은 빈틈없이 가득 찼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정면의 무대 상단이 분리되기 시작한다. 잠시 후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높이 3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새 2마리! 뾰족한 부리와 물줄기로 형상화한 날개, 우아한 몸짓까지, 영락없는 학이다.

세계적 무대 디자이너 제러미 레일턴(Jeremy Railton)이 설계한 크레인 댄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1쌍의 학이 서로를 알아보고 탐색하다 사랑에 빠지는 것. 로봇과 LED 디스플레이, 조명, 불꽃, 디지털 아트로 표현한 학의 세레나데인 셈이다. 반전이라면, 예상과 달리 감동적이라는 사실. 상대를 유혹하려는 학의 동작은 80톤짜리 강철 덩어리답지 않게 유연하고 섬세하기 이를 데 없고, 여기에 화려한 조명과 불꽃, 음악이 더해져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학 몸통 부분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 속 심장이 마침내 하나가 될 때,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더라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옆 사람도 감동했을 테니까.


무료, 매일 9pm, 워터프런트.


독자 여러분이 직접 찍은 여행 사진과 에피소드를 보내주세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포스트카드 응모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와 함께 최고의 여행을 만나보세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페이스북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카카오톡

작가의 이전글 제주의 가을을 품은 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